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 센터가 전하는 오프라인 쇼핑 경험, '포사이어티'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주말(2023년 7월 21일~23일), 패션 스타트업 트랜쇼가 평소 온라인으로만 패션 상품을 구매해야 했던 소비자를 위해 직접 오프라인 현장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 ‘포사이어티(FOCIETY)’를 열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국내 20~30대 여성 고객에게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도메스틱(domestic) 패션 브랜드 3사와 함께 기획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3일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저렴한 가격(1, 3, 5, 7, 9만 원)으로 판매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올린 매출은 2,000만 원 이상이었다.

트랜쇼가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DCF’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 ‘포사이어티’ / 출처=IT동아
트랜쇼가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DCF’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 ‘포사이어티’ / 출처=IT동아

포사이어티를 기획한 트랜쇼 장우석 이사는 “온라인으로 패션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대부분은 상품 정보를 PC와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확인해야 한다. 때문에 실제 상품은 배송받은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화면으로 보며 생각했던 상품과 실제 상품의 차이로 인해 반품, 반송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라며, “트랜쇼의 풀필먼트 센터 DCF는 온라인으로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고객사가 많이 이용한다. 이에 최종 소비자들이 패션 상품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입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한 결과가 포사이어티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정착한 비대면 문화는 물류 유통의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했다. 국내 택배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국가물류 통합정보 센터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국민 1인당 2.4건에 그쳤던 택배 이용 건수는 2021년 70.3건으로 폭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53.8건)과 비교하면 30.7% 늘어난 수치다.

출처=동아일보
출처=동아일보

패션 상품도 마찬가지다. 과거 ‘그래도 옷은 입어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TV, PC,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패션 상품을 구매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도 이에 맞춰 변화했다. 오프라인 판매를 위해 거점이나 지점을 마련하지 않고, 온라인 판매만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비용적인 이유도 컸다. 오프라인에 지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넓게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마련해야 한다. 지점 운영을 위한 비용도 만만찮다. 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패션 브랜드 업체의 제품을 받아 보관하고, 포장한 뒤, 배송까지 담당하는 물류 시장이 형성됐다. 트랜쇼가 동대문 인근에 2,500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는 이유다. 이처럼 풀필먼트 센터, 풀필먼트 서비스는 물류 시장의 변화에 따라 생성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지난 2022년 10월, 트랜쇼가 오픈한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DCF’ / 출처=IT동아
지난 2022년 10월, 트랜쇼가 오픈한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DCF’ / 출처=IT동아

하지만, 이에 따라 문제도 발생했다. 패션 상품은 일반 상품과 다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상, 디자인 등은 천차만별이다. 온라인 속 정보만으로 옷을 입었을 때 나와 어울리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센티미터(cm)’, ‘인치(in)’ 등의 사이즈 정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취향의 문제다. 일상용품, 공산품과는 다른 기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000원짜리 칫솔, 2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은 모델에 따라 기능의 차이만 있을 뿐 디자인은 똑같다. 그런데, 1,000원짜리 티셔츠, 200만 원짜리 코트를 모두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패션 상품은 제품을 누가 디자인했는지, 어디서 생산했는지, 어떤 재질을 사용했는지 등에 따라 똑같을 수가 없다.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입었을 때의 느낌, 취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옷의 반품, 반송 사유에 ‘변심’, ‘어울리지 않아서’ 등이 존재하는 이유다.

풀필먼트 센터, 오프라인 거점으로 자리 잡는다

트랜쇼 장우석 이사는 “패션 상품은 ‘딱 이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패션 트렌드에 다라 빠르게 변화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을 지내야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시즌에 맞춰 옷도 바뀐다”라며,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대중화되면서 패션 시장의 유통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풀필먼트 센터, 풀필먼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변화한 시스템에 맞춰 패션 업계의 성장 흐름도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포사이어티를 기획한 트랜쇼 장우석 이사 / 출처=IT동아
포사이어티를 기획한 트랜쇼 장우석 이사 / 출처=IT동아

이어서 장 이사는 “패션 업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명품과 보세 상품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유통 방식이다. 명품은 여전히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높다. 직접 소비자가 눈으로 보고 구매한다. 반면, 보세 상품은 다르다. 과거에는 보세 상품도 동대문 인근을 필두로 현장에서 주로 구매했지만, 온라인/모바일로 주문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라며, “그리고 지난 10년간 유통의 흐름이 바뀌면서 명품과 보세 상품의 중간 단계를 연결하는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가 크게 성장했다.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는 보세 상품보다 품질은 좋지만, 명품보다는 저렴하다는 특징을 지닌다”라고 말했다.

초기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는 오프라인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바 편집샵이다.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 패션 상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샵이 속속 등장했다. 그리고 차츰 편집샵을 통해 판매하던 브랜드들이 온라인으로 넘어왔다. 오프라인 편집샵의 온라인 판이라고 할 수 있는 ‘무신사’, ‘W컨셉’ 등 패션 플랫폼이 여기에 속한다. 이어서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업체는 자신만의 판매 채널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자사몰,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며, 이를 위한 유통을 위해 풀필먼트 센터를 선택했다.

20~30대 여성에게 인기 있는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링서울’ / 출처=네이버 캡처
20~30대 여성에게 인기 있는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링서울’ / 출처=네이버 캡처

트랜쇼 장우선 이사는 “DCF를 이용하는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업체는 35개사에 달한다. 입점 의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가 직접 창고를 운영하고, 전국에서 들어오는 주문에 맞춰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DCF는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35개의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상품이 매일 들어오고 나간다. 이를 바꿔 말하면, 동대문에 위치한 DCF에는 35개의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상품이 매일 있다. 이걸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입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트랜쇼가 운영하는 풀필먼트 센터인 DCF에서 포사이어티라는 팝업 스토어가 열린 이유다. 트랜쇼 장 이사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패션 유통 시장의 흐름에 맞춰, 직접 상품을 살펴볼 수 있는 오프라인 거점으로 풀필먼트 센터가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트랜쇼가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DCF’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 ‘포사이어티’ / 출처=IT동아
트랜쇼가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DCF’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 ‘포사이어티’ / 출처=IT동아

포사이어티, 새로운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장 이사는 “상품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결제는 온라인에서 이뤄지지만, 최종적으로 상품을 보고, 만져보고, 입어보는 오프라인 경험은 마지막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다. 온라인에 기반을 둔 도메스픽 패션 브랜드 업체들이 이벤트 형식으로 오프라인에 팝업 스토어를 열거나 상품 기획전을 진행하는 이유”라며, “무신사와 W컨셉 등 온라인/모바일 패션 플랫폼도 상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스튜디오, 샵(매장) 등을 열고 있다. 이번 포사이어티도 같은 경험을 최종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포사이어티는 패션 상품이 한곳에 모이는 물류창고 겸 풀필먼트 센터이기에 제공할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오프라인 물류 유통의 시작점이기에 상품 가격을 그만큼 덜어낼 수 있다. DCF에는 서울 동대문에서 생산하는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업체의 상품을 바로 가져올 수 있는 인근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DCF 안에 있는 창고에서 상품을 바로 가져올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창고형 아울렛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트랜쇼가 운영하는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DCF’ / 출처=IT동아
트랜쇼가 운영하는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 ‘DCF’ / 출처=IT동아

장 이사는 “물류 이동의 최소화를 꾀할 수 있다. 이번에 열린 포사이어티는 50평 규모에 불과하지만, 벽 하나 뒤에는 2,500평 규모의 DCF 풀필먼트 센터가 있다. 만약 홍대나 강남에 위치한 특정 브랜드 매장에 소비자가 원하는 사이즈의 상품이 없다면, 본사 창고에서 가져오기 전에는 상품을 볼 수 없다. 하지만, DCF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다양한 상품을 사이즈별로 모두 갖추고 있다”라며, “팝업 스토어에서 결제한 뒤, 상품을 바로 가져갈 필요도 없다. 풀필먼트 센터는 포장과 배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결제만 현장에서 하고 소비자가 주소를 알려주면 이곳에서 바로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것이 바로 포사이어티가 추구하고 있는 오프라인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업체도 무리해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갖춰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포사이어티를 통해 지점, 매장 등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을 아끼면서 고객에게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장 이사는 “향후 DCF뿐만 아니라 포사이어티를 다른 지역에서도 열 계획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고객도 원하는 상품을 직접 살펴보고 입어볼 수 있는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라며, “포사이어티는 특정 시기에 창고를 개방해 이월 상품이나 할인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그런 이벤트 기획 전이 아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패션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장 이사는 “이번 포사이어티는 풀필먼트 센터라는 물류 업체가 기획한 첫 번째 시도였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현장의 이슈도 있었지만, 경험을 쌓아가며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문한 소비자가 직접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도 생각하고 있다. 일종의 쇼룸, 스튜디오처럼 상시 방문할 수 있는 공간도 고려 중”이라며, “DCF를 이용하는 고객사에게도 이점이다. 센터에 보관하고 있는 재고 상품을 처리할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쩌면 신상품을 미리 소비자에게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이벤트로도 발전할 수 있다. 포사이어티를 통해 트랜쇼가 제공하고자 하는 물류 경험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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