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로 지우는 개인정보···범국민 폐휴대폰 회수 실천운동, 얼마나 안전할까

[IT동아 박귀임 기자] "고장 나서 쓰지 않는 폐휴대폰이 있지만 막상 버리려니 찜찜하다."

폐휴대폰을 처리하지 못하는 이들이 흔히 내놓는 이유다. 개인정보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휴대폰 초기화만으로 정말 다 삭제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범국민 폐휴대폰 회수 실천운동'을 벌인다.

폐휴대폰의 방치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 출처=셔터스톡
폐휴대폰의 방치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 출처=셔터스톡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8월 31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가정에서 보관 중인 폐휴대폰의 안전한 배출과 유가금속 등 자원의 회수·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거체계를 확대하고 참여 혜택을 강화하는 범국민 폐휴대폰 회수 실천운동을 9월 1일부터 한 달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원순환의 날(9월 6일)에 맞춰 진행되는 범국민 폐휴대폰 회수 실천운동은 가정에서 잠자고 있는 폐휴대폰을 안전하게 배출하도록 유도하고, 그 안에 담긴 유가금속 등 자원의 회수·재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파쇄·분쇄 공정 통해 개인정보 지운다

폐휴대폰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를 통해 회수 및 재활용되고 있다. EPR은 제조·수입업체가 자사 제품의 폐기물을 일정 비율 이상 회수·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배출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 그리고 배출의 번거로움 등으로 인해 사용하지 않는 폐휴대폰을 장기간 보관하는 이들이 많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 이번 범국민 폐휴대폰 실천운동을 마련한 것이다.

범국민 폐휴대폰 회수 실천운동 포스터 / 출처=기후에너지환경부
범국민 폐휴대폰 회수 실천운동 포스터 / 출처=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핵심자원순환경제추진단 관계자에 따르면 회수된 폐휴대폰에 남은 연락처·사진·계정정보·인증정보 등은 물리적 파쇄·분쇄 공정을 통해 파기된다. 즉 폐휴대폰을 완전히 부숴 복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개인정보 파기 방식인 셈이다.

다만 파쇄 이전 단계인 폐휴대폰이 재활용업체로 운반·보관되는 구간에서는 별도의 보안조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눔폰을 통한 운반은 대부분 일반 택배사를 이용하며, 잠금 포장이나 접근 통제 같은 추가 장치는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핵심자원순환경제추진단 관계자는 "운송 과정에서 택배가 분실되지 않는 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폐휴대폰을 최종적으로 파기하기 전까지 물리적 보안은 일반 택배사의 분실 방지 수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배터리 화재 위험 막기 위해 수작업으로

또 하나의 걸림돌은 배터리다. 종량제봉투 등에 혼입 배출될 경우 폐휴대폰에 내장된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해 화재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이에 안심하고 편리하게 배출할 수 있는 수거 체계 확대를 통한 폐휴대폰 수거 활성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모두비움에서도 올바른 폐휴대폰 배출 방법을 안내해준다 / 출처=모두비움
모두비움에서도 올바른 폐휴대폰 배출 방법을 안내해준다 / 출처=모두비움

수거된 폐휴대폰은 먼저 화재 위험을 막기 위해 배터리가 분리되는데, 이 작업은 자동화 설비가 아닌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배터리가 분리된 폐휴대폰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파쇄·분쇄된다. 이후 용융 공정을 거쳐 금, 은, 구리, 팔라듐 등 유가금속을 추출해 순환원료로 재사용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핵심자원순환경제추진단 관계자는 "배터리 분리 과정에서 화재·폭발 가능성은 매우 낮아 일반적인 작업 안전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분리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리튬이온배터리 취급이 자동화하기엔 여전히 까다로운 공정임을 보여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위험을 가정 내 배출 단계에서부터 차단하기 위해 폐휴대폰이 종량제봉투 등 일반 생활폐기물과 섞이지 않고 전용 경로로 흘러가도록 수거체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폐휴대폰 수거체계 확대···현장은 아직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범국민 폐휴대폰 실천운동 활성화를 위해 수거체계 확대부터 참여자 혜택까지 강화했다.

나눔폰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인가 비영리 공익법인 이순환거버넌스가 운영하는 휴대폰 자원순환 프로그램이다 / 출처=나눔폰
나눔폰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인가 비영리 공익법인 이순환거버넌스가 운영하는 휴대폰 자원순환 프로그램이다 / 출처=나눔폰

핵심 수거 창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이순환거버넌스(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가 운영하는 폐휴대폰 기부 플랫폼 '나눔폰'이다. 나눔폰을 통해 폐휴대폰을 기부하면 기부금 영수증과 탄소중립포인트가 지급되며, 재활용 수익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된다. 범국민 폐휴대폰 실천운동 기간에는 참여자 중 3000명을 추첨해 커피 쿠폰도 추가로 지급한다.

폐휴대폰은 나눔폰 외에도 참여를 희망하는 행정복지센터와 학교에 설치된 별도 수거함을 통해서도 배출 가능하다. 다만 모든 행정복지센터와 학교에 설치된 것은 아니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한 행정복지센터에도 폐휴대폰 전용 수거함은 없었고, 소형 폐가전 수거함으로 배출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방문에 앞서 수거함 비치 여부를 이순환거버넌스의 '모두비움' 누리집에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범국민 폐휴대폰 실천운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우정사업본부와의 협업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우정사업본부, 이순환거버넌스는 9월 1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안심 방문수거 서비스' 도입을 예고했다. 기존에는 나눔폰에서 기부를 신청한 뒤 편의점을 방문하거나 민간 택배사에 직접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해당 서비스가 시행되면 나눔폰 접수 화면에서 우체국 방문택배를 바로 신청해 집배원이 자택을 방문 후 직접 수거해 가는 방식으로 바뀐다.

나눔폰으로 폐휴대폰 배출 방법 / 출처=나눔폰
나눔폰으로 폐휴대폰 배출 방법 / 출처=나눔폰

안심 방문수거 서비스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 핵심자원순환경제추진단 관계자는 "나눔폰과 우정사업본부 시스템 연계 작업은 추석 연휴 이후 본격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연말 무렵 전국 동시 시행될 예정이며, 별도의 시범 지역 없이 전국을 대상으로 한 번에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수십만 대 회수 기대, 사각지대 해소 필요

지난해 나눔폰으로 회수된 폐휴대폰은 약 15만 대였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핵심자원순환경제추진단 관계자는 "올해 별도의 수거 목표량은 설정하지 않았지만 과거 한 달간 반입량의 2~3배 이상 회수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눔폰으로 폐휴대폰 배출 시 과정 / 출처=나눔폰
나눔폰으로 폐휴대폰 배출 시 과정 / 출처=나눔폰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세운 폐휴대폰의 개인정보 파기 방식은 '전량 파쇄'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원칙에 기반해 있다. 다만 파쇄 전 운반 구간의 보안은 일반 택배 수준에 맡겨져 있어 안심 방문수거 서비스가 실제 도입되는 연말 이후 이런 사각지대가 얼마나 해소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전용 수거함 비치 현황 역시 현장마다 차이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수거함 확대 계획이 안내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까지 이어지려면 보다 많은 수거 창구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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