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술 문화 즐기기 어렵지 않아요, 미술관/갤러리 관람 가이드

미술 작품은 오랫동안 ‘대체투자자산’으로 활용됐습니다만, 그 본질이자 가치는 ‘미적 향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데 있습니다. 이 가치를 극대화하는 곳, 우리가 미술 문화를 즐기도록 돕는 곳이 바로 미술관과 갤러리이지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유튜브만 봐도 작가와 작품, 전시회를 소개하는 동영상이 수도 없이 많이 나옵니다.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미술 문화를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려 합니다.

전시회를 창작하는 또 다른 예술가 ‘큐레이터’와 함께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예술가가 만든 예술 작품은 미술관 혹은 갤러리 등 전시 공간에 소개돼 사람들과 만납니다. 그렇다면, 이 전시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미술관의 전문 인력인 ‘큐레이터’입니다.

큐레이터는 또 다른 의미의 예술가로 봐도 좋습니다. 전시 공간과 전시회를 완성하는 것 또한 ‘창작’이니까요. 좋은 미술관과 전시회일수록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합니다. 그저 작품을 벽면에 걸어 놓는 것이 아닙니다. 전시회의 큰 주제에 맞게 작품을 선별하고, 작은 주제별로도 작품을 분류하고 여기에 가장 알맞게, 작품을 잘 강조하도록 전시 공간과 방법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실제 작품 전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수고와 노력을 들인 후에야 전시회가 이뤄집니다.

큐레이터가 미술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출처 = IT동아
큐레이터가 미술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출처 = IT동아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필자가 최근 본 전시회 가운데 가장 즐겁게 관람했던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느 수집가의 초대’입니다. 전시회는 그 이름처럼 한 수집가의 집에 초대 받아 그의 집 문과 마당을 지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의 집으로 들어서면 소반과 다과상이 차려진 ‘공간’과 그와 마주한 동자석으로 꾸민 ‘정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전시회를 마주칠 때부터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 구성입니다.

만일, 소반과 다과상, 그리고 동자석을 그냥 유리 진열장 속에 배치해 놓고 그저 관람객이 쓱 흘겨보고 지나가도록 구성했다면? 이렇게까지 전시에 몰입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전시 공간에 맞게 작품을 배치하는 능력은 큐레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시회를 즐길 때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전시의 큰 주제와 작은 주제는 무엇인지 ▲공간 구성은 어떻게 했고 그 까닭은 무엇인지 ▲조명은 어두운지 밝은지 ▲작품 배치를 왜 이렇게 했는지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전시회의 전체 맥락과 전시 공간을 차근차근 생각하면 관람이 한층 즐거워질 것입니다.

국립 미술관이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에는 좋은 인력들이 많이 배치됩니다. 그만큼 좋은 전시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으니 ‘작품’이 아니라 ‘전시’를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 이러한 곳들을 많이 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좋은 작품을 보고 싶다면? 갤러리와 경매회사 문 두드리세요.

미술 작품을 즐기는 곳, 갤러리는 미술관과는 성격이 다소 다른 곳입니다. 미술관이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아름다움을 향유하도록 장려하는 공간이라면, 갤러리는 작품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작품을 보여주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미술관과 갤러리는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갤러리는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하도록 이끄는 전시 방법을 주로 이용합니다.

사실 갤러리를 방문하는 것은 미술 문화를 즐기려는 일반 대중들이 시도하기에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작품 구매가 이뤄지는 공간이기에, 갤러리가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비쌀 것이고 자연스레 돈이 많은 사람들만 가서 즐기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많은 갤러리들이 좋은 작품을 늘 전시 중이고, 꼭 작품 구매자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갤러리에 들어가 작품을 관람 가능합니다.

혹시라도 갤러리를 가 보고 싶은데 망설여지나요? 그렇다면 갤러리 현대와 아라리오 갤러리, 국제 갤러리 등 대형 갤러리에 먼저 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형 갤러리는 국내외 메이저 예술가들을 전속 작가로 섭외하고 작품 전시에 많은 자원을 쏟습니다. 이들 갤러리에 작품이나 전시회를 보러 갔을 때 직원이 있다면, 작품과 작가를 묻는 질문을 하는 것도 좋은 전시 관람 방법입니다.

예술 작품 공동 소유 플랫폼, 테사의 상설 갤러리 #UNTITLED. 출처 = 테사
예술 작품 공동 소유 플랫폼, 테사의 상설 갤러리 #UNTITLED. 출처 = 테사

아트페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찾는 예술 행사입니다. 최근 인기를 끈 아트 테크 스타트업, 예술 작품 공동 소유 플랫폼 가운데 일부 기업도 자체 갤러리를 마련해 회원들이 예술 작품을 보고 즐기고 감동을 느끼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는 데 알맞은 공간이 또 있는데요, 바로 예술 작품 경매회사입니다.

경매회사는 실제 경매를 하기 전 약 3일~4일 동안 프리뷰 전시를 하며 경매에 출품된 작품을 관람객들이 직접 보도록 해 줍니다. 프리뷰 전시에는 개인이 소장하던 작품이 많이 나옵니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을 한 번에 관람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술관과 갤러리 관람 시 주의할 점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예술 작품 ‘장 미셸 오토니엘’의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한 관람객이 사진을 찍으러 작품 가까이에 접근했다가, 작품의 일부인 유리 벽돌과 발을 세게 부딪쳐 이것을 깬 것입니다.

관람객이 더 가까이에서 미술 작품을 보고 즐기도록, 작품 가까이에 펜스를 치거나 펜스를 아예 치지 않는 전시회가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관람객도 거기에 맞는 예의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작품을 자세히 보겠다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 작품에 손을 대는 것은 아주 당연히 지양할 행위입니다.

미술관, 갤러리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두는 것이 좋다. 출처 = IT동아
미술관, 갤러리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두는 것이 좋다. 출처 = IT동아

또 한 가지, 전시회를 즐길 때에는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실제로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오로지 현장에서만 느끼는 감동이 있습니다. 이 감동은 사진으로 찍는다고 해서 전해지지 않습니다. 전시회 현장의 사진을 찍어둔다고 해서 나중에 자주 볼 일도 없을 것입니다.

전시회와 작품 기록용으로 사진을 몇 장 남기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데에만 급급해 작품과 느낌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주객전도입니다. 전시회에서 예술 작품을 볼 때에는 온전히 눈으로, 마음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깊은 감명도 받고 기억에 오래 남는 전시회가 될 것입니다.

글 / 아트파이낸스그룹 류지예 팀장

아트파이낸스그룹은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금융의 영역을 예술 산업으로 넓혀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위험 대비 수익을 제공할 투자처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 예술금융 교육, 다양한 세미나도 엽니다. 주 업무는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 예술 부문 비즈니스 컨설팅 및 연구이며 아트 펀드도 준비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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