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하늘길도 친환경으로 - 지속가능 항공 연료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본격 시작한 여름휴가, 어디로 떠날까?
약 2주였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무더위와 함께 여름휴가 시즌도 찾아왔죠. 지난 2년 간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 못해서인지 많은 사람이 올해 여름휴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필자도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어떻게 빈틈없고 보람차게 보낼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 중입니다. 서울 근교의 가평에서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등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기거나,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시원한 수박을 먹고 싶습니다. 먼 바다로 떠나는 것도 아주 즐거울 것 같은데요. 휴가 기간이 조금만 더 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마 모든 직장인들이 바라는 소원일 것입니다.
올해 휴가는 제대로 다녀오려는 것 같아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휴가잖아요. 많은 사람이 이번 휴가를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지인 중 일부는 해외여행을 계획하더군요. 드디어 열린 하늘길을 만끽하려는 듯 합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에 맞춰 국제선 항공편도 크게 늘어났죠. 공항도 예전 모습을 회복하는 것 같습니다. 휴가 기간이 충분하다면 그동안 못갔던 해외여행을 다녀 오는 것도 좋겠죠.
그런데 말이죠. 전 세계가 지속가능을 말하며 친환경, 탄소중립 등 다양한 방면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항공 산업은 어떨까요? 이제는 거리에서 전기로 달리는 친환경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연료전지, 수소사회, 전동화 등 친환경 관련 내용 투성인데요. 항공 산업도 친환경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신가요?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장 큰 차이는 당연하게도 동력원입니다. 전기와 기름이죠. 그래서 전기자동차는 무겁습니다. 배터리가 무겁기 때문이죠.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들고, 전기차에 맞춘 타이어 등을 지속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면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하기 위해서죠.
항공기는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입니다. 때문에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부품과 소재의 경량화에 기술을 집중합니다. 무거울수록 비행 시 많은 연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을 위해서도 경량화는 필수죠.
그런데 항공기 엔진을 기존 가스터빈 엔진보다 더 무거운 전기모터로 바꿀 수 있을까요? 만약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충분한 거리를, 충분한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 없겠죠.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한 에너지 비효율 및 짧은 주행거리 때문에 아직 시간은 좀 더 필요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Net Zero by 2050’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 수송의 경우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에서 친환경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6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항공 수송의 경우 친환경(수소기반 합성연료) 기반 비중은 약 2%에 불과할 것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항공 부문의 친환경 전환 비율은 굉장히 낮네요?
맞습니다. 그런데 각 운송 수단별 탄소 배출량을 비교해 보면 항공 산업의 친환경 전환은 가장 시급해 보입니다. 지난 2014년, 유럽환경청(EEA)이 운송 수단별 1kg 주행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조사했는데요. 제트여객기 285g, 버스 68g, 기차 14g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비행기의 탄소 배출량은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에 달하는 셈이죠. 항공 부문의 친환경에도 신경써야 하는 이유죠..
이에 지난 2017년, 스웨덴은 비행기 대신 대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취지의 비행기 탑승 거부 캠페인 ‘Flight Shame’을 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기후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비행기 안타기’ 운동을 전개 중이죠.
기술적 한계 때문에 비행기의 동력을 당장 전기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는데요. ‘지속가능 항공 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 이하SAF)’의 활용입니다.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SAF는 일반적으로 ‘비(非) 화석’에서 생산한 항공연료를 의미합니다. 식용유, 식물성 기름, 생활 폐기물, 폐가스, 농업 잔류물 등으로 만들어지죠. 생산 과정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일반 항공유와 비교해 최대 80% 적다고 합니다.
SAF는 ‘드롭인 연료(Drop-in fuels)’라고도 부르는데요. 드롭인 연료는 현재의 디젤, 가솔린, 제트연료와 동등한 품질 규격과 기존 인프라를 ‘있는 그대로(Drop-in)’ 사용할 수 있는 연료를 의미합니다. 기존 제트연료와 다양한 비율로 혼합해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항공기나 엔진의 개조 없이 사용할 수 있죠. 또한, 2008년 대체연료를 활용한 첫 비행을 시작으로 관련 연료에 대해 면밀한 안전성 테스트와 정밀조사를 거쳤습니다. 여객운송 승인도 받아 2015년부터 정기 공급을 시작했죠.
기업들도 SAF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나요?
현재 항공 산업에서 SAF는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전 세계 45개 이상의 항공사가 이미 SAF를 활용한 비행을 시험했죠. 에어버스(Airbus)는 시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2025년 SAF 3,000만 리터 규모의 상업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의 동향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너지부는 ‘SAF 그랜드챌린지’를 발표하며 SAF 생산 확대 목표를 제시했으며,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모든 항공기에 SAF를 혼합해 비행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SAF와 관련해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대한항공이 지난 2017년 국내 항공사 최초로 시카고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SAF를 사용했었습니다. 올해부터 인천과 프랑스 파리 정기편 연료에 SAF 1%를 혼합해 운항할 계획이라고도 하네요.
대표적인 SAF 관련 기업은 어디인가요?
지난 1916년 미국에서 설립해 현재 전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보잉(Boeing)’입니다. 보잉은 일찍부터 SAF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2008년 항공사와 엔진제작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SAF를 이용한 시험 비행을 시도했죠. 2011년 SAF의 상업용 사용 승인을 받았고, 2012년부터 ‘에코데몬스트레이터(ecoDemonstrator)’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항공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모든 시험 비행에 SAF를 사용 중이죠. 2018년에는 100% SAF 연료만 사용해 상용 비행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습니다.
이달 초 탈탄소화 전략도 발표했습니다. 크게 4가지 전략을 수립했는데, SAF 내용을 포함하고 있죠. 2030년까지 보잉의 전 여객기를 100% SAF로 운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카이엔알지(SkyNRG), 스카이엔알지 아메리카, 알래스카항공, 에티하드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롤스로이스, 美항공우주국(NASA)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퍼스트무버 연합 가입 등 여러 기업과 협력해 탄소 배출 감소 기술을 지속 개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상용화를 위해서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2021년 2050탄소중립 추진전략을 국가비전으로 명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점검 등의 법정 절차를 체계화한 전 세계 14번째 국가입니다. 이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여러 지원을 약속하고 있죠. 하지만, 항공 산업은 아직 미흡한 수준입니다. 항공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이 적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항공 산업의 친환경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EU가 SAF사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유럽을 취항하는 항공사에게 SAF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문제는 비용이죠. 일반 항공유와 비교해 약 2~5배 정도 비쌉니다. SAF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 국가 차원의 제도적 인센티브나 생산 및 급유 인프라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죠.
민간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일본은 올해 3월, SAF 확대를 위해 16개 기업이 모여 ‘액트 포 스카이(ACT FOR SKY)’라는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SAF 상용화와 보급 확대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비용을 분석하는 등 업체별로 다양한 연구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인데요. 국내 항공사도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SAF의 효과 등을 분석하고 도입을 위한 논의를 준비해야겠습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