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스타트업 바로 알기] 스타트업, 왜 중요한가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야기를 시작하며...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D프린터의 세계'라는 주제로 연재 기고를 진행했다. 시작할 때 세운 목차와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건만 왠지 허전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독자들에게 3D프린팅이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 기술인지, 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뒤처져 있기에 지금이라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분명히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조금 더 현실적,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3D프린팅에 한정하기 보다 스타트업 전반에 관해 이야기하면 독자들께(특히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이에 '스타트업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한다. 스타트업 관련된 제보나 유익한 소재가 있다면 아래 필자의 메일로 연락해도 좋다. 독자와의 소통은 언제든 환영한다.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기업을 일반적으로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원래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는 컴퓨터가 부팅될 때 윈도 운영체제와 동시에 실행되는 어플리케이션을 일컫는 말이다(시작프로그램이다). 큰 사회의 트렌드와 기존 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하나둘 생겨나는 회사들의 모습이 컴퓨터 운영체제에 기대어 가동되는 어플리케이션과 유사해 붙은 이름이라 판단한다.

90년 대를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새로 생겨난 기술 중심의 회사를 우리는 '벤처(venture)'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은 무턱대고 벤처 기업이라 말하지 않는다. '벤처 인증제'가 있다. 벤처 기업은 외부 투자기관에서 투자를 받거나 기술신용보증기금 혹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으로부터 기술우수성을 인정받아 투자 혹은 대출을 받은 회사를 말한다. 참고로 스타트업 기업에서 벤처 기업으로 거듭나면 세제 감면 혜택이 있다. 창업 보육을 위한 혜택이 다양해졌으니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거나 준비 중이라면 새액 감면 등의 조건에 대해 잘 따져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벤처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이 있는 것처럼,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정부 정책의 확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원자재, 제조 상품, 서비스 등 대부분이 공급 과잉 상태라 침체되는 각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당수의 나라가 노력하고 있다.

2007년 휴대폰 점유율 세계 1위였던 노키아는 그해 핀란드 전체 수출의 20%, 전체 법인세 지출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핀란드 경제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매출은 1/20로 줄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 이후 핀란드는 어떤 상태가 되었을까? 나라 경제의 1/4을 차지했던 회사가 사라졌으니 핀란드 경제에 큰 타격을 미쳤을 것 같다. 하지만 노키아의 붕괴는 핀란드 경제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유로존 평균보다 성장률이 높아졌고, 실업률은 1990년대 20% 대에서 2013년 7.6%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를 일으켰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이 된 것일까?

해답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스타트업 장려 문화에 있다. 핀란드 정부는 기술혁신투자청(TEKES) 등을 통해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알토대학교(헬싱키공대, 헬실키경제대, 헬싱키예술디자인대 합병) 등 대학은 청년들에게 융합 사고를 불러 일으켰다. 신규 아이디어를 지속 발굴하고, 그렇게 탄생한 스타트업이 디자인과 경영에 큰 문제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됐다. 그리고 이미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신규 탄생한 스타트업을 적극 도왔다. 핀란드는 정부, 대학, 기업 모두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조성에 성공한 또 하나의 나라로 이스라엘을 꼽을 수 있다. 이스라엘 최대 벤처 캐피털인 마그마의 야할 질카(Yahal Zilka) 회장은,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근본적인 파괴적 혁신에 기인한다. 스타트업은 단순히 돈 벌기에 집중하기 보다 이전의 개념이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한 단계 새롭게 진화하는 것이다"라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성공 스타트업을 위해서는 돈을 쫓기보다 새로운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맵드인이스라엘 홈페이지
맵드인이스라엘 홈페이지

Mappedinisrael의 홈페이지 < https://mappedinisrael.com >

맵드인이스라엘(Mappedinisrael) 서비스는 이스라엘 내 스타트업들의 위치와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관한 투자처, 연구소,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클릭 몇 번만으로 모두 알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스타트업끼리 상호 네트워킹이 가능하도록 하며, 이를 통해 스타트업 문화를 더욱 돈독히 만든다. 앞서 언급한 야할 질카 회장의 언급과 일치되는 부분이다. 돈 벌기에만 집중했다면 이런 사이트를 고안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 전반의 스타트업 정신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부터 로켓펀치(RocketPunch)라는 업체가 스타트업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보나 표현에 있어 맵드인이스라엘 보다 부족한 면이 있지만, 국내뿐 아니라 세계 지도를 놓고 서비스하고 있다(http://rocketpun.ch/companies/location).

러시아도 스타트업 장려가 한창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지역인 스콜코보(Skolkovo)는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곳이다. 아예 대놓고 미국 실리콘밸리화를 추구한다.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총리가 스콜코보를 직접 방문해 독려하곤 한다(참고로, 아래 링크 동영상에 SK 로고가 자주 등장하는데, 국내 이동통신사가 아니라 Skolokvo 이니셜 표기다).

스콜로보 홍보 동영상 캡처
스콜로보 홍보 동영상 캡처

스콜코보 홍보 이미지 < Welcome to Startup Vilage 2015 : https://www.youtube.com/watch?v=2h0TW4eVlAQ >

다시 핀란드로 가보자. 핀란드 기술혁신투자청에서는 핀란드 스타트업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팀 핀란드(TEAM FINLAND)'라는 파트를 신설해 2011년부터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팀 핀란드 파트 소개
팀 핀란드 파트 소개

팀 핀란드 홈페이지 < http://team.finland.fi >

팀 핀란드 운영은 핀란드 경제의 대외 관계 개선 및 운영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움직인다. 주목할 것은 73개 국에 임명된 핀란드 대사가 팀 핀란드의 각국 총 책임자라는 점이다. 즉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각국 핀란드 대사가 갖는다. 이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별개의 논제다. 핀란드가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러시아 스콜코보에도 핀란드 스타트업을 진출시켰다. 이때 원활한 진출이 가능하도록 팀 핀란드도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핀란드 기술혁신투자청은 핀란드에 본사가 있는 스타트업에 자금 지원을 하여 스콜코보 등의 해외 진출에 성공하도록 돕는다.

핀란드 기술혁신투자청 홈페이지
핀란드 기술혁신투자청 홈페이지

핀란드 기술혁신투자청 홈페이지 < 러시아 스콜코보 스타트업 빌리지에서 핀란드 스타트업들이 경쟁하고 있다는 내용 : http://www.tekes.fi/en/whats-going-on/news/startups-competed-in-skolkovo- startup-village >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청, 진흥원 등에서 유럽, 미국 등 여러 국가에 국내 스타트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부분은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내용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세계 주요 각국들도 우리와 생각이 같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 이상 직간접인 방법으로 자국의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스타트업 활성화와 해외 진출이 자국 기술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참고로, 전세계 스타트업의 인터넷 내 영향력 순위를 매일 집계해 공개하는 사이트가 있다. 여기서는 매출, 이익율 등의 비교 관점이 아닌 소셜 영향력을 중점으로 수치로 비교하고 있다.

스타트업 순위 홈페이지
스타트업 순위 홈페이지

스타트업 순위 홈페이지 < 스타트업 글로벌 랭킹 상위 10개사 : www.startupranking.com >

아쉽게도 현재 100위 안에 들어 있는 국내 스타트업은 아직 없다. 카카오톡이 대한민국 순위에서는 1위지만, 전세계 순위에서는 100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스타트업 기업 보유 순위
스타트업 기업 보유 순위

스타트업 순위 홈페이지 < 스타트업 글로벌 랭킹 상위 10개사 : www.startupranking.com >

국가별 스타트업 보유 순위로는 우리나라가 현재 38위에 머물고 있다. 물론 등록된 스타트업 숫자로 정한 순위이기에 실제 스타트업 현황과 다를 순 있다. 하지만 3D프린팅 산업의 혁신의 선두주자인 네덜란드가 21위, 앞서 언급한 핀란드가 28위인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실질적인 스타트업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아직도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고 믿고 있다.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앞서 기고한 '3D프린터의 세계'와 같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들을 폄하하거나 비판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오랜 기간 존속되며, 더불어 전세계로 진출하여 우리나라 경제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살림살이나 기업경영이 어려워지거나 위축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엎드리기만 한다면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다. 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스타트업 활성화와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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