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세계] 마피아 게임의 진화, '뱅!'

안수영 syahn@itdonga.com

뱅! (2002)
뱅! (2002)

뱅! (2002) <출처: divedice.com>

마피아 게임은 1986년 모스크바 대학에서 처음 플레이 된 이후, 수많은 대학으로 퍼지며 대중화됐다. 마피아 게임은 1997년 늑대인간 테마가 나오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 가공됐다. 이런 마피아 게임류 보드게임들 중에서 가장 많은 시도가 담긴 게임이 바로 '뱅!'이다. 서부 테마와 카드 대결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 이 게임은, 2002년 출시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고등학생,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 방법

다른 마피아류 게임들이 구성물이 단출한 것과 달리, 뱅!은 상자를 열어보면 상당한 숫자의 카드 뭉치와 게임 판, 토큰이 들어있다. 내용물이 많은 만큼, 기존 마피아 게임에 익숙한 사람도 꽤 집중해서 읽어야 할 정도로 규칙이 많은 편이다. 대개 카드의 기능 설명에 시간을 많이 소모하게 되는데, 한국어판이 발매되어 규칙을 쉽게 익힐 수 있게 됐다. 카드의 기능 설명을 보는 것도 한결 편해졌다.

뱅!의 구성물
뱅!의 구성물

뱅!의 구성물 <출처: divedice.com>

'뱅!'은 마피아 게임처럼 팀을 나눠서 진행하고, 팀의 승리조건을 이루면 생존 여부에 상관없이 그 팀 전체가 승리한다. 다만, 뱅!에서는 팀이 3개다. 배신자와 무법자를 무찌르고 서부 마을의 평화를 지키려는 보안관과 부관 팀, 보안관을 죽이고 마을을 차지하려는 무법자 팀, 양쪽의 눈치를 보다가 최후의 승자가 되려는 배신자 팀이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참여 인원에 따라 역할 카드를 골라 섞은 후, 각 플레이어에게 한 장씩 안 보이게 나누어준다. 즉, 누가 나와 같은 팀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마피아 게임과 다르게 보안관은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고 시작하고, 보안관과 같은 팀인 부관은 정체가 공개된 보안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법자는 부관인 척 행세하며 부관을 찾아 미리 제거해 보안관을 노리고, 배신자는 부관과 무법자를 오가며 한 명씩 플레이어들을 제거해 나가면 된다. 보안관은 부관을 찾아 함께 무법자와 배신자를 제거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카드를 받았다면, 이제 인물 카드를 한 장씩 나눠 받는다. 인물 카드에는 생명력과 특수 능력이 나타나 있다. 각자 생명력만큼의 총알 토큰을 가져오고, 보안관은 인물 카드에 표시된 생명력 외에 총알 토큰을 하나 더 추가로 받는다. 각자 자신이 가진 총알 토큰만큼 카드를 뽑으면 보안관부터 게임을 시작한다.

뱅!의 역할 카드.
뱅!의 역할 카드.

뱅!의 역할 카드. 보안관을 제외하고 모두 정체를 숨긴 채 게임을 진행한다. <출처: divedice.com>

'뱅!'은 마피아 게임인 동시에 카드 게임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탈락시키는 행동을 모두 카드로 수행한다. 자신의 차례가 되면 더미에서 카드를 2장 받는다. 카드를 받은 후에는 자기가 원하는 만큼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을 공격하는 '뱅!' 카드는 한 차례에 1장밖에 쓰지 못한다. 자신의 행동을 마쳤다면 자신의 생명력만큼 카드를 가지고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긴다. 이런 방식으로 시작 플레이어부터 시계 방향으로 차례를 진행한다. 세 팀 중 한 팀이 승리 조건을 달성하면, 즉시 게임이 끝나고 그 팀이 승리한다.

뱅! 카드
뱅! 카드

'뱅!' 카드를 사용하면 차례당 한 번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뱅!' 카드의 대상 플레이어는 '빗나감!' 카드를 내면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출처: divedice.com>

이렇게 뱅!의 진행 규칙은 단순하다. 자신의 차례에는 카드를 2장 뽑고, 원하는 만큼의 카드를 사용한 후 생명력만큼 카드를 남기고 차례를 마치면 된다. 하지만 뱅!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카드가 16장 있고 80장의 카드 기능 또한 다양해, 그 활용 방법을 명확히 알지 못하면 게임 진행이 어려워진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카드인 '뱅!'은 거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진다. 예를 들면 자신을 기준으로 양 옆 플레이어가 거리1, 그 건너 플레이어가 거리2가 되는 식이다. 이 거리에 맞는 총을 가지고 있어야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편이라고 짐작하고 있어도, 거리에 맞는 총이 없으면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

뱅!의 거리 개념.
뱅!의 거리 개념.

뱅!의 거리 개념. 플레이어 A를 기준으로 거리1에 플레이어 B, F가 있고, 거리2에 플레이어 C, E가 있고, 거리3에 플레이어 D가 있다. <출처: divedice.com>

상대방이 '뱅!'을 내게 사용했다면 '빗나감!'을 내서 피하거나 '술통'을 이용해 회피할 수 있다. 이외에도 상대방을 쉬게 만드는 '감옥'이나 모두에게 총질을 하는 '기관총', 생명력을 채워주는 '맥주', 모두에게 카드를 1장씩 가져가게 하는 '잡화점', 한 번에 생명력 3개를 깎는 '다이너마이트' 등 다양한 카드가 있다. 때문에 뱅!은 기억해야 할 것이 조금 많지만, 한 번 익히면 다채로운 게임 양상에 푹 빠져 즐길 수 있다.

마피아 게임

소싯적 'MT 좀 가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마피아' 게임을 한 번쯤은 해보거나, 적어도 들어는 보았을 것이다. 마피아 게임은 종이 몇 장과 펜, 능숙한 사회자와 플레이어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MT 게임 중 하나다.

게임은 시민 팀과 마피아 팀으로 나뉜다. 사회자는 쪽지에 '마피아'와 '시민'을 적어서 플레이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준다. 보통 10~12명이서 게임을 한다면 2~3명이 마피아가 된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정체를 남몰래 확인한다. 게임의 목적은 간단하다. 자신의 팀이 살아남는 것이다.

게임은 낮과 밤을 반복하면서 진행한다. 낮에는 모든 사람들이 토론을 통해 마피아일 것 같은 사람을 한 명 선택한다. 그리고 인민 재판을 거쳐,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은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바로 탈락한다. 투표가 끝나면 밤이 온다. 밤에는 마피아가 깨어 무고한 시민 한 명을 지목한다. 여기서 지목된 시민도 게임에서 바로 탈락한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을 한 명씩 제거해 나간다. 마피아가 모두 탈락하거나, 시민과 마피아의 숫자가 같아지면 게임이 끝나고 승패가 갈린다.

타불라의 늑대
타불라의 늑대

타불라의 늑대. 마피아 게임에 늑대인간 테마가 덧씌워진 건 1990년대였고, 이로 인해 마피아 게임은 더욱 대중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출처: divedice.com>

마피아 게임을 할 때는 소위 '말빨'이 중요하다. 낮에는 자신이 마피아가 아님을 어필하면서, 자신의 팀이 아닌 것 같은 사람을 마피아로 몰아 게임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자신이 마피아라면, 자신의 언변으로 무고한 시민 한 명을 마피아로 몰아 탈락시키는 '사악한' 재미가 있다. 이러한 묘미는 마피아 게임을 MT 게임의 최고봉으로 만든 요소 중 하나다.

마피아 게임은 1986년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던 드미트리 다비도프(Dmitry Davidoff)가 만들었다. 이 게임은 그가 가르치던 고등학생들과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학 온 청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그들을 통해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에 '카탄의 개척자(1995)'를 비롯해 보드게임 문화의 중흥기를 맞고 있던 유럽에서는 이 게임을 상업적으로 출판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 마피아 보드게임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타불라의 늑대(2001)'를 비롯해 수많은 게임이 탄생했다.

보디가드, 프리메이슨, 미치광이 등 다양한 직업이나 캐릭터가 생겨났으며, 상대방의 정체를 추리할 수 있는 별도의 질문 카드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물론 마피아 게임의 핵심인 '플레이어들의 정체가 숨겨져 있고, 대화를 통해 이를 찾아낸다'는 기본적인 골자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마피아 게임의 진화

마피아류 게임의 핵심은 플레이어들끼리의 토론, 논의다. 플레이어들의 논의와 투표를 통해 플레이어의 탈락이 이루어지고, 이로써 세력 간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게임에 생동감을 준다.

뱅!은 이러한 논의와 토론 과정을 카드로 변주했다. 플레이어 간 상호 작용을 모두 카드로 하면서, 상대방의 정체를 추론하는 과정이 '저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어떤 카드를 썼느냐'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보안관에게 뱅!을 쐈으니 무법자겠군' '여기 뱅!을 쐈다 저기 뱅!을 쐈다 하는 걸 보니 배신자임에 틀림없어' 하는 식이다.

배신자는 혼자 살아남으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배신자는 혼자 살아남으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배신자는 혼자 살아남으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출처: divedice.com>

그렇다고 뱅!이 플레이어 간의 대화가 오가지 않는 게임은 아니다. 오히려 카드라는 매개체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피아 게임에서 소극적인 성향의 플레이어는 게임에 끌려가는 경향이 있는데, 뱅!에서는 '같은 편이니까 쏘지 말라'고 간단하게 어필할 수 있어 플레이어의 성향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모든 플레이어들은 보안관에게 자신이 보안관과 같은 편인 부관이라고 우기기 시작하는데, 소극적인 플레이어도 자신이 부관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마피아 게임이 30년에 걸쳐 대중화되며 사람들이 발견한 몇 가지 단점이 있다. 먼저, 마피아 게임은 사회자가 필요하다. 밤이 될 때마다 마피아를 깨우고 희생자를 결정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다음날 결과를 말해줄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즉, 사회자는 게임에 수동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게임의 재미를 별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물론 개중에는 사회를 보며 시민과 마피아들의 아귀다툼을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또한, 마피아 게임은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한다. 최소 6명 이상의 인원을 요구하는데다 인원수에 따라 필연적으로 1~2시간을 소모한다. 이런 점 때문에 MT에서는 밤을 샐 만한 게임으로 각광받았으나, 일반적인 장소에서 소규모로 게임을 즐기기는 어렵다.

뱅!은 이런 단점을 개선했다. 사회자가 없으며 빠르게 진행하면 30분 내외로 한 판을 즐길 수 있다. 마피아 게임은 탈락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게임을 지켜봐야 하는 단점이 있는데, 뱅!은 게임 시간이 짧아 기다림을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3명에서 7명까지 플레이 할 수 있어 일반적인 보드게임의 인원 구성보다 폭이 넓다. 마피아 게임처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하는 여건 자체가 자주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뱅!의 플레이 가능 인원은 적당한 편이다.

뱅!의 다양한 카드들
뱅!의 다양한 카드들

뱅!의 다양한 카드들 <출처: divedice.com>

뱅!은 2002년 이탈리아의 보드게임 회사 디브이 기오치(dV Giochi)에서 출시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마피아 게임을 제치고 MT용 게임의 대명사로 떠올랐으며, 발매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명력 있는 보드게임으로 손꼽힌다.

'뱅!'의 확장판과 스핀오프 작품들

뱅!은 전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확장판과 스핀오프 작품이 나왔다. 그 동안 국내에는 기본판만 한국어판으로 발매됐었는데, 2014년 확장판의 첫 한국어판이 발매됐다. 바로 '뱅! 닷지시티(2004)'다.

뱅! 닷지시티 한국어판
뱅! 닷지시티 한국어판

뱅! 닷지시티 한국어판 <출처: divedice.com>

'뱅! 닷지시티'는 새로운 규칙이나 특별한 카드는 없지만, 게임 인원 수를 8명까지 늘리고 새로운 인물과 몇몇 아이템을 추가하는 등 게임의 볼륨을 늘렸다. 뱅!의 디자이너 에밀리아노 시아라(Emiliano Sciarra, 1971)는 '뱅!'보다 더 많은 카드를 가진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는데, 초판 발매 시 '뱅!'과 '뱅! 닷지시티'로 나눠 볼륨을 줄였다고 한다. 즉, 2개의 게임을 합쳐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게임이 되는 느낌이다.

확장판 중에서 볼륨이 가장 크고, '뱅!' 기본판을 많이 즐겼을 때 식상해질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8명이 게임을 할 때는 배신자가 2명이 되는데, 두 배신자는 같은 팀이 아니고 각자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서로를 탈락시켜야 하므로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도 각자 매력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본판을 충분히 해 본 플레이어라면 만족할 만한 확장판이다.

뱅! 와일드 웨스트 쇼
뱅! 와일드 웨스트 쇼

뱅! 와일드 웨스트 쇼 (BANG! Wild West Show, 2010) <출처: divedice.com>

'뱅! 와일드 웨스트 쇼' 확장판은 게임성보다는 유머에 중심을 둔 확장으로, 능력이 강하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빗나감' 카드를 못 쓰는 대신 생명력이 매우 높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카드를 1장 주고 무작위로 카드 2장을 빼앗아오는 인물도 있어 웃음이 절로 난다. 또한 이벤트 카드가 있는데, 이 카드들은 매 라운드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카드를 사용했을 때마다 공개한다. 게임 중 황당한 상황이 많이 벌어져 한바탕 웃게 되는 확장이다.

뱅! 골드 러시
뱅! 골드 러시

뱅! 골드 러시 (BANG! Gold Rush, 2011) <출처: divedice.com>

'뱅! 골드 러시' 확장판은 게임에 새로운 요소를 포함한 확장으로, 특정 상황에 따라 금덩이를 약탈해 사용할 수 있다. 금덩이 토큰이 새로 포함되어 있으며, 금덩이를 사용해 장비를 사거나 특수 능력을 쓸 수 있다. 전략적으로 금덩이를 모아서 한 번에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다. 이런 요소를 통해 게임을 좀 더 전략적으로 즐길 수 있다. 금덩이와 관련된 능력을 사용하는 신규 인물들도 포함돼, 좀 더 색다른 느낌으로 '뱅!'을 즐길 수 있다.

뱅! 더 밸리 오브 쉐도우즈
뱅! 더 밸리 오브 쉐도우즈

_뱅! 더 밸리 오브 쉐도우즈 (BANG! The Valley of Shadows, 2014) <출처: boardgamegeek.com> _

2011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만 출시된 확장판 'BANG! Udoli Stinu'은 독특하게도 체코의 '뱅!' 팬들이 의견을 제시해 '뱅!'의 디자이너 에밀리아노 시아라와 함께 만든 확장판이다. 체코의 '뱅!' 팬들을 위한 확장판인 셈인데, 2014년 '뱅! 더 밸리 오브 쉐도우즈'이라는 이름으로 영문판이 출시돼 모든 '뱅!' 팬들이 즐길 수 있게 됐다. 8개의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 있으며, 16장의 추가 카드가 포함된 미니 확장판이다.

뱅! 하이 눈, 뱅! 한줌의 카드
뱅! 하이 눈, 뱅! 한줌의 카드

뱅! 하이 눈 (BANG! High Noon, 2003)과 뱅! 한줌의 카드 <출처: boardgamegeek.com>

'뱅! 하이 눈'은 단 15장의 카드로 구성된 미니 확장판이다. '뱅!'의 첫 확장이기도 하다. 이 확장을 기본판에 추가하면 보안관의 차례가 될 때마다 하이 눈 카드를 1장씩 공개한다. 이 카드에는 특별한 이벤트들이 쓰여 있어, 앞으로 차례를 진행할 때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 이벤트에 따라야 한다. 상대방의 '뱅!'을 막을 수 있는 '술통' 카드를 무력화하거나, 탈락한 플레이어들이 살아 돌아오는 등, 게임을 흥미진진하게 하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볼륨은 작지만 '뱅!'의 팬들은 이 확장을 필수 확장으로 꼽는다. '한 줌의 카드(The fistful of cards, 2005)' 확장도 이와 같은 미니 확장판이다. 여기에는 게임을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카드들이 들어 있다. 두 확장 모두 구하기 어려운 편이었는데, 2014년 제작사에서 이 두 확장을 합친 합본팩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뱅! 10주년 기념판, 뱅! 더 불릿!
뱅! 10주년 기념판, 뱅! 더 불릿!

뱅! 10주년 기념판 (BANG! 10th Anniversary, 2012)과 뱅! 더 불릿!(BANG! The Bullet!, 2007) <출처: divedice.com>

확장판이 너무 많다 보니, 딜럭스판의 개념으로 '뱅!' 기본판과 확장판을 포함한 합본팩이 제작됐다. 2004년에는 최초의 딜럭스판인 '원티드! 데드 오어 얼라이브(Wanted! Dead or Alive, 2004)'가 발매됐다. 2007년에는 총알 모양의 독특한 박스에 담긴 '뱅! 더 불릿!'이, 2012년에는 초판 발매 10주년을 맞아 '뱅! 10주년 기념판'이 발매됐다.

이 3개의 딜럭스판은 본판과 당시 발매된 확장판을 포함했다. '뱅! 더 불릿!'은 고유의 신규 이벤트 카드와 인물 카드를, '10주년 기념판'은 고유 인물 카드와 나무로 된 총알 토큰을 추가했다. 이 두 확장은 게임 박스를 총알 모양 혹은 양철 박스로 특별히 제작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만, 한국어판이 아닌 탓에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모으지 못했다.

뱅! 주사위 게임
뱅! 주사위 게임

뱅! 주사위 게임 (BANG! The Dice Game, 2013) <출처: boardgamegeek.com>

2013년 발매된 '뱅! 주사위 게임'은 '인기 좋은 게임은 주사위 확장판이 제작된다'는 통설 그대로 제작된 게임이다. '뱅!'의 특징을 여실히 살리면서도 주사위 게임의 매력을 더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소요 시간은 15분에서 20분 정도로 기본판보다 짧고, '뱅!'처럼 3인에서 8인까지 즐길 수 있다. 주사위 운 때문에 울고 웃는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기존 '뱅!'보다 낫다는 평가도 받았다. 게임의 시스템은 유사하지만 작가는 다른 사람이다.

사무라이 소드
사무라이 소드

사무라이 소드 (Samurai Sword, 2012) <출처: divedice.com>

'뱅!'을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 게임들도 수없이 발매됐다. 일본 전국시대로 테마를 바꾼 '사무라이 소드(Samurai Sword, 2012)'는 플레이어의 탈락이 없어 주목 받았다. 2014년에는 '뱅!'을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 게임도 많이 출시됐다.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Fantasy Flight Games)와 함께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자사 PC 게임을 보드게임으로 제작했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는 PC 게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보드게이머들도 솔깃할 만한 소식을 발표했다. 2014년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의 신작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캐릭터들로 제작한 '뱅!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Bang! Heroes of the storm, 2014)'을 공개하고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이 해에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뿐만 아니라 '하일로', '워킹데드'와 같은 게임, 만화를 이용해 다양한 '뱅!'이 제작됐다. 이처럼 '뱅!'은 보드게이머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넘어,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

뱅!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뱅!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뱅!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디자이너, 에밀리아노 시아라

'뱅!'의 디자이너 에밀리아노 시아라는 197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그는 12살 때부터 게임에 매료돼 간단한 단어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성장하면서 컴퓨터에 매력을 느꼈고, 1988년 첫 비디오 게임을 제작했다. 1999년부터는 게임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전에는 프리랜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기도 했다.

에밀리아노 시아라
에밀리아노 시아라

에밀리아노 시아라. <출처: 위키피디아>

에밀리아노 시아라는 2002년 뱅!을 선보이기까지 약 2년 간 뱅!의 개발에 매달렸다. 그가 참여하는 게임 모임에서는 4~5명씩 2개의 테이블로 나눠 게임을 했는데, 매번 팀을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항상 홀수의 사람들이 모인 탓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5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게임을 고민했다. 그리고 간단하고 빠르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게임 참가자들을 시끄럽게 만드는 게임을 원했다. 더불어, 게임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고, 가급적 인원 수에 구애받지 않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제작 목표로 삼았다.

1999년 개발한 '뱅!'의 첫 프로토타입에는 역할 카드가 없었다. 그는 최초 개발 때부터 게임 배경을 서부 활극으로 설정했다. 이 배경이 가진 혼란스러운 느낌과 플레이어들 사이의 결투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의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부극 테마는 넓은 팬층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다만 역할 카드가 없어, 최초의 프로토타입은 큰 보상을 얻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서로 싸우는 형태로 진행됐다.

뱅의 독특한 거리 개념은 프로토타입에는
없었다.
뱅의 독특한 거리 개념은 프로토타입에는 없었다.

뱅의 독특한 거리 개념은 프로토타입에는 없었다. <출처: divedice.com>

그는 3개월 후 역할 카드와 플레이어들 간 거리 개념을 게임에 추가했다. 그리고 2000년 1월, 현재의 게임과 근접한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운 좋게도 게임의 밸런스가 절묘하게 맞아, 2년 뒤 제작사 다빈치게임즈(디브이 기오치의 전신)에서 출시되기 전까지 카드 구성조차 수정하지 않고 테스트 플레이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이 프로토타입은 2~9명까지 즐길 수 있게 제작돼, 현재와 차이가 있었다. 디브이 기오치에서 사용하지 않는 인물 카드의 뒷면을 생명력으로 표시하는 방안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40여 개의 총알 토큰도 들어 있었다. (최근 판매되는 '뱅!'에는 게임판이 추가되면서 다시 총알토큰이 추가됐다) 그는 '뱅!'을 가볍고 쉬운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게임 내 운의 역할에 주목했다. 때문에 이 프로토타입에는 주사위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만든 게임을 그가 운영하던 지역 체스 클럽 루이지 발렌티니(Luigi Valentini)에 가져갔다. 오후 5시에 시작된 테스트 플레이는 새벽 5시까지 이어질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첫 게임 이후,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문자를 보내며 이 게임을 "뱅!" 혹은 "Avoid!(빗나감! Missed! 카드의 최초 명칭)"로 불렀다. 그는 이 게임의 이름을 툼스톤(Tombstone)이나 닷지시티(Dodge City)로 지으려 했는데, 친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뱅!'으로 결정했다.

뱅!의 프로토타입
뱅!의 프로토타입

뱅!의 프로토타입 <출처: www.emilianosciarra.net>

이 체스클럽에서는 2년 동안 뱅!의 프로토타입이 활발하게 플레이됐다. 심지어 토너먼트가 열리기도 할 만큼, 체스를 비롯한 다른 게임보다 더 많이 플레이됐다. 이 게임은 체스 클럽 밖에서도 성공적이었는데, 한 플레이어는 그에게 약 120달러 상당의 새 프린터 카트리지와 포토용지를 사주며 딜럭스 버전으로 프린트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그는 뱅!을 출판할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연락을 주고 받았던 미국의 한 게임회사는 "이 게임은 보드게임 패밀리 비즈니스(Family Business, 1982)와 비슷하다"며 거절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게임 박람회에서 만난 신규 제작사 다빈치 게임즈와 계약을 체결했다. 다빈치 게임즈는 지퍼백에 도화지로 만든 카드를 넣어 판매하던 칩패스 게임즈(Cheapass Games)와 같이 저렴한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오스트라콘(Ostrakon, 2004)', 그리고 '타불라의 늑대'를 출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뱅!'의 잠재성을 단번에 알아본 다빈치 게임즈는 계획을 변경해, 좋은 구성물로 가장 먼저 뱅!을 출시하기로 했다.

최근 재판된 패밀리 비즈니스.
최근 재판된 패밀리 비즈니스.

최근 재판된 패밀리 비즈니스. 마피아가 되어 모든 플레이어와 결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출처: boardgamegeek.com>

다빈치 게임즈는 대중성 있는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손질했다. 홀수의 플레이어가 게임할 때만 들어갔던 배신자 역할을 가장 매력적인 역할로 보고 모든 인원에 고정으로 넣었다. 또, 차례마다 1장의 카드를 받는 대신 2장으로 바꿨고, 인물 카드의 뒷장을 생명을 표시하는 데 사용했다. 카드의 능력을 결정하는 방법은 8면체 주사위나 동전을 던지는 대신 카드를 넘겨 심볼로 확인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리고 카드를 110장으로 줄이고, 카드의 텍스트와 심볼을 다듬었다. 110장으로 줄인 탓에 기본판에 포함되지 않은 카드들은 이후 '뱅! 닷지 시티'에 포함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2년 드디어 '뱅!'이 출판됐다. 초판은 2400개였는데,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고도 출시 3개월 만에 모두 판매됐다. '뱅!'은 4판까지 생산됐고, 14개국에서 50만 개가 판매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작가 에밀리아노 시아라는 이후 꾸준히 뱅!의 확장판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예술의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책을 저술하거나, 음악가 혹은 연설가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뱅!의 위치

뱅!의 첫 한글판.
뱅!의 첫 한글판.

'뱅!'의 첫 한글판. '뱅!' 카드를 '탕!'으로 번역해 논란이 됐었다. <출처: boardgamegeek.com>

국내에 뱅!이 알려진 것은 2003년 보드게임 수입업체 인터하비에서 뱅! 2판을 토대로 한국어판을 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뱅!은 보드게임 카페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결국 인터하비에 이어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 3판과 4판의 한국어판을 발매했고, 뱅!의 한국어판은 꾸준히 판매됐다. 뱅! 한국어판은 놀이 문화가 부족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새롭게 느껴졌고, 유럽식 보드게임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고전의 반열에 드는 게임. '뱅!'
고전의 반열에 드는 게임. '뱅!'

고전의 반열에 드는 게임. '뱅!' <출처: divedice.com>

뱅!이 꾸준히 인기를 끌자, 코리아보드게임즈는 뱅!의 확장판인 '뱅! 닷지시티'도 한국어판으로 출시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보드게임 확장판은 잘 나오지 않는데, 뱅!의 확장판이 출시됐다는 것은 판매량이 꾸준했음을 의미한다. 뱅!은 10년 넘게 판매되면서, 급격히 사라지는 게임들 속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고전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한 때는 "7인이 모이면 뱅!을 하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이 게임은 절대적인 위치를 누렸다. '뱅!'은 수많은 마피아류 게임 중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보드게임이다. 이 게임을 한 번 해보면 왜 명작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코리아보드게임즈 오세권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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