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17형 폴더블 노트북, 그 배경에 인텔·에이수스 협업 빛났다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매년 1월 초 개최되는 소비자가전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서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혁신 제품과 기술들이 등장한다. CES에서는 모든 분야의 제품들이 등장하지만 항상 주목도가 높은 분야가 바로 컴퓨터다. 컴퓨터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제품이고, 또 매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주목도가 높다. 그중에서도 올해 가장 빛난 제품은 에이수스(ASUS)가 공개한 세계 최초의 17인치 폴더블 OLED 노트북인 ‘젠북 17 폴드 OLED’다.

젠북 17 폴드 OLED는 펼쳤을 때는 17인치 대화면 태블릿이지만, 접으면 12.5인치의 노트북으로 쓸 수 있다. 이미 갤럭시 Z 폴드 시리즈나 레노버 X1 폴드 등 제품들이 상용화하긴 했지만, 17인치로 범용성을 높인 폼팩터는 처음이라 주목을 받았다. 에이수스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내놓은 배경은 에이수스 특유의 도전 정신, 그리고 인텔과의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 펼쳤을 때 17인치 화면이며 접었을 때 12.5인치 화면이 된다. 출처=에이수스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 펼쳤을 때 17인치 화면이며 접었을 때 12.5인치 화면이 된다. 출처=에이수스

에이수스는 제품의 수익성이나 판매량보다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들을 자주 선보인다. 고성능 노트북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두 대의 모니터를 장착한 젠북 프로 듀오 시리즈나 1.18kg 태블릿에 인텔 코어 i9, RTX 3050 Ti까지 장착한 ROG 플로우 Z13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출시된 젠북 17 폴드 OLED는 이런 제품들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공동 엔지니어링을 거친 제품이다.

‘폴더블 노트북’ 목표로 손잡은 인텔과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가 특별한 이유는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로 등장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폼팩터는 제품의 외형이나 크기, 형태 등 물리적인 형태를 규정한 것으로, 한번 폼팩터가 자리 잡으면 앞으로도 이 형태를 기준으로 제품이 등장한다. 모니터와 키보드를 접는 형태의 노트북, 풀 터치 디스플레이에 바 형태로 굳어진 스마트폰이 규정된 폼팩터의 좋은 예시다. 인텔과 에이수스 모두 다가오는 폴더블 노트북 시장에서 통용될 기준을 만들기 위해 젠북 17 폴드 OLED를 공동 설계한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접어서 폴더블 상태로 활용하는 예시. 출처=에이수스
디스플레이를 접어서 폴더블 상태로 활용하는 예시. 출처=에이수스

제품 자체는 펼쳤을 때 17인치, 접었을 때 12.5인치로 기존 노트북을 접었다 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카메라나 스피커는 물론 운영 체제의 호환성까지 완전히 재해석한 물건이다. 핵심이 되는 디스플레이는 BOE와 공동으로 개발한 2.5K(2560x1920) 해상도에 나노엣지 돌비비전을 지원하는 폴더블 OLED가 사용되는데, 터치 레이어, OLED, 서포트 레이어 등 각 디스플레이의 계층을 서로 다른 두께로 설계해 적용해 가장 최적의 내구성과 두께로 만들었다. 또한 노트북 힌지도 생산 단계에서 3만 회 이상 접었다 펴는 테스트를 거쳤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인 힌지는 3만 회의 테스트를 거친 뒤 출고된다. 출처=에이수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인 힌지는 3만 회의 테스트를 거친 뒤 출고된다. 출처=에이수스

그다음 문제는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펴면서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기존 노트북은 디스플레이의 크기나 해상도만 바뀔 뿐이라서 기존 소프트웨어의 화상도 사이즈만 조절하면 됐다. 하지만 젠북 17 폴드 OLED는 화면이 휘고, 가로 세로로 뒤집어서 활용하므로 사이즈만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인텔은 운영 체제와 애플리케이션 사이에 배치된 미들웨어를 폴더블에 맞는 형태로 재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미들웨어는 디스플레이의 각도나 형태를 인지해 사용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화면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외장 블루투스 키보드를 활용하거나, 디스플레이에 끼워서 쓸 수 있다. 출처=에이수스
외장 블루투스 키보드를 활용하거나, 디스플레이에 끼워서 쓸 수 있다. 출처=에이수스

카메라와 키보드, 스피커, 배터리 등 핵심 부품도 새로 규정했다. 기존 노트북은 카메라가 디스플레이에 배치되고 키보드는 모니터 아래에 배치되는데, 젠북 17 폴드 OLED 같은 폴더블 노트북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어서 별도로 최적화했다. 특히 키보드 배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젠북 17 폴드 OLED는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외장 키보드를 사용하며, 접은 상태에서는 바닥 쪽 화면을 터치로 입력하는 화상 키보드로 사용한다. 화상 키보드로 쓸 때 화면에 물리 키보드를 꽂으면 일반 노트북처럼 쓸 수 있으며, 그 상태로 접으면 디스플레이를 접었을 때 생기는 틈새를 막아 파손을 방지한다. 추후 다른 폴더블 노트북이 출시되더라도 젠북 17 폴드 OLED의 키보드 활용 방식은 그대로 통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올해 초 열린 CES2022에서 폴더블 노트북의 이보 인증을 새롭게 공개한 바 있다. 출처=인텔
인텔은 올해 초 열린 CES2022에서 폴더블 노트북의 이보 인증을 새롭게 공개한 바 있다. 출처=인텔

젠북 17 폴드 OLED가 인텔의 고성능 노트북 인증인 ‘인텔 이보(Evo)’ 규격에 대응하는 최초의 폴더블 노트북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인텔 이보는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기반에 와이파이 6E 지원, 지능형 협업 기능, 그리고 높은 배터리 성능과 빠른 절전 해제, 고속 충전 등 노트북의 성능과 활용성, 품질을 규정한 규격이다.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까지는 노트북만 인증 대상이었지만, 3세대 인텔 이보 플랫폼을 발표하며 노트북과 외부 장치, 데스크톱, 폴더블 노트북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번에 출시된 젠북 17 폴드 OLED는 폴더블 노트북으로는 최초로 인텔 이보 플랫폼으로 등장하며, 향후 이보 기반 폴더블 노트북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도래한 폴더블 노트북 시대, 협업 중요성 커져

인텔과 에이수스의 협업은 양쪽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텔의 경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사양과 폼팩터를 규정하는 부분, 그리고 실제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출시하는 전 과정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기반을 다졌다. 에이수스 역시 폴더블 제품의 미래를 선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초의 17인치 폴더블 노트북인 젠북 17 폴드 OLED는 제품 자체에 대한 가격과 판매량을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전자제품은 하나의 기업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을 바탕으로 모든 기업이 힘을 합쳐 만든다. 이번 젠북 17 폴드 OLED의 사례처럼 앞으로 더 많은 제품들이 이번 협업과 같은 접근법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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