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2차 발사 성공…배경은 12년 인고의 세월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우주 강국을 향한 꿈을 담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날아올랐다. 지난해 1차 발사 당시 3단 로켓 엔진이 조기 연소 종료되면서 실패의 아픔을 경험했지만, 12년간 포기하지 않고 인고의 세월을 보낸 끝에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는 누리호. 출처=사진공동취재단
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는 누리호. 출처=사진공동취재단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1일 오후 5시 12분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공식화했다. 이 장관은 “대한민국 역사의 기념비적인 순간을 맞이했다"며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에 발사한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투입돼 성능검증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궤도에 안착시켰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지구 저궤도 700km 지점을 향해 날아오른 누리호는 4시13분께 목표 궤도 700㎞에 도달, 4시14분께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했으며, 4시16분께는 위성모사체를 분리했다. 이후 4시 42분께 남극세종기지와의 교신에 성공하며 정상적으로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12년간 2조원 예산 투입…자력으로 실용급 위성 발사하는 7번째 국가

누리호 발사 성공을 달성하기까지 12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있었다. 누리호 개발은 2010년 3월부터 시작됐으며, 25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총길이 47.2m, 중량 200톤 규모의 누리호 설계와 제작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예산은 총 1조9572억원에 달한다.

긴 인내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는 7번째 국가가 됐다. 중대형 액체로켓엔진과 대형추진체 탱크, 발사대 등 핵심 부품을 모두 우리 연구진과 기업이 만든 것으로, 외국 발사체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우주 개발사업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누리호 발사를 준비하는 연구진의 모습.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발사를 준비하는 연구진의 모습.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1차 발사와 무엇이 다른가

이번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의 배경에는 1차 발사 실패라는 아픔이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첫 발사 당시, 누리호는 목표 고도 700km 도달에는 성공했으나 3단 로켓 엔진의 속도가 6.5km(이하 초속)로, 목표 궤도속도인 7.5km에 못 미쳤다.

연구진은 "3단 엔진의 산화제 탱크 내부에 있는 고압헬륨탱크의 고정 장치가 풀리면서, 엔진이 일찍 꺼지는 바람에 목표 궤도속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진은 3단 산화제탱크 내부의 고압헬륨탱크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부를 보강하고 산화제 탱크 덮개의 두께를 강화했다.

또 1차 발사 당시 누리호에는 진짜 위성이 아닌 위성모사체(위성과 같은 중량의 금속)만 탑재돼 있었지만, 2차 발사 때는 성능검증위성(큐브위성4기 포함)을 위성모사체와 함께 탑재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확인해 준 남극세종기지와의 교신도 성능검증위성을 통해 확인됐다.

누리호가 3단 추진체인 이유

누리호는 1.5톤에 달하는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인 700km에 실어 나르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 3단 우주발사체다. 1단은 75톤급 로켓엔진 4개, 2단은 75톤급 로켓엔진 1개, 3단은 7톤급 로켓엔진 1개로 구성돼 있다.

앞서 누리호가 1차 발사 당시 목표 궤도속도인 7.5km에 도달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3단의 7톤 엔진이 예상 시간보다 일찍 연소를 종료했기 때문이다. 당시 누리호에 탑재했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 3단 엔진은 521초 동안 연소해야 했는데, 427초만 연소했다. 이 때문에 목표 고도인 700km까지 상승하고도 위성모사체의 목표 속도인 7.5km까지 밀어붙일 수 없었다. 인공위성이 지구 중력을 이기면서 지구 저궤도를 안정적으로 돌기 위해 필요한 속도가 7.5km인데, 이에 도달하지 못했던 당시 누리호 위성모사체는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타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 이미지.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 이미지.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를 2~4단 내외로 만드는 이유는 최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1단에서는 지상 이륙과 함께 중력을 이겨내고 대기권을 탈출하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연료와 산화제가 들어간다. 2단과 3단도 발사체를 계속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발사체를 여러 단으로 구성하는 이유를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것에 비유한다. 등산가들이 처음 출발할 때 식량과 텐트 등 모든 짐을 메고 출발하다가 중간중간 베이스캠프에 불필요한 짐을 내려놓고 몸을 가볍게 하듯, 누리호도 같은 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체가 각 단에서 추진 속도를 내지 못하면 발사체가 분리할 인공위성이 목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다”며 “각 단은 연료와 산화제를 가득 실은 추진제 탱크라고 볼 수 있다. 지구를 아예 벗어나 다른 행성이나 더 먼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초속 11.1km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누리호 발사 때 떨어지는 흰 가루는 무엇일까

누리호 이륙 장면을 살펴보면, 하얀색 가루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외벽에 두껍게 쌓인 얼음층이 발사와 함께 이탈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얀색 가루를 이탈시키며 날아오르는 누리호 모습.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해 하얀색 가루를 이탈시키며 날아오르는 누리호 모습.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얼음층이 형성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각 단 로켓의 산화제와 관련이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산화제 탱크는 누리호 1, 2, 3단에 각각 하나씩 들어 있고 이 산화제, 연료 탱크를 모두 합치면 누리호 부피의 80%를 차지한다. 여기에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를 충전하면 누리호 외벽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공기 중 수분과 만나 성에가 끼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같은 얼음층은 산화제 탱크 온도를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단열재 역할을 하는데, 3400도에 달하는 불을 내뿜으며 발사되는 누리호에서 얼음층이 이탈하면서 하얀 가루가 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누리호와 12년간 동고동락 연구원들…"뼈아픈 1차 발사 실패…2차 발사 성공 다짐"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둔 지난 15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와 동고동락한 연구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공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기주, 강선일, 김주년, 하성업 연구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기주, 강선일, 김주년, 하성업 연구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뼈아픈 1차 발사 실패 후 2차 발사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각오를 다졌왔다. 발사체에 약 70여개의 전자장비가 있는데 그 장치 하나하나에 말을 건다는 심정으로 준비해왔다”며 “나로호 때는 100% 우리 기술이 아니어서 마음의 짐이 있었는데 누리호는 순수 우리 기술이기 때문에 성공한다면 기쁨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궤도에 안착한 성능검증위성은 8일 뒤인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이틀 간격으로 국내 대학(조선대, 서울대, 연세대, KAIST)에서 만든 큐브위성 4개를 우주에 사출한다. 이후 누리호가 우주 궤도에 1.5톤 무게의 위성을 올릴 수 있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누리호 개발 사업의 당초 목표가 1.5톤급 실용 위성의 지구 저궤도(600~800km) 투입이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누리호 고도화를 위해 차세대 소형 위성 2호를 실은 누리호 3차 발사를 내년 전반기 시행하고, 2027년까지 4번의 누리호 추가 발사를 통해 성능 고도화와 기술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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