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사진을 사랑한다면, HTC 센세이션 XL

김영우 pengo@itdonga.com

만능 휴대용 컴퓨터를 지향하는 스마트폰이 대거 보급되는 바람에 ‘찬밥’이 된 물건들이 제법 많다. MP3 플레이어나 디지털카메라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단순히 음악을 들을 목적, 혹은 사진을 찍을 목적이라면 사실 스마트폰보다는 MP3 플레이어가 더 나을 수 있다. 특히 음질이나 촬영 품질, 그리고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스마트폰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MP3 플레이어나 디지털카메라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음질이나 촬영 품질을 가진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도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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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대부분 듀얼코어 CPU를 앞세운 높은 처리능력, 혹은 4G를 위시한 고속 통신 기능, 그도 아니면 고화질 디스플레이의 성능 등을 강조하곤 한다. 물론 이러한 성능 요소 중요하긴 하지만, 저마다 경쟁하듯 고성능을 내세우다 보니 오히려 특별한 개성을 갖춘 제품은 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와중에 HTC에서 성능보다는 음악 감상 및 사진 촬영 등의 기능을 앞세운 개성파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이름하여 ‘센세이션 XL(X315E)’이다.

스마트폰 사면 20만원 상당의 고급 이어폰이 덤으로?

작년 중순에 출시된 HTC의 ‘센세이션’은 당시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였던 듀얼코어 CPU를 탑재, 고성능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속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센세이션 XL’은 단일코어 CPU를 탑재해 오히려 성능이 낮아졌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4G 고속 통신 기능도 없다. 이 정도 사양이면 1~2년 전에 나온 제품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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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작에 비해 나아진 점도 있다. 제조사에서 특히 강조하는 점은 바로 ‘음질’이다, 특히 유명 오디오 업체인 비츠(beats)사의 닥터드레 유어비츠(beats by dr.dre urbeats) 이어폰을 기본으로 제공하는데, 닥터드레 유어비츠의 아이폰용 버전인 닥터드레 아이비츠(beats by dr.dre ibeats)는 시중에서 20만 원 가량에 팔리고 있는 제법 고가의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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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이어폰만 고급을 주는 것이 아니다. 기기 자체도 비츠의 음질 튜닝을 거쳤다고 한다. 특히 기본내장된 음악 플레이어 및 동영상 플레이어를 구동하면 음질을 향상시키는 ‘비츠 오디오’ 앱이 함께 실행되어 한층 풍부한 음향을 들을 수 있다.

블랙은 가라, 나는 화이트다

제품의 외견도 나름 개성 있다. 블랙 컬러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센세이션 XL은 화이트 컬러 제품이 주력이다. 그리고 후면은 실버 컬러로 마감하고 하단에 비츠 로고를 넣어 포인트를 준 점도 눈에 띈다. 그리고 화면이 4.7인치의 상당히 큰 화면(참고로 아이폰 4S는 3.5인치, 갤럭시 S2는 4.3인치)을 가지고 있는데도 두께가 1cm 이하(9.9mm)인 것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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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요즘 HD급(1280 x 720) 해상도(화면 정밀도)를 가진 스마트폰도 속속 나오고 있는데, 센세이션 XL의 해상도는 800 x 480다. 이는 안드로이드폰의 표준이나 다름 없는 해상도라서 사용에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그래도 화면 크기에 비하면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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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 외에 센세이션 XL이 강조하고 있는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사진 촬영 기능이다. 후면에 800만, 전면에 13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는데, F2.2라는 상당히 우수한 조리개 값을 가지고 있다. 조리개 값이 낮으면 주변의 빛이 부족해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시중에 팔리는 대다수 보급형 디지털카메라의 조리개 값이 F3.5 ~ 4.5정도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센세이션 XL의 내장 카메라가 상당히 고성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렌즈 옆에 2개의 LED 플래시가 달려있어서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유리하다. 다만, 전면 카메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 통화가 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고사양 아니지만 기본적인 사용에 부족함은 없어

듀얼코어 스마트폰도 흔한 세상이다 보니 단일코어 CPU를 가진 센세이션 XL의 성능에 불안을 느끼는 사용자도 제법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인터넷 서핑이나 SNS, 각종 생활 편의용 앱이 느려짐 없이 구동되며, ‘에어어택 HD’와 같은 3D그래픽의 게임 역시 원활히 구동되었다. 물론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할 때는 듀얼코어 스마트폰에 비해 불리하겠지만, 20인치 이상의 화면을 가진 PC도 아닌 이상, 스마트폰으로는 동시 작업을 할 때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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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HTC 스마트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센스(SENSE)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적용되었다. 센스 IU는 부드러운 움직임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으로, 제조사간 큰 차이가 없는 안드로이드폰의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해준다. 2012년 3월 현재, 센세이션 XL은 안드로이드 2.3(코드명 진저브래드) 운영체제와 센스 3.5 UI를 탑재하고 있는데, HTC는 차후 센세이션 XL의 운영체제를 안드로이드 4.0(코드명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로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확정 된 것은 아니지만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후에는 센스 4.0의 업데이트도 기대해 볼만 하다.

닥터드레 이어폰과 비츠 오디오가 자아내는 ‘맛깔 나는’ 소리

이젠 본격적으로 센세이션 XL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음악을 즐겨볼 차례다. 기본 제공되는 음악 플레이어와 비츠 오디오 앱을 실행시킨 후 닥터드레 이어폰을 이용, 국내 가요 및 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았다. 청취를 해보니 상당히 ‘맛깔 나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고음과 저음의 균형이 좋은데, 고음 출력 시에도 소리가 찢어지는 느낌이 없고, 각 악기의 소리가 선명하게 전달된다. 저음 역시 힘이 있으면서도 저가형 음향기기의 저음처럼 둥둥거리는 느낌 없이 묵직하고 섬세한 음향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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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원음에 가까운 소리라기보단 다소 꾸밈이 많이 들어간 소리라는 느낌도 있어서 사용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의 외모로 비유하자면 수수함이 남아있는 선천적 미인보다는 적당히 성형수술 및 화장 등의 가공을 가한 후천적 미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태반의 대중들이 후자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것을 단점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꾸밈 있는 소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비츠 오디오 앱을 비활성시키고 음악을 감상하면 된다. 다소 소리가 심심해지긴 하지만 이 상태에서도 객관적인 음질만을 따지자면 여타의 제품들을 확실히 능가한다.

기본 플레이에서만 적용되는 음질 강화 기능이 아쉬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센세이션 XL 특유의 맛깔 나는 소리의 상당 부분은 비츠 오디오 앱의 성능 덕분이다. 그런데 문제가 없지 않다. 비츠 오디오 앱은 센세이션 XL에 기본 탑재된 음악 플레이어와 동영상 플레이어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별도로 설치한 음악 플레이어와 동영상 플레이어에서는 비츠 오디오 앱이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음악 플레이어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동영상 플레이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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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 XL에 기본 탑재된 동영상 플레이어는 기능이 제한적인데, 특히 자막 출력도 지원하지 않고 요즘 각광 받고 있는 MKV 파일의 재생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별도의 동영상 플레이어를 설치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만 이 경우는 비츠 오디오 앱이 실행되지 않아서 센세이션 XL 본연의 음향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있다. 다음 제품이나 업데이트에서 이 점을 꼭 개선해 줬으면 한다.

800만 화소에 F2.2의 조리개, 파노라마 촬영 기능까지

다음은 센세이션 XL의 또 다른 자랑거리라는 카메라의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다. 센세이션 XL에 내장된 카메라는 앞서 언급한 대로 800만의 높은 화소와 F2.2의 우수한 조리개, 그리고 듀얼 LED 플래시다. 실제로 촬영을 해보니 초점을 잡는 속도도 빠르고 화질도 우수한 편이었다. DSLR이나 미러리스 같은 고급 카메라에는 당연히 비할 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보급형 컴팩트카메라 수준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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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 XL 카메라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좌우로 뻗은 넓은 공간을 한번에 담을 수 있는 파노라마 촬영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셔터를 누른 뒤 좌측, 혹은 우측으로 몸을 천천히 돌리면 파노라마 사진이 완성된다. 촬영 도중 몸을 빨리 돌리거나 몸을 돌리는 도중에 흔들리면 연결 부분이 다소 어긋나는 경우도 있어서 익숙해지는 데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중에 팔고 있는 디지털카메라에 있는 파노라마 기능보단 약간 쓰기가 불편하긴 하지만 기능이 없는 것보단 훨씬 나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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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틈새시장 공략 제품, 결과물은 성공적?

2012년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보급기를 넘어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순히 성능이 높은 제품 보다는 뭔가 한가지라도 독특한 개성을 가진 제품이 의외로 높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HTC의 센세이션 XL은 성능 면에서는 타사의 최신 스마트폰에 비해 한 수 아래인 것이 사실이지만 음질 및 카메라 성능에 특화되었다는 점을 강조, 대부분의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틈새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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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센세이션 XL은 음악 감상이나 사진 촬영 성능 면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해당 기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음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하는 비츠 오디오 기능을 쓰기 위해선 반드시 기본 내장된 플레이어를 써야 하는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HTC의 후속조치를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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