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맥과 윈도의 연결고리, 패러럴즈 vs 부트캠프

[IT동아 나진희 기자] 한국에서 애플 맥(Mac) OS X 만으로 제대로 된 인터넷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보는가. 기자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물론 할 수야 있겠지만, 그 생활이 풍족하진 못할 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맥 OS에서 국내 사이트의 인터넷 결제나 온라인 뱅킹 서비스 이용은 장애물이 많다. 그 뿐인가. 당연히 될 줄 알았건만 호환되지 않아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웹 페이지만 해도 엄청나다(그 예로 초기 상태의 맥에서 네이버 블로그에 접속하면 모든 글자가 궁서체로 나온다). 공공 기관 홈페이지에선 주민등록등본 하나 제대로 뽑지 못한다. 국내 인터넷 환경이 '윈도'와 'ActiveX' 중심으로 짜여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일단 접어두자.

어찌됐건, 맥북이나 아이맥 등의 애플 PC 구매 시 많은 사용자가 윈도의 추가 설치를 필연적으로 고민한다. 그 중심에는 '부트캠프'와 '패러럴즈'가 있다.

부트캠프(Bootcamp)는 맥 OS 자체에서 정식으로 제공하는 가상 OS 설치 도구다. 저장 공간을 나눠(파티션) 독립적인 공간에 윈도 등 다른 OS를 설치한다. 사용자는 부팅 시 맥, 윈도 등 여러 운영체제 중에 어떤 것을 구동할지 선택할 수 있다.

패러럴즈(Parallels Desktop for Mac, http://www.parallels.com/kr/cross-platform- solutions/)는 패러럴즈 IP 홀딩스가 내놓은 가상 소프트웨어다. 맥 OS에 윈도를 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설치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재부팅할 필요 없이 맥에서 윈도로, 윈도에서 맥으로 마치 프로그램을 껐다가 켜듯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다.

부트캠프와 패러럴즈는 '여러 운영 체제를 함께 쓴다'는 목적은 같으나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췄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부트캠프의 장점이 패러럴즈의 단점이고, 거꾸로 부트캠프의 단점이 패러럴즈의 장점이다. 부트캠프와 패러럴즈 둘 다를 이용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솔직히 장단점을 이야기해본다.

무료이지만 쓰기 까다로운 '부트캠프'

앞서 말했듯 부트캠프는 애플이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도구다. 맥에서 'Bootcamp 지원' 기능을 불러와 실행하면 된다(유틸리티 안에 있는데 못 찾겠으면 Spotlight 검색을 이용하자). HDD, SDD 등의 저장 공간에 그 운영체제만을 위한 공간(파티션)을 빼서 설치하는 방식이다.

무료, 빠른 속도가 장점

일단 장점부터 살펴보자. 부트캠프는 PC 자원을 그대로 활용한다. 패러럴즈 등의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달리 저장 공간에 따로 살림을 차린 것이기 때문. 따라서 고사양 게임이나 고성능 그래픽 프로그램 등을 주로 쓸 때 유리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둘째, 무료다. 물론 자신이 설치하려는 운영체제 프로그램은 준비해줘야 한다(패러럴즈도 마찬가지).

까다로운 설치 과정, 운영체제 간 전환의 어려움이 단점

단점도 있다. 일단 설치 과정 자체가 무척 까다롭다. 기자가 그 산 증인이다. 얼마 전 구매한 2014년형 맥북 프로 레티나 15인치에 부트캠프로 윈도7을 설치하려다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대략 10번 정도 시도했던 것 같다.

기자는 해석하기 난해했던 매뉴얼을 충실히 따랐다. 윈도7 정품 CD와 USB 메모리를 이용했고, 수많은 오류를 인터넷 검색으로 헤쳐나갔다(검색해보면 그 오류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놀랄 정도). 그런데 어째선지 매번 윈도 설치 진행 54%에 멈춰 섰다. 검색해보니 윈도 디스크 이미지가 깨진 경우일 거라는 추측이 우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정품 윈도7 CD로 다른 PC에서 설치해보니 한 번에 성공했다. 속이 탈 수밖에.

그런데 어이 없게도 윈도8 설치는 한 번에 끝났다.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는 윈도8을 울며 겨자 먹기로 쓸 수밖에 없게 됐다.

거기다 일단 설치했다 하더라도 드라이버 등은 사용자 스스로 잡아줘야한다. 해보니 애플 부트캠프 지원 내에서 드라이버 설치를 위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는 모든 드라이버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기자도 윈도8 설치 후 받은 파일을 실행했으나 몇 개는 오류가 나서 설치에 실패했다. 현재 기자의 맥북에 부트캠프로 설치한 윈도8으로는 와이파이(Wi-fi)조차 못 잡는 상태다. 지인은 무선 네트워크가 잡히지 않아 검색 후 엉뚱한 도시바 노트북의 드라이버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불친절한 설치 과정으로 인해 초보 사용자는 검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단점은 또 있다. 윈도에서 맥으로, 맥에서 윈도로의 전환이 자유롭지 못하다. 바꾸려면 PC를 껐다가 켜야 한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상당히 불편하다.

예를 들어 보자. 웹 서핑을 하다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 예전부터 사려고 별렀던 항공권이 특가로 나왔다. 내가 원하는 날짜는 거의 매진 직전. 하지만 지금은 맥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Safari)로 해당 사이트를 보고있어 결제가 힘들다. 가끔 PC를 바꾸거나 껐다 켜면 장바구니가 초기화되는 사이트도 있으므로 URL을 메일 등으로 보내놓거나 메모지에 적어둔 후 윈도로 재부팅한다. 하지만 그때면 이미 재고는 없다.

이외에도 불편함은 또 있다. 운영 체제 간 파일 공유가 힘들다는 것. 옮기려면 USB 메모리, 외장HDD에 일일이 담아 복사하거나 메일,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이용해 공유해야한다.

결국 몇 번씩 PC를 재부팅하다보면 귀찮아서 하나의 운영체제만 이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실제 기자의 지인 중에는 값비싼 맥북 프로 구매 전에 세웠던 원대한 사용 계획과는 달리 윈도로만 쓰는 사람도 있다.

간편함은 한수 위, '패러럴즈'

대부분 맥 OS를 이용하다 피치 못한 상황일 때만 윈도를 쓰려는 사람이라면 패러럴즈를 강력 추천한다. 패러럴즈는 맥 OS에 윈도 등 다른 운영체제를 띄우는 가상화 프로그램이다.

쉽고 빠른 전환과 운영체제 간의 공유가 장점

직접 써보니 장점은 강력했다. 일단 부트캠프처럼 머리아픈 설치 과정이 없다. 골머리를 앓던 윈도7 설치가 한 번에 끝났다. 기쁨과 함께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쉬운 걸 그 동안 끙끙대며 고생하고 있었다니. 거기다 사용자가 따로 드라이버 등을 찾아 설치하지 않아도 알아서 최적화된다. 가상화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무선랜, 블루투스 드라이버 등을 찾아 헤맬 이유가 없다.

거기다 운영체제 간 전환이 자유롭다는 게 얼마나 편한 건지 써보면 알 것이다. 손가락 세 개를 트랙패드에 대고 좌우로 가볍게 밀어 데스크톱 화면을 전환하는 '미션콘트롤' 기능을 이용하면 그 편리함은 극대화된다. 한 화면에 패러럴즈로 윈도를 띄워둔다. 사파리 등으로 상품 구경을 하다 결제 시에만 손가락 세 개를 한쪽으로 밀어 윈도로 전환한 후 바로 결제를 진행한다. 재부팅 과정이 생략된다.

제스처 등 맥 고유의 기능도 그대로 쓸 수 있으며, 맥에서 복사한 내용을 패러럴즈에 붙여넣는 것도 가능하다. 이뿐인가. 파일 및 폴더를 공유하면 실시간으로 다른 운영체제 속 파일을 갖다 쓸 수 있다. 기존 윈도의 파일, 응용프로그램, 북마크 등도 간단히 맥 OS로 옮겨오는 기능도 지원한다.

윈도용으로 잡아뒀던 용량이 부족해지면 비교적 쉽게 이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아무래도 유료 프로그램이기에 궁금한 사항이나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땐 개발사의 지원을 더 빠르게 기대할 수 있다.

이번 패러럴즈10은 전작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됐다. 배터리 수명은 최대 30%, 문서 열기 속도는 48% 향상됐고, 메모리 사용량은 10% 감소했다. 또한, 간단히 가상 컴퓨터 설정을 자동으로 구성하는 '원클릭 조정', 맥 특수 문자, 버튼이 3개 이상인 마우스 등을 지원한다.

유료, 살짝 버벅이는 느낌도 있어

패러럴즈는 유료 프로그램이다. 최신 버전인 패러럴즈10 기준 소프트웨어 가격은 8만 9,000원이다. 거기다 맥 OS가 메이저 업데이트를 거칠 때마다 이를 반영한 새 버전을 거의 2년에 한 번씩 구매해야 한다. 맥 PC 1대당 라이센스는 1개가 원칙이다. 맥북과 아이맥을 동시에 쓴다면 패러럴즈 라이센스도 2개 구매해야한다. 다행히 이전 버전 사용자는 약간의 할인을 받는다(이전 버전 구매자가 업그레이드 시 5만 5,000원).

가상화 프로그램이니만큼 간편하긴 하지만 살짝 버벅이는 느낌도 있다. 처음 설치 시 그 용도에 따라 최적화 설정을 할 수 있는데 기자는 '게임용'으로 맞췄음에도 마우스 포인터를 이동할 때 가끔 부자연스럽게 뚝뚝 끊기거나 엉뚱한 곳으로 포인터가 이동해있는 등 조금 불안정한 모습이 있었다. 또한, 가상화 프로그램의 특성상 PC와 OS의 성능을 100% 끌어내지는 못하며 과부하로 인해 제품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성능과 간편함 중 어떤 것을 우선으로 칠지는 자신의 사용 환경에 따르는 것이 정답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