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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민준이의 3D프린터 도전기] 가정용 3D프린터로 뭘 할까?

이문규

[IT동아]

[편집자주] 3D프린터는 더 이상 관계자, 전문가, 그리고 이들을 모두 포함하는 어른들만의 창작도구가 아닙니다. 전세계 남녀노소 누구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일반 전자기기로 인식되는 추세입니다. 이미 해외는 물론 국내도 각 초/중/고등학교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하는 창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평범한 초등학생의 3D프린터 도전기를 통해, 3D프린터에 관한 대중적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3D프린터는 초등학생이 가지고 놀기에 참으로 창의적인 교육 교구입니다.

IT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주변 분들이 3D프린터에 대해 자주 묻는다. 3D프린터에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는 요즘이다. '3D프린터로 실탄 총을 만든다', '건물을 짓는다', '인공 장기를 만든다'는 등 별의별 소식이 언론을 통해 소개된다. 제조업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열 열쇠라는 얘기도 종종 들려온다. 그렇다면 이 3D프린터란 놈은 대체 뭔가?

초등학생 시선에 맞춰 알아보자
이런저런 어려운 내용 설명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여기서는 초등학생도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3D프린터를 가지고 노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필자에겐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있으니, 이 글은 초등생 6학년 학생의 손과 머리를 거쳐 집필될 예정이다.

집을 짓고 인공 장기를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이다. 하지만, 100만 원 미만의 3D프린터 한 대만 보유하고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해진다. 물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3D 출력을 위해 필요한 것도 있지만 무엇이 두려우랴?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초등학생이 3D프린터로 만든 출력물

<초등학생이 3D프린터로 만든 출력물>

3D프린터는 아직까지 너무 낯설고 비싸고 어려운 물건으로 인식되지만, 따지고 보면 사실 무지막지하게 비싸지도,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아이가 게임에 빠져있다면 3D프린터는 아이에게 게임보다 의미 있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

프린터로 뭘 할 수 있을까?
초등생 아이에게 5분만 알려줘도 바로 따라할 수 있을 만큼, 3D프린터로 물건을 출력하는 건 아주 쉽다. 그리고, 거창한 발명품을 만드는 게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이보다 좋은 물건도 없다. 그럼, 도대체 3D프린터로 뭘 할 수 있을까? 우선 간단한 생활용품이나 장난감 정도는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과학의 원리를 함께 공부하며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두이노(전기적 작동을 위한 작은 회로기판)과 같은 공개형(오픈 소스) 하드웨어가 더해지면 상상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신세계가 열린다.

자, 그럼 세상 사람들은 3D 프린터를 어떻게 가지고 놀까?

3D프린터로 만든 자동 급수 화분

<3D프린터로 만든 자동 급수 화분>

위 사진은 3D프린터로 출력한 자동 급수 화분이다. 필자처럼 게으른 사람들을 위해, 미리 물을 부어두면 자동으로 화분의 물이 적당히 조절되도록 만든 거다. 그리고, 이 화분이 필요하다면 해당 사이트에서 도면을 내려받아 3D프린터로 출력하면 된다(www.thingiverse.com/thing:903411). 즉, 공짜란 뜻이다.

꼭 필요할 때면 보이질 않는 병따개... 그런 출력물은 사실 인터넷 등에 널리고 널렸다. 원하는 모양, 원하는 방식이 뭐든 따로 모델링(3D 출력을 위한 입체도면 작성)할 필요도 없이 그냥 골라서 출력해 쓰기만 하면 된다.

다양한 병따개 도면과 3D 출력 결과

<다양한 병따개 도면과 이를 통해 3D 출력한 뒤 동전을 부착한 결과물>

플라스틱 재질인 것 같은데 병 따다 금방 망가지지 않겠냐고? 걱정마시라, 10원짜리(구형) 동전 하나면 충분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다(위 사진 오른쪽).

"아내의 강렬한 눈치가 보이는데..."
막상 비싼 돈을 주고 3D프린터를 사려니 아내의 매서운 눈총이 걱정되는가? 그럼 이런 걸 하나 만들어서 선물하면 어떨까? 다양한 모양의 김밥을 만들 수 있는 김밥틀이다(www.thingiverse.com/thing:346351). 김밥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자를 수 있는 칼 선도 나 있다. 참고 삼아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3D프린터의 소재로 사용하는 PLA(Poly Lactic Acid)라는 재질은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소재다. 음식물과 접하는 물건을 만드는 데도 손색 없으니 안심하길.

3D프린터로 만든 친환경 김밥틀

<3D프린터로 출력한 친환경 소재 김밥틀>

하나 더 보자. 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던데 이런 계량컵은 어떤가? 이런 센스는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용량이 표시되는 계량컵

<용량이 표시되도록 출력한 계량컵>

아내가 즐겨 마시는 커피메이커 캡슐을 보관할 캡슐 홀더를 만들어 선물하는 건 어떨까? 혹은 주방 환경에 딱 맞춘 와인잔 선반은? 전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보석함은? 또 무엇이 필요하신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 아니 필요한지 몰랐던 것들이라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2만 원 정도의 필라멘트 소재만 구입하면, 이런 건 질리도록 만들어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3D 출력물

<3D프린터 직접 만든 커피 캡슐 홀더, 와인잔 선반, 계단형 서랍>

좀 더 대단한 건 없을까?
어디 이런 것뿐이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과학의 원리를 알려주고, 그동안 상상만 하던 것들을 만들 때도 3D프린터는 유용하다. 아래 사진 속의 자동차는 태엽의 힘으로 달리는데, 태엽을 포함한 모든 부속을 3D프린터로 출력해서 만들었다(www.thingiverse.com/thing:452248). 이 밖에 태엽을 이용한 배와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비행기 등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

모든 부품을 3D프린터로 출력한 태엽 자동차

<모든 부품을 3D프린터로 출력해 조립한 태엽 자동차>

필자는 어릴 적에 과학관에서 막대기에 세워서 올려두면 막대기가 쓰러지지 않도록 자동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로봇을 보며 마냥 신기해 했던 적이 있다. 막연하게 전문가만의 기술이라 여겼던 것들을 이제 초등학생도 10만 원 미만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의 바퀴는 세그웨이(1인용 소형 전기스쿠터)처럼 세워진 판의 균형을 자동으로 잡아준다(https://madebyfrutos.wordpress.com/2013/05/02/vertibot/). 이를 약간 응용하면 이동도 가능할테니 미래의 기술로만 느껴지던 세그웨이도 알고 보면 별것 아닌 모양이다.

자동으로 균형 잡는 로봇

<자동으로 균형 잡는 로봇도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멋들어지게 만들고 싶지만 돈이 없다면, 개당 5천 원도 안 되는 싸구려 서보모터와 컨트롤 보드를 조합해서 휴머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아래 사진의 휴머노이드는 실제로 무선조종(RC) 비행기 등에 사용되는 저가 서보모터를 관절을 적용했으며, 만드는 방법과 부품 구매 방법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다. 3D프린터라는 세상의 문만 열고 나가면, 그 안에는 별의별 신기한 것들이 널려있다. 게다가 공짜이거나 엄청 싸다.

휴머노이드 로봇

<3D프린터로 저렴하게 출력, 조립한 휴머노이드 로봇>

또 어떤 사람들은 이런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서 4천만 원짜리 전자 의수를 100만 원에 만들어 장애우들을 돕기도 한다.

3D프린팅 의수 프로젝트 리더 이상호 씨

<이상호 씨는 3D프린터로 저렴한 의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상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일에 3D 프린터와 IT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먼저 아래 사진을 보자. 이건 대체 뭐하는 로봇 팔일까?

글씨 쓰는 로봇팔

<글씨 쓰는 로봇 팔>

글씨를 쓰는 것 같은데 이건 대체 왜 만들어 진 걸까? 세상 사람들의 재미난 상상은 이런 대단한 로봇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사실 이 로봇 팔은 시계다(www.thingiverse.com/thing:248009). 1분에 한 번씩 시간을 쓰고 지운다(영상 참고: https://youtu.be/iOLFP90DneY).

대단한 기술을 흥미롭게 사용하는 예가 하나 더 있다. 이 컬럼을 통해 독자와 함께 이건 꼭 만들어보고 싶다. 바로 3D프린터로 만든 전동 머신건이다(www.thingiverse.com/thing:953753).

3D프린터로 만든 전동머신건

<3D프린터로 만든 전동머신건>

이 전동머신건 영상(https://youtu.be/YoOh4k-KuBM)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첨단 무기에나 사용될 법한 기술이 이제 저렴한 서보모터와 컨트롤 보드, 3D프린터만 있으면 직접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어렸을 적에 나무젓거락으로 만들던 고무줄 총이라니... '쓸데 없이 고퀄'이다. (고퀄: 고퀄리티/高-Quality, 높은 품질)

서보모터 사용이 부담된다면 순수하게 3D프린터만으로도 멋드러진 수동 머신건을 만들 수 있다(www.thingiverse.com/thing:647475, 솔직히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이런 거나 만들며 살고 싶다).

모터가 필요 없는 수동머신건

<서보모터 없이 3D프린터로만 제작한 수동 머신건>

아, 혹시 3D프린터로 돈을 벌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로 대박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다. 중/고등학교 앞에서 아래 사진의 물건을 만들어 팔면 대박나지 않을까? 요즘 학생들도 '깜지'는 만들지 않겠나(www.thingiverse.com/thing:172838)!

깜지 전용 펜홀더

<학생들에게 유용할 깜지 전용 펜 홀더>

물론 농담이다! 헛소리한다고 비난하진 마시라. 그래도 꼭 필요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게다. 솔직히 필자는 고등학생 시절 이런 제품이 있었다면 몇개라도 샀을 거다. 그리고 이건 단지 하나의 사례일 뿐 여러분(또는 여러분의 아이)의 상상이 만들어낸 무언가가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자신의 통장을 가득 채우게 될 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다루나
본 연재 글을 통해 필자는 내 아이가 직접 3D프린터를 조립하고, 본인의 손을 거쳐 여러 출력물을 출력하는 모든 단계를 조언하고 지켜보며 이를 하나하나 소개할 것이다. 아이는 출력물을 다듬고 색칠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 어떤 것들은 여러 부품으로 조립해야 할 텐데, 이 과정에서 과학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필요한 물건의 도면(모델링 파일)을 찾는 방법과 이를 통해 3D프린터로 출력하는 법, 출력 중 생길 수 있는 문제와 그 대처법, 크기나 각도 등을 조정해 출력하는 방법도 함께 알아본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직접 원하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방법도 알아본다.

가정에 3D프린터를 하나 두고 뭔가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몰라 그저 막연하다면 이 연재가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자신한다. 물론 3D프린터가 없다 하더라도 이 연재를 읽고 견문을 넓히길 기대한다.

[민준이의 말]
"얼마 전부터 아빠와 함께 3D프린터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고, 아빠가 하시는 교육에 조수로 참여하고 있는데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에 온 IT공무원들에게 아빠와 함께 IT트렌드 강의를 했습니다. 이때 제가 직접 조립한 3D프린터로 캄보디아의 상징인 '앙코르와트' 신전과 '치약짜개'를 출력해 선물로 드렸는데 그 분들이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한국사람과 비슷하게 생겼고 친절해서 교육할 때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는 다음 연재글에서는 제가 3D프린터를 조립한 과정과 3D프린터 각 부분의 쓰임새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글 / 아빠: 정희용 (flytgr@naver.com)
정희용, 정민준 부자현재 메이크스퀘어(makesquare.net) 편집장이며, IT 콘텐츠 및 교육 전문기업 블루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사다. 소프트웨어 개발 월간지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기자 및 편집장, 발행인으로 재직 당시, IT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자신의 꿈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아이들과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아들: 정민준
과학과 IT를 좋아하는 성남 중앙초등학교 6학년 학생. 데니스 홍 박사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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