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매립형 도어 핸들'의 위험성 살펴보니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전기차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는 차체와 하나처럼 이어진 매립형(플러시) 도어 핸들이다. 평소에는 차체 안으로 들어가 있다가 운전자가 차량에 접근하거나, 버튼을 누르면 손잡이가 돌출되는 방식이다. 매립형 도어 핸들은 공기저항을 줄여 차량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어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물론 일부 프리미엄 내연기관 차량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매립형 도어 핸들 / 출처=셔터스톡
매립형 도어 핸들 / 출처=셔터스톡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 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매립형 도어 핸들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고나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전원이 차단될 경우, 손잡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탑승자 탈출이나 구조 활동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관련 안전기준을 마련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 역시 도어 시스템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공기저항 줄이기 위한 기술…전기차 시대 빠르게 확산

자동차 제조사가 매립형 도어 핸들을 채택한 이유는 공력 성능 향상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 형성이다.

자동차는 고속으로 달릴수록 공기저항이 커진다. 차체 밖으로 돌출된 손잡이 역시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매립형 손잡이는 이러한 돌출부를 최소화해 공기저항계수(Cd)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전기차는 작은 공력 차이가 주행가능거리에 영향을 준다. 공기저항을 조금만 줄여도 배터리 효율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차체 하부 언더커버, 액티브 에어플랩, 휠 디자인과 함께 도어 핸들까지 공력 중심으로 설계해 왔다.

매립형 도어 핸들이 적용된 전기차 / 출처=셔터스톡
매립형 도어 핸들이 적용된 전기차 / 출처=셔터스톡

디자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크다. 손잡이가 차체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매끈한 외관을 구현할 수 있고, 미래차 이미지를 강조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상당수가 다양한 형태의 매립형 또는 반매립형 손잡이를 적용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이미지 형성에는 탁월...사고 순간에는 치명적

문제는 이러한 전동식 구조가 사고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립형 손잡이는 대부분 전동 모터를 이용해 작동한다. 따라서 충돌이나 화재 등으로 차량 전원이 차단되면, 손잡이가 돌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제조사들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대부분 기계식 개방장치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위치가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사용법이 직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차를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나 구조대원이 긴박한 상황에서 이를 즉시 찾기는 쉽지 않다.

겨울철 결빙도 변수다. 손잡이 주변이 얼어붙으면, 전동 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문을 열기 어려운 사례가 해외에서 보고된 바 있다.

자동차 안전 전문가들이 사고 직후 수 초에서 수십 초를 '골든타임'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재가 빠르게 확산되거나, 차량이 침수되는 상황에서 문을 얼마나 빠르게 열 수 있는지가 탑승자의 생존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매립형 도어 핸들 / 출처=셔터스톡
매립형 도어 핸들 / 출처=셔터스톡

중국, 세계 최초로 매립형 손잡이 안전기준 마련

이 같은 우려를 제도적으로 선제 반영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자동차 도어 핸들 안전기준(GB 48001-2026)을 발표하고 2027년 1월부터 자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 외부와 내부에 기계식 개폐 장치를 의무 적용하기로 했다. 전원이 끊겨도 물리적인 방식으로 누구나 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 기준에는 외부에서 손을 넣어 조작할 수 있는 최소 공간 확보, 일정 수준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 차량 내부 비상 개방장치 안내 표시 등이 포함됐다. 기존 판매 차량에도 일정 유예기간 이후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도어 개폐 시스템 전반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완성차 업계도 대응 검토…'숨겨진 손잡이'보다 중요한 것은 ‘비상 탈출’

중국의 기준이 발표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향후 도어 시스템 변화를 검토 중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만큼, 글로벌 모델 상당수가 중국 판매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특정 국가만을 위한 별도의 설계를 적용하기 보다 하나의 글로벌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 비용과 생산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다만 매립형 도어 핸들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전기차에서 공력성능은 주행가능거리와 직결되는 요소이며, 디자인 경쟁력 역시 브랜드 차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손잡이를 없애기보다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기계식 백업 구조를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도 '충돌 후 탈출' 평가 강화

국내에서도 자동차 사고 이후 탈출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는 2025년부터 충돌안전성 평가에 '충돌 후 탈출·구출 안전성' 항목을 신설했다. 차량이 충돌한 이후 문이 정상적으로 열리는지, 탑승자가 차량 밖으로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는지, 구조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자동차 안전의 개념이 충돌 순간의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는지에서 사고 이후 탑승자의 생존 가능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배터리 화재 대응, 고전압 차단 시스템, 자동 긴급신고(eCall), 구조대원에게 차량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 지원 기술 등도 새로운 안전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자인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 순간의 직관성

자동차 산업은 오랫동안 성능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에 전기차 시대를 맞아 디지털 경험과 공력 성능이 더해지면서 매립형 도어 핸들도 미래차를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사고는 언제나 예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평상시에는 세련된 기능이라도 위기 상황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면, 안전장치로서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결국 화려한 기능을 얼마나 많이 추가했느냐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 설계를 얼마나 구현했느냐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도어 핸들을 두고 발생하는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안전 패러다임이 '충돌을 견디는 기술'에서 '생존을 돕는 기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는 데 비해 안전과 관련된 조치는 미흡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매립형 도어 핸들로, 이미 해외 사례를 통해 사고 시 위험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국내에서도 전원이 나가더라도 물리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어떤 것도 안전 앞에서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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