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포커싱을 표현할 수 있는 카메라의 마지노선, 소니 RX100 MK2

강일용 zero@itdonga.com

DSLR이 대중화 됨에 따라 무의미해졌지만, 한때 콤팩트 카메라 제품끼리 서열을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상위에 위치한 제품이 '하이엔드(Highend)'다. 소니의 F시리즈, 캐논의 G시리즈 등이 그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하이엔드 콤펙트 카메라의 특징은 간단하다. 이미지 품질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큰 이미지센서와 빠른 셔터스피드 확보(흔들린 사진을 배제하기 위해서다)를 위해 밝은 렌즈를 탑재한다. 이런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의 명맥을 잇는 제품을 소니가 출시했다. 바로 이번에 소개할 'RX100 II(RX100 MK2, 이하 마크2)'다.

RX100 II
RX100 II

마크2의 특징은 두 가지, 'F1.8의 밝은 렌즈'와 '일반 콤팩트 카메라보다 한층 큰 이미지 센서'다. 이를 통해 콤팩트 카메라임에도 미러리스 카메라 또는 보급형 DSLR에 버금가는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사진 기법)을 연출할 수 있다. 물론 크기와 무게는 다른 콤팩트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

또, 전작 RX100을 토대로 촬영의 편의를 더하기 위한 틸트(Tilt)형 LCD, 찍은 사진을 빠르게 SNS에 올릴 수 있게 돕는 와이파이(Wi-Fi)와 NFC(근거리무선연결) 등 많은 기능을 추가했다. 마크2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콤팩트 카메라로 아웃포커싱을 연출

아웃포커싱, 초점을 맞춘 피사체만 선명하게 표현하고 그 외 사물, 인물은 흐리게 표현해 피사체를 강조하는 사진 표현 기법이다. 아직 스마트폰 카메라는 흉내낼 수 없는 DSLR, 미러리스, 고급 콤팩트 카메라만의 영역이기도 하다.

마크2는 이런 아웃포커싱을 표현할 수 있는 카메라의 마지노선이다. 아웃포커싱을 표현하려면 ▲큰 이미지 센서 ▲밝은 렌즈 ▲좁은 화각 ▲카메라와 피사체 거리는 가깝게, 피사체와 배경간 거리는 멀게 등의 요소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카메라와 피사체 거리는 카메라 성능과 상관없으니 이번 얘기에서 제외하자.

일단 마크2에 아웃포커싱의 요건 가운데 밝은 렌즈에 우수, 큰 이미지 센서에 보통, 좁은 화각에 실격이라는 성적을 매길 수 있겠다.

마크2는 칼자이스 바리오 조나 F1.8이라는 매우 밝은 렌즈를 탑재했다. 시중 콤팩트 카메라의 렌즈 밝기가 F2.8~3.0,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번들 렌즈 밝기가 F3.5에서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밝은 편이다.

때문에 형광등이나 백열등 조명이나 어두운 장소에서도 흔들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형광등, 백열등으로 실내를 밝히는 셔터스피드 1/125s 감도 ISO 400의 매우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줬고, 어두운 술집에서도 셔터스피드 1/60s 감도 ISO 800으로 흔들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P모드 기준).

참고로 손으로 촬영할 때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으려면 셔터스피드 1/20s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사진기사 사이에서 정설이다. 수전증이 조금 심한 사용자라면 1/40s는 되어야 한다. 쓸만한 품질의 사진을 얻으려면 감도 역시 ISO 3,200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마크2 역시 감도를 최저 ISO 160(주의: 100 아님)에서 최대 ISO 25,600까지 확장할 수 있지만, ISO 3,200부터 확연히 노이즈가 눈에 띈다.

마크2는 조금 독특한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 크기 31.2x8.8mm의 2,000만 화소 CMOS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는데, 콤팩트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내장된 이미지 센서보다 3~4배 크고, 미러리스 카메라와 보급형 DSLR에 탑재되는 APS-C 타입 센서의 2/3 정도 되는 크기다. 니콘의 미러리스 카메라의 CX 센서와 크기가 같다.

'판형(이미지 센서의 크기)이 깡패'라는 말이 카메라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던가. 사진의 품질은 빛을 받아들이는 이미지 센서가 좌우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레벨의 문제라 현재는 그 어떤 기술로도 극복이 불가능하다. 마크2도 이미지 센서의 크기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콤팩트 카메라, 스마트폰은 압도하지만,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만은 못하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섬세함을 보여준다. 옷의 주림, 곤충의 날개 등을 찍어도 이미지가 뭉개지지 않는 게 인상적이다.

마크2는 환산화각 28~100mm를 지원한다. 그러니까 표준광각부터 준망원까지 지원한다는 뜻. 3.6배 광학줌이니 콤팩트 카메라치고 제법 준수하다. 그런데 왜 실격이라는 성적을 매겼을까. 마크2는 분명 F1.8의 밝은 렌즈를 탑재했지만, 이는 28mm 표준광각 상태만 해당된다. 1.2배만 확대해도 렌즈밝기가 F2.8로 떨어지며, 최대로 확대할 경우 F4.9로 내려간다. 물론 F4.9 자체는 준수한 밝기이지만, 아웃포커싱을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어두운 수치다.

풀프레임 DSLR의 경우 화각 100mm, 렌즈밝기(조리개값) F4.9라도 어느 정도 아웃포커싱이 표현되겠지만, 마크2는 이미지 센서가 풀프레임 DSLR보다 한참 작은 편이라 이 상태로 아웃포커싱 표현은 힘들다. 피사체를 카메라 코앞에 붙이고 배경을 저 멀리 지평선까지 보내면 모를까.

정리하자면 마크2는 크기 30cm 내외의 사물 또는 어깨까지 나온 사람의 상반신을 찍을 경우 제법 훌륭하게 아웃포커싱을 표현할 수 있다(물론 광학줌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카메라 화각을 28mm 상태로 맞추고 촬영해야 한다). 배경이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면 크기 50cm 내외의 사물사진 또는 허리 위 상반신까지 찍은 인물사진에도 아웃포커싱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물이 매우 크거나, 전신사진에 아웃포커싱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음식사진을 찍을 일이 잦은 사용자 또는 실내 촬영이 잦은 사용자에게 적합하다고 평할 수 있겠다.

<다음은 마크2로 찍은 무보정 사진이다. 사진은 모두 디지털 카메라 정보(EXIF)를 살려뒀다. 셔터스피드, 조리개, 화각이 궁금하다면 내려받아 확인하면 된다>

RX100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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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100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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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100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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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100 II

알루미늄을 채택해 검고 단단한 본체

이제 외관 차례다. 마크2는 콤팩트 카메라하면 떠오르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조금 무겁지만 튼튼한 알루미늄 재질을 채택했다. 그 누구라도 큰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색상은 무게감을 강조하기 위해 검은색 한 종뿐이다.

RX100 II
RX100 II

제품 무게는 280g으로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가볍지만, 콤팩트 카메라치고 조금 무거운 편. 크기는 4인치 스마트폰 두 대를 겹쳐놓은 것과 비슷하다.

렌즈는 평소 본체에 수납돼 있지만, 전원을 켜면 5cm 가량 튀어나온다. 본체 어디에 이만큼 숨어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다. 경통은 플라스틱 재질이니, 전원을 켠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하겠다.

RX100 II
RX100 II

셔터스피드, 조리개, 감도 등을 조작하는 다이얼은 두 개다(투 다이얼). 제품 뒷면에 소형 다이얼을, 전면 렌즈 부에 대형 다이얼을 장착했다. 이를 돌려 M(완전수동), A(조리개 우선), S(셔터스피드 우선), P(감도 및 노출만 조절) 등 어떤 모드에서도 빠르게 설정을 조작할 수 있다. 확대 및 축소(Zoom in/out)는 수동조작이 불가능한 전자동 방식이며, 촬영 버튼을 감싸고 있다.

RX100 II
RX100 II

소형 다이얼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초점 방식을 바꿀 수 있다. 가운데 초점 방식과 움직이는 사물을 추적하는 트래킹 초점 방식 두 가지다. 트래킹 초점 방식은 사람 얼굴을 최우선으로 인식한다. 사람을 찍을 일이 잦다면 트래킹 초점 방식을 활용해보자. 소형 다이얼은 십자 버튼도 겸한다. 이를 통해 노출 조절, 플래시 사용 유무 등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내장된 가속 센서를 활용해 사진을 수평으로 맞춰주는 기능이 눈에 띈다.

RX100 II
RX100 II

제품 뒷면에는 흥미로운 버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동영상 촬영 버튼이다. 빨간색 점이 가운데에 찍혀있는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떤 상태였더라도 즉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 촬영과 동영상 촬영 기능이 대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뜻. 동영상 촬영의 경우 풀HD(1,920x1080) 해상도, 60프레임 또는 24프레임으로 메모리가 가득 찰 때까지 촬영할 수 있다. 음성의 경우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입력한다. 동영상 촬영 도중 렌즈를 줌 인/아웃해 사물을 확대 축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영상 확장자는 'TP'다.

RX100 vs RX100 MK2, 무엇이 달라졌나?

전작 RX100을 알고있는 사용자라면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설명한 점은 사실 전작 RX100으로도 가능한 것들이다. 이제 마크2가 전작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볼 차례.

마크2가 전작과 차별화 되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 90도로 회전하는 틸트 LCD창을 탑재해 보다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게 했고, NFC와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해 사진을 친구와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다.

마크2는 상단 90도, 하단 45도로 꺾을 수 있는 3인치 LCD창을 채택했다. 180도 회전하지 않아 '셀카'를 찍을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사진을 한층 편하게 찍을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흉한 모습을 취할 일이 줄어든다.

RX100 II
RX100 II

NFC와 와이파이 기능을 활용,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진을 스마트폰에 전송한 후 이를 곧장 친구와 공유하거나 SNS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카메라 하단 NFC 탭과 스마트폰의 NFC 탭(NFC 기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가능하며, 미리 소니 플레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을 접촉하면 자동 연결되지만, 스마트폰 NFC 탭을 찾기 쉽지 않은데다 매우 가까이 붙여야 하기에 별로 편리하지가 않다. 차라리 그냥 마크2의 와이파이 기능을 활성화한 다음 스마트폰으로 마크2에 접속하는 게 더 간단하다.

마크2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마크2를 조작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마크2 LCD창의 영상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볼 수도 있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유용하다. 와이파이 전파간섭이 심한 사무실 등에서는 사용하기 힘들고 야외에서는 별다른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탑재할 수 있는 멀티 인터페이스 핫슈(외장 플래시 단자)를 탑재한 것도 마크2의 특징이다. 여기에 전자 뷰파인더, 마이크, 대형 LCD 창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부착할 수 있다. 그런데 액세서리 대부분이 마크2보다 덩치가 더 크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분.

마크2가 출시됐지만, 전작 RX100도 시중에서 함께 판매된다. 순수하게 아웃포커싱을 표현할 수 있는 콤팩트 카메라를 원하면 전작을, 여기에 다양한 편의기능이 추가된 제품을 원하면 마크2를 눈여겨 보면 될 듯하다. RX100의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60만 원, 마크2는 88만 원이다.

소니 RX100 2
소니 RX100 2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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