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기업 지원으로 미래를 그리다,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1)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1980년대는 급격한 기술 혁신과 자본주의의 확산세가 맞물려 대기업은 물론 중견, 중소기업까지 눈부시게 성장한 시기다. 우리나라 역시 저유가·저금리·저달러가 겹친 3저 호황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1970~80년대 설립된 대기업 집단에 여력이 집중돼 중소기업의 신규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1986년, 우리 정부는 중소기업의 설립을 촉진하고 건실한 산업 구조를 구축할 목적으로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을 제정했다.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성북스마트앱창작터). 출처=IT동아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성북스마트앱창작터). 출처=IT동아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은 지난 30년간 빠르게 변화한 기업 및 산업 생태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기반이 되었으며, 정부와 소수의 대기업이 주도하던 경제 체계의 주체를 다원화하는 데 성공했다. 체감할만한 사례로는 2000년대 초 벤처기업으로 시작된 ‘제1차 벤처 붐’이 있는데, 이때 설립된 법인만 해도 연 6만 개, 매년 2조 원가량의 신규 벤처 투자가 이뤄졌다. 당시 설립된 기업으로는 네이버, 엔씨소프트, 넥슨 등의 기업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중추를 담당하는 정보기술(ICT) 기업으로 당당하게 성장한 상태다.

창업 지원, ‘왜’보다는 ‘어떻게’가 중요하다

오늘날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은 더 이상 ‘왜’ 해야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1차 벤처 붐에서 시작된 기업들이 10~20년에 걸쳐 대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도 보아왔고, 새싹 기업(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신생 창업 기업, 이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배달의민족, 쿠팡, 토스처럼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음도 보았다. 이제는 적정 금액만 투자하면 된다는 근시안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면서도 한정된 예산이 많은 창업가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사무실 전경. 제공=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사무실 전경. 제공=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지난 2011년 7월 개원한 서울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성북스마트앱창작터, 센터장 최승철)의 사례를 보면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해답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주요 실적을 보면 총 입주회원은 279명, 졸업회원 311명, 신규창업자는 134개사였으며 전체 매출 275억 원의 실적을 이끌어냈다. 131회에 걸친 창업교육은 3050명이 수료하였고, 201회에 걸친 세미나 개최와 네트워크 활동에 5490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둔 상태다.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전숙 사업, 내년 말까지 16개소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제공=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전숙 사업, 내년 말까지 16개소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제공=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또한 2013년에는 성북구와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함께 방 1.5개의 원룸형과 방 2~3개의 가족형 등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한 ‘도전숙’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도전숙 사업은 창업자들의 사무공간 문제와 거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 방법이다. ‘직주혼합형 공공주택’이라 할 수 있는 이 사업은 현재 15개소(1인실 180세대, 가족형 34세대, 커뮤니티실 12개실)가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는 1개소(1인실 15세대)가 추가로 준공될 예정이다.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의 사례는 단순히 사업을 평가하고, 투자하는 과정을 넘어, 현실적인 주거 및 사무 문제를 돕고 성장을 견인하는 모델로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함께 보자.

빠르게 성장하는 ‘1인 스타트업’을 들여다보다

현재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에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입주해있다. 이중 주목할만한 기업 10개를 선정하고, 유통·인공지능 및 ICT, 라이프스타일의 세 분야로 나뉘어 소개할 예정이다. 먼저 유통 분야에서는 티에스컴패니언과 홀섬코리아, 그리고 디앤지트레이딩 세 개 기업을 꼽았다.

티에스컴패니언. 제공=티에스컴패니언
티에스컴패니언. 제공=티에스컴패니언

티에스컴패니언(대표 한지훈)은 국내 의류 기업 및 판매자와 해외 생산·제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제품을 가진 생산자에게는 효율적인 유통 방안을 소개하면서, 구매자에게는 다양한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진이나 동영상만으로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는 ‘인공지능 사이징(AI Sizing)’기술이나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을 전 세계로 홍보해서 판매하도록 돕는 ‘K-온라인 쇼핑’,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스마트 공장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등 4차 산업 혁명과 기존 의류 제조 업계를 엮는 다양한 시도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티에스컴패니언은 현재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를 통해 사무 공간이나 국가 지원 사업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좋은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제조 공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 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발주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공장들을 중계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외 기업들을 돕는 게 목표라고 한다.

홀섬코리아 인스타그램 페이지. 출처=홀섬코리아
홀섬코리아 인스타그램 페이지. 출처=홀섬코리아

홀섬코리아(대표 이재민)는 국내외 수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1인 기업이다. 기업 대 기업(B2B)의 수출입을 진행하는 기업이지만, 네이버 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식품들을 유통하는 식으로도 접할 수 있다. 홀섬코리아가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 센터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다. 이에 센터 측은 사무 공간부터 비품 등에 대한 지원부터, 지원 사업이나 마케팅 등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사업 성과는 전년 동일 분기 대비 큰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현재 홀섬코리아는 매출의 대부분이 동남아, 특히 베트남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관련 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앞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활 가전이나 상품 등을 유통하는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디앤지트레이딩의 '바이어스' 홈페이지. 출처=디앤지트레이딩
디앤지트레이딩의 '바이어스' 홈페이지. 출처=디앤지트레이딩

환경과 관련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친환경 브랜드 ‘에코엔드(ecoand)’를 취급하고 있는 디앤지트레이딩(대표 홍원영)이다. 디앤지트레이딩은 폐기물이 없는 제로-웨이스트 세상을 위해 폐기물이 적은 스테인리스 빨대, 발포 세척제, 대나무 칫솔, 규조토 용품 등 친환경 소재의 에코엔드 제품과 함께, 친환경 포장재 관련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와는 작년부터 인연을 맺고 있으며, 멘토링이나 사업 지원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1인 기업의 손이 잘 닿지 않는 카탈로그나 홍보 영상 등의 지원도 함께 받으며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 덕에 디앤지트레이딩은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바이어스(BYUS)’를 올해 안으로 론칭해 사세를 확장한다. 이를 통해 디앤지트레이딩은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커뮤니티 활동으로 묶고, 매출과 상품을 다각화할 예정에 있다.

확장된 국내 창업 생태계, ‘잘 지원한다’는 목표 이뤄야

1998년, 정부가 처음으로 82억 원의 창업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예산은 약 8500억 원에 육박한다. 또한 창업 실패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대 보증을 전면 폐지하고, 창업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방안도 지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인상은 무모한 모험에서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기회로 바뀌고 있으며, 이에 맞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시도하고 있다. 성북구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 역시 작게는 성북구 소재의 기업을 지원하고, 넓게는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사례다. 지금 우리 기업에 뿌린 낱알이, 우리 사회 모두를 위한 곡식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해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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