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 지금 이 시점에 정말 필요한가

지난 몇 년 간 국내 스마트 기기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사 스마트폰 가입자는 3,721만 975명. 전체 휴대폰 사용자 중 약 70%를 차지한다. 참고로 태블릿PC 가입자는 65만 5,659명으로 이통사에 가입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포화 상태다. 실제로 2011년 초부터 급증한 국내 스마트폰 성장률은 2012년 이후 서서히 정체되고 있는 상황. 시장조사기관 Flurry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3년 8월 국내 스마트 기기 성장률은 17%로 줄었다. 한국IDC가 발표한 자료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2,204만 대 출하, 17조 1,403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각각 3.2%, 7.2%감소했으며, 태블릿PC 역시 115만 대 출하, 6,509억 원 규모로 8.2%, 16.3% 하락했다. 이른바 스마트폰 성숙기다.

IDC_2013년 스마트 커넥티드 디바이스 시장
변화
IDC_2013년 스마트 커넥티드 디바이스 시장 변화

이처럼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BI Research는 오는 2018년까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연간 4억 8,5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가트너는 2016년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2014년은 웨어러블 기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얼마 전 폐막한 CES 2014는 국내외 유수의 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들이 선보인 웨어러블 기기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다가오는 2월 열릴 예정인 MWC 2014를 비롯해 곧 이어 열릴 구글 I/O, 애플 WWDC,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개발자 회의 등은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발표장이 될 전망.

삼성전자 갤럭시기어
삼성전자 갤럭시기어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소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 LG전자의 G-Arch와 G-Health, 소니의 스마트 와치, 페블의 페블 와치, 퀄럼의 토크, 구글의 구글 글라스, 애플의 아이와치(가칭) 등 제품 하나하나의 면면도 화려하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의 성장을 무조건 낙관하기에는 아직 어딘가, 조금 부족하다. 아니, 준비할 것이 많이 남았다.

웨어러블 기기의 불안한 요소

향후 웨어러블 기기가 IT 시장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물인터넷(IoT), M2M 등 웨어러블 기기의 성장을 이끌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 다만, 반짝하는 트렌드가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불안한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

첫째, 배터리 사용 시간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사용자가 착용하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배터리 기술은 다른 IT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반도체 성능(집적도)은 18개월마다 2배로 향상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무선통신 데이터 전송속도는 과거 유선 초고속인터넷보다 더 빨라졌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기어도 배터리 사용시간을 단점으로 지적되는 사용자가 많다.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도 없다. 현재 출시한 웨어러블 기기 대부분은 블루투스 또는 다이렉트 와이파이 등을 통해 스마트 기기에 잠깐씩 연결하는 수준이다. 무선통신에 연결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전력이 없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도 한정적으로 제한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 조도센서, GPS, 나침반 등 전력을 소모하는 다양한 센서 사용도 제한적이다.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할 플렉서블(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배터리도 필요하다. LG화학이 개발해 LG G플렉스에 탑재한 배터리 등 몇몇 플렉서블 배터리가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하기엔 2% 부족하다. 좀더 자연스럽게 변형할 수 있는 배터리가 필요하다.

LG화학이 발표한 차세대 플렉서블 배터리
LG화학이 발표한 차세대 플렉서블 배터리

둘째, 디자인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 기기와 달리 정해진 디자인(폼팩터)이 없다. 기존 스마트 기기처럼 소품종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똑 같은 스마트 시계를 착용했다고 생각해보자. 항상 착용하고 외부에 드러나는 기기이기 때문에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 개인마다 많은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듯 웨어러블 기기는 다양한 아이템이 필요하다. 패션 측면으로 본다면, 안경, 시계 같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반지, 벨트, 가방, 장갑, 모자, 목걸이, 렌즈 등 형태의 다양화를 준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 구글과 같은 기존 대형 IT 기업이 웨어러블 기기를 기존 스마트 기기처럼 생각한다면, 시장을 주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사용자들이 취향에 따라 웨어러블 기기를 선택한다면, 지금의 스마트 기기 생산 방식은 주목 받을 수 없다.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나이키 퓨얼밴드, 조본 업
나이키 퓨얼밴드, 조본 업

셋째, 디스플레이 크기의 한계다. 현재 출시한 몇몇 스마트 시계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1~2인치에 불과하다. 사람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특성상 이보다 큰 디스플레이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손목을 감을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기술상 한계에 부딪혀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디스플레이는 클수록 전력 소모가 크다.

이외에도 관련 생태계 구축 및 기존 스마트 기기와의 차별화, 성능적 한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를 기존 스마트 기기처럼 생각하면 안된다. (지금까지의)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 기기와 연결해 필요한 기능을 더 확장해 사용하는 기기다. 그만큼 서비스나 제품 사용 방법, 제품 가치 등이 다르다. 피트니스 밴드, 스마트 시계 등이 좋은 예다. 이 제품들은 개별적으로 사용했을 때 큰 의미가 없지만,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지 않은가.

향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시장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너무 섣부른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착실히 준비해도 늦지 않다. 곧 출시한다는 루머로 가득했던 애플 아이워치는 약 6개월간 소문만 무성하다. 시장은 웨어러블 기기를 원할지 모르지만, 사용자는 어떤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우리는 다소 생소했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배웠다. 사용자에게 필요한, 사용자가 원하는 기기를 기대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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