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카드, 숫자만 보고 알아채기 - 엔비디아 지포스편

김영우 pengo@itdonga.com

지포스 8800GT랑 지포스 9600GS 중에 뭐가 더 좋은 거죠?

네이버 지식인이나 각종 PC 관련 사이트에 가보면 이런 식의 질문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nVIDIA)의 지포스(GeForce) 시리즈에 대한 문의가 많다. 사실, 헛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픽카드 신제품이 거의 매달 하나씩 나오고 있고, 제품군도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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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모델명에 있는 숫자나 그 뒤에 붙은 알파벳이 무슨 의미인지 알 턱이 없다. 그래서 단지 '그냥 숫자가 높으면 좋으려니'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몇몇 브랜드 PC 제조사들은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최신 지포스 9000시리즈 그래픽 칩셋'하는 식으로 사용자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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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제품이면 좋다고만 홍보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만약 지포스 8600GT의 그래픽 카드를 쓰던 사용자가 지포스 9300GS로 바꾼다면 큰 손해다. 왜냐하면 지포스 9300GS가 지포스 8600GT에 비해 성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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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그래픽카드, 그중에서도 엔비디아 지포스 시리즈의 제품명 읽는 법 을 알아보자. 가끔은 예외가 있기도 하지만 지금부터 알려주는 방법으로, 80~90%의 지포스 제품들의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천 단위 수(지포스 200 시리즈 이후부터는 백 단위 수)는 지포스 시리즈의 '세대'를 의미

지포스 시리즈가 네 자리 수의 제품명을 사용한 것은 2002년 초의 '지포스 4'시리즈부터이다. 하지만 지포스 4시리즈 중에서도 하위제품은 네 자리 숫자가 아닌 'MX' 같은 기호를 사용했다. 실제 네 자리 수 제품명으로 출시된 건, 이후의 '지포스 FX 5000'시리즈부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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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08년 후반 이후에 나온 지포스 GTS250이나 지포스 GTX480과 같은 지포스 200, 지포스 400 시리즈 이후의 제품은 이름이 좀 어색하다고 느낄 것이다. 여기에는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고민이 담겨 있다. 9000시리즈 이후로 넘어가려면 다섯 자리 수(1만 단위)까지 지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뭔가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지포스 10800?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앞으로 백 단위 제품명으로 세대를 나눌 예정이다. 한번 정리해보자.

  • 지포스 FX5000시리즈 - 2002년
  • 지포스 6000시리즈 - 2004년
  • 지포스 7000시리즈 - 2005년
  • 지포스 8000시리즈 - 2007년
  • 지포스 9000시리즈 - 2008년 초반
  • 지포스 200시리즈 - 2008년 후반
  • 지포스 400시리즈 - 2010년

이 기준으로 보자면 확실히 지포스 8800에 비해 지포스 9400은 신형 제품이긴 하다. 그렇다면 그냥 숫자가 높은 걸로 사면되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 말은 2009년식 마티즈가 2008년식 에쿠스보다 좋다는 정도의 넌센스다. 세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등급’ 이다. 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그리고 지포스 200 시리즈와 400 시리즈 사이에 300 시리즈가 없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사실 지포스 300 시리즈는 2009년 즈음에 노트북용으로만 소량 출시되고 데스크탑용으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곧장 지포스 400 시리즈로 이어졌으니 거의 다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제외했음을 알린다.

백 단위 수(지포스 200 시리즈 이후로는 십 단위 수)는 지포스 시리즈의 '등급'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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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스 시리즈의 제품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천 단위 수가 아닌 백 단위 수이다. 백 단위 수가 이 제품의 '등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포스 시리즈 중에서 ~800은 비싼 고급형 이며, ~400은 값싼 보급형 에 해당한다. 9400은 8800에 비하면 성능 면에서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것도 한 번 정리해보자. 참고로 지포스 200, 400 시리즈의 경우 백단위가 아닌 십 단위가 이에 해당한다.

  • 지포스 ~100, ~200시리즈 – 저가형.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으로 주로 사용
  • 지포스 ~300, ~400시리즈 – 보급형. 이른바 '로우 엔드(low-end)'
  • 지포스 ~500, ~600시리즈 – 중급형. 이른바 '메인스트림(mainstream)'
  • 지포스 ~800, ~900시리즈 – 고급형. 이른바 '하이 엔드(high-end)'

백 단위의 숫자가 높을수록 등급이 높으므로 성능이 좋다. 그러므로 당연히 지포스 9400보다는 8800이 성능이 좋고, 7600보다는 6800이 더 좋다. 다만, 세대가 올라갈수록 제품군 전체의 성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10~20% 정도). 그러니까 지포스 9500GT는 지포스 8600GT시리즈와 유사한 성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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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세대 정도의 차이라면 신형 중급형이 구형 고급형의 성능을 능가할 정도는 아니다. 신형 중급형이 구형 고급형을 능가하려면 3세대 정도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포스 9500시리즈는 지포스 6800시리즈의 성능을 능가하지만 7900시리즈에는 미치지 못한다 는 의미다.

이러한 것만 잘 알아도 최소한 사기(?)는 당하지 않을 것이고, 나름 ‘파워유저’ 소리는 들을 것이다. 다만,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최신 제품인 지포스 200, 400시리즈의 경우, 백 단위가 세대, 십 단위가 등급을 의미한다 는 것을 잊지 말자.

숫자 뒤(지포스 200 시리즈 이후로는 숫자 앞)에 붙는 알파벳은 '성능지표'를 의미

지포스 시리즈 숫자 뒤에 붙은 'GS', 'GT', 'GTS', GTX' 같은 명칭이 있다. 이것은 같은 세대, 같은 등급끼리의 '성능지표'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같은 지포스 7800이라도 7800GS보다 7800GT가 성능이 높고, 7800GT보다 7800GTX가 성능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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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능지표는 어디까지나 같은 등급 안의 미세한 성능차이이기 때문에 성능지표가 높아도 상위 등급 제품의 성능을 능가하진 못한다. 즉, 8600GTS 제품이라도 8800GS보단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정리해보자.

  • SE, LE - 하급제품
  • GS, 표기 없음 - 중급제품
  • GT, GTS - 상급제품
  • GTX, Ultra - 최상급 제품

그런데 가끔은 드물게 'GTO'나 'GSO', 같은 성능지표의 제품이 나올 때도 있고, 신형 8800GT가 구형 8800GTS를 능가하는 등, 출하 시기에 따라 이것이 뒤집힐 때도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성능지표의 신뢰도는 70% 정도 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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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가 아프다면 GT나 GTS 같은 성능지표는 무시하고 ~800, ~600과 같은 등급만 신경 쓰자. 등급 차이에 비하면 성능지표에 따른 성능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신형 제품인 지포스 200과 400시리즈가 문제인데, 이 제품들은 '지포스 GTX280'과 같이 성능지표가 제품명 앞에 들어간다. 뭐, 하지만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지 읽는 법은 거의 동일 하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이 정도면 어디 가서도 어떤 지포스 그래픽카드가 좋은 것인지는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이러한 지식은 단일 그래픽카드보다는 오히려 브랜드 PC를 살 때 더 유용하다. 왜냐하면 브랜드 PC 제조사의 제품은 대부분 성능이 낮은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이나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쓸 때가 잦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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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단골로 쓰이는 것은 지포스 9300과 같이 '등급'은 낮지만 세대는 '높은' 그래픽카드 다. ~800시리즈와 같은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는 소리다.

단지 들어간 그래픽카드의 숫자가 크다고 해서 그 PC를 비싸게 주고 산다면 참으로 손해다. 더구나 3D 게임을 할 때는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므로 게임 매니아들은 이러한 지식을 잘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아는 것이 힘이다. 디지털 시대가 와도 이것만큼은 변함이 없다.

P.S. - 사실 각 그래픽 카드 제품의 성능을 가장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가격이다. 장사꾼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상위 제품을 싸게, 하위 제품을 비싸게 파는 일은 없다. 일반적으로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의미이다(하지만 비싸게 ‘사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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