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이탄X의 확실한 대안, 엔비디아 지포스 GTX 980 Ti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또 다른 괴물 그래픽카드가 등장했다. 엔비디아 지포스 GTX 980 Ti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포스 GTX 980과 지포스 GTX 타이탄(TITAN) X 사이에 위치하는 이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타이탄 X를 손에 넣지 못한 설움을 어느 정도 만회해 줄 존재다. 타이탄X와 같은 쿠다코어(CUDA Core)를 품지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코드명 GM200 기반의 그래픽 프로세서와 6GB 용량의 GDDR5 메모리는 뛰어난 게이밍 환경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보여준다.

사실, 지포스 GTX 980 Ti의 등장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은 바 있다. 이전 세대인 지포스 GTX 780 시절에도 최상위 그래픽카드 타이탄 등장 이후, 타이탄 기반의 GTX 780 Ti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780 Ti도 타이탄에서 메모리를 절반으로 줄인 정도에 불과해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2015년 6월 1일 국내 출시된 지포스 GTX 980 Ti는 타이탄 X 수준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기함(플래그십)의 요건은 충분히 갖췄다. 수량 자체는 여유롭지 않겠지만 에이수스(ASUS)를 시작으로 기가바이트(GIGABYTE)나 조텍(ZOTAC) 등 여러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은 관련 제품을 선보였거나 준비 중이다.

에이수스 지포스 GTX 980
Ti
에이수스 지포스 GTX 980 Ti

< 에이수스 지포스 GTX 980 Ti >

다이렉트X 12와 VR 시대를 맞이하는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980 Ti는 다이렉트X 12 시대에 알맞은 그래픽카드다. 다이렉트X 12는 윈도우10에 탑재되는 API로 이전 버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 게임 개발사 및 게이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CPU와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고 효율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엔비디아의 게임웍스 VR을 설명 중인 구라브 아가왈 지포스 제품 마케팅
매니저
엔비디아의 게임웍스 VR을 설명 중인 구라브 아가왈 지포스 제품 마케팅 매니저

엔비디아는 다이렉트X 12 최적화와 함께 가상현실(VR)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VR 기기 특유의 왜곡 현상을 보정하고, 시야에 맞는 화면을 그려내는 기술을 선보인 것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오큘러스와 유니티, 에픽 게임즈, 밸브, 크라이텍 등 VR 개발사와 게임 엔진 개발사를 끌어 모아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는 '게임웍스(Gameworks) VR)'을 통해 다가올 VR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해상도의 기기에 대응하거나 두 그래픽카드로 각각의 영상을 그려낸다거나(VR SLI) 하는 등이다. 움직임을 예측하고 미리 그래픽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지포스 그래픽카드와 최적화 애플리케이션인 지포스 익스피리언스, 게임웍스 VR이 삼위일체 되면서 게이머들이 VR 기기로 높은 게임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을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지포스와 DX12, VR 등에 대해 설명 중인 구라브 아가왈 지포스 제품 마케팅
매니저
새로운 지포스와 DX12, VR 등에 대해 설명 중인 구라브 아가왈 지포스 제품 마케팅 매니저

지난 5월 21일에 방한한 구라브 아가왈(Gaurav Agarwal) 지포스 제품 마케팅 매니저는 "3억 5,000만 대의 PC가 다이렉트X 12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4K와 VR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2015년은 4K 시대라면 다가올 2016년은 VR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타이탄X의 대체재' 지포스 GTX 980 Ti

지포스 GTX 980 Ti가 왜 타이탄X의 대체재일까? 이는 사양을 보면 알 수 있다. 타이탄X는 3,072개의 쿠다코어와 12GB GDDR5 메모리를 탑재했다. 지포스 980 Ti는 2,816개의 쿠다코어, 6GB 용량의 GDDR5 메모리라는 사양을 갖는다. 메모리는 타이탄X의 절반이지만, 쿠다코어는 지포스 GTX 980의 2,048개보다 많다. 이름만 GTX 980 계열일 뿐, 전혀 다른 물건이다.

이 때문에 지포스 GTX 980 Ti는 타이탄X에 근접한 성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작동 속도 또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기본 속도 1,000MHz(부스트 1,075MHz)로 작동하는 그래픽 프로세서와 7Gbps(1,750MHz)로 작동하는 메모리까지 동일하다. 메모리 인터페이스도 384비트로 256비트인 GTX 980보다 타이탄X와 같다.

지포스 GTX 980 Ti
지포스 GTX 980 Ti

냉각장치 덮개의 색상 차이와 측면에 각인된 'GTX 980 Ti'라는 문구를 제외하면 타이탄 X와 외형적 차이도 없다. 칩과 메모리 구성이 다를 뿐, 기판 구성은 거의 동일하다. 여기까지는 이전 세대인 GTX 780 Ti와 타이탄 사이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지포스 GTX 980 Ti의 기판 모습
지포스 GTX 980 Ti의 기판 모습

복잡해 보이지만 이제 속을 보자. 중앙에 있는 큼직한 그래픽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12개의 GDDR5 메모리를 둘렀다. 메모리는 총 6GB의 용량으로 384비트 인터페이스를 갖는다.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수치가 클수록 고해상도에서 힘을 얻는다. 지포스 GTX 980이 256비트에 4GB고 타이탄 X는 384비트에 12GB 메모리를 얹는다.

최근 게임들은 메모리 점유가 다소 높은 편이다. 풀HD(1,920 x 1,080) 해상도는 요즘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으로 충분하지만 2,560 x 1,440 해상도는 물론이고 3,840 x 2,160 해상도 등에서는 4GB 메모리로도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다. 여전히 화제인 GTA 5는 고해상도에 그래픽 품질과 효과를 더하는 것 만으로 4GB 메모리를 금세 채워버린다.

6GB 메모리는 어느 정도 여유를 줄 것이다. 12GB 만큼은 아니더라도 2,560 x 1,440 해상도에서는 최고의 만족감을 3,840 x 2,160 해상도는 수긍할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큰 규모의 칩인데다 성능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 소모하는 전력 소모량도 무시 못한다. 지포스 GTX 980 Ti는 약 250W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타이탄 X와 동일하며, GTX 980의 165W 보다는 많다.

타이탄 X에 근접하는 성능에 눈이 번쩍!

기자가 사용하는 PC 시스템은 인텔 코어 i7 5960X, 64GB DDR4 메모리, X99 칩셋 메인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지간한 PC와 견줘도 아쉽지 않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포스 GTX 980 Ti를 달아 간단히 게임을 즐겨봤다. 드라이버는 최근 등록된 지포스 353.06 버전을 썼다. 간단한 비교를 위해 타이탄 X도 동원했다.

GTX 980 Ti로 GTA 5를 구동한
화면
GTX 980 Ti로 GTA 5를 구동한 화면

먼저 실행한 게임은 GTA 5. 2,560 x 1,600 해상도인 상태에서 옵션을 최대한 적용하고 게임을 즐겨봤다. 계단현상을 줄여주지만 성능을 크게 떨어뜨리는 MSAA 항목은 제외한 상태다. 이 정도만 해도 메모리 점유는 3GB 이상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6GB 메모리를 갖춘 GTX 980 Ti는 여유롭기만 하다.

내부 성능 측정 항목을 실행하고 결과를 보니 초당 약 70 프레임에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1프레임은 1초에 화면이 그려지는 수치를 말한다. 60 프레임이면 1초에 60장의 그림이 지나가는 셈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부드럽다. 평범한 모니터들이 60 프레임(60Hz)을 그려내는데, 이를 상회하니 충분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타이탄 X도 조금 낫지만 큰 차이는 없다. 1초에 약 72 프레임을 그려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130~140만 원대의 타이탄 X를 살 필요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타이탄 X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그 가치를 따지지 않는다면 GTX 980 Ti로도 충분하다.

지포스 GTX 980 Ti로 위쳐 3를 실행한
화면
지포스 GTX 980 Ti로 위쳐 3를 실행한 화면

이번에는 위쳐(Witcher) 3를 실행해 봤다. GTA 5와 동일한 해상도를 적용한 뒤, 그래픽 옵션에서 자연스레 '최고 품질 설정'을 클릭하고 게임을 즐겼다. 이 게임에는 성능을 측정하는 항목이 없기 때문에 초반 이벤트 영상이 종료되고 난 다음, 직접 길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을 프레임 측정 애플리케이션인 프랩스(Fraps)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을 택했다.

산길을 이동하는 내내 그래픽은 화려하게 펼쳐진다.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산길은 눈이 부실 정도의 광원 효과가 더해지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세밀하고 자연스레 휘날리는 주인공의 머리카락과 동물의 털 등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들이 그래픽 프로세서에 큰 부하를 주는 요소다. 메모리 점유 또한 그렇다.

약 10여 분간 이동하며 측정된 프레임은 약 40 정도. 1초에 40매의 이미지가 뿌려진다는 것이다. 초당 60 프레임에는 못 미치지만, 게임을 즐기기 위한 최저 수치인 30 프레임보다 높다는 점이 위안 거리다. 타이탄 X 역시 이보다 조금 나은 43 프레임 정도를 기록했다.

지포스 GTX 980 Ti
지포스 GTX 980 Ti

< 순수한 GM 200은 아니더라도 GTX 980 Ti는 큰 경쟁력을 갖는다 >

자, 정리해 보자. 타이탄 X의 가격은 130~140만 원 사이, 반면 GTX 980 Ti의 가격은 80만 원대 후반에서 9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여유롭게 산정해도 40~50만 원 가량 차액이 발생한다. 타이탄 X 하나 살 비용이면 GTX 980 Ti 하나 손에 넣고 돈을 더 보태 하나 더 구매하거나 SSD 같은 다른 부품 구입에 눈을 돌릴 수 있을 정도다.

순수한 GM200 그래픽 프로세서는 아니지만 성능 측면에서 GTX 980 Ti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때문에 고사양 게임을 주로 즐기는 게이머에게 알맞다. 다만, 649달러로 공개됐던 가격이 국내에서 90만 원대로 둔갑한 점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수입 관세나 유통마진, A/S 비용 등등을 감안하면 80만 원대 초반에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 부분은 출시 초기이니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는 방법도 있다.

'나는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해 GTX 980 Ti를 사고 싶다'고 외치는 소비자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지금 당장 뛰어가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제조사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한 또 다른 GTX 980 Ti를 노리는 것. 물론 비싸겠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