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현실의 개척자, VR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 스노우볼

안수영 syahn@itdonga.com

[IT동아 안수영 기자] 또 하나의 현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이 일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IT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삼성전자 기어 VR'과 '구글 카드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년에는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모피어스 등의 VR 관련 기기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VR 시장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VR 기술은 게임, 교육, 의료,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반 사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단연 게임이다. 그렇다면 향후 미래를 장식할 VR 게임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VR 시장이 본격적인 태동을 앞둔 만큼, VR 게임 시장 역시 현재는 시장 준비단계에 있다. 아직은 미완성 단계이지만, 초기 시장 진입을 노리고 VR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들도 몇몇 존재한다. 현재 VR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스타트업인 '스노우볼'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노우볼이 준비하는 VR 게임은 무엇인지, 시장 초기 단계에서 VR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과연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한다.

스노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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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석중 PM, 장재훈 팀장. 김덕규 실장>

Q. 아직 생소한 VR 게임 분야에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김석중 PM: VR(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하던 시기, 인상적인 기사를 하나 접했다. FPS의 거장으로 유명한 개발자 존 카맥(John Carmack)이 오큘러스에 합류해, VR 게임 제작에 도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향후 VR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직접 VR 게임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올해 4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남들이 시작하지 않았을 때 빠르게 시장을 공략해야 선두주자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선배들을 설득해 사업화를 시작했다.

Q. 현재 준비 중인 게임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김석중 PM: 게임명은 (현재 가제) '콜로니 어벤져스'다. 사용자가 VR 환경 속에서 캐릭터가 되어 적을 물리치고, 기괴한 공포를 체험하는 게임이다. VR 게임인 만큼 사용자가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는 데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 악마에 대한 공포감을 강조하고, 이를 정의롭게 물리치는 즐거움, 생생한 액션감과 타격감 등을 강조하고자 힘쓰고 있다.

김덕규 실장: 현재 삼성전자의 기어 VR을 중심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기어 VR은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 등의 기능을 갖췄으며, 반응 속도가 빠르고 전체 시야각을 확보해 입체감이 생생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기의 특성에 걸맞게 생생함을 살리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면 고개를 돌렸을 때 화면이 이동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가 캐릭터가 되어 발을 구르면 캐릭터가 걸어가는 것 등을 실감나게 구현할 것을 목표로 한다.

Q. 게임 스토리와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김석중 PM: 게임 스토리는 화성을 배경으로 하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구에서 가난한 서민이나 범죄자들을 강제로 화성에 이주시키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을 개척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결국 사람이 살 수는 있게 되었지만, 지구에서 화성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한다. 수모와 차별을 견디지 못한 화성 사람들은 지구의 행정 조치에 반발을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게임 배경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각 캐릭터마다 시나리오가 조금씩 다르다. 현재 3가지 캐릭터를 개발했다.

장재훈 팀장: 게임 디자인은 자율성을 많이 두고 작업했다. 초기 작업물인데다 VR 게임에 도전하는 것도 처음이다 보니, 3D 게임과 크게 차별성을 둔 것은 아니다. 게임 스토리에 맞춰 우주와 화성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을 강조했다. 캐릭터의 경우 여성미와 남성미를 강조했다.

김덕규 실장: 현재는 캐릭터, 적들의 인공 지능과 반응, 타격 효과를 입히는 것까지 개발했다. 현재 아이템샵과 무기 교환 부분을 작업하는 단계에 있다. 게임은 올해 연말에 완성할 것으로 예상되나,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처음 도전하는 분야인 만큼 조급하기보다는 내실을 기하고자 천천히 작업하고 있다.

Q. VR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김석중 PM: 개발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우선, 개발 소프트웨어(SDK)는 현재 1버전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현재 0.6 수준의 미완성된 툴을 사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아직 오큘러스 측에서 제대로 된 툴킷을 선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국 난무하는 버그, 호환성 오류 등과 씨름하고 있다. 일반적인 개발 환경이 아닌 상태에서 개척자의 정신으로 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카메라 무빙과 좌표계가 일반 3D 게임과 전혀 다르다. 일반 3D 게임의 경우, 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정보를 토대로 손쉽게 카메라 무빙을 할 수 있다. 반면, 기어 VR은 자이로 센서를 기준으로 한다. 이는 곧 현실과 가상현실의 좌표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3D 좌표가 맞지 않는 바람에, 결국 일일이 체험하며 하나 하나씩 버그를 잡아야만 했다.

또한 2D와 3D를 화면에 같이 표현해야 하는데, VR 게임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모델링을 출력하는 것이 통하지 않았다. 2D도 카메라로 보여주어야 하는 등, 기존 3D 게임 개발과 다른 점이 많았다. 예상치 못한 버그도 많았다.

김덕규 실장: 아직은 VR 게임이 새로운 분야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기술 자문을 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 API 레퍼런스를 보면 '된다'고 안내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우리가 미숙한 것인지, 버그가 작동한 것인지 확인할 방도도 없다. 1세대가 겪는 어쩔 수 없는 시행착오다.

장비가 조금 비싸 넉넉하지 못한 것도 있다. 현재 갤럭시노트4에 전용 디바이스인 갤럭시 VR 기어를 사용하고 있다. 조작은 일반적인 조이스틱으로,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김덕규 실장: 앞으로 하나하나 부딪치는 모든 것들이 기술적 과제이지만, 최적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기어 VR을 사용한 분들의 대부분이 '실감나기는 한데 어지럽다'라고 말한다.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것은 VR 특유의 단점이지만,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려면 어지럼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김석중 PM: VR의 리얼리티 때문에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사용자의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캐릭터가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면, 시각적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실감하게 된다. 즉, 실제와 가상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뇌가 혼동을 느껴 어지러운 것이다. 이러한 어지럼증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김덕규 실장: 이 외에도 자이로 센서의 반응, 기기의 성능, 개발 최적화 등의 요소 때문에 더 어지러울 수도 있으므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작업 중이다.

Q. VR 게임을 개발하면서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덕규 실장: 만약 제조사 측에서 기술 지원을 해 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현재는 개발자들이 고가의 장비를 일일이 구입해 하나 하나 실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해외 포럼을 찾아가 보더라도 많은 개발자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부서나 기관이 있다면, 많은 개발자들이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VR 게임 콘텐츠와 시장의 발전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이 가급적 하루빨리 이루어진다면 좋겠다.

현재 VR 게임 시장이 거의 없지만, 기술을 발전시키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러한 준비를 하고 있다. VR 개발을 함께할 수 있는 협력사, 투자사, 기관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향이 있다.

김석중 PM: 국가에서도 기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좋겠다. 아무래도 신기술이 너무 빠르게 등장하다 보니 국가가 기술을 지원해주는 속도도 느린 편이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술의 영역 및 규모가 좀 더 컸으면 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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