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칼 자이스 위를 노린다, 소니 지 마스터 렌즈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각 카메라 렌즈들은 자신의 특성을 가진 렌즈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니콘의 니코르(NIKKOR), 캐논의 L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다른 유명 렌즈 제조사의 이름을 빌려 쓰는 경우도 있다. 라이카를 전면에 내세운 파나소닉 같은 경우가 그렇다.

반면, 자체 렌즈 브랜드가 있음에도 유명 렌즈 제조사를 앞세운 경우도 있다. 소니가 그 중 하나였다. 지난 2006년, 알파 브랜드를 선보인 소니는 캠코더나 소형 카메라 등에 쓰던 G 렌즈가 있었지만 칼 자이스(Carl Zeiss)를 통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미러리스가 주력인 지금의 소니는 여전히 칼 자이스 렌즈가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35mm 필름에 준하는 면적의 이미지 센서를 뜻하는 풀프레임 시대에 들었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G 렌즈의 수는 늘었지만 프리미엄의 자리는 늘 칼 자이스였다. 자체 생산하는 렌즈가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2016년, 소니의 전략은 크게 바뀌는 듯 하다. 바로 ‘지 마스터(G Master)’의 등장 때문이다.

소니 지 마스터 렌즈.
소니 지 마스터 렌즈.

소니 지 마스터 렌즈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히 더 좋은 지(G) 렌즈를 뜻하기도 하지만 앞을 내다보면 칼 자이스로부터의 ‘독립’을 뜻하기도 하니 말이다.

표준 줌렌즈 - SEL2470GM

SEL2470GM(FE 24-70mm f/2.8 GM), 지마스터 렌즈 중 표준 초점거리 영역을 담당한다. 24-70mm의 초점거리가 제공되고 조리개는 전 영역 f/2.8 고정이다. SEL2470Z, 칼 자이스 바리오-테사(Carl Zeiss Vario-Tessar) T* 24-70mm와 같은 초점거리를 제공한다. 대신 칼 자이스 렌즈는 전 영역 f/4 조리개 사양으로 지마스터 렌즈가 더 밝은 조리개를 갖는다.

SEL2470GM을 일반 E 마운트 렌즈와 비교하면 크기가
엄청나다.
SEL2470GM을 일반 E 마운트 렌즈와 비교하면 크기가 엄청나다.

이 렌즈의 등장으로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f/2.8 조리개 값의 표준 줌렌즈가 더해진 점은 긍정적이다. f/4 조리개로 만족하지 못했을 사진사는 분명 존재했을 테니까.

기자가 실제로 접한 SEL2470GM의 크기는 엄청나다. 필터 지름은 82mm, 길이는 약 136mm 정도다. 무게는 886g에 달한다. 실제 손에 쥐어 보니 묵직한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측면에 새겨진 주황색 G 로고는 이 렌즈가 새로운 일원임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렌즈의 마감은 뛰어나다. 디자인 또한 여느 소니 렌즈들과 다르지 않다.

SEL2470GM은 880g 가량의 무게로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한 느낌을
전달한다.
SEL2470GM은 880g 가량의 무게로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한 느낌을 전달한다.

초점거리는 렌즈 중앙에 있는 줌링을 통해 조작하고,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망원 영역으로 이동한다. 대물렌즈 쪽에는 초점링이 자리하고 있다. G 로고 아래에는 버튼이 하나 있는데, 초점을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원하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춘 다음, 버튼을 누르면 아무리 반셔터를 눌러도 반응하지 않는다.

렌즈는 망원으로 이동하면서 대물렌즈가 길게 돌출되는 구조다. 렌즈를 길게 만들어 경통이 나오지 않는 구조라면 어떤 상태로 놓아도 상관은 없다. 반대로 돌출 구조는 대물렌즈가 아래를 향했을 때, 중력의 힘으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코(대물렌즈)가 길게 나오는 일이 생긴다. 이를 막고자 렌즈 우측에는 줌 고정 스위치가 있다. 최대 광각에서 스위치를 내리면 아무리 흔들어도 코가 나오지 않는다.

준망원 단렌즈 – SEL85F14GM

SEL85F14GM(FE 85mm f/1.4 GM)은 지마스터 렌즈 중 현재 유일한 준망원 영역을 담당한다. 85mm의 초점거리로 인물 촬영에 적합하다. 24-70mm 렌즈는 같은 초점거리의 칼 자이스 렌즈가 있었지만 이 렌즈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별개로 알파마운트에는 SAL85F14Z(Carl Zeiss Planar T* 85mm f/1.4 ZA)가 있다.

SEL85F14GM은 밝은 조리개로 인해 남다른 크기를
자랑한다.
SEL85F14GM은 밝은 조리개로 인해 남다른 크기를 자랑한다.

이 렌즈가 합류하면서 FE 마운트는 35mm, 55mm, 85mm 3가지 단렌즈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 향후 광각 단렌즈(28mm 이하)가 추가되면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전망이다.

확실히 밝은 조리개 값을 갖춘 렌즈이기에 덩치는 크다. 77mm 필터를 사용할 수 있고 무게는 820g 가량이다. 길이 107.5mm로 어지간한 DSLR 카메라의 85mm f/1.4 렌즈와 유사하다.

SEL85F14GM의 무게는 820g
가량이다.
SEL85F14GM의 무게는 820g 가량이다.

줌렌즈가 아닌 단렌즈이기에 줌링은 없다. 대신 초점링은 존재한다. 재미 있는 부분은 렌즈 마운트 앞에 조리개 링이 있다는 것. 시계방향으로 끝까지 돌리면 카메라로 조절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촬영자가 직접 조리개를 설정하는 구조다. 옛 카메라 렌즈의 향수를 안겨주는 부분은 장점이라 하겠다.

이 외에 측면에는 초점 고정 버튼과 해당 기능을 쓸지 여부를 결정하는 스위치 등을 달아 넣었다. 여러모로 편의성과 마무리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칼 자이스 위협하는 화질과 성능

두 렌즈를 가지고 촬영을 진행했다. 카메라는 A7RM2가 쓰였다. 수동 촬영(M) 모드에서 최대한 동일한 화질을 얻기 위해 감도는 ISO 100으로 통제했다는 점 참고하자. 카메라는 삼각대에 단단히 고정했기 때문에 조리개 변경에 따른 셔터 속도 변화는 존재한다. 두 렌즈는 각각 최대 개방과 함께 f/16, f/8 등 조리개를 열거나 조여가며 사용했다.

A7RM2와 SEL2470GM으로 촬영한 결과물. 조리개 값 f/8 정도면 최고의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
A7RM2와 SEL2470GM으로 촬영한 결과물. 조리개 값 f/8 정도면 최고의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

먼저 SEL2470GM의 결과물을 보자. 70mm 초점거리와 조리개 f/8로 설정해 촬영한 것으로 100% 확대하면 나뭇잎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의 표현력을 자랑한다.

조리개 값 f/2.8과 f/16을 비교한 이미지. 중앙부 주변의 흐림 정도를
참고하자.
조리개 값 f/2.8과 f/16을 비교한 이미지. 중앙부 주변의 흐림 정도를 참고하자.

최대 개방과 f/16으로 설정했을 때의 이미지도 함께 보자. 디테일함을 경험하고 싶다면 f/8~13 사이에서 뛰어난 만족감을 보여준다. 최대 개방 조리개 상에서의 화질도 나무랄 곳 없다. 오히려 최대 개방에 따른 심도 표현 때문에 구도를 잘 잡는다면 입체감 넘치는 결과물을 기록할 수 있다.

이 렌즈는 13군 18매 구성이다. 여기에 소니가 개발한 XA(eXtreme Aspherical) 렌즈와 ED 렌즈, 슈퍼 ED 렌즈를 각 1매씩, 비구면 렌즈는 2매를 넣었다. 전면에는 나노 AR 코팅을 씌워 빛은 많이 통과시키면서 난반사를 억제하기도 했다. 코팅 기술은 지 마스터 85mm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XA 렌즈는 렌즈 표면(교차구역)을 0.01 미크론 이내로 억제해 화질을 극대화한 구조다. 일반적인 렌즈는 아무리 잘 깎아도 면이 일정할 수 없다. 이를 최대한 평평하게 깎는 것이 기술인 셈이다. 이 결과, 빛 망울의 형체를 흐릿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된다.

A7RM2와 SEL85F14GM으로 촬영한 결과물. 조리개 값 f/8로 촬영한 것으로 중앙부의 질감 표현을
참고하자.
A7RM2와 SEL85F14GM으로 촬영한 결과물. 조리개 값 f/8로 촬영한 것으로 중앙부의 질감 표현을 참고하자.

SEL85F14GM도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85mm의 초점거리에 최대 개방 f/1.4 조리개 값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위 결과물은 f/8의 조리개로 설정해 촬영한 것으로, 중앙부의 나무 주름이 선명하게 묘사될 정도다.

SEL85F14GM의 최대/최소 개방을 비교한 이미지. 중앙부 주변의 흐림 정도를
참고하자.
SEL85F14GM의 최대/최소 개방을 비교한 이미지. 중앙부 주변의 흐림 정도를 참고하자.

최대 개방과 f/16 조리개 값의 결과물을 각각 비교해 봤다. 이 렌즈에서 f/16은 최소 개방 값이다. 하지만 f/8 이후부터 이어지는 선명함을 최대한 유지해 주는 인상이다. 사실,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최대 개방에서의 화질과 배경날림 효과다. 초점이 맞은 곳의 화질은 살리면서도 그 주변 영역을 자연스럽게 뭉개는 능력이 뛰어나다. 인물 촬영이 잦은 촬영자라면 구미가 당길 수준이라 판단된다.

SEL85F14GM은 8군 11매 구조다. 여기에서 XA 렌즈 1매, ED 렌즈 3매가 포함된다. 조리개는 11매인데, 거의 원형으로 만들어 자연스러운 빛망울(보케)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두 렌즈 모두 측거 성능이나 소음은 소니 렌즈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조용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하지만 특정 영역에서 초점 검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 이는 렌즈의 문제가 아니라 카메라 초점 검출 알고리즘의 한계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화질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기는 하는데...

G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렌즈에서 소니판 칼 자이스 이상의 무언가를 엿볼 수 있었다. 화질은 물론이고 성능까지 뛰어나, 칼 자이스라는 이름을 잊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만큼 희생하는 것도 많았다. 바로 무게와 가격이다. SEL2470GM은 279만 9,000원, SEL85F14GM은 224만 9,000원이다. 이 정도면 A7M2는 거뜬히 구매하고도 남을 정도다. 참고로 A7M2의 가격은 209만 9,000원이다.

그러니까 카메라 본체에 저 렌즈 두 개를 모두 구매하면 700만 원 이상이 소요된다. 어지간한 중급 DSLR 카메라에 렌즈를 구성한 것과 맞먹는 가격이다.

소니 지 마스터 렌즈.
소니 지 마스터 렌즈.

이 뿐만 아니라, 소니는 두 지 마스터 렌즈를 선보이면서 화질과 경량화는 결코 양립할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되었다. 두 렌즈의 무게는 모두 800g을 상회한다. 85mm 렌즈의 예로 동일한 사양의 니콘 렌즈가 약 600g, 캐논은 1kg 이상이지만 조리개 값은 이보다 밝은 f/1.2다. 그러니까 냉정하게 보면 결국 화질과 밝은 조리개 값 사이에서 이룰 수 있는 무게인 셈이다. 카메라 본체는 줄일 수 있어도 렌즈는 그러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본체도 풀프레임으로 와서는 중급 DSLR 카메라들과 많아 봐야 200g 정도 차이를 보인다. 크기가 중하다 해도 렌즈가 저렇게 커서는 그 의미가 퇴색된다고 보는게 맞겠다.

지 마스터 렌즈의 진정한 의미는 따로 있다. 소니 카메라가 칼 자이스에 얽매여 있지 않다는 것. 그것이 없어도 충분히 독자적인 고성능 렌즈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소니가 그들과 거리를 둔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칼 자이스가 품고 있는 역사와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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