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랭귀지 "어학연수 시장의 정보 비대칭, 큐레이션 서비스로 해결"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우리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전국 19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창업가 역량 강화, 창업 생태계 확산에 기여하며 그동안 지역 창업 거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그중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에서 최초로 출범한 센터로서 지금도 예비 창업가 및 초기 창업 기업 지원, 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기관 프로그램 및 연계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만 해도 기업 지원 391건으로 매출 1367억 원, 투자 유치 307억 원, 신규 고용 1111명을 창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2021 스타트업 미디어 밋업 데이
2021 스타트업 미디어 밋업 데이

지난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러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센터가 보육한 유망기업들을 소개하는 '2021 스타트업 미디어 밋업 데이'를 개최했다.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앞두고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6개 스타트업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이에 IT동아는 이날 만난 유망 스타트업의 얘기를 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어학원 10년 운영 노하우 담은 어학연수 큐레이션 서비스

질 낮은 상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레몬 마켓’이라고 부른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시고 맛없는 레몬 같은 상품만 판매된다는 의미에서 중고차 시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레몬 마켓이 만들어지는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판매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그렇지 않다. 부도덕한 판매자가 마음만 먹으면 질 낮은 물건에 많은 이윤을 붙여 팔아넘길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중고차 시장이 아닌 어느 분야라도 레몬 마켓으로 전락할 수 있다. 온라인 어학연수 큐레이션 서비스인 ‘코어스픽’을 선보인 올랭귀지의 권해진 대표와 박현수 이사는 어학연수 시장도 레몬 마켓과 같은 성질이 있다고 봤다.

왼쪽부터 올랭귀지 박현수 이사와 권해진 대표
왼쪽부터 올랭귀지 박현수 이사와 권해진 대표

권 대표는 “어학연수나 유학을 준비할 때,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많지만 신뢰성이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어학원, 좋은 프로그램을 찾으려고 검색해봐야 홍보성 게시물을 접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정보가 넘치지만, 실상은 정보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유학생들은 유학원에 의존할 때가 많다.

좋은 유학원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어학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수익원인 유학원들은 학생에게 맞는 좋은 프로그램과 어학원보다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어학원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필리핀에서 10년 넘게 어학원을 운영한 권 대표와 박 이사는 이러한 유학 시장 구조 때문에 피해를 본 유학생들을 많이 목격했다. 본인 성향과 수준에 맞지도 않은 곳으로 무작정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2018년 귀국 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예비창업 패키지 지원을 받으며 이듬해 올랭귀지를 창업한 두 사람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이들은 큐레이션으로 믿을만한 정보를 선별해 제공하고, 수수료 위주의 수익 구조를 개편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구상한 서비스가 바로 ‘코어스픽’이었다.

코어스픽에서는 올랭귀지가 직접 양질의 어학원 정보를 선별해 제공한다. 아무 어학원이나 등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올랭귀지가 사전에 검증한 어학원만 입점할 수 있는 형태다. 이를 위해 현지 특파원이 어학원을 직접 방문하거나, 수업을 들으며 검증한다. 고객 체험단 제도도 활용한다. 입점 전 이벤트 형식으로 체험단을 모집한 뒤 후기를 전달받는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어학원이 올랭귀지 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하면 파트너십을 맺는다.

고객들은 이렇게 코어스픽에 입점한 어학원이나 수업 정보를 직접 검색하거나,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성향과 수준에 맞는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이라면 선호하는 수업 방식, 어학원 위치, 수강생 밀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분야 등을 지정할 수 있다. 온라인이라면 원하는 비용, 시간, 목적에 맞춰 수업을 추천받을 수 있다.

코어스픽. 제공=올랭귀지
코어스픽. 제공=올랭귀지

올랭귀지는 수수료 위주 수익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수수료 수입도 과감히 포기했다. 당장은 수수료를 받는 편이 매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큐레이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수료의 유혹을 처음부터 배제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올랭귀지는 입점 어학원들로부터 월 단위로 받는 광고비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그렸다. 어학원들이 기존 유학원에 수수료 외 월 50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쓰던 광고비를 코어스픽으로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코어스픽은 지난 10월 말 어학원 10개, 수업 60개를 확보한 상태에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시작 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만에 누적 방문자 3만 3천 명을 넘겼다. 내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당분간 체험단 후기를 확보하며 파트너 어학원을 늘려갈 예정이다.

현재 코어스픽은 온라인 어학연수 정보만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해외 출입국이 자유로워지면 현지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어학연수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사실 코어스픽을 처음 구상할 때만 해도 온라인 어학연수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상황을 바꿔놓았다.

체험단 후기를 바탕으로 검증된 파트너들을 확보한 뒤 내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공=올랭귀지
체험단 후기를 바탕으로 검증된 파트너들을 확보한 뒤 내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공=올랭귀지

지난해 3월 이미 코어스픽 개발을 마치고 그해 5월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전 세계 국경이 막히면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많은 유학원과 어학원이 휴학하거나 폐업하는 와중에 일부는 살아남기 위해 재빠르게 시대 변화에 적응했다. 그렇게 온라인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올랭귀지도 변화에 빠르게 올라탔다. 서비스 범주에 온라인 어학연수를 포함하며 서비스를 재정비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상품이든 온라인 상품이든 유연하게 판매할 수 있는 형태로 서비스가 확장됐다.

온라인 어학연수만의 장점도 많다. 학생 입장에선 기존 현지 어학연수보다 학비가 저렴하니 진입장벽이 낮다. 기존 화상 영어 등과 달리 어학원의 정식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대학교 연계과정(패스웨이)에 필요한 수료 이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국경이 막힌 상황에서 어학원들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안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선택 폭이 넓어졌다.

권 대표와 박 이사는 인터뷰 중 여러 차례 중요한 건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권 대표는 “어학연수나 유학에는 많은 비용이 듭니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크죠. 20대라는 중요한 시기에 제대로 된 정보없이 갔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도 미리 정보를 알아보고 잘 준비해서 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도움을 주는 게 우리 플랫폼이었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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