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디스플레이 색 재현율의 새 기준, 컬러볼륨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전문가용 디스플레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양은 색 재현율이다. 우선 색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우리 눈에 바다가 파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태양빛의 수많은 색 중 파란색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이 바다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우리는 이 중 가장 비슷한 색의 물감을 골라 사용할 것이다. 이때 팔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란색 물감의 종류가 더 많으면 실제 바다와 더 비슷한 색깔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물감이 많으면 그림의 색도 실제 색과 더
비슷해진다
사용할 수 있는 물감이 많으면 그림의 색도 실제 색과 더 비슷해진다

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한 바다를 화면에 띄웠을 때 디스플레이가 더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다면 실제 바다와 더 비슷한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색 재현율이란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는 물감과 팔레트라 할 수 있고, 이 색 재현율이 높을수록 사용하는 물감의 수가 많은 셈이다.

그렇다면 디스플레이 색 재현율의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국제조명위원회(CIE)가 1931년에 제정한 CIE 1931이다. 이 기준은 인간이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색상을 수치화한 것으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다양한 색상이 있는 말발굽 모양의 좌표로 표시한다. 색 재현율은 이 말발굽 안에서 얼마나 해당 디스플레이가 얼마나 많은 범위를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CIE 1931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색을 수치화한
그래프다
CIE 1931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색을 수치화한 그래프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sRGB 같은 색 공간 역시 CIE 1931 좌표 내에서 삼각형 형태로 표시된다. 예를 들어 모니터 스펙 중 sRGB 100%라는 말은 CIE 1931 내부에 있는 sRGB 삼각형에 포함된 모든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Adobe RGB, DCI-P3 같은 색공간도 CIE 1931 내부에 존재한다. sRGB 100%라 할지라도 사실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전체 색상의 일부밖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풍부한 색을 표현하는 Adobe RGB나 헐리우드영상협회 규격인 DCI-P3 등도 등장한 것이다.

sRGB, Adobe RGB 등의 색 공간은 CIE 1931 그래프 내에
존재한다
sRGB, Adobe RGB 등의 색 공간은 CIE 1931 그래프 내에 존재한다

하지만 UHD 해상도나 HDR 같은 기술이 등장하면서 색 재현율이라는 기준이 나가야 할 방향과 목표도 달라졌다. CIE 1931은 2차원 그래프로 표시해 단순한 색상만 나타낸다. 따라서 밝기에 따른 색상 변화를 그래프로 표시할 수 없다. 실제로 지금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자. 우리 눈은 빛이 비추는 부분과 그림자가 있는 부분의 색을 구분할 수 있지만, CIE 1931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기존 sRGB나 Adobe RGB 같은 색공간도 디스플레이를 일정 밝기로 유지한 상태에서 색상을 측정한다.

우리가 실제로 보는 색과 동일한 색을 디스플레이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색 재현율에 밝기를 더한 3차원 그래프가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기준은 이미 지난 1976년에 완성돼 있었다. CIE 1931에 밝기를 더해 3차원 그래프로 확장한 CIE 1976 Lab이다.

CIE 1976 Lab은 CIE 1931에 '밝기'라는 개념을
더했다
CIE 1976 Lab은 CIE 1931에 '밝기'라는 개념을 더했다

우선 아래 사진을 보자. 이 사진은 Lab 색 공간에서 sRGB 영역만을 표시한 것으로, 각각의 밝기는 75, 50, 25다(Lab 색 공간은 밝기를 1~100으로 표현한다). 이 각각의 2차원 그래프를 3차원 공간에 놓고 어두운 것을 아래로, 밝은 것을 위로 보내면 마치 입체 도형 같은 3차원 그래프가 완성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sRGB는 CIE 1931의 아주 일부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3차원 기준인 Lab 색 공간에서도 차지하는 '부피'가 작다.

CIE 1976 Lab에서 sRGB가 밝기에 따라 차지하는
영역
CIE 1976 Lab에서 sRGB가 밝기에 따라 차지하는 영역

밝기를 더한 3차원 그래프에서는 새로운 평가 방식도 등장했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가 내놓은 '컬러볼륨(부피) 재현능력 평가법'이다. 컬러볼륨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사용하는 표준 색 공간인 DCI-P3에 밝기를 더해 3차원 그래프로 바꾼 기준이다. HDR 처럼 밝기와 관련한 기술이 디스플레이의 주요 기술로 떠오른 만큼 이러한 평가 방식이 필요한 이유도 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CES 2017에서 선보였던 TV 신제품을 독일 인증기관인 VDE(Verband Deutscher Elektrotechniker)를 통해 컬러볼륨 100% 구현을 인증 받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컬러볼륨은 DCI-P3에 밝기를 더한 개념이기 때문에 컬러볼륨 100%라도 Lab 색 공간의 전체 영역을 표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기존 DCI-P3로 측정한 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명암 표현 처럼 전체적인 색상의 깊이감을 준다.

DCI-P3를 3차원 그래프로 바꾼 컬러볼륨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색 재현율 측정 기준이 될
전망이다
DCI-P3를 3차원 그래프로 바꾼 컬러볼륨은 새로운 디스플레이 색 재현율 측정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미 디스플레이를 크기나 해상도로 평가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의 선두 기업이 새로운 기준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향후 많은 기업이 기존의 2차원 색 재현율 대신 3차원 색 재현율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Lab 색 공간 전체를 표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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