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든 것이 사용자를 위해 존재한다’ 글로리어스 GMMK 3 프로 HE 65%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
[IT동아 강형석 기자]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가 타건감과 기능성 등에 초점을 뒀다면 최근 기계식 키보드는 타건감은 기본이고 성능과 개인화(커스터마이징) 등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문서 작업 ▲사진ㆍ영상 편집 ▲게이밍 등 PC로 진행하는 다양한 작업 환경 속에서 내 손에 맞는 최고의 키보드를 쓰고 싶은 인식 때문이 아닐지 추측된다.
미국 게이밍 키보드 브랜드 중 하나인 글로리어스(Glorious)는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를 위한 고성능 게이밍 기어를 내놓기로 유명하다. 특히 GMMK 게이밍 키보드 시리즈는 뛰어난 성능에 보드스미스 프로그램을 통한 꾸밈 요소를 지원, 나만의 고성능 키보드를 찾는 소비자에게 인기다. 이번에 소개할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는 소형 키보드 제품이지만, 브랜드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직관적인 디자인 속 폭넓은 다양성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는 일반 키보드 배열의 65% 구조를 가진 소형 기계식 키보드다. 흔히 접하는 104키~106키 키보드는 우측 숫자 키패드까지 포함한 형태를 말한다. 여기에 숫자 키패드가 없으면 텐키리스(80% 혹은 87키)로 분류한다. 텐키리스 키보드에서 ▲프린트 스크린(PrtSc) ▲엔드(End) ▲홈(Home) ▲일시정지(PauseㆍBreak) ▲스크롤 고정(Scroll Lock) 등 일부 기능을 축소하면 75%(82키~84키)라고 부른다.
65% 배열은 더 극단적이다. F1부터 F12까지 있는 기능 키가 숫자키와 통합된다. 66키~68키로 구성되기에 일반 키보드 배열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능키 사용 빈도가 낮고 문자와 숫자 입력 자체에 집중하는 환경이라면 매력적인 구성이다. 키보드 크기가 작아져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 역시 배열 특유의 강점을 갖췄다.
제품 본체는 직선미가 강조된 디자인과 정교한 알루미늄 재질로 마감해 단단한 인상을 준다. 리뷰에 쓰인 키보드는 블랙 색상으로 묵직함이 느껴지지만, 깔끔한 느낌을 찾는 소비자를 위해 실버 색상도 제공된다.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는 기본적으로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다. 따라서 특유의 화려함까지 갖췄다. 키캡 아래에 RGB LED를 배치, 존재감을 보여준다. 본체 측면에도 RGB LED 바를 달았다. 키보드 우측 상단에 있는 다이얼 아래에도 금색으로 멋을 낸 글로리어스 배지를 붙여 포인트를 줬다. 배지 왼쪽에 RGB LED가 점등된다.
키보드 후면에는 2개의 스위치와 시스템 연결용 USB-C 단자가 제공된다. 우선 좌측에 있는 스위치는 3단계로 조작 가능하다. 각 위치에 따라 기능을 저장해 쓰면 된다. 필요한 기능은 자체 소프트웨어인 글로리어스 코어(Glorious Core)를 활용하자. 우측에 있는 스위치는 윈도우 또는 맥OS 환경을 전환하는 데 쓴다. 맥북이나 맥미니 등 애플 PC 시스템에 연결한 뒤 스위치를 전환하면 끝이다.
키보드 자체의 구성은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 특유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기계식 키보드는 기본적으로 키캡과 스위치를 제거하는 도구 및 여분의 스위치 등이 제공되는데,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는 ▲개스킷(충격방지 도구) ▲맥OS용 키캡 ▲잡음 방지 오링 ▲체험용 스위치 3종 등이 있다. 스위치는 4개지만, 키보드에 기본 적용된 글로리어스 폭스(Glorious Fox) HE 스위치 1개를 제외해야 된다. 해당 스위치는 붉은색이니 쉽게 구분 가능하다.
글로리어스 폭스 HE 스위치는 적축 특유의 낮은 소음과 사각거리는 타건감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점은 스위치가 마그네틱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자성의 변화를 감지해 입력되는 것이 특징으로 키의 작동 지점을 세밀하게 제어 가능하다. 빠른 반응속도는 기본이고 사용자 취향에 맞는 타건감 조절까지 가능해 최근 고성능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에 채용되고 있다. 제품에는 키를 누르고 떼는 순간 반응하는 래피드 트리거(Rapid Trigger) 및 키 하나에 4가지 동작을 지정하는 다이나믹 키스트로크(Dynamic Keystroke) 기능까지 갖췄다.
다이나믹 키스트로크는 스위치가 왕복하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압력을 총 4단계로 인식해 그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로 키를 살짝 누르면 걷게 하거나 깊게 누르면 뛰도록 설정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극단적으로 스위치가 왕복하는 과정에 같은 동작을 부여하면 같은 명령을 4번 입력한 게 된다. 긴박한 상황에 빠르고 많은 명령을 입력할 때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클릭 방식의 글로리어스 랩터(Raptor) HE(녹색) ▲택타일 방식의 판다(Panda) HE(주황색) ▲부드럽고 조용한 링스(Lynx) HE 등 세 가지 키가 제공된다. 굳이 번거롭게 키보드에 연결하지 말고 스위치 자체를 한 번씩 눌러보면서 감각을 느끼는 쪽이 낫다. 맥OS용 키캡은 커맨드(Cmd)와 옵션(Option)이 2개씩 제공된다. 컨트롤(Ctrl)과 알트(Alt) 키캡을 제거한 후 각 키캡을 꽂으면 된다.
키보드의 기계적 완성도는 최고 수준이다. 키보드 본체 주변으로 충격 완화 장치(개스킷)를 둘렀고, 키보드 스위치와 기판 사이에 흡음재를 넣어 소음을 최소화했다. 이는 기계식 키보드 구조상 발생하는 통울림 소음을 막기 위한 조치다. 키보드 하우징 사이의 유격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 걱정될 경우, 기본 제공되는 고무 오링(원형 고무 지지대)을 나사선에 사용하면 된다.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의 강점은 다양한 조합으로 구현되는 개인화에 있다. 스위치 교체가 가능하다는 부분 외에도 글로리어스 홈페이지 내에서 다양한 조합으로 나만의 키보드 구매가 가능하다. 글로리어스는 이를 ‘보드스미스(Boardsmith)’라고 부른다. 마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개인화 가능한 범위는 거의 키보드 전체라 봐도 무방하다. ▲키 배열 ▲키 언어 ▲유ㆍ무선 ▲스위치 ▲기판 ▲색상 ▲본체 재질 ▲키 레이아웃 ▲배지 ▲노브 색상 ▲케이블 ▲흡음재 구성 등 16개 범위에 대해 개인화(커스터마이징)를 지원한다. 스위치 방식이나 색상 범위를 고려하면 조합에 따른 결과물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구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개인화에 관심이 있다면 신중히 접근하자.
글로리어스 코어 소프트웨어로 나만의 설정을 자유롭게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는 물리적인 개인화 외에도 소프트웨어 내에서의 개인화에도 집중했다. 핵심은 전용 소프트웨어인 글로리어스 코어에 있다. 키보드를 연결하고 글로리어스 코어를 설치하면 ▲RGB LED 색상 ▲신호 전송 속도(폴링 레이트) ▲입력 지연 시간 ▲키 기능 ▲키 입력 조절 등 세밀한 설정이 가능하다. 프로파일 저장은 3개까지 지원하고 키보드 후면에 있는 스위치를 조절해 원하는 설정을 불러오면 된다.
글로리어스 코어 소프트웨어는 영문이 기본이지만, 한국어 설정도 가능하다. 모든 메뉴가 100%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아니지만, 주요 기능 대부분 번역이 되어 있어 사용에 어려움은 없다.
RGB LED 설정보다 핵심은 ▲성능 ▲래피드 트리거 ▲다이내믹 키스트로크라고 봐도 무방하다. 각각 성능(Performance)과 액츄에이션(Actuation) 항목에 있다. 먼저 폴링레이트(Polling Rate)는 키보드와 PC 시스템 사이에서 데이터가 전송되는 빈도를 말한다. 높을수록 입력 장치 간 추적이 빠르고 지연 시간이 줄어든다.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는 최대 8000Hz까지 지원한다. 이는 1초에 8000번 데이터를 주고받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게이밍 키보드가 1000Hz(초당 1000회), 고성능이라고 해도 4000Hz(초당 4000회) 정도다. 여느 게이밍 키보드 대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8배 이상 데이터 입출력이 일어나기 때문에 반응에 민감한 ▲1인칭 슈터(FPS) ▲다중접속 투기장(MOBA) ▲리듬게임 등에 유리하다.
입력 지연 시간은 스위치를 누른 이후 전송되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0 밀리초(ms)부터 최대 16 밀리초까지 설정 가능하다. 입력 지연 시간을 극단적으로 낮출 경우 키 반응이 더 민감하다고 느껴졌다. 게임을 즐기는 환경이 아니라면 다른 프로파일에 2 밀리초에서 8 밀리초 사이로 설정해 쓰는 게 무난해 보인다. 스위치 보정(스위치 캘리브레이션) 기능은 스위치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교정하는 데 쓴다. 스위치를 교체했거나 펌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한 경우에 쓰면 된다.
키 입력 지점을 설정하고 고속 입력(래피드 트리거) 등을 설정하는 기능은 액츄에이션 항목에 있다. 먼저 액츄에이션 포인트 항목에서 키 입력 지점을 설정하면 된다. 기본 2mm로 되어 있는데 0.1mm에서 4mm 사이에서 자유롭게 설정하자. 다이내믹 키스트로크 기능도 입력되는 지점부터 복귀하는 지점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설정값은 키 전체에 일괄 지정하거나 키마다 별도로 지정해도 된다. 전체 지정하고 싶다면 글로벌(Global), 개별 지정하고 싶다면 키 당(Per Key)에 클릭하면 끝이다.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설계된 키보드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의 강점은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설계된 키보드다. 기본형을 써도 되지만, 스위치부터 키보드 뼈대에 이르기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소프트웨어도 기능과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복잡하지 않고 최대한 정돈된 구성도 인상적이다. 본체의 마감이나 타건감 등이 뛰어난 부분도 장점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은 부담 요소다. 기본 가격은 제이웍스코리아가 운영 중인 글로리어스 공식 스토어 기준 44만 9000원인데, 글로리어스 보드스미스 프로그램에서 고가의 부품을 선택하면 70만 원대까지 상승한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가격표를 보면 부담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키보드 높낮이와 기울기를 조절하는 받침대가 없는 부분도 조금 아쉽다. 그냥 사용해도 문제없지만, 의자 위치가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카페 테이블 또는 사무실이라면 손목이 조금 꺾여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높이 조절 가능한 고무 받침대를 향후 제공한다면 완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글로리어스 GMMK 3 PRO HE 65%는 일부 아쉬움은 있으나 뛰어난 성능 아래 다양한 명령어 입력이 필요한 ▲게이머 ▲작업자에게 적합한 키보드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생각되는 부분까지 개인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자신을 위한 맞춤형 고성능 키보드라고 보는 게 낫겠다. 화려하다고 게이머만을 위한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