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D3300, "DSLR은 꼭 무겁고 쓰기 어려울까요?"

'DSLR은 크고 무겁고 어렵다.'

DSLR에 대해 가지는 통념이다. 많은 소비자가 이런 생각에 DSLR 구매를 망설인다. 그런데 최근 고정관념을 깨는 '작고 가볍고 쉬운' DSLR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니콘이 선보인 'D3300'도 같은 맥락의 제품.

D3300은 초보 사진작가를 위한 크롭 바디(DX)의 입문용 DSLR이다. 카메라 조작이 비교적 쉽고, 무게와 크기가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지 않다. 니콘은 'D3300이 표준 줌렌즈까지 장착했을 때 경쟁 제품인 캐논 100D보다 작고 가볍다'고 홍보한다. 물론 실제 그러하다.

사진을 카메라 바디로만 찍을 수는 없다

지난 7일, 니콘 관계자는 출시 행사장에서 D3300과 그 경쟁 제품인 캐논 100D의 크기 비교 사진을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표준 줌 렌즈까지 장착했을 때) D3300이 100D보다 길이가 짧다. 반면 핸드 그립은 D3300 쪽이 더 튀어나왔다. 니콘은 카메라가 작아도 그립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좀 더 신경 썼다고 밝혔다. 실제 카메라를 손으로 들어보니 표준 줌 렌즈를 장착했을 때 일반 보급형 DSLR과 크게 다르지 않던 캐논 100D와 달리 니콘 D3300은 꽤 작은 느낌이 들었다. 튀어나온 부분 덕에 손으로 감싸 쥐었을 때도 무척 안정적이었다. 무게도 100D보다 가볍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DSLR 중에서 그렇다는 소리다. 만약 D3300이 콤팩트나 미러리스 카메라만큼 작고 가벼울 것이라 기대했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D3300의 무게는 줌렌즈 포함 460g으로 DSLR 중에선 가벼운 편이지만 100g짜리 스마트폰 등에 비하면 꽤 무거운 편이니 참고하자.

D3300의 전체적인 크기가 줄어든 것은 함께 선보인 표준 줌렌즈(AF-S DX NIKKOR 18-55mm f/3.5-5.5G VR II) 덕이 크다. 이 렌즈는 니콘 SLR 카메라 렌즈 중 처음으로 렌즈가 본체 안으로 들어가는 침동식 구조가 적용됐다. 따라서 기존 표준 줌렌즈보다 30% 정도 부피가 줄었다.

다만, 니콘이 소위 '팬케이크 렌즈'라 불리는 얇은 단렌즈를 따로 출시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이는 캐논이 100D를 출시하며 표준 줌렌즈에 더해 단렌즈 키트까지 구성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반 사용자가 쓰기에 표준 줌렌즈가 가장 전천후인 것은 맞지만 팬케이크 렌즈보다는 아무래도 부피가 클 수밖에 없다.

입문자용 DSLR이라는 점에서 니콘 D3300은 캐논 100D와 꽤 닮았지만 사실 주 타깃층은 다르다. 캐논 100D 광고에는 미혼으로 보이는 젊은 모델이 나와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와 달리 D3300의 광고 이미지에는 웃고 있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다시 말해 자라나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사진에 담고 싶어하는 엄마, 아빠가 D3300의 주 타깃층이다. '아이들 스냅 모드'를 모드 다이얼 위에 빼놓았고, 가이드 모드에서 잠자는 아이를 조용하게 찍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제품 출시회에는 조그만 여자 아이 모델까지 등장했다. 아이 모델은 남성, 여성 모델과 호흡을 맞추며 D3300이 가족을 위한 DSLR임을 알렸다.

초보자를 위한 제품

입문용 DLSR이다 보니 조작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버튼이나 다이얼 등도 고사양 제품보다는 꽤 단출한 편. 물론 꼭 있어야 하는 핵심 기능은 모두 갖췄다. DSLR을 처음 사용해 수많은 버튼에 위압감을 느끼는 사용자에게는 D3300의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더 좋겠다.

기자는 캐논 DSLR을 주로 사용해왔기에 니콘 DSLR을 손에 쥘 때마다 낯설었다. 그러다 보니 급한 상황에선 매번 오토 모드나 플래시 발광 금지 모드로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D3300은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몇 개 없어 사용법을 익히기 더 쉬웠다. 감도, 조리개, 셔터 스피드, 플래시 조절 버튼 등은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 D3300의 인터페이스가 눈에 익으니 D600의 기본 기능 조작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참고로 D3300은 터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지 않으나 기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용자라면 제품 구매 시 한 번 더 생각할 것.

D3300의 사양은 입문용으로 부족함이 없다. 유효 화소수 2,416만 화소의 DX 포맷 CMOS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 '광학 로우 패스 필터'를 제거해 해상도를 높였다. 최근 들어 제조사들은 무아레 현상을 막는 광학 로우 패스 필터를 제품에서 빼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D3300도 이에 발맞춘 제품이다.

향상된 성능의 화상 처리 엔진 '엑스피드(EXPEED) 4'를 내장해 어둡거나 여러 불빛이 혼합된 상황에서도 화이트밸런스를 적절하게 맞춘다. ISO 감도는 100부터 확장 시 최대 25600까지 지원한다.

60프레임 풀HD(1,920 x 1,080) 동영상 촬영을 지원해 촬영 시 셔터 속도와 ISO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최대 연사 속도는 초당 5매이며, 자동 초점 포인트는 11개다. 표준 줌렌즈의 조리개를 원형으로 설계해 빛망울(소위 보케)를 찍을 때 동그라이에 가까운 모양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손떨림 방지 기능(VR)으로 최대 4스톱까지 보정 가능하다.

필터 효과 있는 DSLR

니콘은 콤팩트나 미러리스 카메라를 쓰던 사용자를 배려해 D3300에 필터 효과를 넣었다. 사실 필터 효과는 고급 DSLR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능이다. 고급 DSLR은 비싸니 웬만한 기능은 모두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으나 인위적으로 사진을 조작하는 필터 효과는 사진 전문가들에게 외면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필터 효과는 손쉽게 그럴싸한 사진을 만들어주는 일등공신이다. 별 것 아닌 사물과 풍경도 필터 효과를 적용하면 꽤 느낌 있게 바뀐다. D3300을 쓰는 동안 기자도 필터 효과를 애용했다.

사진을 가르쳐주는 '가이드 모드'

D3300은 다양한 촬영 환경에 맞춘 적절한 사진 촬영 기법을 가르쳐준다. '가이드 모드'가 바로 그것. 모드 다이얼을 'GUIDE'에 맞추면 가이드 모드를 실행할 수 있다. 플래시 사용 안 함, 원거리 피사체, 클로즈 업, 잠자는 얼굴 촬영, 움직이는 피사체, 풍경, 인물, 야경 인물, 야경 촬영, 배경을 부드럽게 처리, 심도 깊게, 흐르는 물 표현 등 그 촬영 모드가 다양하다.

다만, 직접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버튼 등을 조작해 사진을 찍도록 하는 게 아니라 가이드 모드가 단순히 촬영모드로서 기능하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이름은 가이드인데 기능은 콤팩트 카메라 등의 야경, 불꽃놀이, 접사 촬영 모드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잠자는 얼굴 촬영'을 선택했다고 해보자. 디스플레이에 '카메라가 현재 아이들 스냅 모드이며 플래시는 꺼지고 릴리즈 모드는 정숙 촬영으로 설정됩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여기서 'OK' 버튼을 누르면 바로 촬영 과정에 진입한다. 사용자가 따로 플래시를 끄고, 정숙 촬영으로 릴리즈 모드를 설정할 필요가 없다. 무척 간편하기는 하지만 마음먹고 배우려 하지 않는 이상 촬영 실력이 늘 것 같지는 않다. 배우려는 사용자들에게 힌트를 주는 정도다. 사진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차라리 니콘 등이 여는 포토스쿨(http://www.nikon- image.co.kr/community/myschool_index.jsp) 등을 수강하길 권한다.

아래 D3300으로 찍은 사진 몇 장을 참고하자.

D3300은 블랙, 레드 2종으로 출시되며 국내 소비자 가격은 미정이다. D3300의 일본 출시가는 바디만 6만 5,000엔, 신형 번들 렌즈 키트는 7만 5000엔이다. 100D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60~70만 원대 수준이리라 예상된다. 처음부터 몇백 만원짜리 카메라를 구매하기 꺼리는 사용자에게 D3300을 추천한다. D3300에 대한 정보는 니콘 공식 홈페이지(http://www.nikon-image.co.kr/product/product_view.jsp)에서 더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