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 “베트남에서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만 가져 오랍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베트남에서 제품만 가져 오라더라구요.”

약 3개월만에 다시 만난 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이하 김 부사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무슨 뜻이냐는 조용한 물음에 김 부사장이 숨을 골랐다. 그는 “8월초 약 열흘 동안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SBA 서울창업허브와 베트남 과학기술부가 공동 주최한 한국 스타트업 밋업 행사에 초청받아 다녀왔거든요. 이에 베트남 현지 기업과 예상 고객사 등을 방문했는데, 반응은 여전했습니다. 시장 반응을 다시 한번, 재확인한 셈이죠”라고 말했다.

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 출처: IT동아
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 출처: IT동아

케이파워는 지난 2018년 설립한 산업용 보일러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기존 석탄,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산업용 보일러를 바이오매스(우드 펠릿)로 바꿔 환경 오염을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장기화되고 있는 고유가 사태로 인해 가격 연료 경쟁력 측면에서 보다 저렴한 케이파워의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는 자연스럽게 대안책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산업용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는 국내외 공장 및 에너지 기업 등으로부터 투자 및 사업 제안도 많이 받았다.

다만, 케이파워의 상황은 예상과 달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베트남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끊기면서 관계를 깊게 다지지 못했다. 또한, 제조 스타트업이 겪어야 하는 자금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제조업은 타 산업 대비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인력이 많다. 산업용 보일러를 생산하기 위한 기초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김 부사장은 “여러 곳에서 투자 제안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는 단계입니다. 제품만 완성하면, 바로 계약해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죠. 매출 예상 및 자금 흐름, 흑자 전환 시기도 확인했습니다”라며, “이번 베트남 재방문을 통해 시장성을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이죠. 베트남 기업과 LOI(공급의향서)를 다수 작성한 상황이에요”라며 웃었다.

탄소절감을 향한 베트남의 능동적 움직임

IT동아: 베트남 현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 부사장: 8월 3일부터 11일까지, 행사와 함께 베트남 현지 기업을 여러 곳 둘러보고 왔다. 방문 당일 SBA 서울창업허브와 베트남 과학기술부가 공동 주최한 한국 스타트업 밋업 행사에서 베트남 과학기술부 산하 SATI 의 Mr. DO BINH ANH 책임자와 미팅을 진행하며, 케이파워의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 공급 서비스의 베트남 시장 확장에 필요한 베트남 정부부처 네트워크 및 베트남 기업의 협조 약속받았다.

SATI의  DO BINH ANH 책임자와 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 보소이 매니저, 김대휘 과장(왼쪽부터), 출처: 케이파워
SATI의 DO BINH ANH 책임자와 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 보소이 매니저, 김대휘 과장(왼쪽부터), 출처: 케이파워

이후 한국에 돌아오기 전, 베트남 자원환경부 기후변화국(DCC)의 TANG THE CUONG 국장과 만나 케이파워가 목표로 하고 있는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의 친환경 의의에 대해서 소개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TANG THE CUONG 국장은 베트남이 추구하는 2021-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사업을 포함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여담이지만, 앞으로 베트남 정부와 지방의 지원이 많을 것이라고 미리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 팁(?)도 받았다(웃음).

*베트남의 2021-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지난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 따라 베트남은 2021-2030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를 수립했다. 온실가스 감소를 위해 에너지, 농업, 토지이용·토지지용 변화 및 임업(LULUCF), 폐기물, 산업공정 등 포괄적인 부문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자원으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9%를 감축하고, 양자·다자 간 협력을 통해 국제적 지원을 받을 경우 최대 27%까지 감축하는 것이 베트남 NDC의 골자다.

그 전에 한베환경산업협력센터 하노이 손동엽 소장과도 만나 케이파워의 서비스를 도입하는 베트남 기업의 친환경 기업 인증과 베트남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친환경 인증 획득 지원을 위한 업무 협력과 베트남 정부 협조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정신 없었던 일정이었다.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준비해서 갔던 많은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IT동아: 베트남이 목표로 하고 있는 NDC에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고?

김 부사장: 맞다. 베트남은 NDC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 전력공사(EVN)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베트남의 전력 총설비용량은 69.3GW다. 이중 발전원별 용량을 살펴보면, 석탄 20.4GW(29.4%), 수력 20.7GW(29.9%),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17.8GW(25.8%), 천연가스 7.1GW(10.2%)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상당 부분 끌어올렸다.

출처: 8차 국가전력개발계획, 베트남 산업무역부, KOTRA 호치민 무역관 종합
출처: 8차 국가전력개발계획, 베트남 산업무역부, KOTRA 호치민 무역관 종합

이어서 같은 맥락으로 8차 국가전력개발계획 초안에 2045년까지 석탄 19.4%, 수력 11.1%, 신재생에너지 28.4%, 천연가스 21.2%로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다년간 적극적인 대체자원 투자 장려 정책 결과물로 베트남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2045년 전력발전원을 살펴보면, 석탄과 수력 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크게 높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간 및 국영 기업과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IT동아: 현지 기업에도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 부사장: 현재 케이파워는 베트남 남부(DOTAB)와 북부(VIRIC)에 현지 에이전시(영업, 마케팅 협력사)를 두고 고객사를 관리하고 있다. 먼저 DATAB과 함께 베트남 호치민 인근의 동나이성 비엔호아시 근교에 위치한 가구 생산기업 NANO를 방문했다. NANO는 생산 제품의 대부분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현재 석탄 및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해 산업용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점차 강화하고 있는 친환경 기조와 탄소세, 탄소국경조정세 시행 등을 예상하며 수출에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우리가 제안한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로 전환하기를 원했다. 현장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자는 얘기까지 나온 상황이다(웃음).

베트남 동나이성 비엔호아시에 위치한 가구 생산기업 NANO 방문 사진, 출처: 케이파워
베트남 동나이성 비엔호아시에 위치한 가구 생산기업 NANO 방문 사진, 출처: 케이파워

이후 VIRIC과 함께 DAM HA BAC(베트남 국영기업, 베트남 비료생산 1위 기업)에도 방문했다. DAM HA BAC은 이미 지난 4월에 방문해 미팅했던 업체다. 이번에는 기술팀과 진행사항에 대해 회의한 뒤, 담당 임원, 부회장과 함께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고로 DAM DA BAC 은 베트남 중앙정부가 97% 지분을 보유한 국영기업으로 베트남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장서야 하는 위치다.

베트남 국영 비료 생산기업 DAM HA BAC을 방문한 케이파워, 출처: 케이파워
베트남 국영 비료 생산기업 DAM HA BAC을 방문한 케이파워, 출처: 케이파워

현재 DAM HA BAC은 130톤/h 규모의 석탄보일러 3기를 운용 중이다. 이 곳에서 사용하는 하루 석탄 사용량만 1,000톤을 훌쩍 넘는다. DAM HA BAC은 1차로 우리에게 120톤/h 규모의 산업용 보일러 스팀 공급 서비스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안정적으로 완료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130톤/h 규모의 석탄보일러도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여담이지만, 케이파워의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는 베트남에 꼭 필요한 탄소중립 기술이라며 공식적으로 LOI(공급의향서)를 발부하겠다고 화답했다.

DAM HA BAC의 산업용 보일러 설비 및 제어센터를 방문한 모습, 출처: 케이파워
DAM HA BAC의 산업용 보일러 설비 및 제어센터를 방문한 모습, 출처: 케이파워

DAM HA BAC은 아무래도 국영기업이다 보니 정부 정책과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마침 한국에 돌아오고 난 뒤, 베트남 총리가 DAM HA BAC에 방문해 일침을 놓고 갔다. 우리가 방문한 일정 그대로 돌면서 지난 5년간의 적자, 탄소 배출 등을 지적했다. 예상하지 못한 기회라고 생각한다(웃음).

베트남 왕겨를 활용, 저렴한 비용으로 펠릿을 공급합니다

IT동아: NANO, DAM HA BAC과 같은 예정 고객사도 중요하지만, 현지에서 스팀 공급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매스 연료공급원도 필요할텐데.

김 부사장: 맞다. 지난 인터뷰에서 얘기했던대로, 케이파워의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는 연료 공급 서비스가 핵심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반적인 우드 펠릿으로도 안정성과 고효율을 보장한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연료를 공급/관리해줄 수 있어야 한다. 베트남 시장에 집중한 것도 여기서 시작했다. 대표적인 벼농사 국가인 베트남에서 한해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왕겨를 활용해 펠릿을 제작, 이를 구독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연료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 현지 펠릿 제조기업 여러 곳을 방문했다.

케이파워의 ‘바이오매스 스팀 구독 서비스’, 출처: 케이파워
케이파워의 ‘바이오매스 스팀 구독 서비스’, 출처: 케이파워

베트남 남부 빈증성 부근에서 가장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PUMPKIN은 월 6,000톤의 상급 펠릿을 생산하는 업체다. PUMPKIN에 방문해 우리가 원하는 일반(중급, 저급) 펠릿 생산에 큰 어려움은 없으며, 원자재 확보도 용이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PUMPKIN은 케이파워의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 운영에 필요한 펠릿에 대해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해준다면, 생산시설 확장에도 투자할 의향을 밝혔다.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펠릿 생산기업 PUMPKIN을 방문한 케이파워, 출처: 케이파워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펠릿 생산기업 PUMPKIN을 방문한 케이파워, 출처: 케이파워

이어서 지난 2021년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펠릿 생산기업 VK BIOMASS의 Tuan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3개월 내 월 5,000톤 생산을 목표로 확장할 것”이라며, 케이파워의 북부 지역 사업에 필요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펠릿 공급을 약속했다..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펠릿 생산기업 VK BIOMASS를 방문한 케이파워, 출처: 케이파워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펠릿 생산기업 VK BIOMASS를 방문한 케이파워, 출처: 케이파워

이외에도 한국의 공장 폐수슬러지 연료화 기술을 베트남에 도입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베트남에서 가동되는 수많은 공장은 공장 폐수를 건조시킨 뒤 발생하는 폐수슬러지를 비용을 지불해 매립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폐수슬러지를 연료로 바꿔 활용한다. 폐수슬러지 처리 비용을 받고, 슬러지를 가져와 발효, 안정화 단계를 거쳐 펠릿으로 생산해 국내 발전소에 혼소용 연료로 납품한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초 계획안을 수립해 준비 중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산언용 보일러를 생산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했다. 베트남 과학기술부 소개로 스팀/온수 보일러를 제조하고 있는 NP BOILER를 만나 MOU를 체결했다. 베트남 남부 빈증성에 위치한 NP BOILOER는 4개의 공장을 운영중이며 10년 이상 산업용 보일러를 생산한 경험을 지닌 기업이다. 다만, 지금까지 자체 브렌드 없이 OEM 위주로 사업해왔는데, 앞으로 우리와 함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새로운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베트남 보일러 생산기업 NP BOILER와 MOU를 체결한 모습, 출처: 케이파워
베트남 보일러 생산기업 NP BOILER와 MOU를 체결한 모습, 출처: 케이파워

IT동아: 지난 미팅 이후 3개월 정도 지났을 뿐이지만… 뭔가 많은 것을 준비한 느낌이다.

김 부사장: 바빴다. 정말 많이 바빴다(웃음). 예정 고객사, 연료공급원을 확보를 위해 정신 없이 뛰었다. 케이파워의 바이오매스 산업용 보일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고… 쉴 수 없는 일정이다. 특히, 케이파워와 같은 제조 스타트업은 초기 설비 자금을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야 한다. 잠시 숨을 돌려 멈춰 설 경우 그대로 주저 앉을 수도 있지 않나.

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 출처: IT동아
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 출처: IT동아

앞서 언급한 사례 이외에도 베트남 펠릿 제조기업 2개사와 연료 공급에 대한 LOI를 맺었고, 베트남에서 4개 공장을 운영하는 의류 공장과도 LOI를 맺었다. 지금 무슨 LOI냐며 당장 본 계약을 맺자는 예정 고객사도 상당수다. 보일러 착수금만 확보하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지 않나. 제조업 특성상 초기 자금이 꽤 필요한 상황이지만… 만반의 준비는 마쳤다고 생각한다. 이번 베트남 현지 방문을 통해 그동안의 계획도 대부분 마무리했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도 우리 케이파워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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