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회를 위한 기술적 해법” 디비비츠 수면 기술의 진화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낸다. 하지만 업무 스트레스와 불안,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 화면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방해받는다. 이제 잠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장조사기업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의 슬립테크(수면기술)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성인 인구의 16.2%에 해당하는 8억 5200만 명이 불면증 또는 관련 증상을 경험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세계인을 겨냥한 슬립테크 시장이 성장 추세인 이유다.
시장조사기업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슬립테크 시장이 2023년 약 200억 달러(약 27조 6100억 원)에서 2030년 470억 달러(약 64조 8835억 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봤다. 수면 추적 기기까지 더하면 2023년 266억 달러(약 36조 7213억 원)에서 2030년 582억 달러(약 80조 3451억 원)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잠이 개인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와 알고리듬이 개입하는 산업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다.
시장은 성장 중이지만, 시중의 수면기기 대다수는 측정과 관리에 집중되어 있다. 웨어러블 업계를 이끄는 브랜드 제품은 가속도 센서와 광혈류측정 센서, 피부 온도 센서 등을 조합해 밤새 심장박동과 신체 움직임을 기록하고 보고서를 제공하는 형태다.
측정과 관리의 한계를 메우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사람의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출력, 뇌가 주파수 차이만큼 맥박으로 인지하는 청각적 현상인 바이노럴 비트(Binaural Beats)가 대표적이다. 다만, 준비된 콘텐츠를 활용하다 보니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는 한계가 따랐다. 뇌파를 직접 측정해 수면에 개입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그러나 장비가 커지거나 착용감이 떨어져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디비비츠(db beats)는 뇌파와 심박변이도(HRV)를 실시간으로 읽고, 그 상태에 맞는 소리를 즉각 들려줘 수면 및 멘탈 관리를 돕는 이어러블(귀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 장비인 포미버즈(For Me Buds)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디비비츠가 슬립테크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수면 관리 기술에 모든 것을 건 디비비츠
디비비츠는 슬립테크 시장의 성장과 함께했다. 출발은 LG전자 사내독립기업 체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스마트 수면 케어 기기 '브리즈(brid.zzz)'였다. 당시 브리즈는 소리를 통해 인간의 뇌파를 동기화하고 수면을 돕는다는 발상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수면 뇌파를 감지해 맞춤형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브리즈는 EEG 센서로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적응형 자극 알고리듬(Adaptive Stimulus Algorithm)'을 통해 수면 단계를 학습해 나가는 구조를 갖췄다. 직접 뇌파를 측정해 수면 단계를 판별하는 브리즈는, 동작 인식만으로 수면 단계를 추정하는 일반 스마트워치보다 정확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이 강점이다.

디비비츠가 첫 시도했던 브리즈는 가능성을 입증한 동시에 숙제도 안겨주었다. 수면 보조 기기는 깨어 있을 때 착용하는 무선 이어폰과 다른 물리적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 사람들은 잠잘 때 정자세로만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몸을 뒤척이며, 머리를 베개에 파묻거나 옆으로 눕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귓바퀴를 누르는 미세한 압박감이나 이물감은 오히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디비비츠는 이 과정에서 얻은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 설계를 원점에서 다시 다듬었다. LG전자에서 독립한 후 조직을 재정비하며 선보인 '포미버즈(For me buds)'는 브리즈에서 겪은 어려움을 해결하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포미버즈는 외이도에 완전히 밀착되면서도 귓바퀴 바깥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초소형 인체공학적 설계를 적용했다. 옆으로 누워 자더라도 베개와 귀 사이에 압력이 거의 가해지지 않도록 이어폰 크기를 최대한 줄였다.

하드웨어의 무게를 최소화하고 피부 친화적인 의료용 실리콘을 사용함으로써 착용감의 거부감도 덜어냈다. 귀 안쪽을 자연스럽게 막아주는 물리적 차음(패시브 노이즈 차단) 성능도 끌어올려 코골이나 외부 소음을 걸러내면서도, 귀에 가해지는 압력은 낮추어 수면 내내 편안함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잠을 방해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둔 진화였다.
대기업 유통망이 아니라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했고, 이 가운데 킥스타터 캠페인에서만 23만3000달러가 모였다. 두 플랫폼을 합쳐서는 5000명이 넘는 후원자가 참여했으며, 실제 후기를 남긴 이용자들의 국적도 미국, 캐나다 등으로 다양했다. 스타트업이 내놓은 웨어러블치고는 꽤 넓은 반경에서 초기 검증을 마친 셈이다.
디비비츠의 수면 관리 기술이 두드러진 이유는?
디비비츠는 소리로 뇌파를 유도하는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Dynamic Binaural Beats)'와 심박변이도(HRV) 분석을 토대로 뇌파를 추정하는 '광혈류측정(PPG) 기반 추적 알고리듬'을 활용한다. 생체 신호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뇌파를 실시간 분석하고, 수면을 관리하는 것에 집중하는 구조다.
바이노럴 비트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좌우 귀에 미세하게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주면, 뇌가 그 차이만큼의 주파수를 지각하는 청각적 착시 현상을 이용한 기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비비츠의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는 고정값 대신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궤를 달리했다.
일반적인 바이노럴 비트가 미리 정해둔 주파수를 일방적으로 재생하는 방식이라면,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는 사용자의 실시간 생체 신호를 반영해 주파수와 패턴을 그때그때 바꿔 나간다. 잠들기 전에는 뇌를 이완시키고, 깊은 잠에 들어선 뒤에는 그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자극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셈이다.
인공지능(AI)도 최적의 수면에 도움을 준다. 포미버즈는 AI가 기능성 음원 라이브러리 가운데 최적의 곡을 골라준다. 사용자의 상태를 분석해 수면 단계에 맞는 맞춤형 사운드를 선택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반복 재생하는 기존 백색소음 앱들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다.

포미버즈가 실시간으로 뇌파 상태를 반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PPG 센서다. 디비비츠는 뇌파와 맥파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내고, 귓속에서 측정한 심박수와 심박변이도만으로 뇌파를 역으로 추적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했다. 뇌에 흐르는 전기 신호를 직접 재지 않고도, 심장이 만들어내는 혈류 신호의 미세한 변화 패턴을 분석해 지금 어떤 수면 단계에 있는지 가늠하는 방식이다.
자율신경계가 수면 단계마다 다르게 작동하며, 그 흔적이 심박변이도에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포미버즈에 탑재된 초소형 PPG 센서는 심박수를 1분당 64회에서 256회까지 정밀하게 측정하도록 최적화됐다. 여기에 더해 사용자의 자세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센서, 착용 여부를 판별하는 적외선(IR) 센서도 적용했다. 여러 센서를 통해 수집된 신호가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 출력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디비비츠는 기술 신뢰성 확보에도 힘을 쏟았다. 디비비츠 자료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SNUBH)에서 진행한 15명 대상 시험에서 입면 시간이 12.5분에서 6.1분으로 51% 줄었고, 아주대학교병원에서 54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는 수면 중 깨어있는 시간(WASO)이 36.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수면시간과 수면 효율도 함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와 진행한 시험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32%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디비비츠 포미버즈는 사용자가 아직 잠들지 못하고 긴장 상태인지, 호흡이 안정되며 얕은 잠으로 접어들었는지를 실시간 파악한다. 수면 진입을 확인하면 소리의 패턴을 깊은 잠 모드로 전환하고, 깊은 수면에 완전히 안착하면 음량을 서서히 낮춰 소리를 인지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생체 신호를 읽고 그에 맞춰 소리를 바꾸는 실시간 폐쇄루프 신경 조절(Closed-loop Neuromodulation) 체계야말로 기존 수면 음원 앱이나 웨어러블 밴드가 흉내 내지 못하는 디비비츠만의 차별점이다.
디비비츠의 수면 관리 기술은 진화한다
디비비츠는 이제 수면 도입을 돕는 단계에서 수면의 전체 주기와 일상 속 멘탈 케어를 아우르는 차세대 솔루션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중이다. 뇌파를 최적의 상태로 조율하는 '멘탈 퍼포먼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선보일 제품은 2세대 포미버즈다. 고정밀 하드웨어와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갖춘 수면 관리 솔루션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온디바이스 알고리듬이다. 1세대는 센서가 모은 원시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으로 보내 연산하는 방식이라 배터리 소모가 컸고, 외부 기기와의 연동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2세대는 생체 신호 분석이 이어폰 내에서 이뤄지도록 구조를 바꿨다. 배터리 효율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외부 기기와 유연하게 연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귀에 닿는 면을 고르게 다듬고 눌렀을 때 안쪽이 들어가는 구조를 채택해 압박을 줄이는 등 착용감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앱 전략도 달라진다. 모든 웰니스 기능을 하나의 앱에 모아놓은 방식 대신, 목적별 분리 구조를 택했다. 수면에 집중하려는 사용자는 간결한 수면 전용 앱, 명상이나 집중이 필요한 사용자는 해당 테마의 가벼운 앱을 각각 내려받는 식이다. 생체 정보가 외부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용자 분석에 따라, 모든 개인정보를 스마트폰 내부 저장장치에만 보관하고 처리하는 프라이버시 퍼스트 정책도 도입했다.
불면의 밤을 자연스러운 소리와 뇌파 동기화 기술로 극복하기 위한 디비비츠의 시도는 슬립테크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빠른 길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적 경험은 시장 차별화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