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MD 드라이버 환골탈태?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에디션'
[IT동아 김영우 기자]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와 AMD의 라데온 시리즈는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기세가 좀더 강한 듯 하지만 AMD 역시 놀고만 있지는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지난 9월, 고성능 GPU 개발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별도의 조직을 설립한 것이다.
'라데온 테크놀러지 그룹(Radeon Technologies Group, 이하 RTG)'이라고 명명된 이 조직이 출범한지 2개월이 지나, 제법 흥미로운 물건을 내놓았다.바로 라데온 소프트웨어(Radeon Software)다.이전에 쓰던 AMD의 APU 및 GPU용 드라이버 소프트웨어인 '카탈리스트(Catalyst)'의 뒤를 이으며, 한층 발전한 라데온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라데온 소프트웨어는 11월 24일, 그 첫 번째 정식 버전인 '크림슨 에디션(Crimson Edition)'이 출시되었다.
무겁고 산만했던 카탈리스트, 이젠 안녕
AMD 카탈리스트는 2002년 첫 버전이 출시된 이후 13년 동안 라데온 사용자들과 함께 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한지라 딱히 사용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지만, 사실 카탈리스트는 몇 가지 문제점도 있었다. 일단 소프트웨어 자체가 다소 무거웠다. 특히 각종 기능을 설정하기 위해 카탈리스트 컨트롤 센터를 구동하려면 제법 괜찮은 사양의 시스템에서도 5~10초가 걸리기도 했다.
< 기존 카탈리스트 컨트롤 센터의 인터페이스>
그리고 정말로 많은 부가기능을 꾸역꾸역 담느라 메뉴 구조도 너무 복잡했다. 어지간한 전문가나 매니아가 아니고선 이를 모두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기능이 많은 것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인터페이스는 정말로 정리가 필요했다.
그 외에 꾸준하게 지적된 점이 바로 안정성 문제다. 초기 버전 카탈리스트의 경우, 설치하면 가끔씩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류 메시지를 출력하거나 갑자기 시스템이 다운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카탈리스트는 이런 증상이 거의 해결되었지만, 아직도 초기 버전의 경험 때문에 '라데온은 드라이버가 불안정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사용자들도 제법 있다. 라데온 소프트웨어는 카탈리스트의 이러한 단점들을 얼마나 개선했을까? 직접 살펴보자.
일부 구형 그래픽카드, 운영체제는 지원하지 않아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에디션의 정식 버전은 AMD 홈페이지(http://support.amd.com/ko- kr/download?ipromo=RSCE-download)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다만, 아쉽게도 모든 라데온 시리즈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11월 현재 기준으로 최신 제품인 라데온 R 시리즈 및 라데온 HD 7700 시리즈 이상의 제품에서 라데온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 그 외에 라데온 HD 5000 시리즈나 6000 시리즈, 라데온 X 시리즈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 2015년 11월 현재 라데온 소프트웨어를 정식 지원하는 제품의 목록>
하지만 향후에 지원이 확대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15년 11월 현재 AMD 홈페이지에서는 라데온 HD 5000 시리즈나 6000 시리즈까지 지원하는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베타 버전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타 버전이 있다는 것은 정식 버전 역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다만, 라데온HD 4000 이하 시리즈와 같은 구형 제품의 베타 버전은 확인할 수 없었다. 출시된 지 10년이 되어가거나 이보다 더 오래된 제품은 지원 계획이 없는 듯 하다.
운영체제의 경우 윈도우7 및 윈도우 8.1, 그리고 윈도우 10을 지원하며 의외로 리눅스 버전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윈도우 XP나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 8 버전은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이 종료되거나 사용자 수가 적은 운영체제까지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지원을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기존 카탈리스트 설치 상태에서 그대로 업데이트 가능
설치파일의 용량은 윈도우10 64비트 버전 기준으로 224MB로, 300MB 남짓이었던 최근의 카탈리스트보다 오히려 약간 줄어들었다. 불필요한 데이터를 최소화하고 성능을 한층 최적화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테스트 시스템은 코어 i7-6700K CPU에 16GB DDR4 메모리, 그리고 리뷰안 850X SSD 및 라데온 R9 380X 그래픽카드를 조합한 윈도우10 64비트 기반 PC다.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에디션의 설치과정은 이전의 카탈리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화면의 지시를 따라 마우스를 클릭해 주면 그만이다. 다만, 아직도 설치 시작 화면에서 '라데온 소프트웨어'가 아닌 '카탈리스트'를 설치한다고 표시되는 점은 수정할 필요가 있겠다. 이전의 카탈리스트가 설치된 상태에서 그대로 덮어씌워도 문제 없이 업데이트가 되는 것을 확인하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사용자라면 카탈리스트를 제거한 뒤에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진행하도록 하자.
빨라진 구동 속도, 간결해진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의 설치가 끝나고 바탕 화면에서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해보니 익숙한 카탈리스트 컨트롤 센터 대신 'Radeon 설정'이라는 처음 보는 메뉴가 나온다. 이를 선택해보니 불과 1초 정도 후에 곧장 메인 메뉴가 실행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테스트 시스템이 제법 높은 사양인 것을 감안해야겠지만 동일한 사양에서 이전의 카탈리스트는 3~4초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에디션 설정 메뉴의 기본 인터페이스 구조>
빠른 실행 속도 이상으로 인상적인 점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터페이스 구조다. 산만하기 그지없던 카탈리스트와 달리, 라데온 소프트웨어는 상단에 배치된 5개의 주 메뉴,그리고 하단에 배치된 4개의 보조 메뉴만으로 구성되었다.창의 좌우 폭 조절이 가능한데, 폭을 좁혀도 각 오브젝트의 배치가 효율적이라 표시되는 정보량은 거의 그대로이며, 글자의 가독성도 좋은 편이다. 각 메뉴의 기능을 살펴보자.
게임 성능 최적화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게임' 메뉴
맨 앞에 있는 '게임' 메뉴는 게임 성능을 최적화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주로 쓸 메뉴다. '전역 그래픽' 탭에서는 각종 그래픽 효과를 강제적으로 적용하거나 해제해서 그래픽 품질을 높이거나 프레임을 향상시킬 수 있다. 목록에 표시된 각 게임을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설정'을 통해 모든 게임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되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기능 중에 주목할 만한 건 '프레임 속도 목표 제어(Frame Rate Target Control, FRTC)'다. 이는 사용자가 적당한 프레임 수치를 설정하면 해당 프레임 이상의 과도한 성능이 발휘되는 것을 방지해 불필요한 전력 소비 및 발열을 방지한다. 그 외에 게임 중 로딩을 빠르게 하는 '셰이더캐시' 기능도 써 볼만 하다.
'전역 OverDrive' 탭에서는 그래픽카드를 오버클러킹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GPU 및 메모리의 동작클럭을 변경하는 것 외에 냉각팬의 회전속도나 전력 한계치 등의 조절도 가능하다. 작업량이나 온도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한층 안정적인 오버클러킹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역시 전역 그래픽 탭과 마찬가지로 각 게임에 개별적으로 적용하거나 모든 게임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고사양 게임을 클럭을 높여 고성능을 발휘하고, 저사양 게임을 할 때는 클럭을 낮게 설정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식으로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데모 보면서 손쉽게 동영상 품질 조정하는 '비디오' 메뉴
'비디오' 메뉴는 이름과 같이 동영상 품질을 향상시키는 메뉴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사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 장르의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몇 가지의 프리셋(시네마 클래식, 홈 비디오, 스포츠 등)을 제공, 간단히 동영상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화면을 절반으로 나눠 프리셋을 적용한 상태에서 화질이 어떻게 바뀌는지 비교할 수 있는 데모 기능도 제공한다.
만약 프리셋 값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사용자 지정'을 이용해 직접 동영상 화질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이곳에선 선명도나 밝기 외에도 영상의 흔들림을 보정하는 AMD 스테디 비디오(Steady Video), 움직임을 좀 더 부드럽게 보정하는 AMD 플루이드 모션 비디오(Fluid Motion Video) 등의 특수 기능도 적용할 수 있다.
< 데모 기능을 통해 동영상 보정의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프리싱크, 가상 초고해상도 기능 눈에 띄는 '디스플레이' 메뉴
'디스플레이' 메뉴는 주로 모니터의 표시 관련 기능을 설정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기능은 'AMD 프리싱크(FreeSync)'와 '가상 초고해상도(Virtual Super Resolution)'다. AMD 프리싱크 기능이란 그래픽 카드에서 출력되는 초당 프레임이 모니터의 주사율 수치를 초과할 때 화면 일부가 갈라지는 테어링 현상을 억제하는 기능이다. 기존의 수직동기화(V Sync) 기술로도 이를 억제할 수 있으나 이는 표시 도중에 갑자기 프레임이 튀거나 조작 반응 속도가 느려지기도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프리싱크 기능은 수직동기화 적용 없이도 그래픽카드의 프레임과 모니터의 주사율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하여 테어링 현상을 억제한다. 다만, 프리싱크 기능을 이용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라데온 그래픽카드 및 대응 모니터가 필요하다. 최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업체에서 출시되는 모니터 중에 프리싱크 지원 제품이 제법 있으니 구매 전에 참고하자.
< VSR 기능을 활성화하면 풀HD 모니터에서 4K UHD 해상도 모드를 쓸 수 있다>
가상 초고해상도(이하 VSR) 역시 흥미로운 기능이다. 이는 모니터의 본래 최대 해상도 이상의 초고해상도 모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흔히 쓰는 풀HD급 모니터의 최대 해상도는 1,920 x 1,080이지만, VSR 모드를 활성화하면 4K UHD급에 해당하는 3,840 x 2,160 해상도 모드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가상 초고해상도이기 때문에 실제 4K UHD급 수준의 선명함과 정교함은 기대할 수 없지만 성능 테스트를 하거나 좀 더 많은 정보량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종종 이용할 만 하다.
모니터 3대 이상 쓴다면 주목, 'AMD 아이피니티' 메뉴
네 번째 탭에 있는 AMD 아이피니티(Eyefinity) 기능은 여러 대의 모니터를 이어 하나의 화면처럼 쓰고자 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것이다. 특히 모니터 3대나 6대를 아이피니티 모드로 묶은 뒤 게임을 한다면 한층 현장감 넘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 외에 하단탭에는 업데이트, 환경설정, 알림, 그리고 AMD 팔로우(AMD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 접속) 등의 부가적인 메뉴가 존재한다.
일부 기능은 아직 카탈리스트 기반 인터페이스 이용해야
위와 같이 라데온 소프트웨어는 이전의 카탈리스트에 비해 대단히 간결하면서도 쓰기 편하게 인터페이스를 일신했다. 특히 프리싱크나 VSR, FRTC와 같이 특색있는 기능을 한층 간단히 쓸 수 있게 된 점은 반갑다.
다만, 인터페이스를 간소화 하면서 카탈리스트에 있던 일부 기능(색상관리, 사용자 지정 해상도, 오디오 장치 설정 등)이 눈에 띄지 않게 되었는데, 이는 환경설정 메뉴의 'Radeon 추가 설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Radeon 추가설정 메뉴를 실행하면 갑자기 예전 카탈리스트의 인터페이스가 튀어나오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 차후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개선했으면 한다.
그래픽 성능 향상은 어느 정도?
라데온 소프트웨어가 인터페이스 면에서는 만족스러운데, 혹시 성능 향상도 있었을까? 물론 드라이버가 바뀌었다고 해서 꼭 엄청난 폭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기대가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코어 i7-6700K CPU에 16GB DDR4 메모리, 라데온 R9 380X 그래픽카드 기반의 시스템에 그래픽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Mark를 실행, 기존의 카탈리스트(15.11 베타)를 설치한 상태와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에디션을 설치한 상태에서 각각 구동한 FireStrike 테스트의 결과값을 비교해봤다. 각각 3번씩 테스트를 실행해 가장 잘 나온 결과 값을 적용했다.
< 3DMark 구동을 통한 게임 성능 테스트>
테스트 결과, 카탈리스트 상태에서는 8350점,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 에디션 상태에서는 8410점을 기록했다. 사실 성능의 향상을 체감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나마 차이가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는 있겠다.
한층 깔끔해지고 빨라진 라데온 드라이버, 다음 버전도 기대해 볼 만
그래픽카드 사용자들 중에는 'AMD의 그래픽카드 자체는 쓸만하지만 드라이버가 다소 미흡하다'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이번에 AMD가 카탈리스트를 대체하는 라데온 소프트웨어를 출시한 건 위와 같은 편견을 가진 사용자들을 설득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정식 버전인 크림슨 에디션을 써보니 기존 카탈리스트의 단점을 상당부분 개선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해했던 인터페이스를 깔끔하게 바꿨고, 느린 구동 속도 역시 개선되었다. 특히 이전에는 이용하기 힘들었던 몇몇 고급 기능을 쓰기 편하게 정리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안정성 면에서도 아직까지는 그다지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여기에 그래픽 성능 향상까지 이루어졌으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이 점은 거의 체감되지 않는다. 하지만 크림슨 에디션은 이제 막 나온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첫 번째 버전일 뿐이다.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니 앞으로를 더 기대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