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3D 의료의 세계화 앞장선다"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의료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심도 있는 진료를 동네 의원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나 빠르고 효과 좋으면서 부작용도 적은 신약을 개발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부의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시술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피부의 상처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폐쇄성 골절이나 장기 손상 등은 방사선 촬영 등을 통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자료는 3차원인 우리 몸을 2차원으로 표현한 것이라 오차가 있을 수도 있다. SF 영화처럼 신체를 스캔한 정보를 눈앞에 3D로 띄워놓고 볼 수 있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영화 같은 상상이 실현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조선대학교병원 정형외과 문영래 교수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가상/증강현실과 3D프린팅을 의료 기술에 접목하고, 이를 국제 표준화하는 작업까지 진행 중이다. 또한,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3D Based Medical Application Working group의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대학교병원 문영래 교수 팀
조선대학교병원 문영래 교수 팀

<문영래 교수와 3D Based Medical Application Working group 구성원>

"의료 3D는 양질의 진료를 보장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시술자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요. 시술자는 환부를 3D 모델로 만들고, 가상현실을 통해 여러 번 시뮬레이션 해보고 실제로 집도할 수 있죠. 환자 입장에서도 더 정확하고 안전한 시술을 받을 수 있고요."

3D 모델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는 X선, CT, MRI, 초음파, 내시경 등 현존하는 기술을 이용한다. 임상시험 대상을 촬영한 자료나 기증받은 자료를 통해 표준 인체 3D 모델을 제작하고, 이 모델을 바탕으로 실제 환자를 촬영한 자료를 적용해 환자의 특성을 담은 해부학 3D 모델을 만든다.

각종 메타데이터로 해부학 3D 모델을 만든
모습
각종 메타데이터로 해부학 3D 모델을 만든 모습

<오토데스크 3D맥스로 인체 모델을 구현한 모습. 여기에 해부학 전문가가 참여해 관절 구동 범위나 군육 조직 위치 등을 더하면서 실제 인체와 유사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 이러한 3D 모델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데이터를 보관할 필요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기존의 촬영 자료도 표준 모델을 정교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장기기증처럼 사후 신체 데이터 기증 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CT의 경우 정교하게 촬영할 수록 방사선 노출량이 많아져 위험한데, 기증을 통해 위험을 줄이면서 정교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몸에 3D 모델을 입히는 증강현실도
가능하다
환자의 몸에 3D 모델을 입히는 증강현실도 가능하다

<환자의 개별 3D 모델을 몸 위에 증강현실로 나타낼 수 있다>

표준 모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영래 교수는 진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만약 실제 진료에서 환부를 세밀하게 촬영하고, 3D 모델을 만든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 당장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인 데, 3D 모델이 완성되는 마냥 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표준 모델이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환자 X선 사진 하나만 적용해 맞춤형 모델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표준 모델은 3D 프린팅을 통해 의학 실습용 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실제 뼈와 3D 프린터로 출력한 환자의 뼈
실제 뼈와 3D 프린터로 출력한 환자의 뼈

3D 프린터로 출력한 환자의 뼈
3D 프린터로 출력한 환자의 뼈

<실제 환자의 어깨 뼈를 모델링해 출력한 모습, 관절이 마모된 부분(화살표)까지 표현한다>

그렇다면 3D 의료 기술을 실제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우선 의사가 환자에게 정확한 증상과 치료 과정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환부의 3D 모델을 만들고 이를 환자 몸에 증강 현실 형태로 덧씌워서 아픈 부위와 이유를 설명한다. 피부에 센서를 부착하면 몸을 움직일 때 3D 모델이 몸에 씌워진 상태로 따라서 움직인다. 문영래 교수 팀은 현재 AR 모델을 완성한 상태며, 센서를 통한 추적 과정에서 오차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시경이나 관절경 등의 광학장비로 촬영한 영상을 가상현실화해서, 시점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 역시 표준 모델을 기반으로 개인별 3D 모델을 만든다. 이후 3D로 구현된 장기에서 사방으로 움직이며 문제가 있는 곳을 살펴볼 수 있다.

경력이 적은 의사는 이러한 표준 3D 인체 모델을 활용해 가상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직접 칼로 찢어야 볼 수 있는 뼈나 근육의 구조를 가상현실을 통해 살펴볼 수 있으며, 평소에는 혈관을 건들일까 두려워 칼을 대지 못했던 곳도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 뼈를 잘라내는 것도 가능하다. 단순히 표면만 표현하는 방식은 물론, 뼈 속까지 채워진 상태로 그려내는 볼륨 렌더링까지 지원하기 때문이다.

문영래 교수
문영래 교수

그렇다면 이처럼 정교한 3D 해부학 모델을 바탕으로 외과적 수술에 사용하는 뼈나사 등의 보형물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할까? 아쉽지만 아직은 불가능하다. 문영래 교수에 따르면 출력 소재의 강도가 현재로써는 충분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식품의약안전처에서는 치과 치료 외에는 3D 프린팅을 통한 출력물을 몸에 삽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문교수 팀은 현재 다른 방향에서 3D 프린팅을 적용하고 있다. 체내에 삽입하는 보형물 대신 시술을 위한 1회용 도구를 제작하는 것이다.

"사실 뼈의 굵기나 간격 등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인데, 관절경 등에 필요한 시술용 핀 가이드는 한 가지 규격의 도구를 환자에 맞게 조절해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3D 모델을 바탕으로 맞춤형 가이드를 제작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술 부위에 따라 가이드 크기나 위치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으며, 1회용이기 때문에 위생적이고요."

문영래 교수
문영래 교수
<조선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연구부장 문영래 교수>

현재 국제적으로 몇 곳의 병원에서는 이 같은 형태의 3D 의료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장비 가격이 수억 원에 이른다. 이와 달리 문영래 교수 팀의 표준화 작업은 PC를 기반으로 하며, 소프트웨어 역시 3D맥스나 유니티 엔진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구축 비용이 아주 낮다.

이 기술은 정교화 과정을 거쳐 늦어도 내년에는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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