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80%가 수도권 편중··· '투자 해결사'로 나선 부산창경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5월 13일, 기획재정부가 지역 창업 기업이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지역 성장지원 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2023년 우리나라 벤처 투자 및 기금은 코로나 19 이전보다 약 22% 증가해 벤처 투자기금 11조 원, 기금 펀드 결성 13조 원을 기록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해 정작 지방 창업 생태계에는 수혜가 닿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역소재 투자·보육 전문기업의 펀드 결성을 지원하고, 지역 기업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벤처펀드 특별 보증 신청 시 우대 평가한다. 또한 보육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초기창업 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지역 세컨더리 펀드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지역 태생의 모태펀드 지역 계정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누적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신규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지역 기업이 현지에 투자하고, 이를 회수해 지역 거점 기업과 스타트업이 모두 상생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정책의 배경에는 국내 벤처 투자액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지자체와 기업, 단체가 힘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경우 수도권 대비 투자 비중이 2.2%로 열악한 상황이지만,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여러 창업 기관들의 공동 대응으로 지역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부산창경)의 2023년 성과를 토대로 지원 사업 현황과 투자 상황을 짚어본다.
부산 지역 스타트업의 요람,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란?
부산창경은 지난 2015년 3월, 부산지역 기술창업 활성화와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 전문 지원 기관이다. 조직은 창업기반팀, 예창/초창패키지, 창업육성팀, 글로벌 OI팀, 창업투자팀 5개가 28개의 정부 및 지자체 사업을 추진하고, 부산 일대 다섯 곳에 스타트업 교육 및 업무 공간 등을 제공한다. 부산창경은 코로나 19를 딛고 빠르게 실적을 쌓았는데, 그 배경에는 B.밸류-업(B.Value-Up)으로 불리는 스타트업 생애주기별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부산창경은 지난해 설립 이후 최대치인 137억 원대 예산을 지원받고, 전년 대비 매출 및 고용 수 2배, 보육 기업 수 16% 및 투자금 7배 증가 등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로 개척에 크게 기여했다. 여기에는 창업문화 확산, 예비창업, 초기창업, 창업도약 네 단계로 구분되는 사업 체계도와 부산센터만의 전주기적 사업 체계가 뒷받침된다.
창업문화 확산 단계에서는 역량강화 지원 교육과 부산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연합) 지원, 부울경 스타트업 데이 지원 등을 추진한다. 예비창업 단계에 접어들면 예비창업패키지 및 스타트업 발굴 공모전, 스마트시티 리빙랩 운영 사업 등으로 시작을 지원하고, 초기창업과 창업 도약 단계에서 입주 지원과 초기창업패키지, 오픈이노베이션 및 엑셀러레이팅 등 센터 전반에 걸친 투자 및 지원 사업을 전적으로 지원한다.
사업 주기 측면에서는 시드 및 엔젤 투자 단계, 프리-A 기업을 위한 예비 기업발굴 단계, 시리즈 A 및 특화기업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을 위한 초기 기업육성 및 투자 연계, 그리고 시리즈 B 및 C 등 대규모 투자 및 오픈 이노베이션 등 대기업 협력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한 도약 글로벌 진출 및 후속 지원 등으로 세분화하여 지원한다.
특히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은 지난해 부산창경의 사업 성과를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19개 스타트업이 등록하고 26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참여해 총 11개 기업 및 154개 사업이 진행됐다.
이중 사업 실증 단계인 PoC(개념증명) 파트너사는 지난해와 비교해 세 곳에서 여섯 곳, 스타트업은 8개에서 13개로 늘었고, 협력 관계를 구성하는 밋-업 파트너사는 4개에서 44개사, 스타트업도 36개에서 280개로 대폭 늘었다. 부산창경에서 신규 관계 확보를 위해 직접 대기업들을 접촉하고, 협업 부서에서 실적을 발굴해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지역 기업의 지역 투자로 산업 생태계 회복 나서
우리 정부가 ‘지역 성장지원 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이유는 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국내 벤처 투자의 80%는 수도권에 집중되고, 부산의 투자금은 수도권 대비 2.2%다. 이를 위해 부산창경은 지난해 기업 기부금을 스타트업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협약을 체결해 간접비를 확보하고, 투자 전문 인원으로 구성된 ‘창업투자팀’을 신설했다.
그 결과 2024년 한국 모태펀드 지역창업 초기분야에 최종 선정돼 30억 원 규모 및 모태자금 18억 원을 유치해 냈고, 롯데-BCCEI 스타트업 펀드 1호와 2호, 비스타트업 씨엔티테크 펀드 1호 등 세 개 펀드를 통해 29억 2000만 원을 조성하고 20개 스타트업에 투자 회수 및 연계, 밸류업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간접 투자 측면에서도 23년에만 투자사 87명을 섭외하고, 투자사 및 스타트업 멘토링 220건, 밋-업/데모데이 2019건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2022년 대비 투자 유치액을 6배로 늘렸다. 예를 들어 3차 밋업 데이에는 177명이 참석해 민간 협력 파트너사와 1:3 매칭 멘토링 69건이 진행됐고, 기업당 평균 800만 원의 맞춤형 사업화 지원금이 제공됐다. 또한 디에이치와 HLM, 나인하이어와 잡코리아가 합병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부산창경은 지역 투자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투자사를 부산 지역으로 유치하고, 투자사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한다. 현재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인라이트벤처스, 티인베스트먼트 세 개 투자사가 부산센터 내 지사를 설립했고,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분기별 3회 밋업을 진행해 지역 스타트업에 약 20억 원을 투자하는 상황이다.
또 금융투자협회, 삼성증권 부산 기업금융지점, KDB산업은행, 동남권 지역엔젤투자허브와 공동 데모데이 및 네트워크 간담회 등을 추진하는 등 부산창경을 중심으로 하는 스타트업 투자 네트워크도 계속 구축하고 있다.
2024년에도 부단한 부산창경의 투자 노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 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약화하고, 대다수 스타트업이 자금 사정과 경영환경 전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이 혁신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을 비롯해 인력 및 고용 지원, 공급망 안정화, 국내외 투자유치, 지방 인력 양성 지원 확대가 필요하며, 특히 스타트업 창업 1~3년 이내 초기에 사업비와 후속지원 정책 사업 연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서울과 경기도에 밀집해 있는 만큼, 지역 거점 스타트업의 투자는 매년 후순위로 밀린다. 이는 지역 기업의 성장과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지역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자금의 수도권 집중으로 이어진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어려운 대외 상황에도 더욱 스타트업 지원과 투자에 가속을 붙이는 이유도 부산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며, 더 많은 기업과 투자사, 스타트업이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
올해도 이미 부산창경은 초격차, 지역전략 산업 12개 분야 스타트업을 위한 ‘BOUNCE 초격차 액셀러레이팅’, B.Startup 오픈이노베이션 창구’, 원스톱 창업상담 등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을 시작했다. 부산조경제혁신센터의 사례처럼, 지역 스타트업 모두가 공평하고 건강한 투자와 지원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해 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