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피터 베닝크 CEO, "반도체 시장 앞으로 10년 간 두 배 성장··· 한국에 2천400억 투자"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이 15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경기도 화성의 뉴 캠퍼스(New Campus) 기공식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ASML은 지난 2021년, 경기도와 화성시와 함께 화성시 동탄 2 신도시 내 2천400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캠퍼스를 설립하는 3자간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새 캠퍼스에 는 심자외선(DUV), 극자외선(EUV) 재제조센터, 글로벌 트레이닝센터, 익스피리언스 센터(체험관), 사이언스 캠프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최고경영자가 직접 ASML의 반도체 시장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ASML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 제공=ASML
ASML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 제공=ASML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 10년간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에 직면한 상태며, 에너지도 물가도, 지정학적 정세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좋진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상황”이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서 “반도체 산업은 연 10년 간 9%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 웨이퍼 시장은 매년 6.5%씩 성장할 것이다. 반도체 산업과 웨이퍼 시장 성장률이 다른 이유는 웨이퍼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이며, ASML은 고객과의 가치와 산업 수요 대응을 위해 생산 케파(생산 능력)를 확장할 것”이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ASML의 원동력은 ‘반도체 산업 성장’

ASML은 디지털 연결성과 기후 변화, 재생에너지, 사회 경제적 변화 등이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IT동아
ASML은 디지털 연결성과 기후 변화, 재생에너지, 사회 경제적 변화 등이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IT동아

ASML은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기업의 성장과 직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로는 ▲ 5G에서 6G로 이어지는 디지털 연결성 ▲기후 변화 및 자원 부족 해소를 위한 반도체 효율의 향상 ▲ 재생에너지 전환 ▲ 원격 근로나 헬스케어 등 사회경제적 변화로 꼽았다.

피터 베닝크 CEO는 “오늘날 반도체는 드론이나 PC, 자동차 등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클라우드가 부상하면서 데이터의 총량과 처리 속도를 확보하는데도 쓰이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예로 들면, 1메가와트 급 풍력 발전소에는 3천 유로(한화 약 409만 원대)의 반도체가 사용되며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약 1천500유로(약 204만 원대)의 반도체가 소요된다. 이런 것들을 구현하면서 갈수록 반도체 수요는 늘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베닝크는 반도체가 최신 반도체 뿐만 아니라 기초 차원의 부품에도 널리 쓰인다고 언급했다. 출처=IT동아
피터 베닝크는 반도체가 최신 반도체 뿐만 아니라 기초 차원의 부품에도 널리 쓰인다고 언급했다. 출처=IT동아

또한 반도체 시장 자체가 최신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정의 반도체가 혼합되어서 사용된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는 “자율주행 차량의 핵심 기능은 5나노 급의 고성능 반도체가 활용되지만, 간단한 기능들은 16나노나 30나노 등 기존에 개발된 반도체들도 혼합되어 사용된다. 산업 전반에서 이처럼 반도체가 복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경우를 고려해 한국이나 대만의 주요 고객들은 2030년을 넘어가는 로드맵을 이미 수립했으며, 30년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SML과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 및 생산량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피터 베닝크 CEO는 “매년 반도체 수요가 5~10%씩 늘어난다고 할 때, 매달 웨이퍼 처리량도 15만 개씩 늘어나야 한다. ASML 역시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2020년에 비해 3배 더 많은 기계를 만들고 있으며, 처리 용량은 최대 5배까지 늘어날 것이다. 차세대 공정인 하이-NA(하이 뉴메리컬어퍼처)는 2024년에 도입되며, 2030년 전까지 최소 20배에 가까운 처리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 캠퍼스의 핵심은 ‘재제조센터’

이번 화성 뉴 캠퍼스의 핵심은 제재조센터와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다. 제재조센터는 기존에 사용된 반도체 장비를 수리하는 센터다. ASML은 국산 수리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0%에서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며, 한국에서 직접 노광기를 수리해 대기 시간과 물류량을 절감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에 경제성을 문제로 버려지던 장비도 국내에서 빠르게 수리하고, 장비 조달에 필요한 탄소발자국도 줄일 수 있어 ESG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10년 간 1천400명의 신규 인력이 고용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피터 베닝크 CEO가 화성 뉴 캠퍼스의 설립 취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출처=IT동아
피터 베닝크 CEO가 화성 뉴 캠퍼스의 설립 취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출처=IT동아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는 연간 수천 시간의 훈련이 필요한 사용자와 ASML 직원, 고객사들을 위한 EUV 및 DUV 교육 기관이다. 또한 현재의 2.5배 공간에 EUV 라이브 모듈과 하이-NA 모듈도 추가해 최신 EUV 및 하이-NA 장비 교육도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약 300평방미터 면적의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설립해 학생들과 교육생 들을 대상으로 ASML의 기술 역사 및 최신 반도체 공정 등을 소개하게 된다.

ASML 코리아 이우경 대표이사는 “화성 뉴 캠퍼스를 통해 비용 효율적이고 보다 안정된 방식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게 될 것이다. 또한 화성 뉴 캠퍼스를 통해 지난 27년간 ASML 코리아가 한국 반도체 산업과 함께 성장하며 일궈온 성과들을 꾸준히 함께 나누면서 임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자랑스러운 일터로 가꾸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R&D와 제조 공정은 한 몸, 캠퍼스가 그 시작”

ASML 피터 베닝크 CEO 및 이우경 대표이사가 질의 응답을 받고 있다. 출처=IT동아
ASML 피터 베닝크 CEO 및 이우경 대표이사가 질의 응답을 받고 있다. 출처=IT동아

이번 화성 뉴 캠퍼스는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리하고 교육하는 기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 공장으로써 발돋움할 가능성도 품고 있다.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는 “ASML의 경영 방침은 제조와 R&D(연구개발)가 함께 가는 것이다. 20여 년 전에 개발된 기술도 새로운 제조 장비가 출시돼있고, 80% 이상의 신제품이 이런 방식이다. 그래서 제조 기반에는 항상 R&D가 따라갈 수밖에 없고, 한국에서도 이런 원칙은 지켜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화성 뉴 캠퍼스가 제조 공장이 된다고 언급하진 않았지만, 엔지니어 교육과 노광장비 제조 수급 등의 발판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충분히 제조 공정도 도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게다가 반도체 수요 및 수급에 지정학이라는 지리·정치적 요소도 언급한 만큼 뉴 캠퍼스의 확장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ASML의 화성 뉴 캠퍼스는 11월 16일, 경기도 화성에서 기공식을 가지며 오는 2024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설립될 예정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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