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Hz 모니터 전성시대, 이유는?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최근 주사율이 144Hz에 이르는 고주사율 모니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니터 전문 업체 벤큐코리아의 관계자는 "현재 벤큐코리아의 전체 모니터 판매량 가운데 144Hz 고주사율 모니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30~40%에 이른다"며, "144Hz 모니터의 판매량이 작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144Hz
144Hz
<삼성전자의 144Hz 게이밍 모니터>

144Hz 모니터란?

주사율이란 화면이 1초에 보여줄 수 있는 정지 이미지의 수다. 프레임레이트(프레임)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LCD(LED 포함) 모니터는 60Hz의 주사율을 갖추고 있다. 1초에 60개의 정지 이미지를 보여줘서 동작(애니메이션)을 표현하는 것이다.

144Hz는 기존 모니터의 한계를 뛰어넘어 1초에 144개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다.

1초에 보여줄 수 있는 정지 이미지의 수가 더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이 더욱 자연스럽게 보인다. 딱딱하게 끊겨 보였던 움직임이 더욱 실제와 가까워진다.

주사율은 높으면 높을 수록 좋다. 인간의 눈은 높은 주사율을 모두 정상 인식한다. 높은 주사율의 모니터와 콘텐츠를 보다가 낮은 주사율의 모니터와 콘텐츠를 보면 애니메이션이 뚝뚝 끊겨 보인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패널과 AD보드의 기술 한계 탓에 모니터의 주사율은 지난 20년 동안 60Hz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이용해 PC 게임을 즐길 경우 내부 주사율(프레임레이트)이 60을 넘는 경우가 많다. 플래그십 그래픽 카드인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80을 이용할 경우 최신 3D 게임도 150~180 내외의 주사율을 보여준다. 모니터의 주사율은 60Hz에 머무르고 있는데 PC에서 송출한 그래픽 데이터는 180Hz에 이르니, 둘의 불일치 때문에 화면이 찢어지는 현상도 종종 나타났다(이를 테어링 현상이라고 부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송출하는 그래픽 데이터를 강제로 60Hz로 고정시키는 수직 동기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60Hz를 뛰어넘는 고주사율 모니터가 시장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고주사율 모니터는 120Hz, 144Hz, 165Hz 등 다양한 주사율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144Hz 모니터가 가장 보편적인 제품이다.

화면 주사율을 144Hz로 설정하는 모습
화면 주사율을 144Hz로 설정하는 모습

인기의 비결은 '오버워치'

모니터 업계 관계자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144Hz 모니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FPS(일인칭 슈터) 게임 '오버워치'다.

빠른 반응속도를 요구하는 FPS 게임과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144Hz 모니터는 '찰떡궁합'이다. 144Hz 모니터로 게임을 즐기면 사물의 움직임이 기존의 2배 이상 부드러워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화면을 격렬하게 움직여야 하는 FPS(일인칭 시점 슈팅) 게임을 즐길 경우 차이를 더욱 명백히 느낄 수 있다. 오버워치의 경우 대부분의 상위권 플레이어들이 144Hz 모니터를 이용하고 있으며, 프로게이머간의 대회도 144Hz 모니터로 진행하고 있다(심지어 한 오버워치 대회의 경우 144Hz 모니터 대신 60Hz 모니터로 예선을 진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벤큐 게이밍 모니터팀(조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가 144Hz 모니터 인기의 비결인데, 국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자리를 오버워치가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널 양산으로 가격 대폭 하락

작년 상반기만 해도 144Hz 모니터의 가격은 24인치를 기준으로 70만~80만 원을 호가했다. 같은 크기의 일반 모니터보다 최대 5배 가까이 비쌌다. 그 탓에 144Hz 모니터를 구매하고 싶어도 가격 장벽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는 게이머들이 많았다. 게다가 144Hz 모니터 대부분이 반응속도 때문에 시야각과 색감이 떨어지는 TN 패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일반 사용자가 구매를 꺼리는 요소였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144Hz 모니터를 위한 LCD 패널이 대량으로 양산됨에 따라 144Hz 모니터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현재 24인치 144Hz 모니터는 20만 원대 후반, 27인치 144Hz 모니터는 30만 원대 초반, 32인치 144Hz 모니터는 30만 원대 후반에 구매할 수 있다. 일반 모니터와 가격 차이가 불과 5만~10만 원밖에 나지 않는다. 이렇게 144Hz 모니터의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이노룩스(치메이)에서 제작한 144Hz용 커브드(휘어있는) PVA 패널이 시중에 대량으로 풀려서다.

이노룩스는 자사 PVA 패널의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모니터 제작 업체들에게 매우 저렴한 가격에 PVA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PVA 패널은 IPS 패널과 비교해 색감이 칙칙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빛샘이 적고 TN 패널과 달리 광시야각을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어 중간 가격대 모니터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AMH, 32인치 게이밍 모니터 A329CUV
144.
AMH, 32인치 게이밍 모니터 A329CUV 144.
<이노룩스에서 공급한 패널을 쓴 144Hz 모니터는 풀HD 해상도 커브드 PVA 패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최근 144Hz를 지원하는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하며 고주사율 모니터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두 회사는 자사 제품이 PLS(PVA 패널의 개량 방식), IPS 등 고급 LCD 패널을 이용한다는 점이나 21:9 화면비를 지원한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게이머와 PC방 업주를 동시에 공략할 계획

현재 144Hz 모니터의 구매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좀 더 뛰어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길 원하는 게이머다. 60Hz 프레임 제한이 걸려있는 과거의 게임과 달리 요즘 게임들은 대부분 프레임 제한이 풀려있다. 144Hz 모니터와 초고사양 PC를 갖추면 더욱 부드러운 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70 이상의 고급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는 게이머 대부분이 144Hz 모니터(부드러움 중시) 또는 4K 모니터(화질 중시)를 함께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방 업주들도 이용 중인 일반 모니터를 144Hz 모니터로 교체하고 있다. PC방 이용자들이 144Hz 모니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한 PC방 업주는 "많은 손님이 오버워치를 쾌적하게 즐기기 위해 144Hz 모니터를 찾고 있다. 현재 시범적으로 10대를 들여놨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 점진적으로 모든 모니터를 144Hz 모니터로 교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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