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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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 (1)

누가 1인 쇼핑몰 창업이 쉽다 했는가. 지난 해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 사람은 16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중 살아남은 쇼핑몰은 과연 얼마나 될까?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부업으로 손을 댔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사이트 관리에 물품 포장 및 배송까지 할 일은 넘쳐나거니와 물품 관리할 장소까지 생각하면 원룸에서 혼자 쇼핑몰 운영하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부분이야 어떻게든 몸으로 때워서(?) 해결한다고 쳐도, 사진이 문제다. 제품 사진이야말로 쇼핑몰의 생명이기에 대충 넘길 수가 없다. 사무실 구석에 그럴듯한 스튜디오도 마련해야 하고, 이미지를 작업할 전문인력도 필요해진다. 이래서야 ‘소자본’, ‘1인 창업’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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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 (2)

그래도 1인 쇼핑몰 창업에 대한 의지가 꺾이지 않는다면 IT기기의 도움을 빌려볼만 하다. 이를테면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이하 HP 탑샷)’ 같은 복합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P가 야심차게 출시한 이 제품은 입체감이 있는 물체를 스캔할 수 있는 복합기로, 제품 사진을 수시로 찍어야 하는 소규모 온라인 쇼핑몰을 타깃으로 삼았다. 중급 복합기답게 인쇄와 복사 기능은 물론 무선 네트워크 기능도 갖췄고, HP 제품답게 e프린트, 에어프린트, 프린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 북미 출시가는 400달러(한화 약 45만원)이며, 국내 출시가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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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HP 탑샷은 출시 전인 2011년에 국내 매체들을 통해 한 차례 알려진 적이 있다. 당시 HP 탑샷은 ‘3D 스캐너’로 소개됐는데, 번역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일부 기사에서는 이 제품이 전후좌우를 스캔해서 3D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최첨단 복합기로 둔갑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HP 탑샷은 3D 스캐너가 아니며, 따라서 3D 프린터나 3D 팩스처럼 출력물을 3D로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단지 종이문서처럼 얇고 평평한 물체만을 스캔할 수 있는 기존 스캐너와는 달리, 부피가 있는 물체의 ‘한 면’을 스캔할 뿐이다. 제품명(TopShot)에서 알 수 있듯이 위(top)에 달린 카메라가 아래쪽의 물건을 찍는(shot) 형태로, 최첨단 기기라기보다는 아이디어 상품에 가깝다고 하겠다. 작은 카메라 스튜디오가 달린 복합기라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카메라 스튜디오 대신 탑샷 스캐닝?

그렇다면 이 ‘미니 스튜디오 복합기’는 어디에 유용한 제품일까? 말 그대로 카메라 스튜디오가 필요한 곳, 즉 온라인 쇼핑몰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은 사무실 구석 또는 별도의 방에 하얀색 장막과 조명을 마련해두는데, 이 곳이 바로 제품사진을 찍는 스튜디오다(IT동아에도 같은 공간이 있다). 배경이 하얀색이면 이미지 작업시 제품 부분만 잘라내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없어져야 하는 일본식 표현이지만, 흔히 이를 ‘누끼(ぬき)’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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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 (4)

그런데 이 누끼 촬영이 의외로 번거롭다. 스튜디오 조명을 세팅하고, DSLR의 조리개값과 셔터 속도와 ISO를 설정하고, 촬영하고, 메모리에 저장한 이미지를 PC로 옮기고, 이미지 보정 프로그램으로 누끼를 따야 한다. 시간을 상당히 소모하는 작업이라, 전문인력이 없는 소규모 쇼핑몰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작업을 HP 탑샷이 상당부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복합기 하나 설치하고 클릭 몇 번만 하면 촬영에서 인쇄까지 순식간에 해결되니, 제대로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겠다.

물론 카메라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보다는 여러모로 부족하다. 일단 크기가 큰 물건(높이 20cm 이상)은 스캔이 불가능하고, 항상 윗면만 촬영하기 때문에 ‘얼짱 각도’를 잡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스캔 품질인데, HP 탑샷에 탑재된 800만 화소급 카메라 성능은 DSLR에 한참 못미친다. 시간이 부족해 급하게 촬영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카메라 스튜디오가 있는 곳에서 HP 탑샷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노파심에서 말하건대, HP 탑샷이 카메라 스튜디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다.

편의성은 Good, 품질은 Bad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HP 탑샷으로 물건을 스캔해 보았다. HP 탑샷을 PC에 연결하면 HP의 스캔 프로그램이 PC에 설치된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 용지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스캔’ 버튼을 누른다. 탑샷 카메라가 3번 번쩍이고 잠시 시간이 지나면 제품의 윗부분을 스캔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파일 형식은 PDF, JPEG, PNG 가운데 택하면 된다. 참 쉽고 간편하다.

용지대 바탕이 흰색이기 때문에, 제품 테두리를 따라 배경을 도려낸 누끼 이미지를 바로 얻을 수 있다. 이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 위에 슬쩍 올려놓기만 하면 이미지 작업은 끝이다. 무엇보다 이미지 보정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사용법도 간편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니, 편의성에서는 박수를 보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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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 (5)

하지만 이미지 품질에서는 여지없이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작은 이미지로 만들면 잘 모르겠는데, 큰 이미지에서는 외곽선 부위가 심하게 거칠어진다. 게다가 요철이 많은 물건에서는 그림자도 생긴다. 딱 웹캠 수준이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중요한 제품을 스캔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큰 문제는 제품의 색상이 흰색일 때 일어난다. 흰색은 모두 배경으로 인식해서 자동으로 잘라내다보니 이미지가 2개, 3개로 나뉘어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전체가 흰색인 제품은 물론이고, 군데군데 흰색이 섞인 제품에서도 어김없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후속 제품이 출시된다면 이 문제를 반드시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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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 (6)

광택이 있는 제품을 스캔할 때도 문제점이 발생했다. 플래쉬가 반사되어 제품 일부분이 하얗게 변하고 만다. 보통 전문가들이 카메라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 DSLR의 플래쉬를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조명을 사용하는 게 이 때문이다. 조명이 없는 HP 탑샷은 조명이 없는 스튜디오와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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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 (7)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 HP 탑샷이 소화할 수 있는 제품군은 극히 좁다는 결론이 나온다. 크기는 작고, 흰색이 섞여서는 안되며, 광택이 없어야 한다. 휴대폰 액세서리나 문구용품 쇼핑몰에 적합하며, 이미지를 크게 확대하기보다는 썸네일 형태의 작은 이미지를 많이 쓰는 곳에서 유용할 것 같다.

기타 기능은 중급 복합기와 동일

탑샷 스캔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HP의 중급 레이저젯 프린터와 비슷하다. 먼저 인쇄 기능을 살펴보면 해상도는 최대 600 x 600dpi고, 출력 속도는 A4 기준 흑백 17ppm(분당 출력수), 컬러 4ppm이다. 이정도는 30만~40만 원대 복합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능이다. 월간 출력량이 20,000장 이하인 소규모 사무실에 적합하다.

복사 기능의 해상도와 출력 속도도 인쇄와 동일하다. 사실 복합기의 복사 기능은 스캔 기능의 연장선이다. 종이로 출력하면 복사요,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면 스캔인 셈이다. 따라서 복사 품질은 스캔 품질과 같다고 봐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HP 탑샷의 복사 품질이 걱정됐다. 하지만 직접 복사를 해보니 예상 외로 품질이 뛰어났다. 물론 원본보다 색감이 다소 짙어지긴 하지만, 이는 다른 복합기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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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팔테니 너는 사진을 찍거라, HP 탑샷 레이저젯 프로 200 M275nw (8)

전면부에는 터치스크린이 탑재됐다. 이 터치스크린은 복사 기능을 이용할 때 주로 쓰이지만, 복합기 설정을 바꾸거나 카트리지 용량을 확인할 때도 쓰인다. 또한 와이파이를 통해 HP 프린터 전용 애플리케이션 장터에 접근할 수도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색칠공부, 스도쿠 퍼즐, 네이버 지도 등을 간단히 출력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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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기가 필요한 쇼핑몰에 적합

HP 탑샷의 스캔 기능은 분명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하지만 제품크기, 각도, 화질 등에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더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보인다. 오로지 스캔 기능만 보고 이 제품을 선택한다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품질이 좋은 이미지가 필요하다면 일단 카메라 스튜디오부터 마련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프린터, 복사기로서의 성능은 상당히 우수하다. 복합기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은 갖췄으니, 복합기가 필요한 쇼핑몰이라면 HP 탑샷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인쇄되고, 복사되고, 게다가 물체도 스캔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간혹 스마트폰의 게임 기능이 아쉽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게임을 주로 하려면 휴대용 게임기를 별도로 사야 하지 않을까. 스캔 기능은 HP 탑샷의 일부일 뿐이다. HP 탑샷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복합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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