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00만 원짜리 노트북이 필요한 이유? 레노버 씽크패드 P50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문규 기자]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형태의 노트북이 저마다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1kg 미만의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그보다 큰 노트북은 마치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 마치 저사양/저가 노트북인 듯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다. 이는 마치, 최고 연비를 자랑하는 경차가 인기를 끄니,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경차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판단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자동차에도 용도별, 성능별, 수준별 차량이 각각 따로 있는 것처럼, 노트북도 용도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비즈니스 노트북의 일반명사 '씽크패드(Thinkopad)'의 거대한 노트북 'P50'은, 무게는 2.5kg이 넘고 두께도 2.5cm 정도다. 누가 봐도 요즘 대세인 슬림 노트북, 울트라북, 투인원 노트북 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화면 크기는 15.6인치. 노트북이라기 보다 데스크북이라 할 만큼 크고 묵직하고 육중하다. 물론 그럴 필요가, 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레노버 씽크패드 P50 시리즈
레노버 씽크패드 P50 시리즈

씽크패드 P50은 일반 사용자가 사용할 일반 용도의 노트북이 아니다. 좀더 전문적인, 좀더 세부적인, 좀더 성능 집약적인 업무 처리를 위한 특목(특수목적) 노트북이다. 앞서 자동차 예를 다시 들자면, 대형 덤프트럭의 힘과 성능을 SUV 크기의 차량이 발휘하도록 한 셈이다.

이에 따라 P50은 일반 노트북과는 사양과 성능에서 격을 달리 한다. 일반 노트북에 비해 크기가 큰 만큼 막강한 사양을 탑재했다. 본 리뷰에 사용된 P50(모델명: 20ENCTOd)은, CPU도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 등에 들어가는 '제온(Xeon)' 프로세서를, 메모리도 무려 32GB를, 저장장치는 SSD 1TB를, 그래픽 칩셋은 그래픽 전문 작업용 '엔비디아 쿼드로(Quadro)' 등을 달고 있다. 물론 이런 사양은 특수 용도의 노트북답게 필요한 만큼,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레노버 홈페이지에서 CPU,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 원하는 사양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제온 프로세서를 장착한 씽크패드 P50
제온 프로세서를 장착한 씽크패드 P50

<씽크패드 P50는 서버용 제온 프로세서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 사양 외에 P50은 4K 디스플레이(최대 해상도 3,840 x 2,160)를 비롯해, 전문가용 모니터에만 적용되는 컬러 미세 조정 기능(칼리브레이터), 고속 저장장치나 고해상도 모니터 등을 연결하는 썬더볼트 단자도 지원된다. 100여 종의 전문 소프트웨어(포토샵, 3D Mark, CAD 등)의 안정적 실행을 보장하는 ISV 인증도 받았다. 이런 거대한 사양은 응당 커다란 데스크탑으로 구성한 워크스테이션에나 어울릴 법한데, P50은 2kg 남짓한 노트북에 모두 잡아 넣었다. 휴대는 쉽지 않아도 이동은 얼마든지 가능한 워크스테이션이다.

씽크패드 P50 후면 단자
씽크패드 P50 후면 단자

<전문 작업을 위해 제공되는 후면의 여러 입출력 단자>

실제로 리뷰어는 이 P50을 한달 간 백팩으로 짊어지고 다니며 사용했다. 당연히 1kg 내외의 슬림 노트북보다는 훨씬 무겁다(백팩을 한쪽 어깨로만 메기가 힘들다). 더구나 전원어댑터마저 공사장 벽돌을 연상케 할 만큼 육중해 백팩 전체 무게를 한층 더한다. 그래도 며칠 익숙해 지니 버틸 만했다. 만약 외근 시 차량을 이용한다면 더욱 수월할 테다.

전원어댑터 무게도 만만찮다
전원어댑터 무게도 만만찮다

<고성능 노트북에 필요한 육중한 전원어댑터>

성능은 의심의 여지가 조금도 없다. 굳이 테스트할 필요도 없다. 테스트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다. 시간이 아까워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5000~6000cc 스포츠카를 두고 출력/성능을 운운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P50도 마찬가지다. (유럽 축구팬이라면 공감할 텐데, 세상에서 정말 쓸 데 없는 걱정이 바로 '바르셀로나 걱정', '리오넬 메시 걱정'이란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P50의 성능 걱정'이다.)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인텔 제온 E3-1535M 프로세서(3.8GHz)에 메모리 32GB, 엔비디아 쿼드로 M2000M(메모리 4GB) 그래픽칩셋, SSD 1TB(512GB x 2), MS윈도우10 프로, 4K 지원 디스플레이 등의 사양을 선택하면 5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50만 원, 150만 원도 아니고, 500만 원이다. 하여튼 고성능 사양이라면 다 갖다 붙인 노트북이니 성능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를 통해 실행 안정성도 검증 받은 신뢰성 높은 노트북이다.

요즘 대세인 1kg 미만의 슬림 노트북과의 두께
비교
요즘 대세인 1kg 미만의 슬림 노트북과의 두께 비교

<요즘 인기 있는 1kg 내외 무게, 1cm 미만 두께의 슬림 노트북과 비교>

우리 같은 일반 사용자라면 500만 원대의 가격을 보면 혀를 찬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누가 500만 원이나 주고 노트북을 사나...'라고. 정작 1,000만 원짜리 가방을 스스럼 없이 사는 사람들은 부러워하면서 말이다(그들을 비하하려는 건 아니다). 가방은 1만 원짜리든 1,000만 원짜리든 용도는 같지만, 50만 원짜리 일반 노트북과 500만 원짜리 P50은 용도와 목적, 성능이 다르다. 대상도 일반 사용자가 아니다.

그럼 레노버는, 그리고 씽크패드는 왜 이런 엄청난 가격의 무지막지한 노트북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런 노트북은 왜, 어디에 필요한 걸가?

이러한 사양의 워크스테이션 시스템은 주로 전문 2D/3D 그래픽/렌더링 작업, 동영상 편집 작업, 전문 엔지니어링 작업 등에 사용된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CG, 게임 그래픽 효과 등도 이런 워크스테이션으로 만든다. 일반 PC로는 처리속도나 성능에서 애당초 감당이 안 된다. 이들 워크스테이션은 대개 데스크탑 형태로 구성되는데(이들 제품도 수백 만원 대다), 레노버는 이걸 노트북 형태로 만들었다.

워크스테이션 성능을 갖춘 비즈니스 노트북
워크스테이션 성능을 갖춘 비즈니스 노트북

<강력한 워크스테이션급 성능을 노트북에 응집한 씽크패드 P50>

왜? 당연히 '이동성'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작업 공간을 이동하기 위함이다. 이런 전문가 중에는 작업 시스템 이동이 필요한 이들이 적지 않다. 작업 프로젝트 단위로 장소와 공간을 이동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그렇다. 그들에게 P50은 밥줄이자 생명줄이 될 테다.

이들 그래픽 전문가 외에 리뷰어가 예상한 P50의 '타겟' 사용자는 프로그램 개발자와 IT 전문 강사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의 시스템에 여러 운영체제를 토대로 개발/강의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 즉 물리적으로는 하나의 노트북이지만, 그 안에 여러 논리적 가상 시스템(VM, Virtual Machine)을 만들어, 자신의 개발 환경이나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이들이다. 예를 들어, P50은 윈도우10 프로가 설치돼 있지만, 여기에 'VMware'와 같은 가상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다음, 리눅스나 윈도우 서버 등을 추가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 여러 운영체제를 설치해 실행하기에 P50은 최적의 사양과 성능을 갖췄다.

실제로 리뷰어는 이 P50에 리눅스 서버용 가상 시스템을 3대와 윈도우 8용 가상 시스템 1대를 생성해, 늘 밑단(백그라운드)에서 실행하며 한달 간을 사용했다. 기본 사양이 막강하니 VM 몇 개는 능히 돌리면서 일반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당연히 CPU나 메모리 자원 활용도 원활하다. 필요에 따라 원하는 운영체제 화면을 번갈아 띄워 가며 프로그램 개발이나 IT 강의 활동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유용한 장비는 없다.

여러 가상 시스템을 만들어 실행할 수 있다
여러 가상 시스템을 만들어 실행할 수 있다

사양을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으니 필요 상황에 맞게 메모리나 하드디스크(SSD/HDD) 용량 등을 조절, 선택하면 된다. 특히 워크스테이션 노트북답게 메모리 슬롯도 4개나 마련돼 있다(리뷰 제품에는 16GB 메모리 2개가 장착, 최대는 64GB). 이 정도면 VM 예닐곱 개 정도는 거뜬히 돌릴 수 있겠다.

참고로 배터리는 6셀 리튬 폴리머 배터리가 내장됐다. 레노버 측 공식 자료에 의하면 '최대 6시간 사용'인데, 아무래도 고성능 노트북이다 보니 실제 연속 사용 시간은 이보다 짧은 듯하다(출력 높은 차량의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처럼). 여러 대의 VM을 돌리는 상태에서 일반 문서 작업 등을 진행하니 4시간 남짓이면 배터리 잔량 때문에 신경이 쓰이게 된다. 어차피 P50은 장시간 배터리 사용을 위한 노트북은 아니니 정상참작토록 한다.

오랜만에 보는 배터리 착탈식 노트북
오랜만에 보는 배터리 착탈식 노트북

<오랜만에 보는 배터리 착탈식 노트북>

이들에게 유용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씽크패드 만의 혜택, 키보드다. 단언컨대, 세상의 그 어떤 노트북도 씽크패드 키보드의 키감과 구성을 능가하지 못 한다. 씽크패드가 비즈니스 전문 노트북인 결정적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키보드다. 웬만한 데스크탑용 키보드 못지 않은(혹은 그보다 나을 수도 있는) 리드미컬한 타이핑이 가능하다. 키보드 입력 작업이 많은 개발자나 강사의 손목에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15인치 크기라 숫자패드까지 달려 있어 일반 키보드와 다를 바 없다.

풀레이아웃 키보드 배열
풀레이아웃 키보드 배열

절대 키감의 씽크패드 키보드
절대 키감의 씽크패드 키보드

<데스크탑 키보드와 유사한 풀레이아웃 키보드 구성 및 배열>

씽크패드 만의 빨간 트랙포인트(일명, 빨콩)도 건재하다. 빨콩은 노트북 터치패드의 사용 한계를 극복하는 입력 장치다(그렇다고 외장 마우스 사용을 능가하진 못한다). 참고로 씽크패드 키보드는 방수 기능이 기본이다.

이밖에 어두운 환경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도록 키보드 아래 쪽에 은은한 불빛도 켤 수 있다. 이 역시 어두컴컴하고 밀폐된 장소를 선호하는 개발자에게 유용한 옵션이라 하겠다. 기업 보안 솔루션인 인텔 vPro 기술, 돌비 홈시어터 스테레오 스피커, 지문인식 기능 등은 씽크패드에 있어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어두운 환경 속 작업을 위한 키보드 백라이트
어두운 환경 속 작업을 위한 키보드 백라이트

<어두운 환경에서 원활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키보드 백라이트>

여담으로, 최근 모 노트북 업체의 광고를 보면, 화면이 180도 젖혀지는 모습을 무던히 강조하던데, 씽크패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를 지원했다.

180도 이상 젖혀지는 디스플레이
180도 이상 젖혀지는 디스플레이

<이미 오래 전부터 지원한 화면 180도 젖히기 기능>

25년 전통 비즈니스용, 업무용 노트북 싱크패드는, IBM이 창조해 레노버(Lenovo)에게 전수한 뒤로도(2005년) 그 고유의 DNA가 잘 유지되어 싱크패드 애호가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현재도 전세계 어디든 비즈니스 현장에서 애용되고 있다. 사용자의 눈에 들기 위해 화려한 디자인으로 치장하는 여느 노트북과 달리, 싱크패드는 지난 25년 동안 줄곧 변함 없는 모습으로 변함 없는 믿음을 주고 있다.

레노버 씽크패드 P50은 23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17인치 화면의 P70은 280만 원부터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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