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호갱 탈출] 더 빠른 LTE 속도 필요할까?
[IT동아 김태우 기자] 지난 4월 20일 SK텔레콤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갤럭시 S8에서 약 700Mbps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고 알렸습니다. 게다가 연내에는 900Mbps까지 속도를 끌어 올리고, 내년 초에는 무려 1Gbps 속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LTE 서비스 후 이통사의 속도 전쟁은 엄청 치열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속도 이야기가 드물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잊을 만 하면 속도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젠 지겨울 때도 되었는데 말이죠.
어떻게 구현했나?
SK텔레콤은 이번에 어떻게 700Mbps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한 것일까요? 기술적으로는 쉽지 않은 방법이지만, 원리는 무척 간단합니다. SK텔레콤은 현재 총 5개의 LTE 주파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통사 중에서는 가장 많은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3개는 일반 LTE이고, 2개는 광대역 LTE입니다.
일반 LTE 주파수는 업 링크, 다운 링크 각각 10MHz의 대역폭을 지닙니다. 광대역 LTE는 2배인 20MHz가 됩니다. 여기서는 다운로드 속도만 살펴보겠습니다. 업로드 속도는 엄청 더디게 발전되고 있으며, 이통사는 90%를 다운로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MHz의 대역폭에서 LTE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75Mbps입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10미터 폭의 1차선 도로에서 1초 동안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공의 개수가 75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20MHz의 속도는 어떻게 될까요? 1차선 도로가 2개이니 한 번에 150개를 보낼 수 있겠죠. 20MHz의 대역폭을 지닌 광대역 LTE에서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150Mbps가 됩니다.
그런데 작년 이통사는 일제히 쾀256 기술을 네트워크에 적용합니다. 이 기술 덕에 보낼 수 있는 공의 수가 33% 더 많아집니다. 1차선 도로에서 약 100개의 공을 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10MHz의 대역폭에서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로 빨라집니다.
도로의 폭이 넓어질수록 속도는 빨라집니다. 문제는 최대로 만들 수 있는 폭이 20MHz인 광대역 LTE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나온 기술이 'CA(Carrier Aggregation,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입니다. 서로 다른 도로를 묶어서 마치 하나처럼 만들어 줍니다. 주파수를 많이 묶을수록 속도는 빨라집니다.
▲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출처 = SKT)
지금까지는 3개의 주파수를 묶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갤럭시 S8이 나오면서 SK텔레콤은 처음으로 5개의 주파수를 묶었습니다. 4개는 건너뛰었습니다.
앞서 SK텔레콤 주파수는 광대역 LTE 2개, 일반 LTE 3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5개의 주파수를 묶으면, 20MHz + 20MHz + 10MHz + 10MHz + 10MHz = 총 70MHz의 다운로드 대역폭을 만들게 됩니다. 700Mbps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뜬금없는 5밴드CA
조금 희한한 건 4밴드CA가 아니라 5밴드CA를 먼저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순서상 4밴드CA가 먼저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퀄컴이 최근에 내놓은 스냅드래곤 835는 4밴드CA만 지원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8895는 5밴드CA를 지원합니다. 국내 출시되는 갤럭시 S8에는 엑시노스 8895가 들어갑니다.
현재 국내 이통사 중에서 SK텔레콤만 유일하게 5개의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5밴드CA를 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5밴드CA 지원은 다소 의외입니다.
▲ SKT는 이번 700Mbps 속도 구현을 4.5G로 부르고 있다 (출처 = SKT)
5밴드CA는 LTE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6밴드CA는 없다는 말입니다. 2016년 5월 SK텔레콤 최승원 인프라전략본부장은 2018년에 5밴드CA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년이나 빨리 5밴드CA를 구현한 것입니다.
SK텔레콤은 향후 속도를 더 끌어 올릴 계획인데요. 재밌는 건 800Mbps 속도는 4밴드CA로, 900Mbps 속도는 3밴드CA로 만들게 된다는 점입니다.
700Mbps 쓸모 있나?
700Mbps의 속도는 이론적인 최대 다운로드 속도입니다. 기지국 바로 아래서 주변에 아무도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없다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사용에서는 나올 수 없는 속도입니다.
전파 손실, 트래픽, 망 QoS 등 여러 변수로 인해 최대 다운로드 속도에 훨씬 못 미치는 속도가 나옵니다. 실제 속도는 대략 절반 정도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는 500Mbps나 700Mbps나 별 의미는 없습니다. 이미 충분히 빠른 속도이고, 현재의 속도 때문에 사용이 어려운 서비스도 없습니다. 체감상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SK텔레콤은 연내 900Mbps 속도까지 구현하고, 내년에는 1Gbps 이상으로 올릴 계획입니다.
왜 속도 올릴까?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도 더는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왜 속도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앞서 속도를 설명하면서, 주파수를 묶어 도로를 확장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 LTE를 시작했을 다운 링크의 대역폭은 고작 10MHz였습니다. 하지만 5밴드CA에서 대역폭은 70MHz나 됩니다.
도로에 자동차가 늘어나면 엄청나게 막히게 됩니다. 그래서 도로를 계속해서 늘려줍니다. 이동통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이들이 쓰는 데이터 사용량도 증가합니다. SK텔레콤은 2016년 한 해 동안의 트래픽이 1엑사바이트를 넘겼다고 합니다. LTE 가입자가 일정 이상 되면 데이터 폭증은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여전히 매년 40%씩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이통사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SK텔레콤을 씁니다. 이들이 쾌적하게 이동통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트래픽으로 정체되지 않게 도로를 계속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5밴드CA도 속도가 아닌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LTE에서 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은 더 많은 도로를 확충해 쾌적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해준다는 뜻입니다.
SK텔레콤은 향후 로드맵도 공개했는데요. 무작정 속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트래픽 추이를 면밀히 보면서 적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KT와 LG유플러스 또한 이런 이유로 속도 향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SKT 향후 로드랩 (출처 = SKT)
과거엔 이통 3사 모두 더 빠른 LTE 속도를 전면에 내세우곤 했습니다. 당시엔 속도 마케팅이 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통사별 속도 차이가 큰 의미 없습니다. 속도로 이통사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속도보단 품질을 들여다볼 때입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