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말 '모두의 골프' 문화를 만들고 있는 엑스골프 조성준 대표
[IT동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 여행에 제동이 걸리며, 국내 골프장 등 골프 관련 업계는 전례 없던 호황을 맞았다. 골프를 즐기는 인구도 부쩍 늘어 최근 600만 명을 넘어섰고, 연령층도 이전에 비해 낮아져 20~30대 MZ세대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이같은 젊은 골프 인구 증가에는 국내 스크린골프 문화의 역할이 컸다. 골프에 대한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낮춰, 지인/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놀이/게임'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에 골프업계도 최근 급증하는 MZ세대 고객을 확보하려 다양한 홍보,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표 골프장 예약(부킹) 서비스인 '엑스골프(XGOLF)'도 이에 따라, 지난 달 직영 실외 골프연습장 '쇼골프타운(김포공항점)'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면서, MZ세대 '골린이(골프+어린이)'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기존/기성세대 고객이 주를 이루던 전통 골프연습장이 'MZ세대들의 모임장'이 된 계기와 이유, 변화 등을 엑스골프 조성준 대표를 통해 들어본다.
골프 예약 플랫폼 스타트업으로서 지난 2020년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2년이 지난 현재, 그때와 달라진 점은 있나?
기존의 쇼골프타운 장한평점과 김포공항점 등을 병행 운영하며 지역적으로 나뉘어 있던 전체 조직을 통합하고, 김포공항점을 본진으로 두면서 온/오프라인 사업 분야도 좀더 명확하게 구분, 편성했다. 큰 그림을 그린 대로 실천, 실행하기 위함이다.
가장 먼저, 골프연습장에 대한 기존 관념과 이미지, 분위기 개선에 집중했다. 2년 전과의 현저한 차이는 '고객 구성'이다. 이젠 골프연습장이 아닌, 골프'놀이터'가 된 분위기다. 한결 발랄하고 흥겨워졌달까.
말마따나 평일 오전시간인데, 현재 연습 타석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고객이 상당히 많다. 더구나 스윙 연습하는 가벼운 복장/차림이 아닌, 골프장 라운딩 룩을 충실히 갖춘 이들이 대다수다. 쇼골프타운 연습장이 원래 이런 분위기였던가?
지난 2월 말 연습 타석/시설, 인테리어, 구조 등을 대폭 수정 변경했다.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MZ세대였다. (그렇다고 그외 세대의 고객을 배제한 건 물론 아니다.) 기존 전통적인 백화점 인식을 탈피해 성공한 '더현대 서울'의 혁신 사례처럼, 골프연습장도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여겼다.
MZ세대들이 반응할 만한 인테리어로 분위기를 바꿨으며, 기존 연습 타석 공간보다 넓게 설계하고, 타석 시야도 좀더 확보했다. 1인을 위한 연습 공간보다는, 가족/친구/지인들과 함께 하는 '놀이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 결과, '인증샷'이 잘 나오는 골프연습장이 됐다. SNS/인스타그램/골프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연예인 등이 방문해 인증샷을 올리면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모이는 이들을 위한 파티나 이벤트도 개최하다 보니, 그들에겐 골프 문화 공간으로 인식됐다.
가족 단위 고객들도 자주 보인다. 기존 골프연습장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사례다.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기존 연습장 구조는 특히 어린이들에겐 다소 위험할 수 있다. 이번 리뉴얼 공사를 통해 타석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확보해, 3~4명의 가족이 한 자리에서 스윙 연습도 하고 함께 음식도 (주문해)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자녀들과 가볍게 퍼팅 놀이도 할 수 있고, 청소년 자녀의 경우 부모가 곁에서 골프 스윙을 가르치기도 한다.
타석 공간 주변 통로도 확장하고, 주변 시설 중 위험 요소를 최소화했다.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간식 선물, 그림/색칠놀이 등)도 간간이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골프연습장이 아빠 엄마와 함께 하는 즐거운 공간으로 기억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멀리서도 김포까지 이동하는 가족도 적지 않다. 이후로 아이들만 따로 놀 수 있는 놀이 공간도 구축할 계획이다. 캠핑이나 글램핑처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최근 방문 데이터를 분석하니, 이전보다 고객 단위 고객이 45% 정도 증가했다.)
2003년 창립 이래 20년 동안 골프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고 없는 개인사업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사업 분야라, 지난 20년 간 숱한 어려움과 고비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2003년, 친분은 그리 많지 않았던 지인의 사무실 한 구석에서, 두 명으로 골프 예약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골프라는 스포츠는 지금처럼 대중화/일반화되지 않았고, 더구나 관련 사업 기반이 없는 (더군다나 나 같은) 일반인이 뛰어들기엔 무모한 도전일 수 있었다. 다만 나름대로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이 점차 굳어지다 보니 걱정이나 고민,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사업 운도 따랐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 운도 없었다. 뻔한 얘기지만, 사업 추진에 있어 이건 진리인 것 같다.
25년 전에 미국에서 골프 부킹 사이트를 처음 접해봤다. 당시 국내에서는 일반인의 골프 부킹이 여의치 않았는데, 머지않아 대중화될 것이라 예상하고 국내 부킹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려 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물론 골프장을 집처럼 드나들었지만 골프를 친 건 아니고, 국내 골프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구력은 거의 30년이지만, 솔직히 골프를 그리 잘 치지 못한다.)
현재 엑스골프 및 쇼골프의 사업 분야는 어떻게 구분되고, 각각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나? 기본적으로, 골프연습장 파트너 제휴('쇼골프' 브랜드) 분야, 골프 예약/부킹 플랫폼('엑스골프' 브랜드) 분야, 골프 연습용 런치모니터 분야, 골프연습장용 키오스크 개발 분야, 골프 관련 제휴 사업 분야, 해외 골프여행 분야 등이 있다.
올해는 해외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머지않아 현업에서 은퇴하게 될 지금의 50대 이상 세대(법인 결제 중단)를 대상으로, 국내보다 훨씬 저렴한 해외 골프장을 제안하는, 일종의 '골프여행 패키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이나 하와이, 몇몇 동남아 국가 내 골프장을 물색하고 있고, 골프장 자체를 인수해 국내 골퍼들이(또는 가족들과) 좀더 저렴하고 편안하게, 무엇보다 안전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연습장 파트너 제휴점도 김포공항점과 동일한 콘셉트와 디자인을 적용한 실내외 공간을 확보, 오픈할 예정이다(2022년 내 10개 가맹점 예상). 마찬가지로, 핵심은 '골프 연습'보다는 '놀이 공간'이다.
출시 예정인 '런치모니터' 제품이 궁금하다. 일반적인 골프 연습용 센서 기기인 듯한데, 골린이로서 자세히 알고 싶다.
일반적으로 런치모니터(Launch monitor)는 (스크린골프의 센서처럼) 특정 센서를 통해, 골퍼의 스윙 속도나 타격 정확도(임팩트), 공의 발사각, 구질, 비거리 등을 측정, 예측한다. 골프 연습, 스윙 교정에 효과가 좋지만, 사용법이 복잡하고 너무 비싸서 사실상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올 상반기 내 출시, 유통할 런치모니터는 캐디백 등에 넣어 휴대할 수 있는 소형 제품으로, 가격대는 100만 원대 이하로 책정할 예정이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런치모니터며, 쇼골프타운 연습장을 중심으로 누구라도 런치모니터를 제대로 활용하며 연습할 수 있도록 조성하려 한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제품이라,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한 MZ세대 등에게 특히 유용하리라 기대한다. (연습장 방문 고객 대상으로 대여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
골프연습장용 키오스크 기기도 개발해, 배치 또는 타 연습장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형태의 키오스크를 활용하면 될 듯한데, 굳이 개발할 필요가 있었나?
단순히 연습장 출입/결제만을 위한 키오스크였다면, 기존 제품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기능과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충실히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우리는 이 키오스크를 통해 방문 고객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날짜/요일별 고객 분포, 연령대, 평균 인원, 성별 등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각 고객에 맞춘 개인화 서비스나 이벤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우수한 개발 및 데이터분석 인재도 확보했고, 이후로 적극적으로 채용하려 한다. 우리에게 맞는 키오스크를 배치해 보니, 안내데스크 운영 인건비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현재 국내 골프 예약/부킹 앱 중에서는 엑스골프가 단연 점유율 1위다. 플랫폼 대기업까지 뛰어든 현재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 여기나?
예약/부킹 목적 자체로는 사실상 모든 앱이 비슷비슷하다. 시장을 선점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인 건 '고객과의 소통-빠른 피드백'이라 판단한다. 우리는 고객의 소리와 의견에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려 노력한다.
여기서 '고객'은 골프장 사업자와 손님이다. 양쪽 고객의 요청, 의견, 건의, 문의 등을 전 임직원이 모두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그런 업무 처리 문화가 초기부터 잘 자리잡은 덕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고객 대응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지 않는 고집도 사업 철학이다.
요즘엔 업무 처리 문화만큼 기업/조직 문화나 분위기 등도 중요하다. 엑스골프/쇼골프는 전반적으로 임직원 연령대가 낮은 듯한데, 어떤 기업/조직 문화(또는 복지제도)를 유지하고 있나?
우선, 골프 관련 기업이니 골프는 원하는 대로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직영 연습장에서 무료로 연습할 수 있고, 국내외 골프장 라운딩(근속 연에 따라 해외여행 포함) 및 숙박(골프텔)도 무료로 제공된다. MZ세대 고객의 생각과 마인드를 MZ세대 직원을 통해 얻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직원이 만족'하는 기업이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외, 직장/조직 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임직원 자율에 맡긴다. 이를 테면, 모자를 쓰든 반바지를 입든 샌들/슬리퍼를 끌고 오든 피어싱을 하든 문신을 그리든 관여치 않는다.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골프 관련 기업이라면 가질 법한 전통적인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관행 등을 깨는 걸 창립 때 가장 먼저 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제한 조치로 특히 연습장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우선, 전 임직원의 백신 접종에 대해 대단히 (유별날 만큼)신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백신 접종을 1순위로 권장했고, 임직원의 몸 상태, 컨디션, 건강 관리에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다행히 확진으로 인한 큰 사고는 없었고, 현재도 코로나19 대응 방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방문 고객들 대상 방역도 일선으로 처리했다. 사무실 비롯 연습장/시설 곳곳을 주기적으로 소독하며 방역 기준을 강화했다. 마스크 미착용 고객은 어쩔 수 없이 입장을 금지했고, 연습 중 마스크를 벗거나 제대로 쓰지 않는 고객이 있으면 즉시 안내해 조치했다. 샤워실 등도 최근까지 폐쇄했다. 감사하게도, 고객들도 방역 조치에 잘 따라 주시어 그동안 큰 어려움은 없었다.
'위드코로나' 시기로 접어들며,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시점을 계기로 골프 업계/시장도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이후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앞서 말한 대로, 올해를 기점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려 한다. 흔히 이용하는 단기간(2~3일)의 해외골프 라운딩 패키지 상품보다는, 1주 ~ 한달 단위의 중장기간 상품(일종의 회원권/멤버십)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골프 라운딩을 비롯해(엑스골프 직영 골프장), 숙박, 음식, 관광, 골프 외 여가활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여행사가 단순 연계하는 기존의 해외골프 패키지와는 완벽하게 차별되고 가성비 높은 상품이다.
골프는 더 이상 특정 소비자층만이 즐기는 레포츠가 아니다. 골프장이든 연습장이든 혼자만 움직이는 폐쇄 공간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지인들과 함께 하는 복합 문화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스크린골프가 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엑스골프는 이제 '모두의 골프 놀이화'에 앞장서겠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