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아이패드2, 어서와 아이패드4

강일용 zero@itdonga.com

애플이 아이패드2를 공식 단종시켰다. 출시한지 3년만이다. 아이패드의 수명주기가 원래 1년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장수 만세'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아이패드2

아이패드2는 2011년 3월 출시됐다. 2012년 상반기 뉴아이패드(아이패드3)가 출시됐지만, 저가형 모델로 계속 발매됐다. 2012년 하반기 아이패드4가 발매돼 아이패드3는 단종 당했지만, 아이패드2는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2013년 아이패드 에어가 발매됐음에도 아이패드2의 자리는 굳건했다.

아이패드2는 왜 이렇게 오래 버틴걸까. 상위 모델과 명백한 차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2의 해상도는 1,024x768에 불과하다. 2,048x1,536 해상도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갖춘 아이패드3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선명함이라는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하기에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상위 제품을 '팀킬(특정 제품의 성능이 너무 뛰어나 후속작의 판매가 부진한 모습)'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아이패드3와 아이패드4는 상위모델을 팀킬할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6개월에서 1년만에 단종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3년 동안 판매되면서 아이패드2는 지원도 참 많이 받았다. iOS 4.3 버전 운영체제로 출시된 제품이 iOS 7.1 업데이트까지 받았으니, 아이패드2 사용자는 어찌보면 행운아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아이패드4

아이패드4
아이패드4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아이패드2를 구매할 수 없게 될 듯하다. 애플이 아이패드2를 단종시키고, 그 자리를 아이패드4로 대체할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각)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아이패드4를 공식 단종시킨 후 6개월 만의 발표다. 가격도 나름 저렴하게 책정됐다. 와이파이 16GB 모델은 50만 원, LTE 16GB 모델은 65만 원에 판매된다. 아이패드 에어보다 12만 원 가까이 저렴하다. 게다가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4의 화면 품질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때문에 사용자가 아이패드 에어 대신 아이패드4를 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명백한 팀킬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애플은 아이패드4를 무덤 속에서 다시 파냈다. 이유가 뭘까.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나는 '아이패드4는 아이패드 에어를 팀킬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고, 다른 하나는 '10인치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견제'다.

아이패드3나 아이패드4는 무게와 형태에 별 다른 차이가 없다. 잘 살펴보지 않는 이상 둘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아이패드 에어는 전작과 비교해 무게와 형태가 명백히 다르다. 무게는 100g 이상 가벼워졌고 크기와 두께도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상위 모델답게 휴대성이라는 명백한 차이점이 존재하는 셈. 따라서 아이패드 에어를 구매하려는 사용자가 아이패드4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애플의 판단이다.

또, 애플의 입장에선 매섭게 성장한 안드로이드 태블릿PC가 거슬릴 수밖에 없다. 아이패드 에어를 구매하려던 소비자가 높은 가격 탓에 저렴한 안드로이드 태블릿PC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아이패드4다. 1년 전 제품이지만 성능, 화면 해상도, 휴대성 등 모든 면에서 아이패드4는 현존 안드로이드 태블릿PC와 비교해 꿀릴 것이 전혀 없다. 아이패드4를 저렴하게 판매해 안드로이드 태블릿PC로 유출되는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게 애플의 전략이다. 와이파이 모델뿐만 아니라 LTE 모델도 함께 판매하는 점이 그 증거다. 구색맞추기 식으로 저가형 제품을 내놓은 것이었다면 LTE 모델까지 출시할 이유가 없다. 아이패드4를 또 하나의 주력 제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패드4는 얼마나 장수할까. 열쇠는 아이패드 에어의 후속모델이 쥐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2(가칭)가 아이패드 에어의 폼팩터(형태 및 무게)를 유지한 채 성능만 강화한 제품이라면 입지가 굳건할 것이고, 선명함이나 휴대성처럼 사용자가 명백히 체감할 수 있는 차별점을 품고 있다면 2번 단종당하는 굴욕을 맛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쓸만한 성능을 갖춘 아이패드4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 것만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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