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위해선 조속히 제도화돼야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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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한 고강도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폭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됐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가상자산 폭락에 도화선이 된 것은 ‘루나/테라’ 사태다. 이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자매 코인인 루나의 가치가 폭락해 투자자들의 재산이 일주일 동안 50조 원 이상이 사라진 사건을 말한다. 이 사태에 대해 ‘과연 루나/테라의 대폭락을 막는 게 불가능했을지’와 관련해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사건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가상자산 산업에 적절한 시스템만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이다. 지난해 9월 국내 코인마켓거래소 코어닥스가 루나/테라를 상장하지 않은 것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코어닥스는 상장 불가 사유로 ▲ 유사수신(금융회사를 가장해 투자자를 꾀는 행위) 가능성이 있다 ▲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1달러 고정을 위한 지급준비금이 없다 ▲ 테라와 루나 안정성은 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수요공급을 조절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테라와 루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알고리즘은 ‘테라 1개는 1달러어치의 루나와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라 가격이 0.9달러로 내려가면 사람들은 루나를 테라와 바꿔 0.1달러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루나와 교환된 테라를 소각하면 시장에서 테라 공급량이 줄어 가격을 1달러로 조정할 수 있다. 반대로, 테라 가치가 1.1달러로 올라가면 사람들은 1달러어치의 루나를 구매해 테라와 교환할 것이다. 시장에 공급이 늘게 되면서 테라의 가치도 1달러로 수렴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두 코인의 가치가 동반으로 떨어져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루나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테라의 가치는 반등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다시 테라와 연결된 루나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고리를 만들게 된다. 사람들은 불안감으로 인해 테라를 투매하게 돼 가치가 결국 폭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루나/테라 피해 대책 당정회의에서 한 원화 거래소 대표는 “루나/테라는 알고리즘만 갖고 진행하는 획기적인 상품, 상장 기준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위 거래소를 보면서, 규모가 작은 코인마켓 거래소도 상장 불가 판정을 내린 코인의 문제점을 전문인력이 충분한 거래소가 정말 몰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 초부터 언론은 전 세계에 뿌려진 코로나19 대책자금으로 인해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 진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위험자산에 분류되는 가상자산 폭락에 대해서도 이미 경고가 이어진 상황이었다.

출처=엔바토엘리먼트
출처=엔바토엘리먼트

현재 제기되는 의문들에 대한 답은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도출할 수 있는 점은 루나/테라 사태는 최초 상장 과정, 그리고 상장 후의 관리 기준만 충분히 마련됐다면 걸러낼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대안도 이와 맞물린다. 가상자산의 발행, 발행 후 거래소에서의 상장 및 상장 후 유통, 최종 상장 폐지를 규율하는 관련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루나/테라 알고리즘은 발행 코인의 개수를 늘리고 줄이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다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발행 코인의 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담보 자산은 어디에 예치되는지를 점검하고 공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회에는 이미 13개의 관련법 제·개정안이 발의됐고 지난해 11월 1차 공청회도 가졌다. 해외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은 가상자산규제법안(MiCA)에 합의했으며, 미국 상원에도 비트코인과 이더를 제외한 가상자산을 증권형으로 규정한 금융혁신법이 발의됐다. 미국 재무부도 소비자, 투자자, 기업을 보호해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국제 기본 틀을 확정하고 유럽연합과 공동협력에 나서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5년 동안 가상자산 제도화를 방치한 결과,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계 최상위권이던 한국의 가상자산 산업 생태계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더는 망설이지 말고 국제 규범을 반영한 관련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법 제정과 병행해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신종 증권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기존 가상자산을 전수조사하고 증권형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며, 증권형으로 분류된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으로 규율해야 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거래소 자율 공동 가이드라인 기초안도 조기에 확정해 시행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공동 가이드라인 기초안은 미국 증권법과 한국 자본시장법을 반영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 보호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법 제정 과정에선 미국, 유럽연합, 영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레이트, 에스토니아 등 많은 국가가 가상자산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는 경쟁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한국이 가상자산 글로벌 허브가 되려면 투자자 보호와 산업 생태계 확장이 균형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한다.

끝으로,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 간담회에서 “5개 원화거래소들이 그동안 경제적 이득을 많이 봤다는 측면에서 투자자 보호기금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러한 제안도 검토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글 /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강성후 회장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업무 질서를 유지하고, 공정한 거래 확립을 위해 설립된 단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 프로세스와 관련된 기준을 제시하며, 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강성후 회장은 기획재정부 지역경제협력관(국장), 국회 사무처 협력관, 탐라금융포럼 이사장,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정책위원장 등을 거쳐 현재 KDA회장 및 코인마켓거래소 공동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 위원장, 한국핀테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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