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C 주니어스쿨, 국가 공인 AI 자격증 최초 학생 합격’…노진헌 학생·천대건 교사 만나보니
[IT동아 김예지 기자] 전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확대되면서 AI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발맞춰 AI 기술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다양한 검증 시험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민간 자격증에 불과해 공신력이 낮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KT와 한국경제가 개발한 AI 능력시험 ‘에이스(AI Certificate for Everyone, 이하 AICE)’의 ‘ASSOCIATE’ 등급이 2025년 1월부터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인정받게 됐다. ASSOCIATE 등급은 5단계 자격증 중 두 번째 높은 난이도로, 실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정형 데이터(Tabluar)에 대한 코딩(파이썬) 기반 데이터 분석·처리·모델링 역량을 심층적으로 검증한다.
이 자격증은 비전공자 대상 시험 중 최고 수준으로 꼽히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역량을 다루는 게 특징이다. 국내 KT 계열사, 은행 등 유수의 기업 및 기관에서 가산점을 인정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시험은 100% 실기 평가로 진행되며, 분기별 4회의 정기시험이 시행된다.
ATC 주니어스쿨, 국가 공인 AI 자격증 합격생 배출
쉽지 않은 난이도 때문에 민간 자격증일 때도 현직 교사나 학생의 ASSOCIATE 등급 합격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인정된 후, 첫 시험에서 학생 신분으로 최초 합격한 사례가 나왔다. 노진헌 함현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천대건 파주 운정초등학교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합격 비결은 컴퓨팅교사협회(ATC)가 운영하는 ‘ATC 주니어스쿨’에 있었다. ATC 주니어스쿨은 2021년부터 경기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 제공되는 정보과학과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이다. 노진헌 학생은 ATC 주니어스쿨에서 파이썬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이수한 후, 첫 시험에 도전해 값진 결과를 얻었다.
ATC 주니어스쿨에서는 매 학기마다 정보과학과 소프트웨어(알고리즘, 프로그래밍, 로봇) 분야 교육을 위한 학급을 개설한다. 각 반당 15명 내외의 학생을 최종 선발하며,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특히 올해부터 ATC 주니어스쿨은 기존 파이썬 과정 외에 다양한 분야의 교육 과정을 신설해 더 많은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구성은 ▲블록 코딩 기초(RL1) ▲텍스트 코딩 기초(BL1) ▲로봇 코딩 기초(GL1) ▲디지털 리터러시(온라인) 과정 등이다.
블록 코딩 기초는 초등 3~5학년을 대상으로, 기초 개념을 익히고 전문가 멘토링 지원 하에 나만의 게임을 개발해보는 반이다. 텍스트 코딩 기초반은 초등 5학년~중등 2학년을 대상으로, 기존의 파이썬 과정과 동일하다. 기초 개념을 다루고, 심화 과정으로 산출물 연구대회까지 진행한다. 로봇 코딩 기초는 초등 4~6학년을 대상으로, 로봇 프로그래밍 과제를 수행한다. 디지털리터러시 수업은 ICT 기초 교육으로, 연령 및 모집 인원 제한이 없다.
2025년도 1학기 ATC 주니어스쿨 1기 참여를 원한다면, 컴퓨팅교사협회 홈페이지에서 3월 31일까지 지원서(구글폼)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1차 서류 심사 및 2차 선발시험·관찰평가를 거쳐 4월 7일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다.
심화 과정 수요 힘입어 탄생한 ATC 주니어스쿨
IT동아는 ATC 주니어스쿨을 이수하고 AICE ASSOCIATE 자격증을 취득한 노진헌 학생에게 합격 소감과 ATC 주니어스쿨 학습 후기를 들어봤다. 또한 ATC 주니어스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동일 자격증을 취득한 천대건 교사에게 ATC 주니어스쿨의 강점에 대해 물었다.
IT동아: AICE의 ASSOCIATE 등급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노진헌 학생: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합격 사실이 얼떨떨했습니다. 첫 AI 자격증 시험이라 긴장을 많이 했고,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컴퓨터 공학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AICE 국가 공인 자격증이다보니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쁘고, 의미가 큽니다.
천대건 교사: 가르치는 입장이어서 부담감이 있었지만,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합격까지 해서 기쁩니다. 한편으로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 학생들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4월 정기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IT동아: ATC 주니어스쿨이 만들어진 계기가 무엇인가요?
천대건 교사: ATC 주니어스쿨은 컴퓨터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기초부터 심화까지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소프트웨어 붐 이후 컴퓨터 코딩 학원이 많아졌지만, 기초 교육만 진행하고 다음 단계를 지원하는 곳은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심화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는 많았고, ATC 초등학교 현직 교사들이 이를 해결하고자 주니어스쿨을 통해 무상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니어스쿨에는 약 5~60명의 교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AI 관련 컴퓨터 교육 석사학위 소지자도 11명이 있습니다. 학생은 서류와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하는데 지난해 기준 학생 470명이 지원할 만큼 경쟁이 치열합니다. 다만,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15명 소수 정예로 운영합니다. 코딩반의 주된 목표는 학생들의 실력 향상이었고, AICE 자격증 시험은 그동안 배운 내용을 실전에 적용하고, 능력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은 사례입니다.
IT동아: ATC 주니어스쿨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천대건 교사: 초등학교 교사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심화 과정을 다루는 곳이 적다고 했는데,내용이 복잡한 반면, 쉽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니어스쿨의 교사들은 어려운 내용을 학생 수준에 맞춰 쉽게 설명하는 게 익숙한 현직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예를 들어 ‘K-최근접 이웃(K-NN, 2차원 또는 다차원 공간에서 거리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류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념을 설명할 때 땅따먹기 예시를 사용해 접근하고, 블록 코딩은 게임처럼 설명합니다. 초등학교 수업에서 사용하는 화면과 직접 제작한 자료를 사용해 친숙하게 다가가기도 합니다.
산출물 대회 등 목표 설정…전문가 멘토링 지원
IT동아: 노진헌 학생이 주니어스쿨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노진헌 학생: 중학교 입학 때부터 코딩에 관심이 생겨 학원도 다녀봤다가, 중학교 2학년 때 반에 붙은 ATC 주니어스쿨 포스터 홍보물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무상으로 코딩을 배울 수 있어 좋았고, 기초반, 응용반, 인공지능반을 모두 이수했습니다.
프로그래밍 기초부터 심화 교육을 선생님께 직접 배우는 게 좋았습니다. 특히 응용반에서의 ‘산출물 대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직접 제작해서 발표하는 대회였는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던 활동이었습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상을 주셔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이때 ‘영단어 암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시험 기간과 맞물려 미완성됐지만 기획 경험 자체가 의미 있었습니다.
천대건 교사: 부연 설명을 하면, 코딩반 산출물 대회는 3~4명의 선생님이 약 2주간 학생에게 일대일 멘토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단계별 과정에는 차이가 있는데, 기초반은 프로그래밍 문제 풀이, 응용반은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 인공지능반은 자격증 시험을 목표로 했습니다.
IT동아: 노진헌 학생은 주니어스쿨에 참여하면서 또는 자격증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노진헌 학생: 코딩은 흥미가 있던 분야였기 때문에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실습할 때 영어로 된 코드를 외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AICE 자격증이 국가 공인으로 바뀌면서 이전과 달라지는 부분에 대한 정보 수집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IT동아: 선생님의 동기 부여 방법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천대건 교사: 학생 수준에서 최고 난이도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 자격증 시험을 도전의 의미로 찾았고,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을 의욕을 북돋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때 학생들에게는 외적 동기가 특히 효과적이어서 산출물 대회에서 자체적으로 상금을 수여하거나, 취업 시 가산점이 인정된다는 점을 알려줬습니다. 수업 자체를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마지막 과정까지 꾸준히 해냈을 때 얻는 이점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2025년 주니어스쿨, 새로운 교육 과정 신설
노진헌 학생: 컴퓨터 공학, 특히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관련 자격증 하나를 취득했다는 것부터 자부심이 생겼고, 프로그래머로의 꿈이 구체화된 기분입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됐기 때문에 추후 ATC 주니어스쿨의 다른 심화 프로그램도 수료해서 실력을 더 키우고 싶습니다.
IT동아: ATC 주니어스쿨을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권하고 싶으신가요?
노진헌 학생: 프로그래머의 꿈을 가졌거나, 조금이라도 코딩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앞서 말했듯 학원도 있지만 기초 수준에 그치는 곳이 많습니다. ATC 주니어스쿨에서는 기초부터 심화 단계까지 무상으로 쉽게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천대건 교사: 컴퓨터에 관심이 있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던 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배우고 싶은 과정이 있지만 배울 곳을 찾지 못한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체계적인 커리큘럼, 일대일 멘토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연구 지원 및 기타 필요한 재료도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꾸준히 공부할 열정만 있다면 주니어스쿨에서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최종 선발된 학생들은 함께 끝까지 공부합니다.
IT동아: 2025년 ATC 주니어스쿨에 새롭게 추가되는 과정을 소개한다면?
천대건 교사: 그 동안에는 난이도 있는 파이썬 프로그래밍 교육을 중심으로 다뤘는데, 이보다 쉬운 코딩 과정 또는 로봇 등 새로운 과정에 대한 수요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주니어스쿨의 총 학급을 늘려 텍스트 코딩(파이썬)을 비롯해 블록 코딩, 로봇 코딩 반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