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문화를 '색-맛-촉-소리-향-이야기'로 재해석하는 사람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문규 기자] 전세계에 소개되는 한국문화로 'K-Food', 'K-Fashion', 'K-Beauty', 'K-ICT' 등의 'K 시리즈'가 유행이다. 하지만 한국을 상징하는 정체성이 모호한 상태로 'K'자만 붙힌다고 되는 게 아니다. 공감대가 약한 대중과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표준을 정립하고, 대중문화와의 적절한 균형도 유지해야 한다. 한국문화의 표준이 정립되면 이를 토대로 재료나 기준, 규격 등의 기준을 만들어 다른 산업과 유연하게 융합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전통문화 표준화 작업에 두 젊은이가 뛰어 들었다. '브랜드건축가' 김정민 대표와 '전통예술디렉터' 조인선 디렉터다. 이들은 한국을 상징하는 한국 전통문화를 한복, 한식 등의 완성품이 아닌, 이를 구성하는 원천 재료에 주목하고 '한국의 색', '한국의 맛', '한국의 촉', '한국의 소리', '한국의 향', '한국의 이야기' 등 총 6개의 재료로 나눴다. 기존의 완성품은 하나의 결과물에 머무르지만, 이 6개의 재료는 조합 방식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브랜드건축가 김정민 대표(왼쪽)와 전통예술디렉터 조인선
디렉터(오른쪽)
브랜드건축가 김정민 대표(왼쪽)와 전통예술디렉터 조인선 디렉터(오른쪽)

우선, '한국의 색'은 한국인을 의미하는 백색과 상생을 의미하는 오방색을, 팬톤(PANTONE) 사가 제안하는 컬러 트렌드와 융합해 현대 감각의 '무채색(Achromatic color, 無彩色)'으로 재해석했다. 무채색은 백색에서 회색을 거쳐 흑색에 이르는 채색이 없는 물체색(物體色)으로, 색상이나 채도는 없지만 명도 차이만으로 색 감각이 연출된다.

'한국의 맛'은 '고소', '구수', '담백' 등 한국 '고유의 맛'과 김치, 된장, 마늘 등의 식품으로부터 '유래된 맛'으로 구분해 한국음식의 콘셉트로 활용되도록 구성했다. 또한 현대인의 식생활 패턴을 고려해 디자인 요소를 강조한 '미니멀한 플레이팅'과 '코리안 쿠진(Korean Cuisine)'도 제안했다.

'한국의 촉'은 한국전통 문양을 통한 '시각적 질감'과 금속재, 토재, 종이재 등의 '촉각적 질감'으로 구분해 다른 산업 분야에 디자인소재로 활용하도록 했다.

'한국의 향'은 우리 조상들이 신체나 주변 환경의 악취를 덮는 실용 목적으로 시작하여, 공양, 방향, 정화, 방충, 치료 등의 용도로 쓰인 것을 참고해 향의 다양한 쓰임새에 초점을 맞췄다. 동서양 모두 향의 어원이 '연기를 피운다'는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문화적 공감대가 높으리라 기대한다.

'한국의 소리'는 단순히 국악 하나에 머무르지 않고, 물방아소리, 풀벌레소리 등 의 한국 자연과 일상을 담은 다양한 울림과 조합함으로써 한국 소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또한 일상 공간을 한국 소리와 살아있는 한국 콘텐츠로 채운 신개념의 공간 연출 트렌드도 제시했다.

끝으로, '한국의 이야기'는 한국의 드라마, 영화, 게임, 방송 예능 프로그램 등에 원천 스토리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국의 구전, 민담, 전래동화, 근대소설 등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정립했다.

한국전통문화의 표준화
한국전통문화의 표준화

조인선 디렉터와 김정민 대표는 한국 전통문화를 두고 보존과 계승이 아닌, 융복합 문화 콘텐츠의 축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통문화콘텐츠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인선 디렉터는 '전통은 진화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2013년부터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대중화하는 '모던한(modern韓)'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년 동안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100회가 넘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했고, 150여 명의 전통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재구성하고 있다. 김정민 대표는 브랜드를 설계하고, 문화를 브랜드로 재해석해 대중과 소통하는 전문가로, 2년 전부터 조인선 디렉터와 함께 전통문화콘텐츠 표준화 작업을 준비했다.

두 전문가는 전통문화 콘텐츠 표준안 발표 이전부터 작년 말 한국의 소리와 서양의 전자음악(EDM, Electronic dance music)을 접목한 '모던한' 앨범을 발표했으며, 지난 추석에는 한국전통문화의 수준을 한차원 높힌 '코리안라운지(Korean Lounge) 프로젝트'를 개최했다.

한편 두 전문가는 오는 10월 22일 토요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내 창업지원공간인 '에이큐브'에서, 청소년과 대학생, 청년 스타트업 인들을 대상으로 '아티스트 스타트업 톡' 토크쇼를 진행한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1인 창작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아티스트 창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티스트 비즈니스'를 주제로 김정민 대표, 조인선 디렉터를 비롯해, 현재 중국 왕홍(網紅)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뚱뚱(韩国东东)'도 함께 해 아티스트 창업 정보를 공유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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