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우리는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실제로? 영화가 현실이 되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를 기억하시나요? 해리포터가 벌써 개봉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높은 퀄리티의 컴퓨터그래픽 등을 바탕으로 큰 인기를 얻었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해리포터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영화 속에서 해리포터는 마법학교를 다니며 마법 지팡이로 물건을 공중에 띄우고, 투명망토를 입어 모습을 감춥니다. 두 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는 마법학교행 기차 플랫폼 9와 3/4 입구가 막히자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 론 위즐리가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 마법학교로 향하곤 했죠.
맞아요. 어린시절 마법으로 순간이동하면 얼마나 신날지, 마법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일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보니까요.
영화에서는 마법 지팡이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도 저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도 종종 했었죠.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설 연휴를 맞이해 고향을 다녀오는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였어요. 저 역시 고향을 다녀오며 도로 위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처럼 명절 때 발생하는 도로 위 정체는 끝날 기미 조차 보이지 않아 일상의 교통체증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잖아요. 이럴 때 영화 해리포터 속 자동차처럼 내 자동차도 하늘을 날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명절 때 고향에 방문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긴 한데…, 명절마다 겪는 도로 위 교통체증은 정말이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명절마다 여러 미디어가 뉴스를 통해 귀성길과 귀경길에 필요한 예상 시간, 정체 구간 등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친절한 설명과 상관없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도로 교통 상황은 극심한 정체를 의미하는 붉은색이 대부분이죠.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설에는 차례를 마친 당일 부산에서 서울까지 약 8시간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평소 약 4시간 30분 정도 필요했었는데, 약 2배 가까이 늘어난거죠.
명절에 유독 극심한 정체를 보이지만, 사실 평소에도 우리는 쉽게 교통체증을 접합니다. 출퇴근시간에 라디오를 듣다 보면 차량 정체 시작 구간, 속도 감속 구간 등의 소식을 들을 수 있죠. 지능형교통체계(C-ITS),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을 활용해 교통체증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제한적인 도로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응? 다른 방법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물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다면, 교통체증은 크게 감소할 것입니다. 하지만, 차량이 많고 갈 수 있는 경로도 한정적이라면,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도로 인프라 증설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도로를 증설하지 않고 새로운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바로 하늘입니다.
유수의 기업들은 에어택시, 드론택시 등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산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 이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죠. 산업 내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계획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도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등을 아끼지 않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미래교통시스템연구기관을 설립하고 플라잉카 개발에 필요한 고속도로 인증 면제를 제외하는 등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2011년 620만 달러(한화 약 75억 원)를 플라잉카 개발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플라잉카 시장 규모는 약 2억 1,554만 달러(한화 약 2,605억 원)로 평가되며, 연평균 34.1% 성장해 2035년 약 38억 418만 달러(한화 약 4조 5,992억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하는데요. 유럽 시장 규모는 2025년 7,798만 달러(한화 약 942억 원)로 평가되며, 연평균 37.8% 성장해 2035년 약 16억 1,868만 달러(한화 약 1조 9569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UAM은 먼 미래 기술 정도로 생각했는데…, 혹시 산업 내 두각을 보이는 기업이 있나요?
UAM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CES2022에 참가했던 미국 UAM 개발 업체 ‘ASKA’, 캐나다의 ‘Daymak’, 일본의 SkyDrive 등 다양한 기업들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비행 안전 적합성을 인정받은 업체가 있습니다. 슬로바키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클라인비전(Klein Vision)’입니다. 지난달 25일 클라인비전이 개발한 플라잉카 ‘에어카’가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의 기준인 70시간 비행 및 200회 이상의 이착륙 시험을 완료하고, 슬로바키아에서 진행한 비행안전 테스트를 통과했는데요. 슬로바키아 교통국이 차량의 비행 안전 적합성을 인정하는 감항 인증서를 발행하면서 운행을 공식적으로 승인 받았습니다.
클라인비전의 에어카는 주행모드에서 비행모드로 전환 시 차량 내부에 접혀 있던 날개를 펼치고 프로펠러를 작동해 비행할 수 있는데요. 이륙하기 위해서는 약 300m의 활주로가 필요하며, 비행 시 최대 고도는 1만 8,000피트(약 5,500m)라고 합니다. 주행 중 연료가 부족할 때에는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주유소에 방문해 연료를 주입하면 됩니다.
에어카는 EASA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지금은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클라인비전에 따르면, 승인 받은 뒤 1년내 에어카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판매 가격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에어카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조종 자격증을 보유해야 합니다. 즉, 파일럿이어야 하늘을 날 수 있는거죠. 때문에 에어카 상용화 후에도 일반인이 운전하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플라잉카 산업과 관련해 정부와 국내 기업은 어떤가요?
우리 정부도 UAM 등 미래 교통수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6월, 우리 정부는 친환경, 저소음 3차원 교통수단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발전 및 2025년 상용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는데요. 정부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통해 민간주도사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비롯해 기존 안전, 운송제도 틀이 아닌 새로운 제도의 구축, 글로벌 스탠다드 적용을 통한 선진 업계 진출, 성장 유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함께 설정했습니다.
민간에서도 활발하게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UAM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통해 UAM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우선 사회적 수용성 증대를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UAM 이착륙장(버티포트) 비전 수립을 위한 연구과제 수행, 한국형 UAM 로드맵 및 ‘K-UAM 그랜드 챌린지’ 실증 사업 등을 상호 협력하는 등 국내 기업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화 역시 UAM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미국 개인항공기 개발업체 ‘오버에어’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해 에어택시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현재 한화의 목표는 2025년까지 양산과 시범 운영 완료입니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함께 ‘UAM 팀 코리아’를 발족하고 교통관리, 관제 시스템, 이착륙 시설 마련 등 UAM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는 방침입니다.
앞으로 플라잉카 혹은 UAM 등 도심항공교통 기반 운송수단이 상용화하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몇 년 후에는 에어택시, 드론택시 등 다양한 형태의 UAM이 도심 교통을 책임질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관련 규제는 많이 미흡한 수준입니다. 자동차 운전 면허 보유자 가운데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새로 면허를 취득해도 기존에 유사한 서비스조차 시행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많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초 상용화에 앞서 충분한 UAM 교통 인프라도 갖춰야죠. 관련 규제도 손봐야 하며, 사고발생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안전한 가이드도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 막연하게 미래 도시를 떠올리며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는데요. 민관이 안전과 기술, 두 가지를 모두 신경쓰며 노력한다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