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스메디컬의 베트남 시장 진출, 그 배경에 '서울창업허브'의 뒷심 있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베트남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인허가가 짧은 나라다. 그래서 베트남 사업 진출을 고려하던 중 타이밍 좋게 서울창업진흥원의 글로벌 지원사업에 대해 알게 됐고, 빠른 베트남 진출을 위해 지원하게 됐다”
의료기술과 관련된 사업은 인허가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업보다 훨씬 확장이 어렵고, 해외 진출도 까다롭다. 그나마 베트남은 의료기기 인허가가 빠르게 나는 국가 중 하나며, 이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에어스메디컬도 이 점을 공략해 베트남 진출을 앞두고 있었는데, 때마침 서울창업허브가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돕는 ‘글로벌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움을 받게 됐다. 에어스메디컬이 가고 있는 길, 그리고 서울창업허브의 글로벌 지원사업에 대한 전반을 들여다본다.
“데이터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세상 추구”
에어스메디컬은 2018년 설립된 의료기기 및 로보틱스 전문 기업으로, MRI 관련 소프트웨어 ‘스위프트엠알(SwiftMR)’과 채혈 자동화 솔루션 ‘아이브(AIIV)’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기술력을 충분히 인정받아 이미 올해 7월에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주력 사업인 스위프트엠알은 전 세계 120여 개 기관에서 30만 건 이상의 누적 촬영 건수를 기록할 만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에어스메디컬 사무실에서 이혜성 대표를 만나 구체적인 사업 분야와 방향성, 그리고 서울창업허브를 통한 지원 사례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혜성 대표는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와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했다. 의사 면허가 있는 만큼 의료계에 몸담을 수도 있었지만, 환자 개개인을 치료하는 의료 시스템보다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 전체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 에어스메디컬에 합류했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에어스메디컬의 주력 분야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 대표는 “에어스메디컬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진단 분야다. 진단의 한 축인 영상 진단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MRI의 장비 효율성을 높이는 스위프트엠알이라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MRI 기기를 보유한 병원이나 기관에서 MRI 데이터를 더 빠르고 선명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체외 진단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채혈 과정을 돕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 첫 모델이 현재 임상 시험을 거쳐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비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스위프트엠알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이 대표는 “업계에서는 MRI의 촬영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이미 MRI 장비에서 몇가지 설정을 바꿔 빠르게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지 노이즈가 많거나 화질이 떨어져 임상에서 사용하기가 어려운데, 이때 스위프트엠알은 기기마다 특이적으로 생기는 노이즈의 패턴이나 형태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화질의 영상을 복원원한다. 결과적으로 MRI 촬영 시간은 줄고, 결과물은 고화질로 산출되는 게 스위프트엠알이다”라고 말했다.
채혈 자동화 로봇 아이브에 대해서는 “어떤 위치를 정확하게 찾고 움직이는 건 사람보다 로봇이 잘한다. 그래서 초음파 기술을 이용해 혈관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올바른 곳에 바늘을 놓는 로보틱스 기술을 합친 채혈 기술이다. 일단 채혈이 필요하지만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힘든 의료 환경에 적합하고, 미래에는 채혈이 어려운 환자에게 항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스위프트엠알은 이미 국내에서만 120여 개 기관의 MRI에 설치돼있고, 해외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 미국에 설치가 돼있다. 누적 촬영 건수도 현재 30만 건을 돌파했으며, 해외 진출도 올해 다섯 개국에서 내년에 15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이브 역시 초회 침습 판단 성공률 94.7%을 달성했으며, 현재 임상시험용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를 획득하는 등 인허가 과정 중에 있다.
쉽지않은 베트남 진출, 서울창업허브가 터줘
에어스메디컬의 스위프트엠알은 이미 미국 FDA 510(k) 승인을 취득했고, 페이스북(메타)이 19년과 20년에 개최한 글로벌 MRI 가속영상 딥러닝 복원대회에서 전 종목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내년에는 미국과 남미, 동남아 등 15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첫 순서가 인허가 속도가 빠른 베트남이었다. 그 배경에 서울창업허브의 도움이 있었다.
이 대표는 “베트남은 네트워크에 의존해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외국 기업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서울창업허브의 글로벌 진출사업 덕분에 창업허브와 연계된 현지 엑셀러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빠르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 이 대표는 “사업이 8월에 시작했는데 9월에 베트남 현지 의료 박람회에 참가했고, 이 자리에서 100여 명 이상의 현지 관계자와 만나 베트남어로 제작된 브로셔를 배포했다. 이와 동시에 제품 등록 및 허가까지 완료했고, 10월에는 코트라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바이어 매칭 상담회도 진행했다. 하노이에서도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베트남 주요 병원 및 기관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업이 8월에 시작해 11월에 끝났는데, 이미 모든 절차가 끝나고 12월 중순에 에어스메디컬의 솔루션이 현지에 설치될 만큼 모든 과정이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창업허브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원사업을 통해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아마 이 부분부터 비용적인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건 현지 고객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베트남의 정치 사회적 특성에 따른 것인데, 현지 관계자들 덕분에 가능했다”라라고 답했다.
해외 진출 꿈꾼다면 만나볼 필요 있어
해외 진출은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서울창업허브같은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혜성 대표는 “진출 지역과 상관없이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다면 서울창업허브같은 기관에 문의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베트남처럼 지역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하는 국가들은 창업허브의 프로그램 지원을 받으면 큰 도움이 된다. 다른 지원 사례에서는 법인이나 지사 설립 등 도움도 받고, 또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조언을 더했다. 이 대표는 “헬스케어는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업이다. 규제 기관이나 병원 관계자부터 환자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헬스케어의 본질은 환자를 위하는 것이며, 실제 행동하는 측면에서도 이에 주목하고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혜성 대표는 “에어스메디컬이 추구하는 미래는 데이터로 모든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세상이다. 우리의 사업 분야인 인공지능, 로보틱스, 헬스케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람의 건강에 직결된 분야의 접근성을 끌어올리고,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