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스타트업 바로 알기] 스타트업, 교육의 방향을 바꿔라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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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가 SNS를 통해 안부를 물어 왔다. 근 30년 만에 듣게 된 친구의 갑작스런 인사로 잠시 동안 옛 추억을 떠올리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그 녀석은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반반히 잘 생겨 인기가 많았다. 그 친구가 이사 가며 전학을 가느라 6학년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다부진 체구에 동글동글한 얼굴 생김새를 가졌던 똘똘했던 그 친구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짧은 안부 글이었지만 조만간 '밥 한번 먹자'는 인사를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 친구를 잊고 있었다. 헌데 엊그제 그 녀석에게 카톡으로 장문의 메시지가 날라 왔다. 눈이 휘둥그레질 내용이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왔고 대기업에 취직했단다. 회사를 나와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한다. 당시에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봤지만 아이들이 있어 차마 실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돈을 빌려달라는 말...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었지만, 30년 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적잖이 무거웠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업 하다 실패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모두가 성공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실패 확률을 줄이거나 혹은 실패하더라도 그 여파가 크지 않도록 할 수는 없는 걸까? 이번 연재에서는 올바른 스타트업 육성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본다.

지난 토요일 오전, 대학교 앞 거리는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었다. 대학 입시를 위한 논술 고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대학교가 북적댔다. 기도하는 학부모부터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 학부모까지 모두 자녀들이 시험을 잘 치르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학 들어간다고 해서 삶이 순탄한 건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머지 않아 취직을 위한 고독한 시간이 다시 찾아온다. 더욱 우리를 침울하게 만드는 건, 그나마 확보한 일자리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도대체 우리는 이런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경기가 침체된 상태라 진정 방법이 없는 걸까?

아래 사진은 각각 미국 하버드 대학교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홈페이지의 일부다. 두 대학은 세계 대학 순위 1위, 2위를 다툰다. 전세계적으로 순위가 높은 학교라 여길 졸업하면 상대적으로 취직하기도 쉬울 것이다(물론 제대로 공부하지 않거나 눈이 높아져 웬만한 회사는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 보듯, 이들 학교는 스타트업 관련 내용을 별도 세션으로 둘 정도로 대기업 취업 못지않게 스타트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 홈페이지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 홈페이지

<하버드 대학교(왼쪽)와 MIT 대학교(오른쪽)의 스타트업 관련 홈페이지 >

세계 1, 2위 대학이라 그런 거 아니냐 반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UCLA와 시카고 대학의 스타트업 관련 홈페이지다. 두 대학 모두 명문 대학으로, 스타트업을 위한 기업가 정신을 포함한 스타트업 교육을 홍보하고 있다. UCLA는 'UCLA Startup in a box'라는 프로그램으로, 시카고 대학은 '스타트업 라이센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도모하고 있다. 대학 스스로 취업 중심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스타트업 도전에 무리가 없도록 멘토링, 회계, 법률, 인적 자원 관리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UCLA 대학 및 시카고 대학 홈페이지
UCLA 대학 및 시카고 대학 홈페이지

< UCLA 대학교(왼쪽)와 시카고 대학교(오른쪽)의 스타트업 관련 홈페이지 >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몇몇 대학만 추려서 언급한 게 아니다. 조금 더 살펴 보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Caltech)은 아예 학교 학생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의 위치를 지도 상에 표시해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다. 지도를 잘 보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 위치한 주황색 부분의 숫자가 '107'이다. 교내의 스타트업이 107개나 된다는 뜻이다.

캘리포니아 공대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 위치
지도
캘리포니아 공대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 위치 지도

<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학생이 설립한 스타트업 위치 :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홈페이지 >

그리고, 아래는 미국 뉴저지 주에 위치한 프린스턴(Princeton) 대학교의 스타트업 장려를 위한 홈페이지다. 프린스턴 대학은 아래 사진처럼 2005년에 켈러 센터(KELLER CENTER)를 설립하여,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도모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의 스타트업 육성 홈페이지
프린스턴 대학의 스타트업 육성 홈페이지

< 프린스턴 대학의 스타트업 육성 센터인 켈러 센터(KELLER CENER)의 홈페이지 >

물론 우리나라 대학도 학교 내에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다. 문제는 보육되고 있는 스타트업의 질이다. 보육을 통해 창업 후 몇 년을 버티는 스타트업이 아닌 실질적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스타트업으로 완성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스타트업을 평가, 선발하는 직무를 담당하는 한 박사 한 분과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공식 석상에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으나 사적인 자리로 이어지니 이런 이야기를 한 게 뇌리에 남았다.

"학생들에게 창업을 부추기는 일에 회의를 느낍니다. 취직이 안 되니 창업을 해서라도 당장의 일자리를 갖도록 유도하지만 이게 과연 잘 하는 일인지..."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다. 스타트업 보육의 최전방에 계신 분이 이런 회의감을 갖고 있는데 그 곳에서 의미 있는 스타트업이 과연 몇 개나 나오겠는가?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보육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 휴리스틱(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책)을 하나 둘 늘려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스타트업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휴리스틱을 얻을 수 있을까? 해외에서는 대기업을 위협하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세계를 긴장시키고 놀라게 하는 스타트업이 드문 걸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교육 방향이 '대안 중심적 사고(Alternative Focused Thinking)'와 '가치 중심적 사고(Value Focused Thinking)'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에 있다. 대안 중심적 사고는 접근 가능한 대안을 나열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가치 중심적 사고는 겉으로 드러난 목표 달성과 문제점 해결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시간을 투자해 해결을 도모하는 사고를 뜻한다.

예컨대 대기업에 취직하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되고 학점도 높아야 한다고 여기기에,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선택 대안 중 좋은 대안을 향해 노력하는 대안 중심적 사고다. 반면에 기존에 없던 가치를 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원리를 배우고 스타트업을 시도하는 행위는 가치 중심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4월 세계 최초로 '3D 푸드 프린트 컨퍼런스(3D Food Print Conference)'가 네덜란드에서 열렸다. 이 컨퍼런스에는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미국에서 팹랩(Fablab) 운영자, Food 3D 프린터 스타트업, 푸드 애널리스트, 음식 연구자 등이 참가하고 강연을 벌였다. 사실 국내에서도 푸드 3D프린터가 출시됐다. 3D프린터 제조사인 로킷에서 2015년 쵸콜릿 3D프린터인 '쵸코스케치'라는 제품이다. 하지만 기대보다 울퉁불퉁한 외관과 초콜릿 만을 전용으로 사용하는 점 등으로 인해 아쉽게도 그리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해외의 푸드 프린팅도 그와 같을까?

3D 푸드 프린터
컨퍼런스
3D 푸드 프린터 컨퍼런스

<3D 푸드 프린트 컨퍼런스에 출품된 음식 3D프린터>

네덜란드 세계 최초의 푸드 프린트 컨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은 3D프린팅을 이용한 입체 음식 제작이 향후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명확한 트렌드라고 여기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푸드 3D프린터 중에는 크게 이슈화될 만한 제품은 없었지만, 참석자들은 푸드 프린팅의 미래에 대해 저마다의 소신으로 강연하고 토론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높은 품질의 푸드 프린팅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이 지속되는 이유는 푸드 프린터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로킷에서 쵸코스케치를 내놓은 것은 정말 대단한 생각이다. 당장은 수익을 내기 힘들어도, 사람들에게 앞으로 이런 제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이런 도전이 있어야 또 다른 도전이 이어지며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네덜란드 면적은 경상도 수준이며, 인구도 천만 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자그마한 나라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여럿 나오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네덜란드 기업의 90% 이상이 25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은 네덜란드의 기업 분위기를 잘 대변한다. 푸드 프린터 컨퍼런스가 세계 최초로 열린 곳이 네덜란드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는 대안을 나열할 때가 아니라 상황을 새롭게 바라볼 때 생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는가? 뻔한 답을 찾으려 뻔한 노력을 하고 있진 않는가? 우리 경제를 다시 활기차게 만들려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대학은 취업이 아닌 가치 중심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에 몰입해야 한다. 대학만 아니라 초중고 교육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일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명문 대학 진학을 위한 초중고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줄어가는 일자리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현재의 교육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이는 교육이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가치 중심적 사고를 향해 교육의 방향을 바꿔라.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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