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속에서 콘텐츠를 보고, 듣고, 즐기는 미래

[IT동아 권명관 기자] 디스플레이 업계는 오랜 시간 불황의 시간을 보냈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대표적인 시장이었던 TV, 모바일(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니터 시장은 포화 상태에 도달했고,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정체기를 겪었다.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새로운 제품도 활발하지 않았다. 특히,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범람으로 인해 - 중국을 제외한 - 거의 모든 나라의 디스플레이 생산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는 탈출구를 찾았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예상되는 시장 규모도 크며,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특히, 시장이 요구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LCD가 아닌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다. OLED는 내구성과 기술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저가 제품 생산 업체들이 넘보지 못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영역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 86억 달러(약 11조 2,000억 원)에 이르며, 올해 96억 달러(약 12조 5,000억 원)로 약 11%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량용 OLED 패널 매출 규모만 살펴도 올해 약 2억 7,000만 달러(한화 약 3,551억 원)로 지난해보다 38.6%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는 2029년에 이르면, 차량용 OLED 패널 업계 매출 규모는 약 14억 달러(한화 약 1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차량용 OLED 패널 시장은 국내 업체(LG디스플레이 65.9%, 삼성디스플레이 34.1%)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이다. 여러 국내 유관 업계가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출처: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출처: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성장의 이유는

과거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운행 정보나 이상 경고 등을 알려주는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비한다. 운행 편의성, 안전성을 높여주는 독특한 디스플레이도 요구한다.

이 같은 시장 트렌드의 변화는 발전한 ‘자율주행 기술' 때문이다. 과거에는 운전자가 차량 운행에 모든 주의를 기울여야 했지만,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따라 운전 이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를 찾는다. 운전자가 운전 이외에 화면을 보며 무언가를 즐긴다는 것은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전 장치를 갖춰야만 하는 영역인데,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과 함께 운전 이외의 ‘무엇’을 찾는 상황이다. 만약 자율주행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3(조건부 자동화)와 레벨4(고도 자동화의 중간)의 사이 정도에 위치해 있다. 레벨3은 돌발 상황 발생 시 운전자에게 운전을 요청하는 수준이지만, 최근에는 앞차 추월, 장애물 감지 및 회피, 교통 혼잡 감지 후 우회 등 레벨4 영역의 일부 기능이 더해졌다. 낮은 단계로 운행 구간 전체를 차량이 스스로 모니터링하며 레벨4에도 가까워졌다. 결과적으로 운전자가 차량 운행에 대해 이전보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에 따라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콘텐츠 특성에 맞는 디스플레이를 차량에 탑재하는 추세다.

출처: LG디스플레이
출처: LG디스플레이

게다가 차량이라는 특성상 CID(차량용 정보안내 디스플레이), 미디어 컨트롤 유닛(MCU),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등 용도에 맞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여러 개 필요하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2억 장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1대당 평균 2장 이상의 패널을 탑재한다는 의미다. ‘자율주행 기술이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비주얼 콘텐츠 제작 전문 업계에도 새 바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에 함께 콘텐츠 제작 업계도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단순한 정보만을 표시하던 시절에는 자동차 생산업체의 한 부서가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들어갈 콘텐츠를 만들었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지는 ‘정보’ 자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의 종류, 구현 방식, 용도 등이 다양해진 지금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 업체의 필요성은 커졌다.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OLED 패널만이 아니다. 내구성을 높여 만든 탠덤 OLED(유기 발광층을 2개 층으로 쌓는 방식), 탠덤 OLED를 탄성 있는 기판에 결합한 P-OLED, QD(퀀텀닷) 미니 LED, 마이크로(Micro) LED 등이 있으며 생긴 모양에 따라 커브드(Curved), 롤러블(Rollable), 스위블(Swivel) 등 다양하다. 디스플레이 구현 방식에 따라 증강현실을 결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 내추럴 3차원(Natural 3D) 디스플레이 등 패널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현대모비스 EC랩장 한영훈 상무가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스위블 디스플레이’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현대모비스
지난 6월 26일 현대모비스 EC랩장 한영훈 상무가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스위블 디스플레이’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현대모비스

이처럼 다채로운 디스플레이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 ‘정보’에만 집중했던 콘텐츠 제작 방식은 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패널과 구현 방식 특성에 대한 이해도,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노하우와 전문성 등을 갖춘 전문 업체가 콘텐츠 ‘퀄리티’에 집중하는 방식을 찾는다. 향후 차량용 디스플레이 전용 콘텐츠 제작 업체들의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다.

차량용 콘텐츠 제작 전문성과 노하우가 중요해질 것

초고화질 콘텐츠 제작 및 화질 개선 AI 솔루션 업체 포바이포는 지난 2023년 1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2023 CES에 참가해 자동차 내부처럼 꾸민 전시관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급했다. LG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위해 향후 자동차 전용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만들고, 어떤 콘텐츠를 표시할 것인지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다. 포바이포는 “콘텐츠의 비주얼과 사운드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관람객과 업계 관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포바이포는 퀘스타 어워즈(QUESTAR Awards)에서 최고상인 ‘그랜드 위너’상을 수상한 현대차 ‘아이케어카(iCarecar)’ 캠페인에도 콘텐츠를 제작해 공급했다. 아이케어카 내부 전면, 양 측면, 천장 등 4면에 설치된 대형 ‘몰입형 디스플레이(Immersive Display)’를 통해 상영되는 실감형 영상 콘텐츠를 제공했다. 해당 영상은 우주, 쌍둥이별 등 신비한 공간을 최대한 실제처럼 구현해 상담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완벽하게 몰입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또 아이들이 콘텐츠 속 인물과 대화하면서 이후 이어지는 상담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맡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디지털 콕핏(좌)와 현대차그룹 아이케어카 시연 장면(우), 출처: IT동아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디지털 콕핏(좌)와 현대차그룹 아이케어카 시연 장면(우), 출처: IT동아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맞춰, 그게 어울리는 전문 콘텐츠 제작 시장은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따라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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