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인사이트저널] 2022년이 기대되는 택시합승 서비스 '반반택시'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2022년 '위드코로나' 시대, 급부상할 '이것']를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IT동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집에 가야 하는데...'

밤 9시(또는 10시)면 소리 없는 사이렌과 함께 모두 흩어지는 요즘에는 그리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내딛는 걸음 뒤로 매장의 하루도 함께 닫히고 어느덧 시간은 자정과 새벽 사이. 버스도 지하철도 모두 끊긴 이 시간, 서울 밤거리에 서 있을 때면 걸어갈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스친다. 결국 어렵게 택시를 잡아타고 귀가했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정해진 셈법에 맞춰 무심하게 올라가는 택시요금을 멀뚱히 보고 있자면, 얼마간이라도 좋으니 저 숫자를 'N분의 1'할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택시 잡기가 어려운 장소거나 시간대라면, 택시 탄 것만 해도 그저 다행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상황이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는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닐 수도 있겠다.

출처=반반택시 홈페이지
출처=반반택시 홈페이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반반택시'는 2018년 설립돼 현재 국내 유일의 택시합승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반반택시 앱에 접속하여 '반반호출' 서비스를 선택하면, 이동구간이 70% 이상 겹치는 승객과 자동으로 매칭되어 택시에 동승 후 요금을 나누어 낼 수 있다.

합승으로 인한 번거로움과 불편함은 금전으로 상쇄된다 하더라도, 일단 택시합승 모델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역시 '안전'이다. 반반택시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같은 성별의 승객에 한해 합승을 허용하고 합승 승객 중 한 명은 앞좌석에, 다른 한 명은 뒷좌석에 앉도록 한다. 이러한 반반택시의 사업 모델은 분명히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반반택시 서비스에 참여할 택시 기사가 없다면 이런 구상은 공상에 불과하다. 즉 모든 플랫폼 사업자가 그렇듯, 반반택시 역시 서비스 공급자(택시)에게 마땅한 참여의 유인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반반택시 모델은 택시 기사에게도 매력적일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승객이 요금을 나눠서 최대 40% 정도 택시비를 줄였다면, 택시 기사의 부가 수익은 호출료로부터 창출된다. 3,000원 수준에서 형성된 호출료를 2명의 승객에게서 모두 받아 추가 운임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반반택시에 따르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던 2019년 12월 기준, 반반호출을 이용한 승객들은 한 달 평균 1만 2,093원의 요금을 절약했고, 택시 기사 중 상위 10%는 한 달 동안 7만 8,912원의 추가 수입을 올렸다.

출처=반반택시 홈페이지
출처=반반택시 홈페이지

이 때문에 사업 초반 8,000명에 불과했던 반반택시 가입 기사 수는 현재 전국 택시 기사의 절반 수준인 13만 명까지 증가했다. 또한 배차성공률, 평균 배차거리 등의 지표 역시 업계의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지난 두 차례의 시리즈 A 라운드를 통해 본엔젤파트너스, 휴맥스 등으로부터 7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승차공유 서비스의 비극

반반택시의 사업 영역은 넓게 보면 승차공유 시장에 해당한다. '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 혹은 '라이드헤일링(Ride-Hailing)'이라고도 부르는 승차공유 서비스는 해외에서는 이미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그 사업 방식을 불문하고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엄격한 규제가 존재하는데, 2014년 서울시가 시범운영한 '우버 X(Uber X)'는 정책 당국과의 마찰을 이유로 1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쏘카의 자회사로도 유명한 '타다' 역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개정('타다금지법')으로 인해 실질적인 영업을 포기한 상황이다.

반반택시와 좀더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면, 2018년 베타 서비스를 제공한 '카카오카풀'이 있는데, 이 또한 각종 법령의 규제와 기존 산업과의 마찰로 출시 한 달 만에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모빌리티 분야 1호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면 사정은 반반택시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업이 구체화되던 2019년 당시의 택시발전법이 택시합승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야시간 택시 공급 부족의 해결과 택시 기사 수입 증대를 근거로 관계 부처를 집중적으로 설득한 결과, 반반택시는 모빌리티 분야 최초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 무분별한 호객행위와 안전 문제로 택시 합승이 금지된 1982년 이후 무려 40년만이었다. 2019년 7월 서울시 12개 구에서 오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영업이 허가됐고, 이후 2020년 7월 서비스의 범위와 시간을 각각 서울 전역과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확장했다.

출처= 'ICT 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
출처= 'ICT 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

참고로, '규제 샌드박스'는 관련 법령이 모호하거나 불합리해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때, 제한된 환경에서 규제를 유예하여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제도를 말한다. 즉 아이들이 모래놀이터(sandbox)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듯, 사업가들에게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각각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와 산업 융합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 하에 관계 부처들은 사업자 요청이 있으면 해당 사업과 관련된 규제가 있는 지를 30일 이내에 회신해야 한다. 이때 관련 규제가 확인되더라도 그 규제의 성격을 가늠해 임시허가 또는 실증특례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규제가 모호하고 불합리할 경우 임시허가를 통해 관련 법령이 정비될 때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규제에 명시적으로 충돌하는 사업의 경우 그 목적과 효용을 따져 '실증특례사업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반반택시의 경우 실증특례 제도를 활용하여 기존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간 영업을 진행한 것이다.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

실증특례제도의 유효기간은 기본적으로 2년이다. 지난 2019년 7월 인증을 받은 반반택시는 지난 해 7월로 그 기간을 다했다. 그렇다면 이제 반반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업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긴 했지만, 반반택시는 실증특례 기간 동안 사업의 안전성과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그 결과 지난 해 6월 28일 택시 합승 서비스 허용을 골자로 하는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올해 1월 28일부터는 누구나 플랫폼을 통한 택시 합승 서비스를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우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조차 허물지 못했던 규제의 벽을 창업 3년 차의 스타트업이 파훼한 것이다. 필자의 생각을 조금 덧붙이자면, 반반택시의 성공 뒤에는 '상생의 정신'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버나 카카오, 그리고 쏘카까지 이전의 모빌리티 사업자들은 혁신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기존의 산업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고객의 편익을 높이는 것에만 몰두하여 택시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깊이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반면, 반반택시는 기존 산업과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반반택시의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지난 2년 간 코나투스가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을 위해 노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규제의 울타리가 풀린 이상 그 편익은 시장 논리에 의해 분배된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 모빌리티 시장의 선두 기업들은 일제히 합승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다. 우버와 SKT가 합작한 '우티'는 이미 올해 초 합승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규제샌드박스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반반택시의 진짜 경쟁력을 시험해볼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고기도 먹어본 자가 잘 먹는다'고 했던가. 반반택시는 어느새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택시 기반 운송 서비스'다. 이번에도 역시 택시 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채택하였다는 점은 눈 여겨 볼만 하겠다. 혁신과 상생의 정신으로 무장한 반반택시의 올 한해의 활동을 묵묵히 응원한다.

글 /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박준형 (jhp9346@yonsei.ac.kr)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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