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뷰] "PS4, 지금 구매해도 돼요?"

강일용 zero@itdonga.com

소니의 4번째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Playstation4, 이하 PS4)'가 지난달 17일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출발은 매우 긍정적이다. 출시 행사에만 500명 이상의 인파가 모여들었고, 소매점에 제품을 들여놓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PS4를 구매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대기인원도 상당하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체 PS4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 다들 구매하지 못해 난리인걸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직접 구매해서 체험해봤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기, 소셜과 클라우드를 품다

PS4는 8세대 비디오 게임기다. 비디오 게임기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 8번의 세대 교체가 있었다는 뜻이다. 세대를 나누는 기준은 출시시기와 성능이다.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프로세서, 그래픽 프로세서, 메모리 등을 강화해 보다 화려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단순히 성능만 강화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예전 제품이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기능을 추가해왔다. 2D 그래픽만 처리할 수 있던 기계에서 3D 그래픽도 처리할 수 있는 기계로 변한적도 있고, 게임 저장 매체를 롬 카트리지에서 광디스크로 변경해 대용량 게임을 저장할 수 있게 바꾼 적도 있다. 7세대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3(PS3)'와 '엑스박스360'은 모든 게임이 온라인에 대응하게 된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PS4도 마찬가지다. PS4의 특징은 소셜(공유)과 클라우드다. 최근 2년간 IT 업계의 화두였던 그 소셜과 클라우드가 맞다. '비디오 게임기 주제에 소셜과 클라우드가 웬 말이냐'라고 반문할 게이머들에게 답하겠는데, PS4는 생각보다 잘 활용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게임 동영상 공유
PS4는 게임 화면 녹화 기능이 상시 활성화돼 있다. 게이머가 게임을 즐긴 모든 순간을 단 1초도 놓치지 않고 녹화해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한다. 동영상은 최장 15분 간격으로 나눠 저장된다. PS4의 게임 패드 '듀얼쇼크4' 왼쪽 상단 '공유(Share) 버튼'을 누르면 저장된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현재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만 올릴 수 있으나, 향후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유튜브에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에 공유한 게임 동영상을 보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 스크린샷 공유
공유 버튼을 누르면 현재 게임 화면이 자동 캡처된다. 이 스크린샷을 페이스북 또는 트위터에 올려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는 풀HD(1,920x1,080) 해상도의 스크린샷을 올릴 수 있고, 트위터에는 1,024x576 해상도로 스크린샷이 올라간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 방송 기능
발매 전부터 소니가 PS4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던 기능이다. PS4는 트위치TV(미국의 유명 게임방송 플랫폼), 유스트림(미국, 일본의 유명 일반방송 플랫폼)과 연동되는 기능을 품고 있다. 때문에 PS4 게임 화면을 쉽게 인터넷으로 방송할 수 있다. 고가의 영상 캡처 장비는 없어도 된다. 사용하는 방법도 쉽고 간단하다. 공유 버튼을 누르고 방송하기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그 다음 트위치TV, 유스트림 가운데 플랫폼을 선택하고, '방제'를 입력하면 방송이 시작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이처럼 PS4는 게이머의 게임 경험을 손쉽게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 별도로 판매하는 액세서리인 'PS4 아이'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방송할 수 있다. 트위치TV는 게임방송 플랫폼이라 반드시 게임 화면을 방송해야 하지만, 유스트림은 일반방송 플랫폼이라 게임 화면이 없어도 된다. ‘PS4 아이’ 카메라로 게이머의 일상을 방송하는 것도 가능하다(흔히 '캠방' 또는 '먹방'이라고 하더라).

공유 기능이 언제나 켜져 있다면, 제품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게이머들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PS4는 게임과 운영체제를 전담하는 메인 프로세서 외에 공유와 멀티태스킹을 전담하는 보조 프로세서도 탑재하고 있다. 동영상 인코딩에 특화된 이 ARM 모바일 프로세서는 게임 동영상을 녹화하고, 이를 인터넷 방송국에 건네주는 역할을 한다.

PS4의 클라우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작 PS3의 게임을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한 후 이를 게이머에게 전송해주는 공용 클라우드(퍼블릭 클라우드)와 PS4 게임을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PS비타를 통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개인 클라우드(퍼스널 클라우드)다.

공용 클라우드는 현재 국내 이동통신 3사가 IPTV 셋톱박스를 통해 제공 중인 클라우드 게임과 원리가 같다. PS3 게임은 멀리 떨어진 소니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하고, 게임 화면만 인터넷을 통해 PS4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소니는 원활한 클라우드 게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클라우드 게임 회사인 '가이카이(Gaikai)'를 인수한 후, 이 기술을 PS4에 적용했다. 다만 PS4가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탓인지 아직 서비스가 개시되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서비스가 정식 개시된 이후에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하다.

개인 클라우드는 매우 구체적으로 완성돼 있다. PS4에서 게임을 실행하고, 게임 화면을 인터넷을 통해 PS비타에 송출해주는 방식이다. PS4를 인터넷에 연결하고 대기모드로 전환해 놓으면, 어디서나 PS비타로 PS4 게임을 즐길 수 있다. PS비타의 구조가 듀얼쇼크4와 매우 유사한 관계로 별다른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몇몇 게임(예: 킬존 쉐도우폴)은 아예 인터페이스가 PS비타에 맞게 최적화된다. 개인 클라우드 역시 소니 가이카이의 산물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클라우드 게임의 관건은 지연시간(latency)이다. 지연시간이 60ms를 초과하면 게이머들은 게임패드를 통한 입력과 TV를 통해 나타나는 게임화면이 불일치한다고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 버튼을 눌렀는데, 화면 속 캐릭터는 한 템포 늦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현재 상용화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의 지연시간은 120~140ms 내외다. 아무리 둔감해도 화면 반응이 느린 것을 눈치챌 수 밖에 없다. RPG, 시뮬레이션 등 정적인 게임 장르는 별문제 없이 즐길 수 있지만, FPS, 액션, 스포츠 등 동적인 게임 장르를 즐기자니 미흡하다.

때문에 클라우드 게임 사업자는 다양한 최적화 기술을 동원해 지연시간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목표는 80~100ms다. 60ms 이하로 낮출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 인터넷 환경으론 무리다(약 40ms가 손실된다). 80ms 정도만 되도 일부 초인 FPS/액션 장르를 제외한 모든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소니 가이카이 역시 80ms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PS4의 개인 클라우드를 직접 경험해보니, 소니 가이카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집에 PS4를 설치하고 회사에서 PS비타로 '피파14(스포츠)'와 '킬존 쉐도우폴(FPS)'을 실행해본 결과, 상당히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아주 미세한 렉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둘 다 지연시간에 상당히 민감한 장르의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로 PS3, PS4의 게임을 즐긴다는 소니의 호언장담이 립서비스만은 아니구나.

모든 성능을 게임에 집중하다

이제 PS4의 성능에 대해 얘기해볼 차례다. PS4는 AMD에서 제작해준 전용 옥타코어(8)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를 내장했다. PC용 제품과 비교하면 각각 AMD A4 프로세서와 라데온 HD7850 그래픽 프로세서에 대응된다. 물론 같은 사양의 PC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전망. 모든 성능(프로세스 자원)을 게임에 할당할 수 없는 PC와 달리 PS4는 모든 성능을 게임 실행에 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텍스쳐(3D 그래픽을 보다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붙이는 사진)를 보다 고품질로 처리할 수 있게 그래픽 메모리도 GDDR5 8GB를 할당했다. PC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사양 메모리다. 전작 PS3가 그래픽 메모리가 부족해 게임 제작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었던 점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넉넉하게 배당한 듯하다.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게이머를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실물과 매우 유사한 3D 그래픽 게임을 풀HD 해상도, 60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PS4와 함께 발매된 게임 대다수가 풀HD 해상도, 60프레임을 지원한다. 이전 세대 비디오 게임기는 HD 해상도(1,280x720), 30프레임인 게임이 대다수였던 점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PS4는 경쟁자 MS '엑스박스 원(Xbox One)'과 달리 모든 사양을 게임에 집중했다. "게임기가 모든 사양을 게임에 집중하지 다른 데 쓸일이 있나요"라고 궁금해할 게이머를 위해 자세히 설명해보자. 엑스박스 원의 경우 풀 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 게임을 종료하지 않아도 인터넷, 동영상 감상, IPTV 감상 등을 쾌적하게 수행할 수 있다. 제품의 콘셉트를 게임기보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잡았기 때문. 게임에 성능을 70% 정도 할당하고, 나머지 30%로 다른 앱을 실행하는 느낌이다.

반면 PS4는 게임에 성능을 95% 정도 할당하고, 나머지 5%를 쥐어짜내 다른 앱을 실행하는 느낌이다. 물론 PS4도 풀 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 게임을 실행 해놓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 정도는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일시정지 시켜놓고 인터넷 방송 감상이나 PSN 마켓(소니의 온라인 게임 장터) 접속을 수행하면, 진짜 말 그대로 버벅댄다. 5%의 프로세스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든 실행해보려고 아등바등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게임기로서 본질에 충실하길 바라는 게이머들에겐 희소식이다. 덕분에 같은 게임이라도 엑스박스 원보다 더 높은 해상도와 프레임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노파심에서 덧붙이는데, 게임을 실행해놓은 상태만 아니면 다른 앱도 쾌적하게 실행된다)

게임기는 게임으로 말해야지

"PS4를 왜 샀어요"라고 묻는다면 "게임하려고 샀어요"라고 대답하는게 인지상정. PS4는 발매 초기치고는 게임 라인업이 상당히 충실하다. '콜오브듀티: 고스트', '배틀필드4', '어쌔신크리드4: 블랙플래그', '피파14', 'NBA2K 2014' 등 검증된 작품의 후속작이 여럿 발매돼 게이머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발매 초기에는 퍼스트파티(소니) 또는 세컨드파티(소니와 관계있는 게임회사)에서 제작한 게임이 제품 판매를 견인하고, 추후 써드파티(소니와 관계없는 일반 게임회사)에서 제작한 게임이 발매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8세대 콘솔은 특이하게도 퍼스트파티, 세컨드파티 게임은 영 시원찮고, 써드파티 게임만 쟁쟁하다. 그래도 PS4와 함께 발매된 세컨드파티 게임인 킬존: 쉐도우폴의 경우 그래픽 만은 눈을 즐겁게 한다. 향후 PS4로 발매되는 게임은 이 이상의 3D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을 전망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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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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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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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 기능도 충실

PS 제품군은 광학매체의 발전과 역사를 같이했다. CD, DVD, 블루레이 등 모든 광학매체에 소니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 PS2의 경우 DVD 보급의 1등공신이었고, PS3도 블루레이 대중화의 신호탄이었다. PS4도 마찬가지다. "어라, PS4도 PS3와 마찬가지로 블루레이 아닌가요"라고 궁금해할 게이머에게 답하자면, PS4는 'BDXL'이라는 차세대 블루레이 규격을 지원한다. BDXL은 데이터를 3중으로 겹쳐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블루레이 디스크로, 최대 100GB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 더 쉽게 얘기하자면, UHD(3,840x2,160) 해상도의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향후 UHD 영화를 담은 블루레이 디스크가 시장에 출시되면, 이를 PS4로 감상할 수 있다. 소니는 UHD 영화를 PSN 마켓에서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PS4는 음성관련 기능도 빵빵하다. 7.1채널 사운드와 돌비, DTS의 음장 기술을 정식 지원한다.

다만, PS4는 HDMI 1.4 규격만 지원한다. HDMI 2.0 규격을 지원하지 않는다. UHD, 60프레임 입력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24프레임으로 제작되는 만큼 UHD 영화는 이상없이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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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는 아직 미완성

PS4는 유닉스를 뜯어고친 운영체제를 내장했다. 구조는 PS3 운영체제와 유사하다. 게임 패드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메뉴를 십자형으로 배치했다. 부팅 시간은 약 30초 정도 걸린다.

PS4는 모든 게임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식한다. 모든 게임은 로딩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스톨을 반드시 요구한다. 인스톨 용량은 게임 제작사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 게임을 고스란히 하드 드라이브로 옮기는 풀인스톨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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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겠다. PS4 운영체제는 아직 미완성이다. 어떻게든 발매일을 맞추기 위해 몇몇 필수 기능과 앱만 내장하고 출시한 기분이다. 넷플릭스, 엑스박스 뮤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앱을 내장한 엑스박스 원과 달리 PS4의 기본 앱은 몇가지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필수적인 것은 대부분 들어있다. 인터넷(애플 웹킷 엔진을 기반으로 소니가 자체 제작한 웹 브라우저), PSN 마켓, 인터넷 방송(트위치TV, 유스트림에서 PS4로 방송 중인 채널을 감상할 수 있다)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니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기본 앱을 확장하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저장 장치는 500GB 하드 드라이브를 탑재하고 있다. 운영체제를 제외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409GB다. 순수하게 게임만 설치한다면 제법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만, PS4의 녹화 기능 때문에 게임을 오랜 시간 즐기면 용량이 조금 빠듯할 수도 있다(용량이 부족하면 예전 동영상부터 차례대로 삭제된다). 게임을 많이, 오래 즐기는 게이머라면 1TB 이상의 2.5인치 하드 드라이브를 구매해 교체해주자. 하드 드라이브는 매우 쉽게 교체할 수 있다. 상판을 분리하고 나사 하나만 풀면 된다. 하드 드라이브를 게이머 임의로 교체할 수 없는 경쟁 기종과 비교하면, 소니의 자유로운 정책은 반갑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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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어 디자인, 이제 그만

PS4의 디자인을 평가해보자. 사실 소니 제품은 어디가서 디자인으로 밀려본 적이 없다. PS4도 마찬가지다. 마름모꼴 디자인이 눈에 띈다. 거실, 침실 어디에 둬도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보여준다. 다만 상단 일부 재질이 반짝이는 글레어 타입인 점이 아쉽다. 잘 관리하면 고급스럽겠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지문, 먼지, 흠집 등이 눈에 확연히 띈다. PS3 시절에도 초기 모델에 글레어 디자인을 채택한 탓에 상당히 비판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또 글레어 디자인을 채택하다니... 혹시 소니 내부에 글레어 재질과 사랑에 빠진 디자이너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제품 전면에는 블루레이 드라이브 슬롯과 USB 3.0 단자(2개)를, 뒷면에는 HDMI, 유선 LAN, AUX(PS4 아이 전용) 단자를 갖췄다. 컴포넌트 단자(아날로그 단자)는 삭제 당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걸 보니 이제 컴포넌트 단자도 잊혀진 모양이다.

음성 인식 기능은 구색만 갖춰

PS4는 엑스박스 원과 마찬가지로 음성 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다. 게임 실행, 전원 종료 등 일부 조작을 음성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성 인식 기능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운 엑스박스 원과 달리 '남들이 한다니 우리도 하자'는 식의 구색 맞추기에 더 가깝다. 엑스박스 원은 메인 메뉴 뿐만 아니라 게임 내부에서도 음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반면 PS4는 메인 메뉴, 그것도 매우 한정된 부분에만 활용한다.

음성 인식율도 별로 좋지 않다. 음성 명령 시동어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잘 인식하지 못해 여러번 외쳐야 하는 데다, 전원 종료 기능은 도무지 알아듣질 못한다. 접근성도 그다지 좋지 않다. PS4 아이 또는 기본 제공하는 음성 채팅 헤드셋을 연결해야 음성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어떻게하면 음성 명령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소니의 고찰이 필요하다. 아니면 그냥 화끈하게 기능을 삭제하던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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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패드, 솔직히 엑박 패드만 못해

외신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신형 게임 패드 듀얼쇼크4는 직접 접해보니 생각 외로 실망스럽다. 손으로 게임 패드를 잡는 느낌, 이른바 '그립감'은 향상됐지만 아날로그 스틱의 정밀도는 엑스박스 원보다 떨어진다. 사실 엑스박스360만도 못하다. 밥 먹고 FPS 게임만 판 기자의 증언이니 믿어도 좋다. 물론 PS3의 게임 패드 '듀얼쇼크3' 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틈만나면 아날로그 스틱에서 손가락이 미끌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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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쇼크4는 상당히 많은 기능을 품고있다. 새로운 게임 조작 방법을 추가하기 위해 '터치패드'와 '게임 속 상황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LED'를 추가했다. 하지만 그다지 유용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터치패드의 경우 킬존 쉐도우폴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육축 모션센서처럼 '그냥 있으니까 사용한다'는 느낌이다. 게임 속에서 급박한 상황에 맞닥뜨렸는데, LED를 보고 있을 여유가 있을지도 조금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선 제품인 주제에 배터리 사용시간이 너무 짧다. 4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면 배터리 충전량이 바닥나며 충전이 필요하다고 알림이 나타난다. 그냥 마이크로 USB 단자를 연결하고 유선 패드처럼 사용하는 게 더 편할 지경. 신속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게임 패드에 소형 스피커와 3.5파이 헤드셋 단자를 추가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TV 스피커와 별개로 게임 패드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입체감을 더해준다. 또, 새벽에 조용히 게임하고 싶은 게이머라면 게임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는 3.5파이 헤드셋 단자를 기꺼이 반길 터. 십자키도 엑스박스 원의 게임 패드보다 훌륭하다. 다만 요새 게임은 십자키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

정리하자면, 외신들이 5~10분 정도 사용해보고 너무 유난을 떨었다. 전작 듀얼쇼크3가 워낙 실망스러운 물건이어서 그런지 상대평가로 높은 점수를 획득한 듯하다.

지금 꼭 구매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사겠지

PS4는 많은 매력을 가진 제품이지만, 지금 당장 구매할 필요까지는 없다. 출시 초기라 아직 게임도 부족하고, 쟁쟁한 써드파티 게임도 사실 다른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어 메리트가 조금 떨어진다. 가격도 49만 8,000원으로 경쟁 기종보다는 저렴하지만, 부담되는 가격인 것 만은 사실이다. 즐기고 싶은 게임이 출시되면 그때 구매하면 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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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PS4 리뷰를 정리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편집장이 질문을 던졌다.

"너, 오늘따라 리뷰가 엄청 길다?"
"네?"
"아니, 남들한테 지금 구매할 필요는 없다해놓고 너는 왜 샀는데?"
"아니, 그게요... 헤헤 사실은 그냥 사고 싶었어요"
"실없긴..."

'게임기 사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사는거지'라고 속으로 구시렁 거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어차피 알고 있다. 기자가 추후에 구매하라고 말려봤자 살사람은 다 살거라는 거. 결국 구매 할 제품인데, 조금 일찍 사도 나쁠 건 없겠지. 원래 게이머들은 참을성이 '조금' 부족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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