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웹 브라우저, 쓸만해요?

강일용 zero@itdonga.com

인터넷 익스플로러(IE),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 등 유명 웹 브라우저는 모두 해외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해외 회사의 독무대였던 웹 브라우저 시장에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알집, 알약 등 알 시리즈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자체 제작한 웹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다.

스윙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

크롬+액티브X+이스트소프트= 스윙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의 콘셉트는 '국내 웹 환경에 최적화된 웹 브라우저'다. 무슨 뜻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스윙 브라우저를 평가하기에 앞서 국내 웹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국내 웹 환경은 한마디로 '갈라파고스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고립돼 그들 만의 생태계를 구축한 장소다. 국내 웹 환경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흐름과 반대로 그들 만의 리그를 만들어냈다.

국내 웹 환경을 고립시킨 원흉은 PC용 플러그인이다. 그 가운데 액티브X의 역할이 컸다. 관공서나 은행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작업을 처리하려면, 보안이라는 핑계로 온갖 프로그램이 액티브X를 통해 설치된다. 때문에 국내 웹 환경은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있는 IE에 최적화됐고, 액티브X를 사용할 수 없는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 오페라 등 다른 웹 브라우저는 국내에서 외면 받았다.

어도비 플래시도 한 몫 했다. 플래시는 HTML로 구현하기 힘든 움직이는 액션 스크립트(마우스로 클릭하면 그에 따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동영상)를 웹에서 보여주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HTML이 발전해 액션 스크립트를 구현할 수 있게 된 데다, 내부 콘텐츠를 검색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해외에선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반면 대부분의 국내 홈페이지는 플래시를 광고, UI 등에 활용하고 있다.

즉, 액티브X와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으면 국내 홈페이지에 제대로 접속할 수 없다는 뜻. 스윙 브라우저는 이러한 국내 웹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있어 은행, 관공서에 제대로 접속할 수 있고, 제품을 처음 설치할 때 플래시 플레이어를 함께 설치해 국내 홈페이지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다른 웹 브라우저는 어도비 홈페이지에 접속해 직접 내려받아야 한다). 여러모로 국내 웹 브라우저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IE를 의식한 구성이다.

스윙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는 '크롬을 재료'로 '액티브X와 이스트소프트라는 양념'을 더한 요리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스트소프트가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니다. 크롬 웹 브라우저를 오픈소스로 열어둔 크로뮴 프로젝트에서 웹 브라우저 엔진을 따와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한 웹 브라우저다. 크롬 브라우저 기반인 만큼 웹 표준을 준수하고 있고, 웹GL(웹 브라우저에서 3D 그래픽을 재생할 수 있게 돕는 API 도구)도 지원한다.

그러니까 사실 크롬 브라우저와 큰 차이가 없다. 설정 화면도 크롬과 매우 흡사하다. 설정에서 할 수 있는 작업도 같다. 심지어 브라우저 정보를 보여주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크롬(!)을 사용 중이라고 표시된다. 때문에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 등 크롬 고유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about:xxx'라고 적는 크롬 명령어도 모두 입력할 수 있다. 크롬 앱스토어에 접속해 크롬용 웹앱(Web App, 웹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것도 가능하다(모든 웹 앱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뒤에서 설명).

그런데 어떻게 스윙 브라우저는 IE 전용인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있는 걸까. 답은 'IE Tab'이다. 크롬, 파이어폭스 등 액티브X를 사용할 수 없는 웹 브라우저에서도 액티브X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플러그인이다. IE Tab을 활용하면 PC에 설치된 IE를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로 불러와 액티브X를 대신 실행할 수 있다. 스윙 브라우저 역시 IE Tab을 탑재해 액티브X를 실행해야 할 때 IE의 힘을 빌린다. (때문에 IE가 없는 OS X, 리눅스 등에선 액티브X를 실행할 길이 없다. 추후 OS X, 리눅스 용 스윙 브라우저가 등장한다면, 이 역시 액티브X를 실행할 수 없을 전망이다)

크롬 브라우저의 주소창에는 'SPEED'라는 보라색 아이콘이 존재한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크로뮴 엔진, 그러니까 웹킷을 기반으로 실행되는 웹 페이지에선 아이콘에 색이 들어온다. 반면 액티브X를 설치해야 하는 장소, 그러니까 IE Tab으로 실행되는 웹 페이지에선 아이콘의 색이 사라진다. 웹 페이지의 상황을 손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스윙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

이스트소프트란 양념을 더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스트소프트는 '알툴바'라는 웹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알툴바는 스윙 브라우저에도 고스란히 심어져 있다. 번거롭게 다른 툴바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알툴바는 사용자의 웹 서핑을 돕기 위해 여려 편의기능을 품고 있다. 웹 페이지 일부 또는 전체를 캡처할 수 있는 기능, 홈페이지 ID와 비번을 대신 입력해주는 기능(알패스), 다른 PC나 스마트폰으로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기능(퀵전송), 우클릭이 금지된 웹 페이지에서 우클릭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등을 갖췄다. 다만 웹 페이지에서 음악이나 동영상을 추출해주는 기능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스윙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

IE를 처음 실행하면 MSN으로 연결되고, 크롬을 실행한 후 주소창에 일반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을 통해 검색된다. 이처럼 각 회사의 웹 브라우저는 자사 서비스로 사용자를 유도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윙 브라우저도 마찬가지다. 스윙 브라우저를 처음 실행하면 이스트소프트의 포탈 사이트 ZUM으로 연결된다. 주소창 왼쪽, 홈 버튼을 눌러도 연결된다. 물론 ZUM이 시작 홈페이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설정에 들어가 변경하면 된다.

지역 기반 웹 브라우저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그렇다면 스윙 브라우저의 성능은 어떨까. 이스트소프트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망을 갖춘 대한민국에 걸맞은 속도를 보여 준다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IE11이나 크롬32보다는 조금 느리다. 웹 페이지가 약간 느리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웹 브라우저의 성능을 보여주는 선스파이더 벤치마크(1.0.2)로 속도를 측정해본 결과 크롬32는 123.5, 스윙브라우저는 148.6이 나왔다. 벤치마크 점수가 낮을수록 더 빠른 점을 감안하면 약간의 속도 차이는 있는 셈이다. 결국 사용자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최신 브라우저의 빠름이냐, 스윙 브라우저의 편리함이냐.

스윙 브라우저에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낮은 버전의 크로뮴 프로젝트를 토대로 하기에, 최신 크롬 브라우저보다 성능이 부족하다. 스윙 브라우저는 크롬25를 뜯어 고친 브라우저다. 크롬의 최신 버전이 32인 점을 감안하면 조금 오래된 버전이다. 때문에 Hi DPI(2K 이상의 고해상도 대응), 터치스크린 최적화 등 최신 크롬 브라우저에 적용된 기술 가운데 일부를 활용할 수 없다. 또, 높은 버전을 요구하는 크롬 웹앱도 설치할 수 없다.

여러 소프트웨어 회사가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자사의 웹 브라우저를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이스트소프트도 뛰어들었다. 중국, 일본 등지에 많은 지역(Local) 기반 웹 브라우저가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편이다.

QQ 브라우저 등 지역 기반 웹 브라우저는 해당 지역에서 통용되는 기능에는 충실하지만, 웹 브라우저 자체 기술 개발에 소홀해 쓰는 사람만 쓰는 제품으로 전락했다. 스윙 브라우저가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웹 브라우저로 당당히 인정받으려면, 최신 웹 기술 흐름을 빨리 좇아야 한다. 낮은 버전을 재빨리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다양한 편의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액티브X 실행 기능이나 몇 가지 편의 기능에 기대고 있으면, 다른 지역 기반 웹 브라우저처럼 '갈라파고스 웹 브라우저'를 벗어나지 못한다.

스윙 브라우저
스윙 브라우저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