새롭지 않은 '화상회의'를 새롭게 봐야 하는 이유 (1)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흔히 '화상회의'나 '화상통화' 등을 말하면 스마트폰을 연상하는데, 화상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꽤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4년 세계박람회에 '화상회의'가 첫 등장한 후로, 1970년 미국 이동통신기업인 AT&T가 정식 상용화하고, 2000년 대에 들어 글로벌 IT기업들이 진출해 전통적인 독점 구조를 형성한 시장이다. 전세계 화상회의 시장 1위, 2위 기업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 1, 2위 기업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 현재 글로벌 화상회의 솔루션 시장은 미국 '시스코(CISCO)'와 '폴리콤(Polycom)'이 양분하고 있다. 이렇게 대중적이지 않은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보니, 화상회의 자체도 대중적이지 않은 채 한정된 소수(특히 전문가 그룹/집단 혹은 대기업)만 사용하는 IT솔루션으로 인식된 상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회의실 한 켠에 보기 좋게 배치된, 값비싸 보이는 카메라와 스피커, 마이크 장비 등으로 구성된 화상회의 솔루션을 스치듯 본 적은 있어도, 실제로 사용해 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있어도 안 쓰고, 못쓰는 이유를 물으면 한결 같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화상회의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출처=알서포트)
화상회의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출처=알서포트)

화상회의 솔루션은 왜 사용하기 쉽게 만들지 못하나? 스마트폰 화상통화 사용하듯, 그렇게 쉬워진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업무/회의 환경을 접할 수 있을 텐데…

이 글에서는 새로울 것 없고, 신기할 것 없고, 더구나 업무에 별로 도움될 것 같지 않은 화상회의 솔루션이 왜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화상회의가 주목 받는 원인

최근 화상회의가 기업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1) 사회적 원인

첫째, 세계화(Globalization)다.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들도 정체되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진출을 꾀할 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은 창업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원격 소프트웨어 기업 '알서포트'도 이미 몇년 전에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했고, 간편 파일전송으로 유명한 '이스트몹'의 '샌드애니웨어' 또한 해외 유저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원거리 협업(Collaboration)이 늘어나고 있다. 벤더와 바이어의 거래 관계뿐 아니라, 한 기업 내에서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 간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졌다.

자동차 기업의 경우 연구소는 국내에 두고 디자인센터나 테스트센터는 유럽, 북미 등지에 흩어져, 각 분야의 담당자 간 긴밀한 협조가 필수 조건이다. 단적인 예로, 지방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을 보면, 전국 각지로 흩어진 기관 간에 상시 협업을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셋째, 근무환경이 빠르게 변화(Innovation)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의 이름으로 IT기술을 접목한 산업구조의 변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이 발달하니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사회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한 시대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현상으로 심각해 지는 노동인구의 변화, 최저시급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노동시간 변화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성 향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

참고로, 고용노동부는 '일하는 문화 개선'을 위해 유연근무제인 '재택/원격근무' 정부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알리며, 전체 수백 억대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 경제적 원인(Economic)

위 사회적 원인처럼 경제적 동기에서도, 크게 2가지의 세분화된 트리거(Trigger)가 화상회의의 주목을 끌어내고 있다.

첫째, 고정비 절감이다. 어떤 기업이든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최상의 수익을 얻기를 원한다. 과거 80~90년대 전세계 고성장 시대에는 고정비를 몇배 이상 상회하는 수입으로 고정비 절감에 대해 관대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아시아 경제 위기(우리의 IMF 사례) 이후 2007년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거치며, 기업은 인건비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비용 절감에 집중했고, 이제는 기업의 기본 덕목으로 여기는 경영 문화로 자리잡았다. (개인적으로, 일본 사례로 봐도 인건비를 주축으로 한 고정비 절감이 결코 경제 성장이나 기업 생존에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에 셀프서비스나 날리지베이스(knowledge base)를 통해, 낭비되는 시간과 인적 자원을 최소화하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둘째, 제품의 서비스화다. 위 고정비 감소와 뒤에 기술할 기술적 요인, 그리고 근무 환경 변화가 복합 적용된 결과로, 직접 소유하는 소프트웨어/시스템이 아닌, 필요에 따라 간단히 대응할 수 있는 임대형을 채택했으며, IT솔루션 공급 기업(벤더) 또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서비스 제품으로 빠르게 체질을 개선했다.

이를 테면, 기업 공용 차량을 기업이 직접 구매, 관리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 렌트/리스 전문업체의 차량을 임대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면서, 계약 만료 시 차량을 교체하거나 유지보수를 렌트/리스 업체에 맡겨 처리함으로써 관리비를 절감하는 방법과 같다.

참고로, 알서포트의 경우 우리나라는 구축형 제품과 서비스형 제품 매출이 각각 50%임에 비해, 일본은 서비스 제품 매출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3) 기술적 원인(Technology)

사회적, 경제적 원인은 점진적 변화로 인해 확 드러나지 않지만, 기술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적 원인에 아래의 3가지 기술적 원인이 부가되어 변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첫째, 클라우드(Cloud)의 확산이다. 기업 비즈니스에 필요한 IT시스템을 직접 구매해 설치할 필요 없이, 언제든 확장/축소가 용이한 IaaS(이아스, Infrastructure as a Service) 클라우드와 별도의 설치/관리 작업이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인 SaaS(사스, 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를 통해, 전체 비용은 절감하면서 이용하기도 편리한 IT솔루션이 일반화됐다.

기존의 회의/미팅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출처=알서포트)
기존의 회의/미팅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출처=알서포트)

둘째, 기술 인프라(Technology infrastructure)의 고도화다. 무선통신 4세대 기술인 LTE와 기가비트 네트워크 대중화로 인해 고용량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전송할 수 있게 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하드웨어 또한 대용량 저장매체, 초고속 프로세서 등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공개된 5G 통신 활용 사례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였다.

셋째, 멀티미디어(Multimedia)의 확대다. 이전의 웹은 1차원의 텍스트(문자) 기반에서 2차원 수준의 사진으로 진보했고, 현재는 3차원의 영상 미디어(가상현실 등)가 복합적인 소통 방식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콘텐츠 실시간 전송을 위한 다양한 미디어 압축 방식도 등장하면서, 적은 용량으로도 고화질 콘텐츠를 전송하는 기술도 마련됐다.

화상회의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닌 IT솔루션으로, 새삼스레 최근 들어 '클라우드 웹 화상회의'란 이름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를 알아봤다.

요약하자면, 기업 비즈니스가 세계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업무 영역 간의 협업이 긴밀해지면서 변화하는 근무환경을 저렴하고 손쉽게 이용할 도구가 필요해지자, 기술의 힘을 통한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협업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원인이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협업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게 됐고, 기존의 대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이식한 클라우드 웹 화상회의 솔루션이 적합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2부로 이어짐 - http://it.donga.com/27706

글 / 이주명 (알서포트 글로벌마케팅본부 홍보마케팅 총괄)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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