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 나정옥 부사장 “DB의 오라클 넘어 ‘클라우드의 오라클’로 자리잡을 것”
[IT동아 김영우 기자] 오라클(Oracle)은 자타가 공인하는 데이터베이스(이하 DB) 관리 솔루션 시장의 최강자다. 하지만 최근의 오라클은 ‘DB의 오라클’ 못지 않게 ‘클라우드의 오라클’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IT 환경의 현대화가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지금, 클라우드 전환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클라우드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인프라) 부문을 아마존웹서비스(이하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이 선점하고 있었기에, 오라클은 클라우드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인상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오라클은 꾸준히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강하는 한편, 새로운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를 다수 선보이며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오라클은 올해 8월 현재까지 세계 각지에 총 39개의 클라우드 리전을 확보했다. 올해 들어 수천 개 이상의 기업들이 클라우드 이전 서비스를 통해 OCI로 전환했으며, IaaS 전반에 걸쳐 통합 보안과 자율운영 등 혁신적인 신규 기능을 더했고, MySQL HeatWave 및 머신러닝 서비스, 그리고 최근에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용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의 출시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취재진은 한국오라클 내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부문을 이끌고 있는 나정옥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라클이 바라보는 클라우드 시장의 현주소,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비전을 확인했다. 나정옥 부사장은 한국오라클 합류 이전부터 삼성전자, 마이다스테크, 영화전산 등에서 근무하며 30여년 간 다양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발휘한 바 있는 업계의 베테랑이기도 하다.
- 나 부사장은 오라클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상당히 다채로운 이력을 지냈다고 들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여정을 거쳤나?
: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처음 경력을 시작한 이후, 30년 이상 IT 업계에서 개발자, 시스템 엔지니어, 데이터베이스관리자(DBA)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오라클에는 지난 2000년 프리세일즈 컨설턴트로 합류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2008년에 ‘엑사데이터(Exadata)’ 서비스의 첫 출시를 담당한 일인데, 본인은 물론 오라클 입장에서도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10여년간 엑사데이터의 에반젤리스트로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도왔으며, 2020년 부터는 한국오라클의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 오랫동안 업계에서 다양한 실적을 냈음에도 아직 현장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별한 신념이 있기 때문인가?
: 오랫동안 업계에서 일했지만 아직도 고객을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얻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고객사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은 것을 배운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을 늘 재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요즘 고객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데, 오라클 역시 이에 맞춰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왔다. 이에 맞춰 본인 역시 변화해가며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 최근 많은 기업이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는 가운데, 특히 클라우드 전환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DB 관리 솔루션 시장의 강자인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어떤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까?
: 오라클은 1977년 DB 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시작한 이래, 해당 시장의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해 왔다. 특히 2010년에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를 통해 자바와 하드웨어 역량까지 확보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완벽히 통합된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우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3년에 발표한 멀티테넌트 아키텍처 방식의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2c’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와 DB의 통합이 시작되었고, 2018년에는 업계 최초로 자율운영 DB를 선보였다.
특히 오라클은 클라우드 영역에서 ERP(전사적자원관리), HCM(인적자본관리), CX(고객경험), SCM(공급망관리) 등 광범위한 SaaS 애플리케이션 제품군과 업계 최고 수준의 DB PaaS, IaaS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과 춘천 2곳의 리전을 포함해 미주, 전세계 39개 리전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2년 말까지 44개로 확장 예정이다.
-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오라클이 클라우드 관련 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향후 사업 확대 의지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래도 아직 사람들은 ‘DB의 오라클’이라는 이름에는 익숙하지만, ‘클라우드의 오라클’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이런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 최근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각기 다른 IT 환경을 동시에 운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그리고 2개 이상의 클라우드를 함께 이용하는 멀티 클라우드다. 우리는 모든 고객들이 당장 OCI만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오라클은 기업들이 온프레미스(사내구축형)의 다양한 아키텍처와 IT 환경을 그대로 클라우드로 옮겨갈 수 있도록 특정 기업 전용 리전, 엑사데이터 등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VM웨어, MS(마이크로소프트) 등 생태계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더욱 유연하고 매끄러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도 중요한 DB는 오라클에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고객을 위해 우리는 지난 21일, 애저에서 오라클 DB를 바로 쓸 수 있게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용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불편 없이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 기업문화나 보안, 규제 등 다양한 이유로 클라우드 전환을 망설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일부 기업이 주도하는 IaaS 기반의 퍼블릭 클라우드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에 상당히 민감한 미션크리티컬 워크로드까지 클라우드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기존과 같은 전략으로는 특정 클라우드 업체에 종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규제나 보안이 중요한 기업이라면 특히 큰 문제다.
하지만 최근에 각 기업이 자사의 특성에 맞는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도입하는 것이 대세가 되면서 위와 같은 고민에 대안의 해결책이 되고 있다. 오라클은 이러한 고객사의 전략에 맞는 맞춤형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한다. 오라클 전용 리전 클라우드 앳 커스터머(Oracle Dedicated Region Cloud@Customer, DRCC)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를 통해 고객사의 데이터센터에 OCI를 구축하거나 프라이빗 클라우드 내에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등의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다.
- 생각 이상으로 오라클은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 같다. 오라클 클라우드 솔루션을 도입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Vodafone)'이 주요 데이터센터에 오라클의 모든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OCI 전용 리전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주요 데이터를 다른 곳에 옮기지 않고도 인프라를 현대화할 수 있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컨설팅 기업 ‘노무라연구소(NRI)’의 경우, 데이터가 반드시 일본 내에 있어야 하는 등의 높은 보안 및 규제 기준을 맞추면서 인프라 현대화를 해야 했다. OCI 전용 리전을 금융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클라우드로서 도입한 사례 중 하나다.
국내 유일한 해운 국적 원양선사인 ‘HMM’도 오라클 클라우드를 선택했다. HMM은 시스템의 95% 이상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오라클의 엑사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ExaCS) 등의 최신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 중이며 선박시스템 및 육상 해상 통신 시스템 등 주요 업무분야에서 오라클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회사의 주식 및 채권, 각종 파생상품의 개발 운용 및 자기자본투자 업무 등을 위한 파생상품 분석업무를 오라클 클라우드 기반의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 구축했다. 덕분에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 환경에 안정적으로 분석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 및 유연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 외에도 금융 서비스 기업 ‘코스콤’, 도메인∙호스팅 기업 ‘후이즈’, 영어교육 기업 ‘윤선생’ 등의 중견기업에서도 오라클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적극 도입했다. 오라클이 DB 솔루션과 대기업에만 신경 쓴다는 편견도 버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 클라우드 시장에 임하는 오라클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판도를 바꾸기 위한 대표적인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그것도 소개해 달라
: 오라클은 40여년 간 독보적인 데이터 관리 역량을 축적해왔으며 이는 클라우드 시대에도 통용된다. 기업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1년 글로벌 시장 실적 기준으로 세 자리 수 성장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난 5월 가트너 보고서에서 분석한 OCI의 역량은 3년 전 38점에서 최근 78점으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클라우드 시장에 먼저 진입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비교해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동등한 수준이다.
그리고 기존 경쟁사들이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춘 이른 바 1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주로 운용하고 있는 반면, 오라클은 유연성과 비즈니스 안정성, 보안을 우선한 2세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데이터와 오라클의 컴퓨팅, 네트워크 리소스의 원천 격리를 통한 데이터를 보호하고 있다. 이에 더해 데이터 기본 암호화 보호, 디도스(DDos), 내부 보안 위협 탐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차별화된 안전을 제공하고 있다. 후발주자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알게 된다면 DB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오라클의 행보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 추가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로 재택근무나 비대면 업무 등이 일상화되었기에 이제 클라우드 전환은 필수가 되었으며,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안정적인 데이터 운영은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 운영 과제가 되었다.
오라클은 오랫동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동반자였다. 이러한 노하우를 한껏 발휘해 클라우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라클의 성장 전략은 국내 기업과 개발자 인재들, 그리고 파트너사 등 모든 생태계의 디지털 역량 및 지속가능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말까지 총 44개로 데이터센터를 늘리는 등 천문학적인 투자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전자의료기록 기업 서너를 인수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으로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등, 다양한 성장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사람들이 데이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고, 인사이트를 발견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오라클의 사명(Mission)이다. 오라클의 기본 DNA인 데이터에 클라우드와 자율운영의 강점을 결합해 또 한 번의 오라클 전성기를 열 계획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