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 위버스마인드 정성은 대표

이문규 munch@itdonga.com

우리나라 학부모는 대개 자녀가 초등학교(더러는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 영어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가 뒷받침 돼야 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의 바람과는 달리 자녀들의 영어 실력은 제자리 걸음인 경우가 많다. 유명 학원, 고급 교재, 원어민 강사 등을 총동원해도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문장은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뿐이다. 이러한 상태는 상급학교로 진학해도 그다지 호전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아이는 왜 영어와 친하지 않을까?

지난 2009년, ‘워드스케치’라는 영어학습기를 개발해 어학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정성은 위버스마인드(www.weaversmind.co.kr) 대표는 이에 대해 딱 한가지 이유를 꼽는다. 바로 ‘재미’다. 그동안의 영어공부 방식에서는 어떠한 재미를 찾을 수도 느낄 수도 없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영어공부, 무조건 재미 있어야 한다' - 위버스마인드 정성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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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게임에 몰두하며 전략이나 공략을 스스로 연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재미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공부에도 그런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독창적인 영어학습기를 개발했지만 그는 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았다(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2009년 위버스마인드를 설립하기 전에도 영어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회사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어떤 학습이든 ‘재미’가 필수요소라 여기게 된 건 이전 회사가 게임 개발사였기 때문이다. ‘놈’ 및 ‘한국프로야구’ 휴대폰 게임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한 ‘게임빌’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정성은 대표다. 그럼 그리 승승장구하던 회사를 그만 두고 왜 뜬금 없이 영어교육 시장으로 뛰어든 걸까?

“게임빌을 창립한 후 10년 간 재직하면서도 사용자를 비롯해 임직원까지 모두 재미있고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잘 나가던 회사를 스스로 그만 둔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글쎄요... 그때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왠지 모를 확신과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성은 대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영어학습 시장에 또 다시 ‘청년CEO’로서 등장하게 된다. 재학시절 영어를 그리 잘하지는 못했다던 정 대표가 텃새 심한 우리나라 영어교육 시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냥 막연하게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게 좋았어요. 교육 시장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죠.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좀더 재미있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습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위버스마인드’를 설립한 정 대표는 2009년, 스토리텔링형 영어학습기 ‘워드스케치’를 출시한다. 기존의 무미건조하고 심심한 영어학습 방식을 탈피하고, 단어/숙어/문장의 의미를 재치 있는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기억력을 높이면서 학습에 쏠쏠한 재미를 얻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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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명확한 보통명사와 달리 형용사나 부사 등을 한 컷의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almost (거의)’의 경우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직원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죠. 그렇게 약 5년 동안 수만 개의 단어와 숙어, 문장을 그림으로 그려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스스로가 참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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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스케치는 이처럼 그림으로 의미를 기억하는 ‘뇌새김’이라는 독특한 학습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출시 당시 영단어와 그 해석만을 반복 학습하는 비슷비슷한 어학기가 다수 출시된 터라 시장 안착이 쉽지 않았지만, 재치 넘치는 그림이 가미된 워드스케치의 ‘뇌새김학습’은 사용자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시장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뇌새김 학습의 원리와 효과에 대해 정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뇌새김 학습은 하나의 단어 (또는 문장)을 두고 연상 단계, 자극 단계, 심화 단계, 응용(확장) 단계를 차례로 진행됩니다. 즉 그림으로 의미를 연상하고 반복 학습으로 자극한 다음, 해당 단어(또는 문장)의 세부적인 의미를 심화 학습한 후 여러 가지 활용 예제로 마무리하는 것이죠. 물론 각 단계를 거치면서 재미를 잃지 않고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영어 학습에서는 강한 거 보다는 오래가는 게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게임 업체에 근무하면서 터득한 진리는 하나, 바로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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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임직원의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한 ‘워드스케치’는 단숨에 어학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출시 1년만에 55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정 대표의 이른 바 ‘변칙적 플레이’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외고를 졸업해 특이하게 공과대학에 진학한 후 잘 나가던 회사의 임원자리를 박차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어학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학창시절에도 남다른 변칙을 보이곤 했다고 고백한다.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나중에 대학생이 되어 과외를 하게 되면 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보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이든 분명 다른 논리와 해법이 존재하리라 믿었던 거죠. 그 믿음이 ‘워드스케치’에 투영됐고 소비자들이 그걸 인정한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최근 위버스마인드는 워드스케치의 후속 제품인 ‘뇌새김토크’를 출시했다. 기존 PMP 형태의 워드스케치와는 달리 뇌새김토크는 7인치 태블릿PC(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토대로 했다. 이에 따라 뇌새김 학습 외 일반적인 태블릿PC의 활용성을 디지털 학습으로 연결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워드스케치의 단면 삽화가 아닌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적용해 학습에 재미를 더하고 뇌새김 학습 효과도 강화했다. 다만 가격이 70만원 대라(2012년 8월 초 현재 62만 5,000원) 지갑을 쉽게 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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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새김토크는 골격은 안드로이드 태블릿PC지만 용도와 목적은 엄연히 어학 학습기입니다. 기존의 PMP보다 학습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태블릿PC를 선택했습니다. 즉 뇌새김 학습 외에 디지털 교과서나 전자책, 인터넷/동영상 강의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뇌새김 학습만 놓고 봐도 현재 9개 레벨에 81개 에피소드, 400여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까지 학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등학생 자녀에게는 10년 이상 두고두고 사용할 학습도구가 되는 셈입니다. 막연하게 애플 아이패드나 삼성 갤럭시탭 등과 성능/사양 면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라 봅니다. 이는 마치 이온음료를 두고 맛과 영양을 따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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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워드스케치’와 ‘뇌새김토크’의 성공 이후 위버스마인드의 임직원들도 정말 행복해졌을까? 정 대표는 제품의 성공과 함께 자신들만의 기업 문화를 정착하는데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학습기를 만드는 회사니까 임직원들도 재미있게 일하는 곳이 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부터 ‘홈커밍데이 (Home-coming day)’라는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버스마인드의 전, 현 임직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회포를 푸는 자리인데요, 모든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위버스마인드 전 직원에게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알리고, 현 직원에게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부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퇴사했다가 재입사하는 직원들이 있는 걸 보면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버스마인드는 또한 기업의 사회적 소명도 충실히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수익의 일부를 국내 다문화가정과 자연재해 피해 가정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아울러 ‘워드스케치교실’을 운영하여 디지털 교육 혜택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초중고등학교에 제품을 기증해 학습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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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학기 판매업체가 아니라 어학교육기관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약 50여개 워드스케치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 학생들의 재미있는 영어공부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워드스케치를 만드는 사람도, 학습하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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