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Vita, 기계는 참 좋은데… 왜 이리 비싸?

강일용 zero@itdonga.com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lay Station Vita, 이하 비타)’가 국내에 출시 된지 어느덧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국내, 해외 어디서든지 생각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소니가 밝힌 바에 따르면, 비타의 전세계 총 판매량은 120만대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출시 된지 3개월 내외밖에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경쟁제품인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3DS’의 판매량이 1,500만대를 넘어 2,000만대를 향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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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용자들은 비타에 3DS만큼의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일까? 비타의 가장 큰 문제는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다 보니 가격이 약 36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곧 국내에 발매될 3DS의 소비자가격이 22만 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휴대용 게임기치고 대단히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니도 가격을 인하하면 더 많은 사용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소니는 비타의 가격을 인하할만한 여력이 없다. 주력 사업인 전자산업의 부진과 엔고현상이 맞물려 지난해 소니의 적자는 2,200억 엔(한화 약 3조 2천억 원)에 이른다. 이런 적자의 늪 속에서 소니가 과연 비타의 가격을 인하한다는 카드를 내세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게임 수급도 그리 원활하지 않다. 현재 국내에 정식 발매중인 비타용 게임은 '언차티드', '피파12' 등을 포함해 10개가 조금 넘는다. 이 중에는 사용자가 비타를 구입할 동기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게임도 여럿 있다. 하지만 나머지 게임 중에는 과연 이것이 제대로 만들어진 게임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엉망인 것도 있다. 훌륭한 게임이 아직 모자라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줄 다양한 양질의 게임은 올해 하반기는 돼야 본격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사용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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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메모리카드, 조금 비싼 것 아닐까?

비타는 내부 저장공간이 없기 때문에 전용 메모리 카드를 별도로 필요로 한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전용 메모리 카드가 비타만을 위한 독자적인 규격을 쓴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같이 쓸 수 있는 마이크로 SD카드를 두고 별도로 돈을 주고 전용 메모리 카드를 구입하라니? 게다가 이 전용 메모리 카드의 가격은 비싸기까지 하다. 16GB가 75,000원, 32GB가 130,000원이다. 같은 용량의 마이크로 SD카드의 3배에 달한다. 소니란 회사가 메모리스틱 등 독자규격을 고집한 것이 하루 이틀은 아니기에 전용 메모리 카드까지는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가격마저 독자규격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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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자체의 완성도는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제품 외적인 상황 및 메모리 카드의 가격과 별개로, 비타 제품 외관 자체는 흠잡을 것 없이 훌륭하며 크기에 비해 무게도 가볍다. 취향이 갈리겠지만, 디자인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하단의 큼지막한 PSVita 로고는 조금 시대 착오적으로 보인다. 이런 건 뒤에 인쇄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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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Vita, 기계는 참 좋은데… 왜 이리 비싸? (4)

외관은 소니의 기존 휴대용 게임기 PSP(Play Station Portable)와 매우 흡사하다. 또한 PSP의 후속 제품답게 십자키, 왼쪽 아날로그 스틱, 8개의 버튼(O, X, □, △, L, R, Start, Select) 등 기존의 조작체계도 그대로 계승했다. 또한 왼쪽에 아날로그 스틱을 추가해, ‘플레이스테이션3’ 등 TV에 연결해 사용하는 비디오 게임기의 조작방식과 동일해졌다. 뿐만 아니라 전면 및 후면에 터치 패널도 탑재해, 최근 유행하고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게임에도 대응할 수 있다. 왼쪽 하단에 있는 홈 버튼을 누르면 어떤 상황이든 간에 대기 및 전환 화면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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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Vita, 기계는 참 좋은데… 왜 이리 비싸? (5)

다만 검지 손가락으로 받쳐야 하는 부분이 그다지 깊게 패여 있지 않아, 들고 있을 때 안정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또한 아날로그 스틱도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패드 ‘듀얼쇼크3’의 아날로그 스틱에 비해 정교하게 움직이는 폭이 좁은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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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상단에는 전원 버튼, 볼륨 조절 버튼 및 비타 카드 슬롯(게임 카트릿지) 그리고 액세서리 단자(용도 불명)가 있다. 전원 버튼 및 음량 조절 버튼이 모 회사의 스마트폰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지만 원래 이런 스타일의 디자인은 소니의 워크맨에 널리 사용되던 형태다. 즉, 이쪽이 오리지널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카드 슬롯은 먼지 유입을 막기 위해 덮개로 막혀있다.

하단에는 비타 전용 메모리 슬롯, 충전 및 데이터 통신 겸용 케이블 단자, 마이크 및 스피커 입출력 단자, 내장 마이크가 있다. 또한 전면 및 후면에도 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촬영한 사진을 게임내 캐릭터에 합성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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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사용시간도 제법 길다. 출퇴근하며 3시간 동안 사용했음에도 배터리는 절반이상 남아 있었다. 약 6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훌륭한 게임이 승패를 가른다

비타와 같이 발매된 게임 몇 가지를 같이 소개한다. 직접 즐겨보니, 그 수준이 소니의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로 출시된 게임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스마트폰으로 출시된 게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게임이 바로 스포츠 게임 피파12다. 게임 자체도 플레이스테이션3으로 출시된 피파12와 별 다른 차이가 없으며, 그래픽도 휴대용 게임기로 발매된 게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래픽은 뒤떨어지고 조작감도 형편없는 스마트폰용 피파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만약 앞으로 출시되는 모든 비타의 게임이 이러하다면, 비타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다음 즐겨볼 만한 게임이 언차티드다. 피파12와 마찬가지로 그래픽도 뛰어나고, 게임성도 흠잡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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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그래픽도 뛰어나고, 즐길 거리도 많은 버추어 테니스4 등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어 있어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다만 모든 비타용 게임이 양질인 것은 아니니 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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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영역을 넘본다

스마트폰으로 웹서핑, 음악 및 동영상 감상, 다양한 기능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설치 등을 할 수 있듯이, 비타로도 웹서핑, 음악 및 동영상 감상 등을 할 수 있다. 비타로 이렇게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타의 사양 자체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비타와 가장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제품으로는 최근 발표된 ‘새로운 아이패드’를 들 수 있다).

다만 비타는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탑재한 것이 아니라 소니의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앱의 숫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제 페이스북 앱이 막 등장했을 뿐, 일반 개발자들이 제작한 앱은 아직 요원하다. 그러나 이는 비타가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종류의 앱이 출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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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에는 몇 가지 앱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 간단한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앱부터 비타로 출시된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까지 다양한 기능의 앱이 탑재돼 있다. 다만, 사용자 주변 비타 사용자들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니어’는 국내 실정법상의 문제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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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조금 더 낮춰야 할 듯…

출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제품자체의 성능이 뛰어나다 보니 제품이 비싼 것은 사용자들이 감안해야 한다(물론 낮출 수 있다면 낮추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전용 메모리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소니가 진정 비타의 성공을 원한다면 전용 메모리의 가격 정도는 동급 마이크로 SD 카드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용자 가운데 스마트폰용 게임보다 수준 높은 게임을 즐기길 원하는 사용자라면, 구입해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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