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 열전] 성공과 실패, 기로에 서있는 고프로의 창업자 닉 우드먼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두 번의 사업 실패 이후 재충전을 위해 세계 여행을 하던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호주 여행을 하며 서핑(파도타기)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길 원했다. 하지만 기존의 디지털카메라 장비로는 만족스러운 영상을 찍을 수 없었다. 너무 크고 무거웠기 때문이다.

닉 우드먼 고프로 CEO
닉 우드먼 고프로 CEO

<2013년 테크크런치 행사에 나와 고프로 액션캠 제품을 알리는 닉 우드먼>

타고난 사업가였던 청년은 여기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익스트림 스포츠 같이 격렬한 운동을 자신의 시점으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자. 작고 가벼우며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카메라는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익스트림 스포츠에 널리 이용되는 개인용 고화질 카메라 '액션카메라(액션캠)'에 관한 아이디어였다.

액션카메라는 머리, 허리, 팔목, 발목 등 사람의 신체나 자전거, 자동차, 행글라이더 등 탈것에 연결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장비다. 사람과 같은 눈높이에서 촬영되기 때문에 시청자는 마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생생함을 바탕으로 유튜브 등 영상 공유 서비스에선 액션카메라로 촬영한 익스트림 스포츠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을 액션캠으로 촬영하는 것도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마션', '벤허' 등 대자본 영화를 촬영할 때에도 액션카메라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두 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에 나선 이 청년의 이름은 닉 우드먼(Nicholas D. Woodman).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액션카메라 브랜드 '고프로(Go Pro)'의 설립자이자 현 최고경영자다.

고프로의 성공 비결, 기존 카메라와는 다른 틈새 시장을 찾다

우드먼은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한 후 고향인 미국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로 돌아와 2002년 고프로를 창업했다. 우드먼이 처음 고안해낸 아이디어는 사실 카메라가 아니라 35mm RF 카메라를 연결할 수 있는 벨트였다. 하지만 35mm 카메라가 너무 크고 무겁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더 작고 가벼우며 입을 수 있는 액션카메라 개발에 나섰다.

2년간 개발을 거쳐 2004년 고프로의 첫 번째 제품인 '고프로 35mm 히어로'가 시장에 출시되었다. 고프로 35mm 히어로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코닥의 필름을 이용하는 아날로그 카메라였다. 대신 익스트림 스포츠 도중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이 개량되어 있었다. 이 제품을 통해 닉 우드먼은 15만 달러 정도의 매출을 거둘 수 있었다.

닉 우드먼 고프로 CEO
닉 우드먼 고프로 CEO

2006년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디지털로 전향한 '고프로 디지털 히어로'를 시중에 출시했다. 사진 촬영뿐만 아니라 짧지만 동영상 촬영 기능까지 갖춘 제품이었다. 이를 통해 매출은 6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어 출시된 디지털3와 디지털 5의 모델의 판매 호조로 고프로의 매출은 34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후 '고프로 히어로'는 고프로를 대표하는 액션카메라 브랜드로 자리잡게 된다.

결정타는 2009년 출시한 '고프로 HD 히어로'였다. HD 히어로는 풀HD 해상도의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강점을 바탕으로 850만 대가 넘게 판매되며 고프로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궈 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2012년 고프로의 지분 8.88%를 2억 달러에 사들였다. 고프로의 가치를 22억 달러로 매우 높게 평가한 것이다. 고프로 히어로2와 히어로3의 성공을 바탕으로 우드먼은 자신감을 얻었다. 회사를 공개(IPO)해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회사의 규모를 확대해 액션캠 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입지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6월 JP모건체이스를 주관사로 선정한 후 나스닥에 상장했다. 주가는 1주당 31.34 달러로 평가되었다.

고프로
고프로

<고프로의 성장을 이끈 액션카메라 히어로>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제조업은 계속 사양세를 그리고 있었다. 나스닥에는 수많은 신생 기업이 등장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업이었다.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되는 제조업 기업은 드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액션카메라를 만드는 고프로가 성공적으로 상장하자 기대감이 커졌다.

그해 10월 고프로의 주가는 1주 당 86달러로, 시가총액은 99억 6000만 달러(약 11조 원)로 치솟았다. 이는 당시 LG전자의 시가총액보다도 높은 수치다. 고프로의 성공 덕분에 고프로 창업 당시 3만 달러에 불과했던 우드먼의 재산은 39억 달러로 증가했다. 1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미국 억만장자들 가운데 가장 어린 인물이 되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우드먼을 40세 이하의 스타 기업인 가운데 1인으로 선정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바로 성공의 비결

우드먼은 자사 제품의 개발자이며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하다. 고프로를 통해 자신의 익스트림 스포츠 경험을 공유하는 등 프로슈머(생산에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드먼은 1975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우드먼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대표주자인 서핑에 빠져들게 되었다. 1997년 UC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에 진학해 비주얼 아트에 대해 배웠다. 사실 UC샌디에이고에 진학한 이유도 조금 비범하다. 미국에서 가장 서핑을 즐기기 좋은 지역인 샌디에이고에서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창업의 땅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난 인물답게 자신만의 기업을 만드는 것에 도전했다. 첫 번째 도전은 2달러 이하의 전자제품을 판매하는쇼핑몰 '엠파워올닷컴(EmpowerAll.com)'이었다. 하지만 창업 자금 부족과 유통망 확보 실패로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회사의 문을 닫아야 했다. 두 번째 도전은 현금 경품을 미끼로 사용자를 모으는 마케팅 플랫폼 '펀버그(Funbug)'였다. 처음에는 제법 반응이 괜찮았으나, 닷컴버블이 사그라들면서 펀버그를 이용하는 기업도 급감했고 결국 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했다.

두 번의 실패는 우드먼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우드먼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3만 달러와 부모님에게 빌린 13만 5000달러를 바탕으로 26살에 고프로를 창업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실한 심정으로 미친듯이 일에 몰입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매일 18시간씩 일했다. 쉬는 날 같은 것은 없었다. 물을 마시는 시간조차 아끼기 위해 물주머니 가방까지 들고다녔다.

닉 우드먼 고프로 CEO
닉 우드먼 고프로 CEO

고프로는 창업 후 한 동안 우드먼의 1인 기업이었다. 운송, 영업, 제품 디자인, 고객지원 등 모든 업무를 자신이 직접 처리했다. 이런 와중에 신 제품 개발도 자신이 직접했다. 몇 시간 동안 일어나지도 않고 앉아서 플라스틱을 주무르며 제품의 기본 설계를 했다. CAD를 다룰 줄 모르기 때문에 샘풀 제품을 손으로 만든 후 이를 중국 공장에 보내 만들어달라고 하기도 했다.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져서 온 제품이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몇 번이고 반품해 납득할 수 있는 품질의 제품이 되도록 했다.

이러한 절실함을 우드먼은 '건설적인 두려움'이라고 표현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공포가 그에게 절실함과 완벽주의를 심어주었다. 투자자들은 우드먼의 이러한 절실함과 완벽주의를 높게 평가했다. 고프로의 주요 투자자 가운데 하나인 리버우드 캐피털의 마이클 마크스는 "우드먼은 엄청나게 열정적이며 저돌적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말한 것을 그대로 실현해 내었다. 우드먼이 이렇게 하겠다고 말하면 그것은 조만간 실현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제일 어린 억만장자라는 타이틀 뒤에는 이러한 노력과 고통이 있었던 것이다.

고프로의 실패 원인,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기술력 부재가 경쟁력 악화로

8일 액션카메라 기업인 고프로는 2017년 4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드론 사업을 중단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체 직원의 20%인 250명을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한데 이어 또 다시 직원을 내보내고 회사 규모를 줄인 것이다.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회사 매각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 주관사였던 JP모건체이스를 고용해 매각을 위한 절차를 밟고 구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실제로 고프로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닉 우드먼은 이에 대한 미국 언론의 질문에 "고프로로 촬영된 영상은 널리 공유되고 있다. 고프로의 신규 사용자를 늘릴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매각 가능성을 시인했다. 회사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우드먼은 자신의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밝혔다. 1달러 연봉은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실리콘밸리의 CEO들이 선택하는 상징적인 옵션이다.

사실 고프로가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것은 지난 5년 동안의 주가 변동만 봐도 알 수 있다. 한때 1주당 86달러에 이르렀던 주가는 꾸준히 하락을 거듭해 3년 6개월이 지난 현재 1주당 6달러에 불과하다. 회사의 시가총액이 1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당연히 2015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희망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유니콘(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꼽혔던 고프로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닉 우드먼 고프로 CEO
닉 우드먼 고프로 CEO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원천기술의 부재', '강력한 경쟁자들의 부상', '대체재의 등장'이다.

액션카메라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쓰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디지털 카메라와 그 구조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 이러한 카메라 관련 원천 기술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나눠 가지고 있다. 특히 소니의 경우 대형 카메라 센서 뿐만 아니라 액션카메라에 쓰이는 소형 카메라 센서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소니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액션카메라에 출사표를 던졌고, 곧 고프로의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었다.

진입장벽 없는 시장서 무기 잃은 고프로

같은 가격대의 고프로 액션카메라와 소니 액션카메라를 비교하면, 소니의 제품이 동영상 화질도 더 뛰어나고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추고 있어 편리했다. 특히 손떨림보정(Optical Image Stabilization) 기능에서 차이가 심했다. 익스트림 스포츠는 격렬한 움직임을 하는 그 특성상 액션카메라가 자주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소니의 액션카메라는 강력한 손떨림보정 기능을 바탕으로 사용자를 끌어들였다. 우드먼과 고프로는 '고프로 히어로4'와 '히어로5'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급 액션카메라를 선보이며 소니의 제품과 맞섰지만 기능과 가격면에서 상대가 되질 않았다.

이렇게 높은 가격대의 고급 제품군에선 소니에게 밀렸다면, 낮은 가격대의 보급형 제품군에선 중국 액션카메라 제조사의 거센 도전을 받아야만 했다. 샤오미, DJI 등 중국의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 드론과의 연동성 등을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했다. 특히 DJI의 진출이 뼈아펐다. DJI는 한때 고프로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었다. DJI의 드론과 고프로의 액션카메라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찰떡궁합'이었다.

하지만 2013년 DJI가 직접 액션카메라 시장에 진출하면서 두 회사의 사이는 틀어졌다. DJI는 이후 액션카메라용 짐벌(카메라의 흔들림을 교정해주는 촬영보조장치)을 출시해 인기를 끄는 등 고프로의 행보에 큰 방해가 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프로는2016년 9월 히어로5와 드론을 결합한 제품인 '카르마'를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드론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회사에서 내놓은 드론은 문제 투성이였다. 배터리 접촉 불량 등 문제가 발생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해야 했고, 이는 모두 고프로에게 부담이 되어서 돌아왔다.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고프로는 결국 올해 초 드론 사업을 정리하고 만다.

DJI는 그래도 고프로의 제품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샤오미, 앤도어, 엘르 등 중국의 저가 액션카메라 업체들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고프로를 괴롭혔다. 저렴한 가격만큼 성능과 품질도 조악했지만,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던 중국 액션카메라 시장에선 그정도 성능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저가 시장에서 고프로의 자리는 없었다.

닉 우드먼 고프로 CEO
닉 우드먼 고프로 CEO

<유튜브에서 고프로 액션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유저. 출처: 유튜브 캡처>

제아무리 경쟁자가 많더라도 액션카메라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면 고프로가 이렇게 힘들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액션카메라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스마트폰의 성능과 생태계가 발전했다는 점이다. 액션카메라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강력한 방수/방진 성능과 튼튼한 액세서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고급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강력한 방수/방진 성능을 갖추기 시작했고, 여기에 이러한 고급 스마트폰을 익스트림 스포츠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짐벌 등 다양한 액세서리가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용자들에겐 액션카메라가 더 유용하지만, 가끔 스릴을 즐기는 일반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심지어 스마트폰은 찍은 영상을 바로 SNS나 유튜브 등에 공유할 수 있어서 편리성마저 액션카메라보다 뛰어났다.

결국 2009년 이후 이어진 액션카메라의 성장세는 한풀 꺾이고 말았고, 이는 곧 업계 1위인 고프로의 위기로 이어졌다. 소니, DJI, 샤오미 등 경쟁사들은 액션카메라가 주력 사업이 아니라 곁가지로 함께 하는 사업에 불과해서 액션카메라 시장 축소가 기업 전체에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고프로는 액션캠과 관련 액세서리만 제조하는 기업이다 보니 시장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고프로 카르마 그립
고프로 카르마 그립

꼭 자신이 다해야만 했을까... 우드먼의 오판

최근 최고경영자의 부적절한 주식 매각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인텔이 전문경영인 체제의 단점을 보여준다면, 고프로는 오너경영 체제의 나쁜 부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고프로의 문제는 하루이틀 된 것이 아니다. 2015년 이후 투자자와 언론을 중심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회사의 주인인 우드먼은 자신의 의도대로만 회사를 운영했다. 제품 다각화, 액션카메라에 치중되어 있는 회사 구조 재편, 경쟁사 인수/합병 등 다양한 옵션이 있었지만,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다. 보통 이렇게 실적이 안좋으면 주주와 투자자들이 회의를 해 기존 CEO 대신 능력있는 CEO를 새로 구할 것이다. 하지만 우드먼은 고프로 전체 투표권의 77%를 보유한 지배 주주(오너)다. 막대한 권한을 바탕으로 새 CEO가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모두 무시할 수 있다. 자신의 회사는 자신이 경영해야 한다는 우드먼의 판단이 고프로에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이 오는 것을 막은 셈이다.

물론 능력있는 오너 경영인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위기의 회사를 다시 살려낸 경우도 많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가장 주목받는 CEO인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만 해도 회사의 위기 때 연봉 1달러만 받고 일해 엔비디아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전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 고프로의 상황을 보면 우드먼이 젠슨 황 같은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마켓워치의 테레사 폴레티(Therese Poletti) 칼럼니스트는 고프로의 현재 상황을 두고 "실리콘밸리에 만연한 설립자 통제에 대한 강박 관념(오너 경영)이 종종 나쁜 결과를 불러오곤 한다. 고프로는 이러한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고프로는 미국 증시(나스닥)에도 거품이 가득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액션캠만 만드는 자그마한 회사가 한때 디스플레이, 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LG전자)보다 시가총액이 더 높은 적도 있었다. 제아무리 시가총액이 기업의 현재 가치가 아닌 미래 가치를 보여준다지만, 그 산정기준에 의구심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우드먼과 고프로는 이제 기로에 서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2번의 실패를 거쳐 성공을 이뤄낸 기업가로 기억될 것이다. 극복하지 못한다면 실패의 쓴맛을 3번 본 사업가로 우리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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